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내 남편과 아들은 병적으로 나에게 집착했다.
끊임없이 다른 여자, 윤세라에게 관심을 쏟아부으며 내 사랑을 시험했다.
나의 질투와 비참함이, 그들에게는 나에 대한 헌신의 증거였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다.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 음악을 작곡했던 내 손이, 그 사고로 처참하게 으스러졌다.
하지만 남편 강태준과 아들 강시우는 윤세라의 가벼운 머리 부상을 먼저 챙겼고, 내 인생은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내가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고, 질투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조각상처럼, 평온한 가면을 쓴 얼굴로 침묵했다.
나의 침묵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잔인한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성대하게 열린 윤세라의 생일 파티에서, 나는 외딴 구석에 앉아 그들을 지켜봤다.
심지어 강태준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금 목걸이를 내 목에서 거칠게 뜯어내 윤세라에게 주었고, 그녀는 보란 듯이 그 목걸이를 구두굽으로 짓밟아 뭉갰다.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새장이었다.
나의 고통은 그들의 오락거리였고, 나의 희생은 그들의 트로피였다.
차가운 병원 침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며, 내가 수년간 키워온 사랑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시들어 재가 되었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만 남았다.
이제 끝이었다.
나는 그들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파멸시킬 것이다.
제1화
서혜진의 남편과 아들은 병적으로 그녀에게 집착했다.
그들의 애정 표현 방식은 기이했다.
IT 대기업 대표인 남편 강태준과 열 살배기 아들 강시우는 끊임없이 그녀의 사랑을 시험했다.
그들은 혜진에게 무관심한 척하며, 강태준의 회사 소속 젊고 야심 찬 임원인 윤세라에게 온갖 관심을 쏟아부었다.
그들은 서혜진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그녀의 질투, 그녀의 비참함.
그것이 바로 그녀가 자신들을 헌신적으로 사랑한다는 증거였다.
그들이 그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혜진은 그들의 병을 이해했다.
지난 몇 년간, 그녀는 언젠가 그들을 고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묵묵히 견뎌왔다.
자신의 사랑이 그들의 뒤틀린 애정 갈구 방식을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녀는 틀렸다.
잔인함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처음에는 약속을 취소하거나, 윤세라의 승진을 공개적으로 축하하면서 혜진의 생일을 ‘깜빡’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심해졌다.
결정적인 순간은 비 내리는 어느 화요일에 찾아왔다.
끔찍한 교통사고였다.
혜진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강태준과 강시우가 차에 타고 있었다.
조수석에는, 한때 혜진의 자리였던 그곳에 윤세라가 앉아 있었다.
신호를 위반한 트럭이 그들이 탄 차의 측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세상은 산산조각 난 유리와 날카로운 쇳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혜진이 정신을 차렸을 때, 몸의 오른쪽 감각이 없었다.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 음악을 탄생시켰던 그녀의 오른손이, 차 문에 끼인 채 처참하게 으스러져 있었다.
윤세라는 이마에 난 상처에서 피를 극적으로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한 대원이 혜진의 손을 보고, 이어서 윤세라의 머리를 살폈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 분 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부인.”
그가 혜진에게 말했다.
“손이 심하게 으스러졌습니다. 신경을 살리려면 즉시 전문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그는 강태준을 향해 돌아섰다.
“하지만 다른 젊은 여성분은 머리를 다쳤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응급실 의사는 더욱 직설적이었다.
“강태준 대표님, 이런 외상에 대비된 수술팀은 현재 하나뿐입니다. 아내분의 손은 복잡한 신경 미세 접합 수술이 필요합니다.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완전한 회복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윤세라 이사님은 뇌진탕과 깊은 열상이 있습니다. 심각하긴 하지만, 아내분만큼 시간이 촉박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는 강태준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었다.
강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아버지의 냉정한 표정을 그대로 빼닮은 작은 얼굴의 강시우가 앞으로 나섰다.
“세라 누나부터 도와주세요.”
의사는 충격받은 얼굴로 아이를 쳐다봤다.
강태준은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무언가—자랑스러움 같은 것?—가 스쳐 지나갔다.
강시우는 혜진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눈은 크고 진지했지만, 목소리에는 소름 끼치는 논리가 담겨 있었다.
“엄마는 우리를 가장 사랑하잖아요. 이해해 줄 거예요. 우리가 세라 누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보면, 엄마는 질투할 거고, 그건 우리를 더 사랑한다는 뜻이잖아요. 기다리는 거 괜찮을 거예요. 엄마는 항상 그랬으니까.”
그들의 뒤틀린 게임이, 살균 소독된 병원의 무자비한 불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강태준은 강시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조용한 승인이었다.
그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의사를 보며 말했다.
“제 아들 말 들으셨죠. 윤 이사부터 치료해 주십시오.”
혜진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남편. 그녀의 아들.
그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손의 물리적인 고통은, 가슴속에 뚫린 차가운 공허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
선언이었다.
그녀의 고통은 그들의 오락거리였고, 그녀의 희생은 그들의 트로피였다.
수술실로 실려가면서, 그녀는 강태준과 강시우가 윤세라의 침대 곁에 붙어 걱정스러운 표정을 연기하는 것을 보았다.
차가운 병원 침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며, 혜진은 자신이 수년간 키워온 사랑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시들어 재가 되었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만 남았다.
고통과 약물에 취한 희미한 의식 속에서, 선명하고 날카로운 결심이 굳어졌다.
이제 끝이었다.
나는 그들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파멸시킬 것이다.
몇 시간 후, 그녀는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의사의 얼굴은 침통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최선을 다했지만 지체된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영구적인 신경 손상이 심각합니다.”
그는 나머지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경력은 끝났다.
소리의 세계를 창조하고, 멜로디로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손은 이제 그냥 손일 뿐이었다.
마법은 사라졌다.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에 의해 잘려 나갔다.
병원에서의 며칠은 흐릿했다.
강태준과 강시우는 항상 윤세라를 데리고 병문안을 왔다.
그들은 가벼운 상처를 최대한 이용해 앓는 소리를 하는 윤세라에게 안절부절못하면서, 혜진에게는 눈길조차 거의 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를 지켜봤다.
눈물, 분노, 질투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혜진은 조각상처럼, 평온한 가면을 쓴 얼굴이었다.
그녀의 침묵은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였고,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퇴원하는 날, 변호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몇 년간 숨겨두었던 대포폰으로 병원에서 그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가 서류 폴더를 건네며 말했다.
그녀는 멀쩡한 왼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감옥처럼 느껴지는 저택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웃고 있는 강태준과 강시우, 윤세라를 지나쳤다.
그녀가 들어서자 그들은 조용해지며 그녀를 지켜봤지만, 그녀는 무시했다.
그녀는 강태준의 개인 서재로 직행했다.
절대 들어갈 수 없었던 방이었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습관을 알고 있었다.
열쇠는 책장에 꽂힌, 속이 파인 ‘손자병법’ 책 안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방은 그녀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어두운 색의 목재, 가죽, 거대한 책상.
하지만 책장 뒤에서, 그녀가 정말로 찾고 있던 것을 발견했다.
벽지에 희미하게 보이는 경계선.
그녀가 밀자, 숨겨진 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 방은 성소였다.
그녀를 위한.
모든 벽이 혜진의 사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 몰래 찍은 스냅 사진들이었다.
잠자는 혜진, 작곡하는 혜진, 우는 혜진.
그것은 스토커의 렌즈를 통해 기록된, 그와 함께한 그녀의 삶의 연대기였다.
선반 위에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나온 리본.
그녀가 한때 사용했던 깨진 찻잔.
그녀의 첫 콘서트 프로그램.
그것은 집착광의 수집품이었다.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첫 만남.
그는 너무나 멀고, 무관심해 보였다.
그녀는 그의 애정을 얻기 위해 몇 년 동안 그를 쫓아다녔고, 그의 차가운 소유욕을 말 없는 깊은 사랑으로 착각했다.
그녀는 받침대 위에 놓인 작은 잠긴 상자를 보았다.
강시우의 것이었다.
안에는 비슷한 ‘보물들’이 들어 있을 것을 그녀는 알았다.
그녀가 잠든 사이 잘라낸 머리카락 한 줌.
그녀가 잃어버린 펜.
그는 제 아비의 아들이었다.
오랫동안, 그녀는 이것이 단지 그들의 방식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왔다.
자신의 인내와 인고가 결국 이 병을 치유할 것이라고.
병원은 그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새장이었다.
차가운 결심을 하고, 그녀는 성소의 문을 열어둔 채 걸어 나왔다.
자신의 방으로 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옷이 아니라, 기억들을.
그녀는 웨딩 앨범을 집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액자에 담긴 그들의 사진을 가져와 하나씩 깨부쉈다.
그녀는 그들을 지우고 있었다.
나중에 강태준과 강시우, 윤세라가 집에 돌아왔다.
그들은 복도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를 지나쳐 갔다.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게임을 하고 있었다.
강시우는 그녀를 보고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세라 누나 저녁 먹고 갈 거예요. 우리의 특별한 손님이에요.”
그는 아버지를 쳐다봤고, 아버지는 혜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바탕 소동을 기대했다.
그들은 실망했다.
혜진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의 미소가 흔들렸다.
이건 대본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녀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모습은 그들을 불안하게 했다.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윤세라는 가구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태준 씨, 저 파란 소파는 저쪽이 훨씬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커튼은 너무 칙칙하네요.”
“세라 씨가 원하는 대로 해요.”
강태준이 혜진이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의 속을 긁으려 하고 있었다.
혜진은 그저 몸을 돌려 식당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집, 그녀의 공간에 대한 변화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었다.
윤세라는 승리감과 불안감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당신은 의견 없어요, 서혜진 씨?”
강태준이 그녀 대신 대답했다.
“그녀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저녁 식사는 잔인함의 공연이었다.
강태준과 강시우는 윤세라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고, 그녀의 의미 없는 수다를 칭찬하며, 혜진을 식탁의 유령처럼 취급했다.
혜진은 기계적으로 식사했다.
그녀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때, 스테이크 한 조각이 목에 걸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는 컥컥거리며 손을 목으로 가져갔다.
순간, 강태준과 강시우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강태준이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야!”
윤세라가 포크를 떨어뜨리며 소리쳤다.
“손가락 벤 것 같아요!”
그녀는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상처에서 피 한 방울이 맺히는 손을 들어 보였다.
주문이 풀렸다.
강태준과 강시우의 관심은 다시 그들의 게임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순간적인 진심 어린 걱정은 사라지고, 계산된 잔인함이라는 익숙한 대본으로 대체되었다.
강태준은 윤세라의 곁으로 달려갔다.
“괜찮아요? 어디 봐요.”
강시우는 구급상자를 가지러 달려갔다.
혜진은 숨이 막혀 시야가 흐려지고 있는데, 그들은 종이에 베인 상처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격렬한 기침이 그녀의 몸을 뒤흔들었고, 그녀는 하얀 식탁보 위에 피를 뱉었다.
그리고는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쓰러졌다.
어둠이 덮치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연극적인 짜증이 섞인 강태준의 목소리였다.
“저것 좀 봐. 관심받으려고 별짓을 다 하는군.”
그녀는 바닥에서 깨어났다.
입안에는 피의 금속 맛이 맴돌았다.
집은 조용했다.
그들은 그녀를 거기에 버려두고 갔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쑤셨다.
그녀는 깨끗한 식탁보 위의 핏자국을 바라보았다.
방으로 다시 들어오는 강태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문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쇼 한번 거창하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심하긴.”
혜진이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물론 부인했다.
“우린 세라 씨가 걱정됐어. 당신은 그냥 드라마를 찍고 있었던 거고.”
혜진은 논쟁하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언제쯤 그만둘 거야?”
그녀가 유령의 숨결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게임은 언제 끝나?”
회차 2
강태준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혼란의 빛이 스쳤다.
“무슨 게임, 혜진?”
그가 연기를 계속하기 전에, 거실에서 윤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준 씨, 이리 좀 와봐요. 손가락이 아직도 욱신거려요.”
강태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려 바닥에 쓰러진 혜진을 남겨두고 걸어갔다.
그 후 며칠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강태준과 강시우는 끊임없이 윤세라에게 집착적인 관심을 보였다.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잔인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관객은 더 이상 보고 있지 않았다.
혜진은 그것에 무감각해졌다.
그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고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얼음 같은 평온함만 남았다.
그들의 노력의 정점은 윤세라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 파티였다.
강태준은 저택에서 도시의 상류층 인사 백여 명을 초대해 호화로운 행사를 열었다.
공기 중에는 속삭임이 떠다녔다.
“저것 좀 봐, 완전히 빠졌네.”
“그냥 회사 임원이라는데, 여왕처럼 대하잖아.”
“강 대표가 서혜진 씨한테 저렇게 하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혜진은 모든 것을 들었다.
그녀는 외딴 구석에 앉아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러니했다.
그들은 질투를 통해 그녀의 사랑을 증명하려 애썼지만, 그들이 한 짓은 그 사랑을 더 빨리 죽이는 것뿐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만약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무기였고, 그녀는 그 표적이 되는 것에 지쳤다.
윤세라는 강태준과 강시우를 양옆에 끼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강태준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체인에 매달린 열쇠를 건네며 최신형 스포츠카를 선물했다.
강시우는 특별 제작한 목걸이를 주었다.
그들은 축하하면서도, 그들의 노력을 입증해 줄 반응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혜진이 있는 구석을 힐끔거렸다.
그들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혜진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미동도 없는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강태준의 턱이 굳어졌다.
강시우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를 자극하는 데 실패하자 그들의 승리는 빛이 바랬다.
윤세라는 그들의 관심이 식는 것을 느끼고,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혜진에게 거들먹거리며 다가갔다.
“자, 서혜진 씨? 생일 축하한다고 말 안 해줄 거예요? 내 선물은 어디 있어요?”
“당신 줄 선물은 없어요.”
혜진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세라의 얼굴이 능숙한 삐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어머. 내가 여기 있는 게 아직도 불만인가 보네요.”
그녀의 눈이 혜진을 훑다가, 그녀의 목에 걸린 소박한 금 목걸이에 멈췄다.
그것은 혜진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주신 유품이었다.
“예쁘네요.”
윤세라의 목소리에 탐욕이 뚝뚝 묻어났다.
“이걸 내 선물로 받을게요.”
혜진의 손이 본능적으로 목걸이로 향했다.
“안 돼.”
“너무 이기적으로 굴지 말아요, 서혜진 씨.”
윤세라가 그녀를 따라온 강태준을 향해 칭얼거렸다.
“태준 씨, 이 사람이 나한테 선물을 안 줘요.”
강태준의 얼굴은 차가운 가면 같았다.
“혜진, 그거 줘.”
“어머니 유품이에요.”
그날 밤 처음으로 혜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머니가 남기신 전부라고요.”
강시우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작은 얼굴은 아버지의 잔인함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그냥 쇳조각이잖아요, 엄마. 너무 쪼잔하게 굴지 마세요. 세라 누나가 마음에 들어 하잖아요.”
“그냥 쇇조각이 아니야!”
혜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대체할 수 없는 거라고!”
강태준의 인내심이 끊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목에서 목걸이를 거칠게 뜯어냈다.
체인이 그녀의 피부를 긁어 벌겋고 쓰라린 자국을 남겼다.
“그런 거 백 개라도 사줄게.”
그가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못 사줘요!”
혜진이 마침내 무너지며 울부짖었다.
“우리 엄마를 대신할 순 없다고요!”
순간, 강태준은 망설였다.
목걸이를 쥔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지나갔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그녀가 무너지는 것을 보려는 욕구가 더 강했다.
그는 몸을 돌려 의기양양한 윤세라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자, 생일 축하해.”
강시우가 박수를 쳤다.
“거봐요, 엄마. 아빠는 세라 누나를 더 사랑해요.”
혜진은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장이 산산조각 났다.
이건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이것은 순수하고, 가감 없는 잔인함이었다.
“이제 행복해?”
그녀가 속삭였다.
“이게 당신들이 원했던 거야?”
윤세라는 목걸이를 감상하다가, ‘실수로’ 손에서 놓쳤다.
목걸이는 대리석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어머나.”
그녀는 가짜로 놀란 숨을 내쉬더니, 보란 듯이 스틸레토 힐로 목걸이를 짓밟았다.
부드러운 금이 역겨운 소리를 내며 뭉개졌고, 안에 있던 혜진 어머니의 작은 사진이 찢어졌다.
시간이 멈췄다.
혜진은 어머니와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부서진 조각들을 쳐다보았다.
목이 메인 흐느낌이 그녀의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잔해를 그러모으려 했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강태준이 그녀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냥 목걸이일 뿐이야. 소란 피우지 마.”
그녀는 윤세라를 밀쳐냈다.
“일부러 그랬잖아.”
손안의 부서진 금속 조각이 손바닥을 더 깊이 파고들어 피가 흘렀다.
육체적 고통은 영혼의 고통에 비하면 희미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강태준은 쇠 같은 힘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윤 이사한테 사과해. 당장.”
회차 3
혜진은 그에게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논쟁할 의지가 사라졌다.
그녀는 피 흘리는 손에 으스러진 금 조각과 찢어진 사진을 쥔 채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화장대 위에 잔해를 펼쳐놓고 다시 맞춰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녀의 결혼 생활처럼.
그녀의 가족처럼.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녀는 부서진 조각들을 비단 손수건에 조심스럽게 쌌다.
장인을 찾아가 고쳐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어리석은 희망이었지만, 그것이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윤세라였다.
그녀는 문틀에 기댄 채 의기양양하고 승리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사람은 절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알죠?”
윤세라가 낮은 조롱조로 말했다.
“그와 시우는 당신이 상처받는 걸 보는 걸 사랑해요. 그게 그들이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유일한 것이니까.”
“그들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바보야.”
혜진이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은 그냥 도구일 뿐이야. 쓰고 버려질.”
윤세라가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그가 사용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곧, 당신은 완전히 그림자 밖으로 밀려날 거예요. 그냥 떠나는 게 어때요? 모두를 편하게 해줘요.”
혜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가 떠나려고 일어서자, 윤세라가 길을 막았다.
“어디 가려고요?”
“내 길에서 비켜.”
혜진의 목소리가 위험할 정도로 낮아졌다.
그녀는 밀치고 지나가려 했지만, 윤세라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혜진은 의도했던 것보다 더 세게 그녀를 밀쳐냈다.
윤세라는 균형을 잃고, 연극적인 충격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뒤로 넘어지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고, 웅장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충돌음이 조용한 저택에 울려 퍼졌다.
몇 초 후, 강태준과 강시우가 계단 아래로 달려왔다.
“세라 씨!”
강태준이 그녀를 품에 안고 외쳤다.
윤세라는 이미 흐느끼고 있었다.
“저 사람이 날 밀었어요! 서혜진 씨가 날 계단에서 밀었다고요! 자기가… 자기가 나를 당신과 시우 곁에 못 오게 할 거라고 했어요.”
강태준은 계단 위 혜진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화나 있지 않았다.
실망하지도 않았다.
찰나의 순간, 혜진은 다시 그것을 보았다—어둡고 소유욕에 찬 희열의 섬광.
그녀의 질투, 그녀의 ‘폭력성’, 그것이 바로 그가 원했던 증거였다.
그는 재빨리 그것을 감추고, 차가운 분노의 가면을 썼다.
“차에 태워. 병원으로 간다.”
그는 나타난 두 명의 경호원에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저 여자는,”
그가 혜진을 향해 고갯짓하며 말했다.
“결과에 대한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혜진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당신이 윤 이사를 계단에서 밀었잖아.”
강태준의 목소리가 소름 끼치게 차분했다.
“당신도 똑같이 경험하는 게 공평하지.”
그는 미쳤다.
그들 모두 미쳤다.
“아니! 난 밀지 않았어! 저 여자 거짓말하는 거야!”
혜진은 경호원들이 다가오자 뒷걸음질 치며 비명을 질렀다.
“세라 누나는 거짓말 안 해.”
강시우가 아버지 옆에 서서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그냥 질투하는 거야. 이건 우리가 행복해지는 걸 허락할 만큼 우리를 사랑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벌이야.”
경호원들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싸우고, 발로 차고, 비명을 질렀다.
“너희들은 악마야! 모두 다! 후회하게 될 거야!”
그녀는 절망에 찬 목소리로 악을 썼다.
그들은 그녀를 계단 꼭대기로 끌고 갔다.
잠시, 그녀의 눈이 강태준과 마주쳤다.
그는 희미하고 무서운 미소를 입가에 띤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를 놓았다.
세상이 뒤집혔다.
대리석 계단에 부딪히면서 온몸에 고통이 폭발했다.
역겨운 뼈 부러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시야가 흐려지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강태준과 강시우였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엄마 엄청 아파 보여, 아빠.”
강시우가 불안한 종류의 행복감에 찬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엄마가 우리를 정말, 정말 사랑한다는 뜻이야.”
강태준의 낮은 웃음소리가 어둠이 그녀를 삼키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그녀의 심장은 단지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
찢겨 나가고, 갈기갈기 찢기고, 땅에 짓밟혔다.
모든 것이 게임이었다.
그녀의 고통은 그들의 상이었다.
그녀는 익숙하고 살균된 감옥인 병원 침대에서 깨어났다.
몸의 모든 부분이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간호사가 그녀의 링거를 확인하고 있었다.
“깨어나셨네요.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남편분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몰라요. 밤새 여기 계셨어요.”
혜진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그는 훌륭한 배우였다.
천재적인.
“방금 막 깨어나시는 것 보고 잠깐 나가셨어요.”
간호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말했다.
“다른 젊은 여성분 좀 보고 오신다고요. 정말 다정한 분이세요.”
혜진은 쓴웃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고통스러운 기침으로 터져 나왔다.
물론 그는 떠났겠지.
공연은 끝났다.
관객이 깨어났으니까.
그녀는 간호사가 그를 부르는 것을 거부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윤세라와 함께하며, 그 가면극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병원에서 며칠을 홀로 회복하며 보냈다.
육체적 고통은 엄청났지만, 감정적 공허함은 더 심했다.
퇴원할 때, 이번에는 이혼 합의서를 들고 변호사가 다시 와 있었다.
그녀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서명했다.
남아있는 신경 손상으로 손이 떨렸지만,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다.
병원 로비에서, 그녀는 그들을 보았다.
강태준, 강시우, 그리고 윤세라.
행복한 가족처럼 보였다.
윤세라의 팔에는 순전히 장식용인 깁스가 채워져 있었다.
혜진은 서명된 서류를 손에 꽉 쥐고, 심호흡을 한 뒤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강태준에게 폴더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