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서지우 POV:

하준이는 내 품에서 잠들 때까지 울었다.

아이의 작은 몸은 파편처럼 나를 관통하는 떨리는 흐느낌으로 들썩였다.

나는 아이를 꼭 껴안고 새로운 삶을, 우리를 이미 기다리고 사랑하는 할아버지에 대한 약속을 속삭였다.

“근데… 아빠는 이제 나 안 사랑해?”

아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작고 부서진 목소리로 흐느꼈다.

“엄마만 나 사랑해?”

“아니야, 우리 아가.”

나 역시 눈물이 아이의 머리카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널 사랑해. 서 할아버지가 널 얼마나 만나고 싶어 하시는데. 넌 왕자님이 될 거야.”

“지금 갈 수 있어?”

아이가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할아버지 보러 갈 수 있어?”

아이는 주머니 속 나무 늑대를 꼭 쥔 채 망설였다.

강태준이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근데… 아빠 떠나기 싫어.”

심장이 부서졌다.

나는 목구멍에 걸린 덩어리를 삼키고 억지로 강한 척했다.

“알아, 아가. 하지만 아빠랑 아빠 엄마는…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원하지 않아. 그들은 네가 그를 ‘태준 삼촌’이라고 부르길 원해. 그렇게 할 수 있겠니?”

아이는 충격으로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천천히, 아이의 손에서 나무 늑대가 풀렸다.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아니.”

아이가 속삭였다.

그리고 절박한 애원이 이어졌다.

“엄마, 제발 기다려주면 안 돼? 내 생일까지만. 어쩌면… 어쩌면 아빠가 올지도 몰라. 아주 잠깐이라도. 그러고 나면 갈게. 약속해.”

아이는 방금 자신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남자에게서 마지막 기억 한 조각, 마지막 사랑의 부스러기를 구걸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알았어, 우리 아가.”

나는 아이의 눈물 젖은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기다리자.”

하지만 강태준은 오지 않았다.

하준이의 생일이 되었고, 다섯 개의 초가 꽂힌 케이크는 식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작은 집 안의 침묵은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나는 마침내 폭발했다.

휴대폰을 잡고 그의 번호를 눌렀다. 손이 분노로 떨렸다.

“약속했잖아.”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쏘아붙였다.

“애가 다섯 살이야, 강태준. 하루 종일 창가에 앉아서 당신만 기다렸어. 어떻게 애한테 이럴 수가 있어?”

수화기 너머는 한동안 조용했다.

그리고, 딸깍.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준이는 불 꺼진 촛불을 내려다보았다.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괜찮아, 엄마. 바쁘신가 봐.”

아이는 작고 떨리는 미소를 억지로 지어 보였다.

“태준 삼촌은 아주 중요한 분이시니까.”

‘삼촌’이라는 단어가 물리적인 타격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백만 조각으로 부서졌다.

나는 강태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소리치고 분노하며 그가 망가뜨린 것을 고쳐놓으라고 요구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문자 메시지가 화면을 밝혔다.

그에게서 온 것이었다.

<본가로 와. 하준이한테 줄 서프라이즈가 있어.>

나는 휴대폰을 하준이에게 보여주었다.

아이의 눈에 작은 희망의 불꽃이 일었다.

“기억하셨어! 엄마, 내 생일 기억하셨대! 큰 빨간 트럭 사주셨을까?”

또 다른 문자가 왔다.

<파티도 준비해 놨어. 서둘러.>

하준이는 황홀해하며 나를 문 쪽으로 끌었다.

조금 전의 상심은 잊은 듯했다.

아이는 오는 내내 다섯 살배기의 희망과 꿈을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하지만 연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방은 풍선과 장식으로 채워져 있지 않았다.

수백 송이의 장미와, 샴페인을 마시는 우아하게 차려입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아이의 생일 파티가 아니었다.

약혼 파티였다.

하준이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는 거대한 다층 케이크 옆에 서 있는 강태준을 보고는 순수한 기쁨으로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그에게 달려갔다.

“아빠!”

갑자기 조용해진 방 안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케이크 자르려고 저 기다리신 거예요?”

강태준은 우리를 보고는 진심으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우 씨? 하준아? 여긴 어떻게 왔어요?”

그는 맞춤 턱시도를 입고 있었고, 최유라는 반짝이는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채 그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

손님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하준이와 강태준 사이를 오갔다.

“저 애가… 아들인가?”

“자식 없다고 들었는데.”

강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하준이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잔인하고 무시하는 몸짓이었다.

“누구보고 아빠라는 거니?”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는 하준이를 밀쳤다. 세게는 아니었지만, 내 작은 아들이 비틀거리며 윤이 나는 바닥에 넘어질 정도였다.

하준이는 두려움과 혼란으로 커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달려가 아이를 품에 안았다.

“가자.”

“벌써 가려고?”

최유라의 목소리는 달콤한 독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우리 앞을 가로막으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파티는 이제 시작인데. 와주길 정말 바랐거든.”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강태준의 번호로 보낸 문자들을 보여주었다.

“하준이가 고아가 된 걸 제대로 축하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녀는 강태준의 옆에 몸을 바싹 붙였다.

“말해줘요, 자기. 이 길 잃은 아이가 당신과 아무 상관없다고 모두에게 말해줘요.”

강태준은 나를 보았다. 그의 눈은 내가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은 이해를 구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최유라를, 영향력 있는 손님들을, 그가 거의 손에 넣은 제국을 보았다.

그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내 아들은 길 잃은 아이가 아니에요.”

나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리고 이 아이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죠. 당신 따위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분.”

나는 떠나려고 몸을 돌렸지만, 최유라가 내 팔을 잡았다.

“어디서 감히!”

그녀가 소리쳤고, 이내 그녀의 손이 날아와 내 뺨을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거짓말하고 이 집안을 모욕해! 너랑 네 사생아 자식이랑!”

그녀는 의로운 분노의 가면을 쓴 채 군중을 향해 돌아섰다.

“저 여자가 모든 걸 망치려고 해요! 끌어내요!”

박 여사의 친척들이 증오로 뒤틀린 얼굴을 하고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 밀치고 떠밀었다.

주먹이 내 배를 강타해 숨이 막혔다.

나는 하준이를 감싸 안고 몸을 웅크렸다. 등과 머리로 쏟아지는 구타를 막으려 애썼다.

고통의 안갯속에서 나는 강태준을 보았다.

그는 공포와 우유부단함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몇 년 전 그가 내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해 내가 빚졌다고 느꼈던 그 빚.

이자로 쳐서, 완전히 갚았다.

갑자기, 작고 절박한 목소리가 혼란을 뚫고 나왔다.

하준이가 내 품에서 빠져나와 강태준의 발치에 몸을 던졌다.

작은 손으로 그의 바지 자락을 붙잡았다.

“제발요.”

아이는 어떤 아이도 알아서는 안 될 고통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흐느꼈다.

“제발요, 아저씨. 저 사람들 좀 말려주세요. 우리 엄마 때리지 마세요.”

아저씨.

아빠가 아니라, 아저씨.

세상이 멈췄다.

구타가 멈췄다.

강태준은 잿빛 얼굴로, 온몸을 떨며 하준이를 내려다보았다.

“뭐… 뭐라고 불렀니?”

하준이는 눈물을 흘리며 올려다보았지만, 그 시선은 흔들림 없이, 기이할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이제 갈게요, 아저씨. 더는 폐 끼치지 않을게요.”

아이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나를 부축했다.

작고 부서진 소년이 상처투성이인 엄마를 이끌고, 손을 잡고, 우리는 그 연회장을 걸어 나왔다.

방 안의 모든 눈이 우리를 지켜보는 가운데.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강태준에게서 온 문자였다.

<집에 가, 지우야. 하준이 데리고. 오늘 밤에 갈게. 우리가 해결할게.>

하준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을 흘끗 보았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엄마.”

아이가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 할아버지가 우리 보고 싶어 하셔?”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내가 속삭였다.

“그럼 지금 가자.”

그날 밤, 나는 벽난로에 불을 지폈다.

모든 것을 태웠다.

모든 사진, 모든 편지, 작은 나무 늑대까지.

이곳에서의 우리 삶의 마지막 기억이 재로 변할 때, 나는 하준이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문을 나섰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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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에이프릴 메이오가 아닌 상속녀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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