회차 2

박승현은 얼굴을 찡그리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그녀가 그와 관계를 맺으려는 무명 연예인이나 모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왜인지 너무나 낯이 익었다.

박승현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하나는 그를 돌려 등을 문에 기대게 하고 발 끝으로 서 키스했다.

박승현의 큰 키가 이하나를 가렸으므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박승현이 강제로 이하나에게 키스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 그 반대였다.

박승현은 분노에 가득 찼다. 여지껏 그를 이렇게 모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승현이 이하나를 밀어내려고 하던 그 때 이하나는 그의 셔츠를 풀고 서슴 없이 그의 가슴팍에 손을 댔다.

이하나는 박승현의 단련된 가슴을 느끼며 잠깐 긴장했다. '와. 이 근육 좀 봐!' 이하나가 속으로 감탄했다.

이하나를 쫓던 깡패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두 남녀를 보고 떠났다. 그들의 목표가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한 듯 했다.

이하나는 키스로는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 박승현의 품에 바짝 붙었다. 깡패들이 떠났다는 것을 알자마자 그녀는 박승현을 밀어내고 알랑대는 미소를 지었다. "아, 미안해요. 제가 아는 사람인 줄 알았네요."

박승현은 역겨움에 입에 묻은 립스틱을 지우기 시작했다. 여자가 숨을 내쉴 때 레드 와인 냄새가 났고 자신의 입에서도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하나가 와인을 마셨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 때 이하나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이때까지 이하나는 박승현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박승현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두껍고 멋진 눈썹, 높은 코, 아름다운 입술에 우아함과 귀족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박승현의 눈빛은 얼음보다 차가웠으며 불만스러운 표정은 얼굴 전체에 드러나 있었다.

남자의 불쾌한 모습을 알아채자 이하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미안한 듯 말했다. "방금 일에 대해 보상으로 40만원을 줄게요!"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본 적이 없었다. 40만원 정도야 아깝지 않은 외모였다.

이하나는 서둘러 가방을 열어 돈을 꺼내려 했다. 놀랍게도 가방에는 4만원을 비롯한 잔돈 밖에 없었다. 잠시 말을 멈춘 이하나는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음... 좀 깎아줄래요? "

"깎아달라고? " 박승현이 격분해 이하나의 말을 반복했다. 이하나를 보면 볼수록 어디서 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하나 앞에 있는 남자는 누가 봐도 성이 나 보였다. 마치 이하나를 상어의 먹이로 줄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보였다.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살인이 가능했다면 이하나는 이미 죽어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이하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며 제안했다. "아! 핸드폰으로 이체해 줄게요."

이하나는 화면을 터치했지만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핸드폰이 꺼졌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심장이 곤두박질치는 듯 했다.

창피함에 고개를 들며 이하나는 박승현에게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졌나 봐요..."

한편, 박승현은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앞에 서 있는 여자가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다. 그의 분노가 절정에 이르려던 순간 이하나는 남은 돈을 전부 그의 손에 쥐어 주고 도망쳤다.

박승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손에 쥐어진 돈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하나가 떠난 방향을 쳐다봤다.

박승현의 보좌인 서지훈은 방금 차를 주차하고 온 참이었다. 서지훈은 바를 향해 걸어오며 박승현이 찡그린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서지훈은 침을 삼키고 자신의 상사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손에 몇 만원 돈을 쥐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는 박승현에 서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사실 거라도... 있나요? "

박승현은 서지훈을 무섭게 노려보고 그에게 돈을 던지며 명령했다. "그 여자를 잡아라!"

"예, 사장님!" 서지훈은 혼란스러웠지만 박승현의 명령을 따랐다.

한 편 이하나는 바를 무사히 벗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창들을 만났다.

한명준의 차에 타서도 이하나는 계속 얼굴을 붉혔다. 방금 있었던 일은 그녀가 살면서 저지른 일 중 가장 미친 짓이었다.

'세상에! 내 첫 키스를 낯선 남자와 하다니! 유부녀로서 부정한 짓을 한 걸까? 이름만 아는 남편이긴 하지만 내가 지금 바람을 피운 건가? ' 이하나는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하나는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차피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으니까.

갑자기 정소민은 매우 놀라며 외쳤다. "대박!"

"왜 그래? 그 깡패 놈들이 아직도 따라와? " 임은숙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임은숙은 정소민의 말을 듣고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거의 의자에서 뛰어오를 뻔했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급히 뒤쪽 창문을 쳐다봤다.

정소민은 아직 멍한 상태인 이하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잡고 흔들며 흥분한 듯 말했다. "하나야, 그 남자 알아? "

그제서야 이하나는 정신을 차렸다. 정소민이 쉽게 놀라는 사람이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하나는 그런 정소민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데? " 이하나가 무표정하게 되물었다.

"저 남자, 그 사람이잖아!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 남산시의 글로벌 회사를 운영하는 CEO 말이야! 박 사장이라는!"

"아... 들어본 적 없는데." 이하나는 물이 든 병을 집어 들고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다.

"박승현 말이야!" 정소민은 동일한 흥미를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강조하며 말했다. 박승현은 전설적인 인물로 정소민이 감히 모욕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이름을 듣자 이하나는 정소민의 얼굴에 물을 뱉고 말았다. 정소민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왜인지 충격에 빠진 듯 보이는 이하나를 쳐다봤다.

"뭐? 그 배불뚝이 주정뱅이가 박승현이라고? !" 이하나는 충격에 휩싸여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회차 3

정소민은 눈을 굴리며 이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보야, 그 놈 말고 네가 키스한 남자 말이야!"

"잠깐, 뭐라고? 네가 박승현한테 키스했다고? 이하나 너 정말 구재불능이구나! " 한명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자기가 들은 사실에 너무 놀란 한명준은 엑셀을 세게 밟았다.

한명준의 아버지는 남산시에 있는 금융 회사의 총괄 매니저였다. 한명준이 박승현을 알고 지낸 지 아주 오래 되었다.

박승현의 이름을 듣고 그를 떠올린 임은숙이 외쳤다. "오, 주여! 이하나, 넌 방금 박승현이랑 키스한 거야! 이리 와 봐. 너랑 키스하면 승현 님의 입술과 향기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말을 하자마자 임은숙은 이하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만해!" 이하나는 짜증스럽게 임은숙을 밀어낸 다음 휴지로 정소민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하나는 방금 알게 된 사실에 너무 당황해서 정소민에게 사과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박승현은 매체에 얼굴을 찍은 일이 없기로 유명한데 그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 이하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아버지와 협력한 적이 있어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정소민이 조급하게 대답했다.

"확실히 그 사람이었어? " 이하나가 물었다.

사실 이하나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백 퍼! 확실해!"

박승현과 키스하는 것이 대단한 명예일지라도 연애 경험이 없는 이하나가 이렇게 흥분할 줄은 정소민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하나는 가슴이 철렁하는 듯 했다. '난 이제 끝장이다.'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하나를 보고 정소민은 친구의 손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박승현과 잠자리를 가지길 바라던 수 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전부 내쳐졌어. 하나야, 네가 그 사람이랑 잘 가능성은 조금도 없어. 하지만 좋은 소식이라면 네가 그 남자랑 키스한 유일한 여자라는 거지."

이하나는 정소민의 손을 치우며 우울하게 말했다.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어."

"뭐가 됐든. 어쨌든 우리는 축하해야지. 내일은 쇼핑 하러 가자! 그 다음엔 하나 보고 저녁 사 달라고 하자!" 임은숙이 신나서 외쳤다.

이하나는 임은숙을 곁눈질한 다음 생각에 잠겨 뒷자리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친구들이 열광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과 달리 이하나는 괴로운 마음이었다.

이하나과 박승현은 3년 전에 결혼했다. 결혼 절차는 박승현의 비서가 처리했다.

그들의 결혼이 확정되자 박승현은 조승민에게 이하나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최고로 주라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이하나는 남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 밤에야 남편의 얼굴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박승현은 대외 활동을 자제하며 어떠한 인터뷰도 수락하지 않았다. 언론은 인터넷에 그의 사진을 올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언론이 박승현의 사진을 유출했다. 기자회견에서 여성 스타의 팔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뒷모습 뿐이었다. 이하나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느낄 만도 했다.

그리고 오늘 밤 이하나는 바에서 그에게 키스하고 말았다. 만약 박승현이 이혼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면 지금은 이하나의 전 남편인 셈이었다.

한 시간 후 이하나는 집에 도착했다. 유감스럽게도 박승현은 아직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를 알게 된 이하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이하나의 불안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밤새 뒤척일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이하나는 정소민과 임은숙과 함께 신세대쇼핑센터에서 손잡고 다녔다. 한 숨도 못 잔 탓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명준과 손영훈은 쇼핑백을 들고 여자들을 졸졸 따라 다녔다. 몇 시간의 쇼핑 끝에 남자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한명준은 세 아가씨들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저기, 아가씨들. 너희가 이렇게 기운 넘치게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왜 쇼핑할 때 한시라도 앉아서 쉬지 않는 거야? "

"왜 쉬어? " 임은숙은 앞에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착했어. 여기가 마지막이야."

한명준은 손을 모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들!"

이하나, 임은숙 그리고 정소민은 모두 함께 가게로 걸어가며 서로 속삭였다. 이하나의 손에 든 핸드백을 보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손님. 그 핸드백은 인기 많아요. 원하시면 가져 가세요. 그게 마지막이랍니다."

이하나는 가격표를 봤다. 핸드백의 값이 25,999,800원이었다. '이걸 사, 말아? ' 그녀가 고민했다.

"야 이하나, 너 부자잖아. 수십억 짜리 차를 몰면서 뭘 망설여? 이 핸드백은 겨우 이천 만원이 좀 넘을 뿐이야. 이 정도야 너한테 껌값이지. 망설여지면 내가 대신 결정해줄게. 사!" 한명준이 조언했다.

"내 차 아냐. 잠깐 빌린 거지." 이하나가 말했다.

사실 그 차는 남편의 것이었다. 이하나는 자랑할 것이 없었다.

그때 근처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이하나는 무슨 일인지 보려고 시선을 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눈이 커지더니 핸드백을 떨어뜨릴 뻔했다.

몇몇 사람들이 이하나와 그녀의 친구들이 있는 가게로 오고 있었다. 앞장 선 남자는 값비싼 짙은 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복장에 큰 키와 잘 빠진 몸매가 강조됐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차분했지만 그 위엄 있는 분위기에 사람들이 물러서며 길을 터주었다.

'이 남자는... 오, 안돼! 내 남편이잖아! 근데 옆에 저 여자는 누구지? 흰 피부에 완벽한 몸매. 너무 예쁘다.' 이하나가 속으로 감탄했다.

박승현이 애인을 두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쇼핑을 다닐 일은 더더욱 없었다. '대단한 사랑이라고 과시라도 하고 싶은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거부할 수 없는 유혹

2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