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의 선택: 불가능한 남자와 결혼하다
오늘은 소나영의 여동생 소우희가 결혼하는 날이다.
소나영은 오전부터 지금까지 결혼식장 준비를 돕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다.
곧 결혼식이 시작할 시간이 되자 그녀는 신부에게 부케를 전달하러 대기실로 향했다.
하지만 문 앞에서 소나영은 얼어붙었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민망한 신음소리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기야, 누가 더 잘해? 나야, 소나영이야?" 여자 목소리는 달콤하고 애교가 섞여있었다.
남자는 흥분되어 몸을 겪하게 움직였다. "네가 제일 야해. 결혼식 날까지 날 꼬시네?"
소나영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화장대 위에는 소우희가 알몸인 채로 한 남자와 몸을 섞고 있었다. 화장대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녀의 하얀 웨딩드레스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이 성욕에 미친 남자는 바로 소나영이 3년 동안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 서명호였다.
소나영은 며칠 전 그가 했던 달콤한 말을 떠올렸다. "나도 네 동생 결혼식을 참관해보고 싶어. 그러면 우리 결혼식에도 많은 도움이 될거야."
'참관 같은 소릴 하고 있네!' 소우희의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고 그녀는 서명호의 목을 끌어안고 외쳤다. "서명호, 사랑해. 날 데리고 도망쳐줘!"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소나영은 이 쓰레기 같은 연놈들한테 손에 쥐고 있던 부케를 있는 힘껏 던졌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둘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서명호는 황급히 바지를 처입으면서 소나영한테 달려갔다. "나영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오해야, 오해! 쟤…쟤가 먼저 날 꼬셨어!" 그는 말을 더듬었다.
소나영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짓고는 손을 번쩍 들어 서명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아, 그래? 소우희가 총 들고 바지 벗어라고 협박했어, 아니면 네가 쓰레기통이라 쓰레기들이 너한테만 붙는 거야?"
뺨을 얻어 맞은 서명호는 순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소우희는 아무 옷이나 대충 걸쳐입고 그를 감싸안았다. "소나영,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소나영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마찬가지로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너… 감히 나를 때려?" 소우희는 씩씩거리며 그녀를 쏘아보았다.
이날 소나영은 처음으로 소우희를 때렸다.
소나영은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행방불명이었고 그녀가 다섯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마저 아무 이유 없이 실종되었다.
소나영을 여태까지 돌봐주었던 사람은 삼촌네 가족이었다. 삼촌인 소문일은 그녀에게 살 곳을 마련해 주었다.
소우희는 삼촌의 딸이고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하게 커서 버릇이 없었다.
그녀는 이 집 안의 모든 것이 다 자기 것이라고 여겼고 갑자기 자신의 집에 나타난 언니가 미웠다.
소나영은 항상 삼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소우희가 아무리 구박하고 물건을 뺏어도 그녀는 늘 참았다.
하지만 소나영은 오늘 눈 앞에서 자신의 뒷통수를 때린 소우희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소우희는 뺨을 감싸고 그녀를 때리러 달려들었다.
소나영은 그녀의 손을 덥썩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또 한번 때렸다.
"언니로서 염치도 모르고 집안 망신을 시키는 동생을 교육해야 하지 않겠어?" 소나영이 비꼬아 말했다.
이때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지금 무슨 일이야?"
소나영의 삼촌 소문일과 숙모 임민정이 소란을 듣고 달려왔다.
옷이 반쯤 벗겨져 있는 소우희와 목에 립스틱 자국이 가득 찍힌 서명호를 보자 소문일과 임민정은 무슨 상황인지 바로 깨달았다.
소문일은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번쩍 들고 소우희를 때리려고 했다. "이 못난 놈아! 결혼식 날에 이딴 짓이나 저지르다니! 나더러 앞으로 유씨 가문의 얼굴을 어떻게 보란 말이냐!"
소문일이 팔을 휘두르자 임민정은 재빨리 소우희를 감싸안았다.
소우희는 흐느끼며 말했다. "나 유승재랑 결혼하기 싫어요! 그 사람 맨날 얼굴에 흉터 가리느라고 가면 쓰잖아요! 가면 벗으면 엄청 흉측할 거에요. 그리고 그 사람은 밖에 여자도 많다던데 내가 왜 그런 사람이랑 결혼해야 하냐고요! 엄마 아빠는 지금 날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임민정은 이 말을 듣자 눈물이 솟구쳤다.
소문일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약혼할 때는 얼굴이 괜찮았잖아. 유씨 집안이 지금 운성에서 가장 부유한 재벌가인데, 어떻게 감히 그 분들을 건드리냐는 말이다."
"소씨 집안에 딸이 또 있잖아요, 여기." 소우희는 갑자기 소나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나영보고 결혼하라고 해요!"
방금까지 소우희가 업보를 당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소나영은 갑자기 화살이 자신한테 날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별안간 조용히 있던 임민정이 갑자기 소나영의 손을 잡고는 눈물을 훔치며 소나영에게 부탁했다. "나영아, 숙모가 이렇게 빌게. 그간 우리가 키워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우희를 대신해서 결혼해줄 수 없겠니?"
소나영은 가슴이 저렸다. '또 시작이다, 이 귀에 피가 나도록 듣던 말.'
"키워준 은혜라…" 이 단어는 무거운 족쇄처럼 소나영의 인생을 가두고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소나영이 좋아하는 장난감, 그녀의 첫사랑, 그녀가 힘들게 번 월급… 그들의 저 한마디면 그녀는 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다. 그녀는 은혜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의 행복까지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소나영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를 펴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요, 저는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을 거에요. 물론, 키워주신 은혜는 제가 열심히 돈 벌어 갚을게요. 하지만 소우희를 대신해 제가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요."
임민정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소나영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다른 방법이 있었다.
임민정은 소나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난 네 어머니가 어디 있는 지 알아."
그 말에 소나영은 자리에 얼어붙었고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가지 않아 임민정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불신과 희망이 섞여 있었다.
임민정은 한걸음 물러나 그녀를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임민정이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소나영은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행방을 알아내려면 그녀는 반드시 유승재랑 결혼해야 했다.
소나영은 옆에서 긴장해 있는 서명호를 쳐다보았다. 그의 목에는 여전히 소우희의 립스틱 자국이 묻어있었다.
그녀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한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상상을 했지만 지금 그녀는 사랑이란 그저 가벼운 거짓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서명호가 고마웠다.
소나영은 어머니의 따듯한 손바닥을 떠올렸다. 만약 결혼이 그저 한차례의 거래일 뿐이라면, 이번에는 그 결혼으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바꾸고 싶었다.
그녀는 땅바닥에 버려져 흙이 묻은 부케를 주어들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요, 유승재 씨와 결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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