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내가 현이재 씨를 만난 지가 몇 년인데, 당신이 뭔데 나를 막아요?" 나는 진한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현이재 씨의 약혼녀일 뿐이잖아. 아직 정식 부인도 아니면서."

내 말에 진한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녀는 들고 있던 물컵을 꽉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이재 씨를 유혹하려는 수작 부리지 마요. 당신 같은 여자는 이재 씨에게 진절머리가 날 거예요." 그녀는 비웃듯이 말했다. "과거에 이재 씨 옆에 붙어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겨운데, 이제 와서 또 뭘 바라는 거죠? 당신 같은 천박한 여자가 감히."

그녀는 갑자기 손에 든 물을 자기 옷에 쏟았다. 물이 그녀의 흰 블라우스를 적셨다.

바로 그때, 현이재가 나타났다. 그는 진한봄에게 달려왔다. "한봄아! 괜찮아?"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현이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류 뭉치를 내게 던졌다. 서류 뭉치는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종이 모서리가 살을 찢었다.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프런트 직원은 현이재의 행동에 놀라 숨도 쉬지 못했다. 그들은 마치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나는 피가 맺힌 팔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현이재를 올려다봤다. "자기 옷에 물을 쏟은 건 진한봄 씨예요."

진한봄은 현이재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이재 씨... 이 여자가 절 밀쳤어요. 일부러 저를 밀어서 옷을 버리게 한 거예요." 그녀는 울먹이며 나를 가리켰다. "이재 씨가 예전에 눈을 다쳤을 때, 그때처럼 불안한 눈빛이에요."

현이재는 과거에 사고로 눈을 다쳐 잠시 앞을 보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 절망했다. 그 기억은 현이재에게 가장 큰 아픔이자 상처였다. 현이재는 그 이야기를 내가 꺼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진한봄은 현이재의 가장 깊은 상처를 건드렸다. 현이재는 그 상처를 나에게서만 보았다. 그는 내가 자신의 눈을 다치게 한 원인이라고 믿었다. 그의 오해는 깊고 단단했다.

나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이재는 진한봄의 말을 맹신했다. 그의 눈에는 이미 분노만이 가득했다. 나는 그를 이해시킬 수 없었다. 그 어떤 말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분노는 고조되었다. 로비 전체가 현이재의 차가운 분노로 가득 찼다.

회차 3

"이번에 들고 온 서류는 또 뭐죠?" 현이재는 나를 비웃듯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조롱은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또 돈 때문인가요? 당신에게 돈 말고는 중요한 게 없잖아." 현이재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말했지만, 사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이 서류를 들고 온 진짜 이유를.

나는 계약서가 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현이재는 진한봄을 품에 안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진한봄 씨에게 사과하면 서류에 사인해 줄게요. 어때?"

그가 나에게 진한봄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나를 무릎 꿇리려는 의도였다. 그는 과거의 사건을 이용해 나를 벌하려 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참을 수 없는 굴욕감에 몸이 떨렸다.

"정말 내가 진한봄 씨를 밀쳤다고 생각해요?" 나는 현이재에게 물었다. 내 목소리는 떨렸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사과해." 현이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나를 꿰뚫어 보는 듯 차가웠다.

"지금 당장 사과해." 그는 명령하듯이 말했다.

나는 현이재가 진한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잔인함은 나를 질식시켰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현이재를 떠올렸다. 그는 불량배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었다. 그는 내 앞에 서서 나를 감쌌다. 그의 등은 단단하고 넓었다.

그때 현이재는 나에게 말했다. "내가 옆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나는 현이재의 얼굴을 보았다. 과거의 다정했던 현이재와 지금의 차가운 현이재가 겹쳐 보였다.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나는 쓰디쓴 침묵을 삼키며 진한봄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진한봄은 비웃듯이 말했다. "그게 사과예요?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어떻게 해야 진심이라고 생각할 건데요?"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내 목소리에는 비아냥거리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현이재는 진한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는 진한봄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해야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보여줄까?"

진한봄은 시원하게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남은 물을 내 얼굴에 뿌렸다.

차가운 물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내 얼굴은 물에 젖었지만, 진한봄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오히려 나보다 더 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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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된 아이, 지워진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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