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잠깐의 충격에서 벗어난 운여정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웠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목세곤은 일찍이 세상을 떠난 태자 목충현의 유일한 자식이다. 태자가 세상을 떠난 지 여섯 해가 되었지만, 황제가 다른 황자를 태자로 책봉하지 않았기에 황손의 신분은 여전히 존귀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황손 목세곤은 젊고 유능할 뿐만 아니라 무예도 뛰어나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성격이 차갑고 오만해,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려 하지 않았다.
운여정의 복수 상대에는 운선영과 후부 사람들 외에, 황실의 사람들도 몇 있었다.
황손 목세곤과 가까워진다면, 복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사람부터 구하기로 결심했다. "독에 중독된 것 같으니, 제가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세곤은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쉰 목소리로 차갑게 대꾸했다. "필요 없다."
그는 가차 없는 거절했다.
그러나 이미 그를 살리려고 마음을 먹은 이상 그의 거절은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목세곤이 미약뿐만 아니라 다른 독에도 중독되어 온몸에 힘이 빠져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기에 그가 무공으로 자신을 제압할 걱정을 덜었다.
운여정은 그의 대답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바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평소 산을 타고 약초를 캐며 힘을 키웠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몸집이 두 배나 되는 목세곤을 혼자의 힘으로 옮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살결이 닿았을 뿐인데 목세곤의 입술을 비집고 참기 힘든 신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 하얗게 질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난처한 기색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돌린 그가 숨을 급하게 몰아 쉬며 손길을 거부했다. "떨어져!"
미약에 중독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낯선 여자를 품에 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싸늘하게 식은 눈빛과 어색하게 돌린 얼굴에서 바로 그의 생각을 알아차린 운여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미약은 참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약을 풀지 않으면 한 시진이 지나기도 전에 근맥이 터질 것입니다.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긴장 푸십시오."
그녀의 수중에는 마땅한 해독제가 없었지만 시골에서 챙겨온 은침이 있었다.
침술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목세곤이 욕정을 억누르지 못하면 큰일이다.
연못에 빠진 그녀가 처소에 돌아오자마자 몸을 씻었기에, 목욕통에 남은 찬물은 그의 욕정을 잠시 억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보다 키가 훨씬 큰 목세곤은 몸 전체의 무게를 그녀에게 지탱했으며, 숨을 내쉴 때마다 뿜어내는 열기가 그녀의 잔버리를 건드려 간지러웠다.
비틀거리는 목세곤을 겨우 부축해 간신히 병풍을 피해 목욕통 옆으로 다가간 운여정은 눈을 꼭 감고 목세곤의 옷을 막무가내로 풀어 헤쳤다.
눈을 감은 그녀가 막무가내로 그의 몸을 건드리는 바람에 목세곤은 온 몸이 달아 올라 참기 힘들었고 마치 고문을 당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무례하구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전해지는 뚜렷한 떨림에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찌 감히..."
목세곤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말도 잇지 못했다.
"저도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빠른 손놀림으로 그의 장포를 벗긴 운여정이 허리띠를 풀며 말했다. "해독제가 없으니 은침으로 독을 빼내야 합니다. 옷을 입고 있으면 어떻게 침을 놓을 수 있겠습니까?"
옷을 완전히 벗기지 못하고 속곳만 남기고 나서야 그녀는 눈을 반쯤 뜨고 그를 목욕통에 밀어 넣었다.
그러나 목세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물에 빠지는 순간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 잡아당기는 것이다.
운여정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차가운 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의 손에 이끌려 목욕통에 빠지고 말았다.
온몸이 흠뻑 젖은 그녀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와중에도 그녀는 감히 눈을 뜰 수 없었다, 하여 손이 닿는 곳마다 그의 단단한 몸이 만져졌다.
목세곤의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던 열기가 차가운 물에 닿는 것과 동시에 정신이 맑아지자 다시 그녀의 손을 낚아채고 가장자리로 몰아붙였다. "움직이지 마."
운여정은 감히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 크지 않은 목욕통에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밀착되면서 얇은 옷 치마 사이로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허벅지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세곤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 나며 굳었던 몸이 통제를 벗어나 본능적으로 더 부드러운 살결을 헤집고 싶은 충동이 간절했다.
초점 없이 흐릿해진 두 눈과 미세하게 떨리는 몸을 살짝 아래로 숙인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당장이라도 가녀린 목에 닿을 것 같았다.
그는 온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았고 찬물에 겨우 차렸던 정신도 점점 욕망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때, 힘겹게 손을 빼낸 운여정은 손에 든 은침을 망설임 없이 그의 풍부혈에 꽂았다.
목세곤은 바로 자리에 얼어붙었고, 당장이라도 껴안을 것 같은 자세로 굳어 있는 두 사람의 호흡이 얽혔지만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문밖에서 점점 뚜렷하게 들리는 진어멈의 목소리가 긴장감으로 가득 찬 공기를 가로 질러 들려왔다.
"둘째 아가씨, 종놈들이 대청에서 일손을 돕고 있어 창고 열쇠를 찾지 못했습니다. 우선 아무 옷이나 입고 참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어멈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올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해진 운여정이 밖을 향해 소리쳤다. "알겠네. 내 바로 씻고 나갈 테니, 어멈은 밖에서 기다리게나."
운여정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느낀 진어멈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병풍 뒤의 사정을 알 수 없기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가씨, 조금 전에 씻지 않으셨습니까?"
"땀이 나서 다시 씻어야 하네." 운여정은 아무 핑계나 대고 다급하게 외쳤다. "바로 나갈 테니 기다리게나."
그녀가 후부에 돌아온 후, 목욕할 때 몸종의 시중을 받지 않았기에 진어멈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네, 노비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운여정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스치면서 전해지는 저릿한 감각에 목세곤의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새어 나왔다.
빠르게 그의 입을 틀어막은 운여정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한 시진 안에 돌아올 테니, 얌전히 기다리세요."
가녀린 손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감촉에 목세곤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운여정은 목욕통에서 나와 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러다 목세곤이 아직 자리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손수건으로 그의 눈을 가리며 매듭을 지었다.
시야가 가려지자 청각이 더욱 예민해진 목세곤은 옷이 바닥에 떨어지는 작은 소리에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행히 은침이 아직 혈 자리에 꽂혀 있어 충동을 막을 수 있었다.
운여정은 장롱에서 운선영이 버린 옷을 아무렇게나 챙겨 입고 문을 열고 나갔다.
목욕통 안에 있던 사람이 천천히 손을 들어 손수건을 아래로 벗어 던지는 모습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