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김이진은 얼굴을 굳힌 채 조수석 문을 열었다. 서이준을 쫓아 내려던 말은 전부 되 삼켜 버렸다.
서이준을 사랑하지 않는 그녀지만, 내연녀가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서 으스대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었다.
서이준과 단둘이 차에 있는 것이 어색할까 봐 걱정했지만, 그는 조수석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많이 피곤한 듯 보였다.
김이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흘깃 쳐다보았다.
'내연녀한테 정성을 다할 땐 언제고, 내 앞에서 피곤한 척은?'
김이진은 액셀을 세게 밟고 속도를 높였다.
서이준이 갑자기 눈을 뜨고 소리쳤다. "김이진, 운전 똑바로 해!"
김이진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방금 전에 사고 낸 게 누군지 잊었나 보네요?"
서이준이 발끈 하는 모습을 본 김이진은 하루 종일 쌓였던 화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달빛정원에 도착하자마자, 김이진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녀는 더 이상 서이준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김이진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눈앞이 캄캄해 지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쑥 나타난 한기가 김이진의 단잠을 깨웠다.
비몽사몽 중에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안아주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뜨거운 체온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어 한기를 몰아냈다.
신혼 때, 그녀가 고열에 시달린 적이 있다. 당시 서이준은 바로 이렇게 그녀를 품에 안고 재워 주었다.
잠결인 지라 그녀는 두사람의 사랑이 이미 끊났다는 걸 잊었고 습관적으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에게서 전해지는 온기로 한기를 몰아내고 싶었다.
"가만히 있어."
그녀의 귓불에 깃털처럼 가벼운 입맞춤이 닿았다. 이어 그의 입술 사이에서 뭔가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어, 딱딱한 무언가가 그녀의 허리춤에 닿았고 불편했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뒤에서 들려오는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큰 손이 그녀의 잠옷 아래로 파고들어 허리를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가더니,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김이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아랫배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신음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들은 서이준은 간신히 지켜오던 마지막 이성까지 완전히 잃었다. 그의 다른 손으로 그녀의 잠옷 허리춤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더니 물기가 새어 나오는 그곳을 탐색했다.
잠자리를 너무 오래 갖지 않았던 탓에 갑자기 들어 오는 손가락에 통증을 느낀 그녀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뒤늦게 눈을 뜬 그녀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급히 서이준을 밀어내고 침대 가장 자리까지 물러나 몸을 웅크린 채 스탠드를 켰다.
"어떻게 들어 온 거에요?"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고 얼굴에 남아있던 홍조는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서이준은 천천히 침대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헐렁한 잠옷 바지 아래로 솟아오른 작은 텐트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가 차갑게 비웃으며 반문했다. "여긴 내 집이야.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 설마 나른 놈이 기어 들어 오기를 기대했던 거야?"
서이준의 말에 모욕감을 느낀 김이진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녀는 평생 서이준 한 남자만 사랑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를 마치 아무 남자와도 잘 수 있는 여자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여태 강수빈과 살다가 뻔뻔하게 내 침대에 기어 올라 오다니!' 너무 역겨웠던 그녀는 분노하며 욕을 퍼부었다.
"내가 너인 줄 알아!? 더러운 새끼! 다 너 같은 줄 알아!?"
서이준은 김이진이 방금 전력으로 때렸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는 냉소를 지었다. "김이진. 내가 그렇게 싫은데 왜 나랑 결혼 했어?"
"결혼 전에는 네가 하도 다정하게 굴어서 그게 사랑인 줄 알았으니까! 결혼하자마자 바람피울 줄 알았으면, 죽어도 너랑 결혼 안 했어!"
"이런 생과부 같은 생활,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