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윤반야 POV:
균재는 내가 갑각류 알레르기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잘' 알고 있었다.
4년 동안 만나면서 그는 항상 내 식단을 신경 써줬다.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내 알레르기 유무를 물었고, 나를 위해 새우가 들어가지 않은 특별한 요리를 주문해주곤 했다.
그의 세심한 배려는 나를 감동시켰고, 그의 사랑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내게 새우 요리를 전부 먹으라고 명령했다.
그는 내게 잔인하게 웃었다.
"내 사랑을 증명하려면 저 새우 요리를 전부 다 먹어. 그러면 네가 원하는 돈을 줄게."
이 남자는 내가 알던 차균재가 아니었다.
나는 낯선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동생의 수술비와 합의금이 필요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새우 요리로 손을 뻗었다.
나는 허겁지겁 새우를 입에 넣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입술은 이미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목구멍은 점점 조여오는 듯했다.
나는 숨쉬기 힘들어졌다.
위액이 역류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여동생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나는 새우를 먹고 또 먹었다.
몇 마리를 먹었는지, 어떤 종류의 새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먹는 내내 울었다.
눈물과 침과 구토물이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변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보듯 나를 둘러쌌다.
아무도 나를 돕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숨이 턱 막히는 순간, 나는 균재에게 겨우 말했다.
"이제... 이제 돈을 줄... 수... 있어요...?"
균재는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윤반야, 넌 다른 여자들과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너도 돈 밝히는 천박한 여자였어."
그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당장 저 여자를 끌어내!"
균재의 말에 보안 요원들이 다가왔다.
나는 쓰러졌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의식이 멀어지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어째서... 어째서 균재 씨는 날 믿지 않았을까?'
나는 숨쉬기조차 어려워졌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았고, 얼굴은 새빨개졌다.
다행히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겨줬다.
나는 병원 침대에서 눈을 떴다.
낯선 천장과 함께 링거가 꽂힌 내 팔을 발견했다.
내 옆에는 낯익은 얼굴의 의사가 앉아 있었다.
그는 여동생의 주치의였다.
나를 발견하고 안도했지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일어나자마자 또 이런 짓을 하면 어떡해요? 윤반야 씨, 제발 정신 차려요! 당신마저 쓰러지면 누가 동생을 돌봐요? 당신의 동생이 당신을 버린 게 아니야. 당신이 먼저 동생을 버린 거야."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의사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요.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돼요."
그는 잠시 후 병실을 나섰다.
나는 여동생에게 돈을 보냈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확인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내게 문자가 와 있었다.
채애정에게서 온 문자였다.
'윤반야 씨, 괜찮으세요? 걱정돼서 문자 보냈어요.'
나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나는 채애정을 찾아가야 했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채애정에게 향했다.
그녀는 근처의 고급 카페에서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나를 발견한 그녀는 싸늘하게 웃었다.
"윤반야 씨, 아직 안 죽었네?"
나는 그녀의 비아냥거림에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돈... 돈은 어디 있어요? 제발, 돈 좀 빌려주세요."
애정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돈? 돈은 있어. 하지만 조건이 있어."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게요. 제발요..."
"차균재 곁에서 영원히 사라져 줘."
애정은 내게 검은색 카드를 내밀었다.
"이건 제가 차균재 씨에게 받아서 당신에게 주는 거예요. 이걸로 병원비도 내고, 동생 수술비도 내. 그리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 줘."
나는 그녀의 말에 흔들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버려야 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동생의 생명이 걸린 일이었다.
내가 카드를 잡으려는 순간, 누군가 내 뒤에서 불쑥 나타나 카드를 낚아챘다.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차균재였다.
그는 분노에 찬 얼굴로 카드를 찢어버렸다.
'짝!'
카드 조각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는 균재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애정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녀는 균재에게 내가 돈 때문에 그를 떠나려 한다고 거짓말을 했던 거였다.
균재는 내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반야, 네 연기는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더 좋은 연극을 보여줬으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줬을 텐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닥에 흩어진 카드 조각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 조각을 주우려 했다.
하지만 균재가 내 주저앉은 내 손 앞으로 다가와 찢어진 카드를 발로 짓밟았다.
"돈을 밝히는 여자들은 정말 역겹다. 그게 네 본모습이었어?"
그는 내게 무자비하게 말했다.
"나는 너에게 단 한 푼도 줄 수 없어."
그는 채애정에게도 경고했다.
"다시는 저런 여자에게 돈 한 푼도 주지 마."
그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소리쳤다.
"누구든 윤반야를 돕는 사람은 나와 내 가문의 적이야."
균재는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본 후 수행원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나는 멍하니 바닥에 흩어진 카드 조각을 바라봤다.
찢어진 카드 조각처럼 내 심장도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했다.
나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 몸은 이미 한계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여동생의 주치의였다.
"윤반야 씨, 큰일 났어요! 동생분 상태가 위독해요. 빨리 병원으로 오셔야 해요!"
나는 힘없이 몸을 일으켰다.
저혈당 쇼크로 쓰러질 뻔했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주치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의 표정에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늦었습니다. 윤반야 씨의 여동생은… 돌아가셨습니다."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회차 3
윤반야 POV:
내 몸의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차가운 병원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치의가 황급히 나를 부축했다.
그의 위로의 말은 내 귓가에 닿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벽 한쪽만 응시했다.
'균재 씨... 균재 씨 때문에 내 동생이 죽었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나는 여동생의 말이 떠올랐다.
"언니, 재벌 3세랑 사귀는 거 너무 위험해. 언니 마음 다치지 않게 조심해. 언니는 너무 순진해서 사람 말 잘 믿잖아."
나는 그때 여동생의 말을 흘려들었다.
나는 균재를 믿었다.
그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버렸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를 믿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차균재,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오점이야. 너 때문에 내 동생이 죽었어.'
나는 여동생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동생아... 언니가 바보 같았어. 두 번 다시는 그 남자와 엮이지 않을게. 제발... 언니 좀 용서해 줘. 한 번만... 한 번만 눈을 떠봐. 제발..."
내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텅 빈 병실에 울려 퍼졌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여동생의 장례를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장례 절차를 진행하려면 모든 병원비를 완납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내 통장 잔고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병원 관계자에게 분할 납부를 할 수 없는지 물었다.
그는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때 주치의가 내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이걸로 먼저 결제하세요. 나중에 천천히 갚으시면 돼요."
나는 그의 도움을 거절했다.
그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있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주치의는 단호한 표정으로 내 손에 카드를 쥐여줬다.
"지금은 윤반야 씨가 힘들어할 때가 아니에요. 동생분 장례를 치르는 게 먼저입니다. 나중에 갚으시면 돼요."
그의 확고한 눈빛에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주치의는 심지어 여동생의 장지까지 직접 알아봐 줬다.
나는 그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주치의의 도움으로 여동생의 장례는 무사히 치러졌다.
나는 가족도 친구도 많지 않았기에 장례는 간소하게 진행됐다.
장례식 날, 하늘은 내 슬픔을 아는지 굵은 빗방울을 쏟아냈다.
나는 주치의와 함께 여동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차량은 빗속을 뚫고 장지로 향했다.
직원들은 익숙하게 내 동생의 유골함을 가지고 나갔다.
나는 동생의 유골함이 안치되는 것을 지켜봤다.
'동생아, 언니는 네가 결혼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나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주치의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반야 씨,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나는 멍하니 동생의 묘비를 응시했다.
"여기... 여기에 있을래요."
주치의는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요? 장지요?"
"네. 여기서 일할 거예요. 여기 관리사무소에서 직원을 구한다고 했어요."
나는 과거에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다.
균재를 만나고, 그와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여동생의 곁에 머물고 싶었다.
주치의는 잠시 침묵했다.
그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동생분이 가장 좋아할 일은 윤반야 씨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일 거예요."
장례식을 마치고 주치의는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요... 갈 곳이 없어요."
나는 균재와 함께 살던 아파트로 가자고 말했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균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파트 문을 열자마자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균재는 채애정과 포옹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균재는 황급히 애정을 밀쳐내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윤반야, 네가 왜 여기에... 아니, 이건 오해야!"
하지만 상황은 이미 그의 말을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균재는 이내 표정을 바꾸며 내게 소리쳤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당장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