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이렇게 큰일이 났으니, 이흥루의 포주가 직접 시위대를 대동하고 수색하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길세연은 그대로 뒤돌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인적이 없는 삼 층에 도착해 아무 방문이나 열고 들어갔다.
이방은 다른 방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진한 연지와 백분의 냄새도 없었고,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에 은은한 약초 향이 퍼졌다.
마음속의 의문이 점점 커질 때, 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길세연이 고개를 들자 핏기 가득한 두 눈에 고독한 늑대와도 같은 눈을 한 남자와 마주쳤고 순간 살기가 온몸을 엄습했다.
남자의 얼굴은 꽤나 잘생긴 편에 속했다. 뚜렷한 오관과 눈썹은 장인이 직접 정교하게 빚은 것 같았다. 그러나 창백한 그의 안색과 이마에 솟구친 핏줄, 그리고 핏대 선 눈은 정말이지 오싹해 날 지경이었다.
위험을 감지한 길세연이 몸을 버둥거리자 남자의 단단하고도 마른 몸이 그대로 그녀의 몸 위에 쓰러졌고, 커다란 두 손만이 그녀의 두 팔을 움켜잡고 있었다.
"공자... 그러니까 저는 일부러 공자의 처소에 쳐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잠깐 몸을 피하고자..."
그러나 두 눈 가득 빨간 막이 안개처럼 낀 남자는 아예 의식이 없는 듯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길세연의 어깨를 세게 물었고, 길세연은 고통에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피비린 냄새가 방에 가득 퍼졌고 길세연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이 남자는 정상이 아니었다!
입술을 꼭 깨문 그녀가 마음속으로 재수 없는 날이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침상 머리에서 자수바늘을 찾아냈다. 남자가 더욱 큰 힘으로 어깨를 물려 하자 자수바늘로 곧바로 남자의 혈 자리를 찾아 찔렀다.
광기를 일으킨 남자는 곧바로 눈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그제야 마음을 놓은 길세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자의 맥을 짚더니 미간을 깊게 찌푸리는 것이다.
남자는 정신을 억제하는 종류의 독에 중독되었고, 중독된 시간은 어림잡아 7, 8년이 넘은 것 같았다.
길세연은 쓰러진 남자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이곳은 조건이 제한되어 있으니 당장 해독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독이 몸에 더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은침으로 치료할 수밖에는.
반 시진 후.
길세연이 은침을 모두 뽑자 남자의 하얗게 질린 안색도 조금씩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종이에 처방전을 쓰고 남자의 머리맡에 두었다. 이곳을 피난처로 삼은 보상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길세연이 바깥 동태를 살피자 일 층과 이 층은 여전히 시위들이 지키고 있어 소란스럽기만 했지만, 삼 층은 조용했다.
이제 보니 남자의 신분도 보통은 아닌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그녀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열어 바깥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방은 거리와 면해 있었고, 뒤편은 한적한 골목길이었다.
길세연은 바로 침상에서 이불을 끌어당겨 한쪽을 침상 다리에 묶고 자리에서 가볍게 뜀박질하더니 그대로 이불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전생에 다양한 취미를 가진 자신에게 감사하면서 말이다. 복싱, 등반, 유도는 이미 수준급의 실력을 보유했다.
마침내 호랑이와 늑대 소굴에서 벗어난 길세연은 그 길로 약 점포로 향했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것도 모자라 남자가 어깨를 세게 물어 피까지 났으니 소독약과 진통제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큰 길에 있는 약 점포는 엄두도 내지 못한 그녀는 그저 골목 어귀에 있는 작은 약 점포에서 약초를 구매해 상처를 치료했다.
골목 어귀를 나서자마자 마대자루에 잡힐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다.
마대자루에서 나오자마자 눈을 가늘게 뜬 길세연은 익숙한 풍경을 둘러보며 화를 이기지 못해 욕설을 퍼부었다.
'또다시 기생집 후원에 잡혀 오다니. 왜 떨쳐내려 해도 떨쳐낼 수 없는지!'
"가시죠,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가운 목소리는 상의할 여지마저 없는 것 같았다.
"어서 날 풀어주지 못할까! 난 공부시랑의 아가씨다. 내 아버지가 이곳을 찾아왔을 때, 이곳 기생집뿐만 아니라 너희들의 미천한 목숨마저 지키지 못할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길세연은 그저 자신의 가문을 앞세워 위세를 부리며 상대에게 겁주려 했다.
회차 3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 옷으로 무장한 두 사내는 길세연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팔을 세게 움켜잡으며 반항할 여지조차 주지 않을 뿐이다.
길세연은 그대로 끌려 올라가기 시작했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상한 예감을 지우지 못했다.
익숙한 방문 앞에 멈춰 섰을 때, 길세연의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어떻게? 여긴 이상한 남자가 지내는 방 같은데?
마음속에 의문을 잔뜩 품고 있을 때 문이 활짝 열렸다. 팔선탁 앞에 검은 옷을 입고 우아한 자태로 앉아 있는 남자의 잘생긴 외양에 길세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해월성(海月城)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눈이 길세연을 담담하게 쳐다봤다.
처방전을 손에 쥔 그가 입을 열자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네가 쓴 것이냐?"
길세연은 마음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방 포주에게 잡혀 남자들의 환심을 사는 일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답했다. "네, 제가 적은 것입니다. 어제 공자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만약 제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침으로 독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공자는 아마 제명에 살지 못했을 겁니다."
눈을 가늘게 뜬 해월성의 눈언저리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독이라?"
오 년 전, 전장에서 치명상을 입고 깨어났을 때, 그는 가끔 병이 발작하면서 자기 통제를 할 수 없게 되어 사람을 다치게 했다. 의원은 그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이렇게 변했다고 답했다.
이후, 전국에 의술이 능하다는 의원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똑같았고 시간만 허비했다.
다친 머리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회복해야 하고, 언제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그가 독에 중독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길세연이 처음이었다.
길세연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설마 독에 중독된 줄 몰랐습니까?"
조금 고민에 잠긴 그녀가 문득 깨달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공자가 중독된 독은 세간에 보기 매우 드문 독입니다. 천 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섭혼화(攝魂花)는 사람의 정신을 이상하게 만드는 독이죠. 섭혼화를 먹은 사람은 처음에는 석 달에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키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해를 입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꽃의 독성이 오장육부에 침투해 발작을 일으키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죠. 어떤 때는 한 달에 두세 번 발작할 때도 있습니다. 독에 중독된 사람은 성격마저 완전히 변하게 되며 성질이 급해지고 나중에는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언제든 신경이 폭발하여 갑자기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을 들은 해월성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길세연이 말한 증상은 지금 그의 증상과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 여인의 능력이 사실이라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해월성의 곁에 선 현명(玄冥)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해독할 방법은 있습니까?"
이 세계에 환생한 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고 집에는 악독한 계모와 서매가 있어 지금 당장 그들 눈 밑에서 탈출하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이 남자를 이용해 도망치는 건 어떨까...
길세연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물론 해독할 방법이 있지만,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눈살을 깊게 찌푸린 해월성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졌다. "감히 나한테 조건을 제기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구나."
그러자 길세연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길세연의 대답에 해월성은 더욱 놀랐다. 작은 계집이 자신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이리 대담하다니.
"네가 내 비밀을 알았으니, 내가 너를 죽일까 두렵지 않느냐?"
길세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를 죽이면 공자를 위해 해독약을 만들 사람도 없겠죠. 그러면 공자도 머지않아 죽을 텐데, 저는 공자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해월성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세상에 의술에 능통한 자는 많고도 많지. 너 한 사람만 의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