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그녀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을 꾹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휘찬의 매무새를 다시 한번 다듬어 준 뒤, 그의 팔짱을 끼고 이도준에게 인사했다.

"삼촌, 안녕하세요. 저는 휘찬이의 여자친구 김하늘입니다."

김하늘이 손을 내밀자, 이도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굳은 표정에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듯한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악수를 받아줄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문 채로 있었다. 이도준의 이 행동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하늘이 이휘찬의 여자친구가 될 자격이 없음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삼촌?"

김하늘은 정중한 미소를 유지하며 다시 불렀다.

불과 5분 전만 해도 그녀는 이휘찬의 여자친구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도준을 마주한 순간, 그 소름 끼치는 시선과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이 남자가 있는 한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아직은 이휘찬의 여자친구로 남아야만 했다.

얼마 전 가문으로 돌아온 이도준의 행동에 나미영도 속이 시원했다. 적어도 이휘찬의 결혼 문제만큼은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으니 말이다.

이도준이 끝까지 악수를 거부하고 그녀의 신분도 인정하지 않자, 김하늘은 애절한 눈빛으로 이휘찬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휘찬은 김하늘이 얼마나 순수하고 착한지, 그리고 오늘 그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이도준에게 말했다.

"삼촌, 어쨌든 하늘이는 제 여자친구예요. 저를 봐서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시는 게 맞지 않나요?"

이도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 그의 시선이 김하늘의 옆모습과 그녀의 허리를 감싼 이휘찬의 손에 머물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너, 미친거 아니야? 아무 여자나 데려와 여자친구라고 하다니."

이휘찬이 분노로 가득 차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김하늘이 그의 가슴을 토닥였다.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를 꾹 참으며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휘찬아, 난 괜찮아. 너만 날 이해해주면 돼. 어차피 내가 사랑하는 건 네 가족이 아니라 너니까."

김하늘은 지난 2년간 이휘찬을 상대하기 위해 이런 가식적인 말과 행동을 수없이 반복해왔기에 아주 능숙했다.

이휘찬의 죄책감은 더 깊어졌다. 그는 김하늘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

"알아.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이도준이 비웃음을 터뜨리며 조소를 띤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정말 그 여자에 대해 잘 알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휘찬이 단호하게 받아쳤다.

"삼촌, 오늘 좀 지나치신 것 같아요. 선 좀 지키시죠."

평소 이도준은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고 더구나 공개적으로 여자한테 굴욕을 줄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그의 행동은 평소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 붙자 이휘찬의 아버지 이재혁이 호통쳤다.

"체면 깎는 행동은 적당히 해! 얼른 와서 아버지한테 절이나 올려."

김하늘은 눈물을 닦는척 하며 이휘찬을 살짝 밀며 말했다.

"가 봐."

이휘찬은 그제야 마지 못해 정원을 떠났다.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느라 온 가족이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고, 밤이 깊어서야 조문객들이 모두 떠났다.

김하늘은 오늘 하루 종일 출세에 눈이 먼 야먕녀를 자처하며 온종일 분주히 움직이다 이제 겨우 물 한잔 마실 여유를 가졌다.

그때, 오예서가 다가오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섹스를 하는 걸 보면 당연히 휘찬이한테 이별을 통보 할 줄 알았더니, 정작 헤어질 용기는 없나봐? 이씨 가족들 앞에서 가식을 떠는 게 너무 대단하더라고. 역시 휘찬이의 돈과 권력은 차마 포기하지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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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올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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