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애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태오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 좋아. 이혼하고 나면, 너 받아주는 놈이랑 애든 뭐든 실컷 낳아.”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봐, 서아리. 네가 지금 부리는 이 성질… 너를 더 매력 없게 만들 뿐이야. 널 보면 구역질이 난다고.”
그의 말은 나를 베고, 나의 무력함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혼하고 싶다고? 좋아.”
그의 인내심이 마침내 끊어졌다.
“해줄게.”
그는 내 카운터에서 펜을 집어 들고 격렬한 몸짓으로 이혼 서류에 휘갈겨 서명했다. 그러고는 그 서류를 구겨 내 얼굴에 던졌다.
“자. 이제 행복해?”
그는 악의적인 기대로 눈을 빛내며 나를 지켜봤다. 내가 무너지고, 울고, 애원하기를 기대했다.
나는 침착하게 몸을 숙여 구겨진 서류를 주워 카운터 위에서 폈다. 내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 얼굴은 평온한 가면이었다.
나는 그를 올려다봤다. 내 눈은 차갑고 죽어 있었다.
“내 집에서 나가.”
그의 턱이 굳어졌다. 나의 무반응이 그를 격분시켰다. 그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잃었고,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후회하게 될 거야, 서아리.”
그가 낮은 신음 소리로 위협했다.
“넌 기어 돌아오게 될 거고, 그땐 내가 널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그의 손이 문고리에 닿았을 때, 내가 말했다.
“강태오.”
그는 멈춰 섰다. 의기양양한 표정이 얼굴에 번졌다. 내가 굴복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승리감과 연민이 뒤섞인 표정으로 돌아섰다.
“법원에 가서 공식적으로 마무리할 날짜를 정해야지.”
내 목소리는 완벽하게 평탄했다.
의기양양함은 사라지고, 순수한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른 말없이 문을 세게 닫고 나가버렸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내 휴대폰이 울렸다. 인스타그램 알림이었다. 윤세희가 피드를 업데이트했다.
그녀와 강태오가 그의 차 안에서 방금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그녀의 머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고, 그의 팔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캡션은 이랬다.
“어떤 사람들은 포기할 때를 정말 모르나 봐. 진정으로 날 사랑해주는 남자와 함께여서 너무 행복해. #신경안씀 #진정한사랑”
역겨움이 치밀었다. 이 여자, 강태오가 무기이자 변명으로 사용하는 이 한심한 생물. 나는 머릿속으로 그녀를 ‘망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단지 우울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드라마를 먹고사는 공허함 그 자체였다.
그때, 그녀에게서 개인 메시지가 팝업으로 떴다.
그녀의 목 사진이었다. 갓 생긴 듯한, 붉고 선명한 키스 마크로 뒤덮여 있었다.
두 번째 메시지가 뒤따랐다. “강태오 씨가 날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오늘 밤 엄청 거칠었어. 내일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것 같아. ;)”
그리고 또 하나. “괜찮아, 아리 씨? 그 슬픈 작은 아파트에 혼자 있을 당신이 너무 걱정돼.”
그 뻔뻔함이 거의 코미디 같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놀려 화면을 두드렸다.
“내 걱정은 말고. 네 걱정이나 해. 거식증은 심각한 병이야. 그렇게 깡마른 거 병원에 가봐야 할걸. 태오 씨가 ‘거친’ 밤을 보내다가 네 새 모이 같은 뼈를 부러뜨리지 않은 게 신기하네.”
전송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