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서윤은 지민에게 이혼할 것이며, 그들의 회사 ‘피닉스 건축사무소’를 제주도에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나 충실한 지민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즉시 준비를 시작했다.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잿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삶.
다음 한 주 동안, 서윤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녀는 현대 디자인, 건축 법규, 경영에 관한 책들을 샀다. 그녀는 몇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최고의 건축가들의 작품을 연구했고, 그녀의 마음은 몇 년 동안 억눌러왔던 창의적인 에너지로 다시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자신의 일부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태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왜 남편 곁에 있지 않느냐고 따지는 시어머니의 문자도 무시했다. 그녀는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듯, 자신의 심장 주위에 방화벽을 치고 있었다.
일주일 후, 그들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에 태준이 집에 왔다. 그는 서재에서 책 더미와 설계도에 둘러싸여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는 놀란 듯 보였다.
“이게 다 뭐야?”
“다시 일 시작하려고요.”
서윤은 제도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지민이랑 우리 회사 차릴 거예요.”
“그거… 잘됐네.”
그는 기쁘기보다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는 그녀의 삶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익숙했다.
“이제 내 수술 후 회복식 챙겨줄 시간은 없겠네.”
서윤은 마침내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차갑고 냉정했다.
“네. 없을 거예요.”
그는 그녀가 예전에 자신을 어떻게 안절부절못하며 챙겼는지 기억했다. 아주 작은 종이 상처에도 그의 손에 붕대가 감기고 일주일 내내 그녀의 걱정스러운 관심을 받았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무관심은 이상했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그는 피곤했다.
“뭐, 난 널 지지해.”
그 말은 그 자신에게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네가 취미를 갖는 건 좋은 일이지.”
취미.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는 여전히 그녀의 평생의 열정을 취미로 보고 있었다.
“태준 씨.”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시작했다.
“만약 제가 이혼하자고 하면, 반대할 건가요?”
그가 대답하기 전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힐끗 보니 한아리였다.
“잠깐만.”
그는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서윤은 그가 결코 자신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부드럽고 달래는 톤의 낮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설계도로 돌아섰고, 그녀의 결심은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그날 저녁 늦게, 그가 서재에서 나왔다.
“결혼기념일이니까 외식하러 가자.”
그가 선언했다.
그녀는 동의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있었다.
그는 그들을 시내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그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주차하고 올게. 먼저 들어가 있어.”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가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몇 분 후, 그가 혼자가 아닌 채로 돌아왔다. 그는 커다란 흰색 치자꽃다발과 아름답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 아찔한 순간, 그녀의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꽃을 준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태준 씨…”
그녀는 오래되고 어리석은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며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한아리가 그의 곁에 나타나 그의 팔짱을 꼈다.
“서윤 씨! 만나서 반가워요.”
한아리는 밝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준 씨가 제 갤러리 재개장 성공 축하 파티에 같이 와준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다정하시네요.”
희망의 불꽃은 꺼져 재가 되었다.
태준은 서윤의 얼어붙은 표정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한아리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건 널 위한 거야.”
그가 그녀에게 꽃과 선물을 건네며 말했다.
“축하하는 의미로 작은 선물이야.”
한아리를 위한 것이었다. 물론, 한아리를 위한 것이었다. 저녁 식사, 꽃, 선물. 그녀는 그저 들러리일 뿐이었다. 그들의 완벽한 사랑 이야기 속 소품.
“어머, 태준아, 기억했구나.”
한아리는 치자꽃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인데.”
그녀는 선물을 풀어 그가 그토록 기대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건… 지난달에 내 위시리스트에 핀 해놨던 바로 그거잖아. 어떻게 알았어?”
“그냥 운이 좋았지.”
태준은 한아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서윤은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질식할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한아리의 손에서 꽃다발을 받아들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들어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힘겹게 짜낸 속삭임이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한아리는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서윤 씨. 정말 좋은 아내네요.”
그 말은 조롱이었다. 서윤은 그때 알았다. 태준이 단지 그녀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그녀를 이용했다. 그는 그들의 결혼기념일을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축하하기 위한 핑계로 삼았다. 그녀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변명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