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차라임 POV:

며칠 후, 나는 도원섭의 서재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급한 업무가 있었지만, 내 노트북은 고장이 나버린 상태였다. 그의 노트북을 켜자 익숙한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내가 사용하던 것과 똑같은 배경화면이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나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놓으려는 시늉을 했다.

메일을 확인하던 중, 우연히 그의 메일함에서 새로운 메일을 발견했다. 제목은 '교수님, 이번 주말 모임에 꼭 참석해주세요!'였다. 발신인은 병원 내 친목 모임의 총무였다. 나는 무심코 메일을 클릭했다. 본문에는 모임의 일시와 장소, 그리고 참석자 명단이 적혀 있었다. 참석자 명단을 훑어보던 내 눈에 려예솔의 이름이 들어왔다. 옆에는 '특별 초청'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내 손이 순간 덜덜 떨렸다. 그는 언제나 려예솔을 특별하게 대했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까지 함께할 줄은 몰랐다. 그는 나와의 결혼 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병원에서는 우리는 그저 선후배 관계일 뿐이었다. 하지만 려예솔은 달랐다. 그는 려예솔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 했다.

나는 메일을 닫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나를 철저히 숨기고, 려예솔을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그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했고, 려예솔은 그의 빛을 받으며 빛났다.

그때, 서재 문이 열리고 도원섭이 들어왔다. 그는 내 옆에 다가와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얼굴이 안 좋아 보이네요."

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걱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일이 좀 많아서요."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쉬엄쉬엄해요."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교수님, 혹시 이번 주말에 병원 모임에 가실 건가요?"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그의 망설임 속에서 묘한 죄책감을 읽었다. 그는 내가 그 모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듯했다.

"아... 네, 아마도요. 왜요?"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걱정의 기색이 없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나를 병원 모임에 데려갈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나를 아내로 소개할 생각조차 없었다.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저도 혹시 시간이 되면 참석할까 해서요."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떴다.

"아, 그래요? 음... 차 교수님은 바쁘시니까요. 굳이 참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내게 참석하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나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좀 바빠서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참석할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의 눈은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향했다. 나는 서재 문을 닫고 나왔다. 내 마음속에는 차가운 비수가 박힌 듯했다.

그날 밤, 도원섭은 병원 모임에 갔다. 나는 그의 SNS에서 올라온 사진들을 봤다. 그는 려예솔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려예솔을 자신의 옆에 세워두고, 그녀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부러워했고, 찬사를 보냈다. 그들의 완벽한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며칠 후, 엄규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다. 도원섭이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한 후, 한 달의 숙려 기간이 끝났다는 것이다. 나는 미련 없이 이 관계를 끝낼 것이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었다.

나는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내 옷, 내 책, 내 추억이 담긴 모든 물건들. 나는 그것들을 상자에 담았다. 그와 함께했던 3년의 결혼 생활은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악몽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다. 그는 여전히 내가 이혼 서류에 사인을 받아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 결혼반지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영상 편지가 담긴 USB를 함께 놓았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편지를 썼다.

'오빠, 그동안 고마웠어. 이제 나는 이 지옥 같은 관계에서 벗어날 거야. 그리고 오빠는 려예솔과 행복하게 살아. 나는 이제 더 이상 오빠의 아내가 아니야.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될 거야.'

나는 편지를 쓰고, 미련 없이 집을 나섰다. 내 발걸음은 가벼웠다.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그에게는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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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아내, 뒤늦은 남편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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