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백어멈의 목덜미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백어멈은 두려움에 잔뜩 질린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듯한 이화린을 쳐다 보았다.
"이 년이… 아, 아니, 둘째 부인! 이 늙은이가 후부인님을 모셔오기 싫은 게 아니라, 오늘 후부에 귀한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주인님들께서 모두 앞마당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계십니다… 둘째 부인께서 이 늙은이를 놓아주신다면, 제가 반드시 후부인님 앞에 가서 둘째 부인님의 좋은 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신지요?"
이화린 얼굴의 비웃음이 더욱 짙게 번졌다. "놓아 달라고? 다시 날 죽이겠다고 덤비도록 말이냐? 후부에 귀한 손님들이 왔단 말이지? 아주 잘됐구나. 내 이 일을 크게 키워 경성의 귀인들이 모두 공친후부의 역겨운 속내를 전부 보게 만들 것이다."
후부 앞마당 화청에서는 손님들과 주인들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친후부는 역사가 긴 오래된 고관대작 가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공친후부는 내리막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돈에 눈이 멀어 상인의 딸을 후부에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백어멈 그 늙은 여편네는 왜 아직 소식이 없는 게야?"
후부의 부인 조씨는 오늘따라 더욱 화려하게 단장했다. 금실로 수를 놓은 금빛 찬란한 예복을 입고 하늘거리며 걷는 그녀는 청춘을 잃은 지 오래 되었지만 결혼한 여자다운 성숙한 매력을 풍겨냈다.
"부인님, 안심하십시오. 백어멈은 평소에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런 사소한 일은 필시 문제 없이 처리할 겁니다. 걱정하지 미시지요. 지금은 큰 도련님의 승진 연회를 잘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난어멈의 말에 기분이 한껏 좋아져 자지러지게 웃는 조씨의 눈가에는 만족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그때, 화청에서 놀란 비명이 들려왔다.
"어머나! 후부 뒷마당 쪽에서 불이 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들려 온 비명 소리에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이 모두 화청에서 나와 불이 난 곳을 쳐다봤다.
조씨와 공친후 송중서도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불길이 점점 세게 번지기 시작하는 걸 본 송중서는 연회를 계속 열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하인들에게 어서 불을 끄라고 지시했다.
난어멈의 부축을 받은 조씨는 불이 난 방향을 쳐다보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저기는… 그 천한 것의 처소 아니더냐? 얼른 가보자!"
불이 난 곳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하객들도 있는 반면 겁에 질려 안절부절 못하는 하객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 젊은 남자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상석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는 불이 난 곳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입가에 번진 미소와는 달리 눈빛은 더욱 차갑게 점점 차갑게 식어 갔다.
"아주 적절한 때에 불이 났군. 진풍아,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자꾸나."
진풍이라 불린 남자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도독(都督)님, 폐하께서 이미 이씨 가문이 적과 내통했다는 죄명을 확정지으셨기에 대세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 시점에 만약 도독께서 계속 이 사건을 조사한다는 사실을 폐하께서 알게 되신다면 필시 불쾌해하실 것입니다."
남자가 고개를 들어 진풍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언제 규칙대로만 일을 처리했더냐? 황상 백부님께서 물으시거든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넌 어서 가거라. 송씨 가문 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고. 현재 우리에게 남은 단서는 이것뿐이다."
주인이 고집을 부리자 진풍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후부의 서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남자는 손에 든 찻잔을 매만지며 조심스레 마음 깊숙이 묻어 두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빨간 그림자...
과거, 목숨을 구원 받았던 그 은혜는 이제 값을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