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강미연 선생님이 이곳에 왔다는 소식이 벌써 새어나갔나 봐요." 김정민이 순진무구한 표정에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도 강미연 선생님의 학생이 되고 싶은 걸까요? 강미연 선생님은 언니가 우리 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모르니, 우리 두 사람 모두 그 분의 학생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김정민이 하는 말을 들은 황진영의 안색이 확연히 굳어져 있었다.

강예교가 강미연을 먼저 만날까 봐 두려웠던 황진영이 그녀 앞길을 막으려 했으나, 그녀가 호텔에서 제일 비싼 방인 에메랄드 방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 모습에 황진영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지들이 왜 에메랄드 방으로 들어가는 걸까?

김정민도 적지 않게 놀란 얼굴로 물었다. "엄마 저 방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아니잖아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소식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언니를 도와주는 친구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제 딴은 친구는 무슨!" 황진영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가난함을 참지 못했던 강예교가 돈도 많고 나이도 많은 남자를 유혹해 지위를 높이려는 걸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김씨 가문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역겨웠지만, 그녀를 신경 쓸 시간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황진영이 다급하게 강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해요. 급한 일이 생겨 오늘은 안 될 것 같네요." 황진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미연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오더니 통화가 끝났다.

들떴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은 김정민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김진웅은 그런 김정민을 품에 꼭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정민아, 더 좋은 기회가 생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다른 방법도 많으니까."

통화를 마친 강미연은 휴대폰을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오빠인 강철호가 잃어버린 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모임을 연 것이다.

강미연의 곁에 우아한 자태로 앉은 강아름이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언니는 가족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눈에 띄는 외모와 정교한 메이크업에 고급 원피스를 입은 강아름은 재벌 집 아가씨 기세를 온몸으로 풍겼지만, 찌푸려진 미간 사이로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 풍겨났다.

강미연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양부모가 잘 대해줬다고 했으니 어려움 없이 지냈을 거야."

강아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희도 언니를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게 좋겠어요."

강미연은 대견한 눈빛으로 강아름을 바라보더니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아름은 강씨 가문에 입양된 아이였다. 강예교가 강씨 가문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도 거부감이 없어 보였고, 언니에게 모든 사랑을 빼앗길까 봐 걱정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단아한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슬청의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은 줄곧 방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것을 본 강아름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드디어 방문이 열리고 나타난 운전기사가 빠르게 옆으로 몸을 비켰다.

뒤이어 강아름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들어왔다. 수수한 차림에도 화려한 얼굴은 감춰지지 않았다. 차분한 표정은 이슬청과 너무 닮아 있어 한눈에 봐도 이슬청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광경에 강아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이슬청은 더 이상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내 딸." 강예교를 품에 안은 그녀는 감정에 북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뜨거운 환대에 어찌할 바를 몰라 자리에 멍하니 선 강예교는 천천히 손을 들어 이슬청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녀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처음 느껴보는 따스한 감정이 서서히 피어 올랐다.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예교 놀라겠어. 일단 자리에 앉자고." 뒤이어 강철호가 이슬청을 달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슬청은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으려고 애를 쓰며 강예교 옆에 꼭 붙어 앉았다. "예교야, 너를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구나. 우리가 미안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는... 잘 지냈어요. 괜찮아요." 이슬청의 두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강예교의 손등에 떨어지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심 어린 모습에 감동한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슬청을 위로했다. "어머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렇게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잖아요."

'어머니'라는 호칭에 이슬청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사랑하는 내 딸. 그동안 못해준 것들도 모두 보상해주마."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은 강철호가 열망 가득한 눈빛으로 강예교를 바라봤다. 뜨거운 시선에 강예교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 아버지."

"그래. 우리 딸." 보기 드물게 환한 미소를 지은 강철호의 얼굴에 행복감이 그대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 가족을 소개할게. 여긴 네 고모 강미연이야."

강미연은 강예교를 위아래로 훑으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고, 김예교는 공손하게 허리까지 굽혀 인사했다.

다음은, 강아름.

강아름은 먼저 강예교에게 말을 걸며 밝게 웃어 보였다. "언니가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저도 이제 언니가 생겼다고 사람들한테 자랑할 수 있겠네요!"

이슬청이 주저하는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아름은 네 아빠 절친의 딸이야. 아름이 어렸을 때, 두 사람은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우리가 불쌍하게 여기고 키워줬단다. 만약 네가 불편하다면..."

"저는 괜찮아요." 강예교는 이슬청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리고 위로 오빠가 세 명 있는데, 지금 집에 없으니 천천히 소개해 줄게." 강예교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본 이슬청은 마음이 따스해 나는 것을 느끼며 환하게 웃었다.

강철호가 휴대폰을 강예교에게 내밀며 말했다. "예교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연락처 교환부터 하는 게 좋겠어."

이슬청도 빠르게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엄마 휴대폰에도 찍어줘."

강예교가 두 사람의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자, 곧바로 메시지 알림이 두 개 도착했다. 강철호와 이슬청이 동시에 그녀의 계좌에 20억 원씩 입금했다는 알림이었다.

강철호는 싱긋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빠가 너에게 주는 용돈이다. 모자라면 언제든지 말해."

이슬청도 뒤질세라 입을 열었다. "엄마가 널 위해 방을 꾸미고 옷장을 가득 채워났어. 집에 돌아가면 하나씩 입어 봐."

강예교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환대가 낯설었지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싫지 않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강아름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방금 만난 강예교에게 용돈이라며 20억을 준 것이다. 한 달 용돈이 고작 2000만 원밖에 되지 않는 그녀와 확연히 비교되었다.

자신은 입양아이고, 강예교는 친딸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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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이다, 내 눈을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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