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김서아의 아버지가 네 할아버지를 구했으니, 우리가 너무 심하게 굴면 안 돼. 김서아 같은 것들은 무시하는 게 상책이야. 그런 애를 상대하면 네 격이 떨어 질 뿐이야." 장미영이 말했다.

조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 김서아를 좋아하는 부잣집 도련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만약 김서아가 정말로 재벌 가문의 도련님을 유혹하면 어떡해?"

"그럴 일은 없어. 김서아 같은 년은 기껏해야 재벌가 도련님들의 장난감으로 놀아 날 뿐이야. 걱정하지 마." 장미영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 묻어났다.

조현아는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 불쾌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반드시 김서아 그년을 A시에서 쫓아 내야겠어.'

vip 룸.

소파에 기대앉은 진우성의 얼굴은 여전히 차갑고 준수했으며,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소파 맞은 켠에 앉은 두 남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진우성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때, 룸에 들어온 정주현이 안색이 좋지 않은 진우성의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표님, 여자를 잡지 못했습니다. 도망쳤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진우성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고개를 살짝 돌렸다. "뭐라고?"

정주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실수 입니다." 잠시 뜸을 들인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부하가 말하길, 여자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정도로 몸놀림이 아주 재빠르다고 합니다. 훈련을 잘 받은 경호원 두 명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정도이니, 실력자로 보입니다."

"그 여자가 실력이 있는 걸까, 아니면 네가 보낸 사람이 무능한 걸까?"

정주현은 대꾸 하지 못했다. 용병 출신 경호원 두 명이 어린 여자를 잡지 못했다니, 그역시 너무 의외였다.

"주변 CCTV는 확인했어?" 진우성이 다시 물었다.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CCTV를 피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경호원을 따돌리고 CCTV까지 피했다라...

진우성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역시 A대 컴퓨터 공학과 수재답게 실력이 꽤 있군.'

그때, 김서아가 매니저를 따라 VIP룸 앞에 도착했다. 매니저가 문을 열며 말했다. "안쪽으로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김서아는 매니저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매니저도 함께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도련님, 김서아 씨가 도착했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시경훈이 바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 났다. "김서아 씨, 반가워요."

시경훈은 레이 클럽은 시씨 가문의 사업체다. 하지만 시경훈은 아직 클럽을 물려받지 않고 따로 IT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시경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할 때는 냉철하고 단호하지만, 평소에는 온화하고 예의 바른 젠틀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주 교수의 소개로 얼굴을 익혔고, 김서아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시경훈은 그녀에게 스카웃 제의를 했다.

회사 기술력을 담당하는 대가로 회사 지분 상당 부분을 양도해 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아직까지도 그의 회사에 합류하지 않았다.

시경훈과 마찬가지로 옆에 있던 세 사람도 김서아를 돌아봤다.

크리스털 샹들리의 불빛 아래, 가녀린 몸매의 여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눈처럼 하얀 피부, 거기에 맑은 눈동자와 가지런한 치아까지 더해져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시경훈 대표님." 김서아가 싱긋 미소 지으며 사람들을 휙 둘러 보았다. 그러다 진우성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고, 그녀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어젯밤 그 남자잖아!

그가 왜 여기 있는거지? 그것도 시경훈과 함께 있다니?!'

정주현은 깜짝 놀란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표님, 이 여자입니다!"

진우성은 당연히 김서아를 알아봤다. 그는 깊은 눈매로 여자를 응시하고 있었고 어둡기만 한 그의 눈빛에선 아무런 감정도 읽어 낼 수 없었다.

김서아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시경훈에게 다가가 손에 쥔 USB를 건넸다. "시 대표님, 데이터를 전부 복구 했어요. 확인해 보세요."

USB를 건네 받은 시경훈은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수고하셨어요."

"별말씀을요."

소파에 기대앉은 지형진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김서아를 뜯어 보더니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대표, 이 아가씨는 누구야?"

"A대 컴퓨터 공학과 학생이자, 미래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담당할 김서아씨에요. " 시경훈은 김서아를 소개한 후, 지형진과 진우성을 소개했다. "김서아 씨, 여긴 광화 주얼리의 둘째 도련님 지형진 씨고 그리고 여기는 지형진 씨의 친구이자 GE 그룹의 대표 진우성 씨에요."

진우성과 지형진은 A시에서 재벌계에서도 부유하기로 유명한 두 가문의 도련님이다.

김서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을 돌아봤다.

'진우성! 어제 나한테 당한 남자가 진우성이었다고?'

심지어 그녀는 그에게 수표까지 남겨 주었다.

'그렇다면... 조금 전 날 잡으려 했던 두 놈은 진우성의 부하들인가?'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그녀가 자초한 일이었다.

다시 진우성과 눈이 마주친 김서아는 마음이 조금 불안했지만,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지형진 도련님, 진우성 대표님."

지형진은 싱긋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침묵이 흘렀고 진우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서아 씨, 또 만났네요."

'또'라는 말에 의미심장한 뜻이 담겨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시경훈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두분 아는 사이였어요?"

진우성이 대답하기도 전에, 김서아가 먼저 말했다. "아니요. 아는 사이는 아니고, 우연히 한 번 만난 적 있어요. 그때는 저는 진우성 대표님인 줄도 몰랐어요."

시경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진우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서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형진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말처럼 우연히 한 번 만난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진우성이 낯선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모습은 친구인 그조차도 처음 봤으니 말이다.

그는 이 상황이 너무 신기했다.

지형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김서아 씨, 술 한 잔 하실래요?"

김서아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술은 마시지 않아요."

그녀는 다시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요?" 진우성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어젯밤, 술 냄새를 풍기며 내 방에 쳐들어온 게 누구였지? 이제 와서 조신한 척 하려는 건가?'

김서아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김서아 씨, 안색이 왜 그래요? 혹시 어디 아파요?"

시경훈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김서아는 가볍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니요. 아마 조금 전에 급하게 걷다 보니, 아마도 그래서 그런 걸 거에요."

진우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서아를 쳐다봤다. '훈련을 잘 받은 경호원 두 명을 따돌려야 했으니 급하긴 했겠지. 하지만 내 손에 들어 온 이상, 절대 놓치지 않아.'

"일단 앉아요. 서아 씨"

시경훈이 말했다.

김서아는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아니요. USB를 전달했으니, 이만 학교에 돌아가야죠."

시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학교에 도착하면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안부 메시지 보내줘요."

"네. 그럼 전 이만."

김서아는 진우성과 지형진을 돌아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지형진은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대표, 모든 부하 직원들을 그렇게 잘 챙겨줘? 아니면 김서아 씨만 특별히 챙겨주는 거야?"

시경훈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지 도련님, 농담도 참, 전 모든 직원들을 전부 똑같이 잘 챙겨 줍니다."

그 말인 즉 김서아를 부하 직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진우성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너희 일단 술 마시고 있어. 난 먼저 가볼게."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정주현도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

지형진은 진우성의 이런 모습에 익숙했지만, 시경훈은 진우성과 그리 친하지 않았기에 자신이 진우성을 잘 대접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시경훈의 걱정 가득한 눈빛을 알아차린 지형진이 말했다. "진우성은 원래 이런 사람이야. 시대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린 계속 술이나 마시자고. 건배."

그는 말을 하면서 술잔을 높이 들었다.

시경훈은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술잔을 들어 올렸다. "네, 그러죠."

VIP룸을 나선 김서아가 몇 걸음 걷지도 못했을 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김서아 씨, 잠깐만요." 정주현이 그녀를 불렀다.

'역시.'

김서아가 자리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자,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진우성의 신분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어젯밤의 일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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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결혼 후, 집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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