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콜록콜록."
주민아가 언급했던 병든 아버지는 문틀을 붙잡고 힘겹게 밖으로 나왔다.
"너… 서윤이니?"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주서윤은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혈육의 힘 일까?'
"네, 맞아요."
긍정의 대답을 들은 주현호는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돌아와 줘서 고맙다… 내 소중한 딸, 돌아와 줘서 정말 다행이야…"
혼란을 틈타 방에 들어 갔던, 주서윤의 어머니는 낡은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서윤아, 이걸 보렴. 다 너를 위해 준비한 거란다…"
주서윤이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상자 안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색이 바랜 분홍색 공주 드레스, 손으로 직접 짠 스웨터 몇 벌, 그리고 유행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것 같은 머리핀 몇 개가 있었다.
주경훈은 눈시울을 붉히며 옆에서 나지막이 설명했다. "서윤아, 이건 아빠 엄마랑 우리가 네가 납치된 후에 매년 네 생일마다 준비한 선물들이야."
"네가 5살일 때부터 준비한 선물인데, 하나도 빠짐없이 다 모아놨어."
"이제야 드디어 네 손에 직접 전해줄 수 있게 됐네."
주서윤은 천천히 손을 뻗어 분홍색 공주 드레스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천의 거친 촉감이 그녀의 마음속 가장 단단한 곳을 건드렸다.
그랬다.
사실 그녀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가 아니었다.
가족들은 여전히 잊지 않고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서윤아… 콜록콜록! 서윤아, 우리 딸."
주현호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허리를 숙이더니 피를 토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서윤아… 아빠는 죽기 전에… 널 다시 볼 수 있어서, 후회가 없어…"
"아빠!" 주경훈은 휘청거리는 아버지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제가 구급차 부를게요! 아빠, 조금만 버티세요! 우리 가족 아직 다 같이 모이지도 못했어요! 큰 형이랑 작은 형도 아직 안 돌아왔는데!"
주서윤은 손을 뻗어 바닥에 튄 피를 살짝 찍어 코끝에 가져대고 조심스레 냄새를 맡았다.
'전갈독이 틀림 없어!'
수십 년에 달하는 잠복 기간을 가지고 있는 만성 독약으로 발병하면 사흘 안에 신선도 구할 수 없다.
주현호의 상태를 보아,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이 분명했다.
대체 누가,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가면서 이렇게 악랄한 수단으로 주씨 가문을 해하려 하는 걸까?
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서윤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그녀는 주현호를 바닥에 눕히고 허리춤에서 수술용 메스를 꺼내 들었다.
"서윤아! 너, 너 뭐 하는 거야!" 주경훈은 본능적으로 막으려 했다.
"구하려는 거에요. 절 믿으세요. 아빠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니까요."
어렵게 찾은 가족을 눈앞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주서윤은 무릎을 꿇고 메스로 주현호의 가슴팍 옷을 정확하게 잘라냈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손에서 번개처럼 움직였고 모든 급소를 피해 정확하고 빠르게 피부와 조직을 절개했다. 그러자 이미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진 심장이 드러났다.
이어서 그녀는 빠르게 은침을 심장 주변의 몇 군데 중요한 혈자리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즉시 검은 피가 솟아 나왔다.
독혈이 빠져나가자 주현호의 호흡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서윤은 은침과 메스를 거두고 주현호를 품에 안아 들고 곧장 가장 깨끗한 침실로 향했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주경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죽은 사람을 살린 건가?!'
'경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전문가들도 아버지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서윤이가... 20년 만에 만난 여동생 서윤이가, 작은 칼 하나로 아버지를 살려내다니! 대체... 정체가 뭘까?'
"서윤아, 너…" 주경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 정말 대단하다."
주서윤은 주현호를 편안하게 눕히고 나서 약간 피곤이 묻어 나는 눈빛으로 주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셋째 오빠, 저 좀 쉬어야겠어요."
"아, 알았어!" 주경훈은 황급히 그녀를 정성껏 꾸며진 침실로 데려갔다. "서윤아, 여기가 네 방이야. 우리가 항상 너를 위해 남겨두고 매일 청소했어."
"어서 쉬어. 나는… 이 좋은 소식을 큰형과 작은형한테 알려야겠어! 소식을 들으면 분명 미치도록 기뻐할 거야."
주서윤은 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손짓했다. "엄마, 이리 와요, 저랑 같이 자요!"
한편. A시 최고급 프라이빗 클럽 룸 안.
어두운 구석에 앉아 있는 김이준은 온몸으로 살벌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옷을 시원하게 입은 여자가 용기를 내어 다가왔다. "김 도련님, 혼자 계시면 너무 외롭잖아요. 제가 같이 마셔드릴까요?"
"꺼져."
그의 친구 시우진이 놀리듯이 말했다. "이준아, 여자한테 좀 부드럽게 대할 수는 없어? 설마 그 얼굴도 못 본 약혼녀, 주서윤 때문에 순결을 지키려는 건 아니지?"
주서윤이라는 이름을 들은 김이준은 짜증이 치밀었다.
"내일 바로 파혼할 거야."
시우진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정말 파혼할 생각이야? 김 어르신한테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내 결혼은 아버지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김이준은 소파에 기대앉아 무의식적으로 심장 부위를 문질렀다.
그곳에는 희미한 흉터가 하나 있었다.
3년 전, C국 국경에서 그는 원수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여러 발의 총을 맞았고 이대로 폐허가 된 창고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식이 희미해질 무렵, 한 여자가 메스를 들고 그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원해 주었다.
당시, 그는 온 힘을 다해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3년 동안 그는 김씨 가문의 모든 세력을 동원하여 C국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를 구하고 그의 마음을 훔쳐 간 여자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주씨 가문과의 혼약...
반드시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의 여자는 오직 그녀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