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나는 망설이지 않고 문 앞으로 달려가 내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용준이 준 선물들, 내 옷과 보석들이 모두 입구에 쌓여 있었다.
그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나용준은 뒤에서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다가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정리하지 마. 나중에 새로 사줄게. 다빈이가 아이를 낳으면 그녀가 내 짝이 되겠지만 우리 사이도 변함이 없을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를 애인으로 삼겠다는 거야?"
그는 계속하여 뻔뻔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잖아. 당연히 함께 있어야지. 그런 말로 자신을 비하하지 마."
나는 그를 밀어내고 계속 짐을 쌌다.
박성현과의 약속이 없었더라면 난 이 타이밍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역겹게 했고
내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나용준, 내가 준 반지는 어디 있어?"
그러자 이다빈이 문가에 기대어 손을 들어 올렸다. "이 반지 말하는 거야?"
보석이 햇빛 아래에서 독특한 빛을 뿜으며 반짝였다.
나는 반지를 빼앗으려고 그녀의 앞으로 달려갔다.
근데 그녀한테 닿기도 전에 이다빈은 뒤로 넘어지며 소리쳤다. "야! 김주리, 왜 나를 밀쳐!"
"내가...."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용준이 나를 밀쳤다.
어제 맞아서 상처 난 내 등이 바닥에 긴 핏자국을 남겼다.
예전에 내 손에 작은 상처가 나도 나용준은 당황해하며 어쩔 바를 몰랐지만 지금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다빈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부드러운 그의 모습은, 조금 전 내게 보였던 흉악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반지를 차지할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예뻐 보여서." 이다빈은 반지를 빼는 척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미안해, 돌려줄게. 제발 화내지 마."
그녀가 불쌍해 보일수록 나용준은 나에게 더 큰 불만을 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주리가 나에게 준 거야. 그러니깐 내 물건이야. 이젠 너한테 선물할게."
"나용준!" 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그는 나를 보았다.
바닥에서 고통스럽게 몸을 일으키는 나의 모습과 바닥의 핏자국을 본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이렇게 피가 많이 나?"
내가 잘못 본 건지, 그의 눈에 순간적으로 걱정하는 눈빛이 스쳤다.
그때 이다빈이 그의 팔에 매달렸다. "용준 씨,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갈게."
나용준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꼭 안았다. "떠나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야."
나는 간신히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그들의 앞에 갔다. "나용준, 난 떠날 수 있어. 하지만 제발 반지만은 돌려줘. 나의 부모님이 남겨준 유일한 유품이야. 부탁할게."
나는 한 번도 이렇게 비굴하게 부탁한 적이 없었다.
"반지를 준다면 조직에서의 모든 특권을 포기할게." 나는 이를 악물고 한마디 덧붙였다. "날 추방해도 좋아."
"정신 나갔어?" 나용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
나는 그의 말은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반지만 돌려달라고 졸랐다.
심지어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그에게 빌었다.
내 이마에서 피까지 흐르는 걸 보자 나용준은 반지를 앞에 던졌다. "꺼져!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나는 손에 반지를 꽉 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의 나약함과 간절히 애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나용준, 이제부터 우리는 남남이야. 후회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