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박길중? 스카이 용병단? 맹주?

이 단어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울려 퍼졌고 놀라움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왔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김혁도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일어나, 이런 형식적인 예를 갖출 필요 없어. 오늘 난 너더러 이 3년 동안 이씨 가문이 어떻게 10대 가문에 속하게 된 건지 설명하라고 부른 거야. 참, 박운결 도련님이 최근 하고 있는 큰 장사에 대해서도 설명 좀 해줘."

박길중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선 뒤, 가지런히 김혁도를 등지고 차가운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박운결의 경호원들은 눈을 부릅뜨고 김혁도를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손찌검을 할 기세였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앞에서는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박길중은 고개를 돌려 현장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3년 전, 전 맹주님의 명을 받들고 개발 지역의 절반이 되는 상가를 아무 조건 없이 이씨 가문에 증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은 경영에 전혀 소질이 없었기에 장사는 계속 밑지기만 하였죠. 하여 저는 어쩔 수 없이 암중에서 계속 그들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이씨 가문의 사업은 간신히 자리를 잡게 되었죠."

그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몸을 돌리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본웅은 몸서리를 치더니 급히 그에게 달려가 최대한 낮은 자세로 두 손을 맞잡고 입을 열었다. "아이고, 박길중 님! 저희가 눈뜬장님이죠. 그때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리 직접 뵙게 되어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머리를 박아 감사를 표할 기세였다.

이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급히 달려와 머리를 박으려 하였다. 하지만 전부 박길중에게 제지당했다.

"무릎 꿇을 필요 없습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니까요."

박길중은 코웃음을 치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이리도 애를 먹으며 한 가문을 도와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자신의 은인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듯하군요, 우습게도!"

그 말에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더니 분분히 김혁도에게 시선을 향했다. 김혁도가 끄떡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에 그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3년 동안 어찌 김혁도가 바로 스카이 용병단의 맹주라는 걸 몰랐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갖 모욕을 다 했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반응이 가장 빠른 유소월은 우물쭈물하면서 김혁도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김혁도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올려놓으며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얘야, 난 네 신분이 특별하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넌 항상 아무 티도 내지 않으니 우리는 이런 방법으로 네 신분을 알아낼 수밖에 없었어."

이본웅은 재빨리 그녀의 말을 이었다. "그래, 맞아! 우리 착한 사위, 드디어 네 신분을 인정하는구나!"

이건한도 급히 달려가더니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형부! 제가 역시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요! 너무 잘 됐어요. 이제 우리 이씨 가문은 꽃길만 걷게 생겼네요!"

그 셋은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첨하느라 바빴다.

박길중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고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 "맹주님, 이 자들이 더러운 손으로 맹주님을 만지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시는 겁니까?"

김혁도는 손가락을 까딱하며 박길중에게 계속하라고 하였다.

박길중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바로 박운결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당신, 박씨 가문이 어떻게 동교 건설 건을 맡게 된 것인지 모르는 겁니까? 그것도 박씨 가문에서 계획을 짜고 마음대로 전면적인 발전을 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교의 면적은 몹시 크고 늘 어떤 신비주의자의 개인 소유였다. 그 신비주의자가 바로 박길중일 줄이야. 그리고 건설에 관한 일을 전부 다 박씨 가문에 맡기고 마음대로 발전시키는 걸 허락하다니.

만약 박씨 가문의 이 사업이 지속되고 이씨 가문과 손을 잡는다면 짧은 시간 내에 본시 5위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쩌면 3위안에 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의 동교는 백지장과도 같았고, 미래에 남운시와 같은 규모의 도시로 발전하는 건 그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씨 가문이 높은 위치에 올라갈 것이라는 소식이 그리 널리 퍼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린 박운결은 급히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맞잡은 채 박길중에게 말했다. "네, 모두 다 박길중 님의 덕분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절대 실망시키는 일 없을 겁니다."

박길중은 한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 "그만하죠. 선포하겠습니다, 박씨 가문과의 협력을 취소하겠습니다."

그 말에 박운결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죠?"

박길중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반응이 온 박운결은 기계처럼 쭈뼛쭈뼛 김혁도에게 시선을 향했고 어쩔 바를 몰라 하였다.

"맹주님, 더 이상 저희가 할 일이 없으면 먼저 물러날까요?"

다른 사람을 향할 때 선보이던 오만한 태도와는 달리 박길중은 공손한 태도로 김혁도에게 물었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박길중 일행은 가지런히 인사를 올리고 레스토랑을 떠났다.

현장은 오랫동안 침묵이 감돌았고, 그 정적은 끔찍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마음이 복잡했고 각자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박길중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스카이 용병단의 맹주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때 눈앞에 있는 김혁도는 이 세상의 신과도 마찬가지인 존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아첨을 할 착안점을 찾지 못했고 김혁도가 그들의 조소를 떠올릴까 봐 옆에서 상황의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침묵을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서연뿐이었다.

그녀는 예상대로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입술을 오므린 이서연은 천천히 김혁도 앞에 걸어가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억울함을 당한 아이처럼 말이다.

김혁도는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덤덤히 물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어?"

"혁도야, 네가 정말 스카이 용병단의 맹주야?"

김혁도는 아무 표정도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침묵에 이서연은 언성을 높이고 분노와 억울함이 담긴 목소리로 따졌다. "왜 진작에 말하지 않은 거야? 네가 진작에 말했으면 오늘 같은 소란이 일어났겠어?"

김혁도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말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 사람들의 본성을 알았기에 그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진작에 말했으면? 당신들이 믿어는 줬겠어?"

이서연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더니 계속 따지고 들었다. "왜 날 속인 거야? 나한테 상처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한 거야?"

김혁도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상처? 누가 누구한테?

"혁도야, 내가 필요한 건 나랑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남편이라는 걸 알고 있잖아. 하지만 당신은 그동안 신분을 숨겨왔고 오늘 이씨 가문의 앞에서 나에게 망신을 주기까지 했어. 이게 상처가 아니면 뭐야? 아니면 처음부터 사람들 앞에서 우리 집안을 모욕하기 위해 짠 판이었어?"

"판? 내가 3년 동안 겪은 온갖 수모가 너희 집안을 모욕하기 위해서라고?"

김혁도는 말도 안 되는 그녀의 트집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해명을 하기 싫었기에 바로 자리를 떴다.

장유정도 급히 그의 뒤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지금 가장 기쁜 사람은 그녀였고 가장 많은 미움을 받고 있는 사람 역시 그녀였다.

떠들썩하던 축하 연회는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연회를 계속 진행해야 할 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박운결이 마른기침을 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 향한 것을 보자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서 박길중 씨 본인을 뵌 분이 있습니까?"

그 말에 이본웅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급히 물었다. "도련님, 그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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