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창공 대륙, 비락 지경.
깊은 밤, 차가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반용곡의 벼랑 끝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에 나무에 몸을 숨긴 새와 들짐승들이 놀라 푸드득거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악——!"
아랫배에 칼이 찔린 가녀린 소녀가 바닥에 엎드려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다. 날카로운 검이 세 뼘이나 박힌 걸 보니 가망은 없는 것 같았다.
"심옥주..."
안색이 하얗게 질린 소녀는 머리에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 왜 날 죽이는 거야..."
입 꼬리가 차갑게 비틀려 올라간 심옥주가 월계의 머리를 세게 짓밟았다. "천한 년이, 제대로 엎드려야지."
"쌍영근이면 또 뭐 어떠하냐? 지금 이리 내 발 아래 처참하게 밟혀져 있는데 말이다."
"수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아 주제에, 감히 고언 오라버니의 환심을 사려고 망상했던 것이냐? 자기 주제도 모르는 것!"
월계가 입술을 꼭 깨물자 빨간 선혈이 입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며, 온몸에 통증이 퍼져나갔다.
그녀는 심옥주를 제일 친한 벗이라고 여긴 것도 모자라 굳게 믿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제일 친한 벗이라는 자가 지금 그녀를 무참하게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검으로 그녀의 영근을 파괴하기까지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밀려오는 후회스러움에 월계는 손가락으로 바닥에 뚜렷한 핏자국을 남겼다. 그 모습은 진저리가 날 정도로 참혹했다.
허리를 굽힌 심옥주가 월계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켜잡더니 예쁘장한 얼굴의 핏자국을 보고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월계야, 이제 지옥에 가야지."
"네까짓 게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독고언 오라버니와 퇴혼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옥에서 나와 독고언 오라버니의 행복을 빌어주거라."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 가는 월계는 눈을 제대로 뜰 힘마저 없었다. "너..."
"팍!"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옥주는 월계를 절벽 아래로 밀어 던졌다.
월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본 심옥주는 절벽 가장자리에 서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눈엣가시 같은 월계를 제거했으니, 천재라는 명성과 독고언 오라버니는 모두 그녀의 것이 될 것이다.
흥분된다! 짜릿하다! 심옥주의 두 눈에는 피의 광기가 가득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소녀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우웅——
붉은색이 감도는 금빛 한 줄기가 소녀의 가슴에서 새어 나오더니 그녀의 몸을 감싸자, 검에 깊숙이 박힌 상처와 곳곳에 난 상처들이 그 빛에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커억!"
눈이 부시게 찬란했던 빛이 사라지자, 죽을 줄로만 알았던 월계가 번쩍 눈을 뜨는 것이다!
여긴... 어디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월계가 경계 가득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낯선 기억이 밀물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환생한 것이다!
25세기 최고의 암살자 월계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동료의 간특한 음모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영혼이 다른 세계 같은 이름을 가진 소녀의 몸에 들어와 환생하게 된 것이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월계가 기억을 더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이 흰 안개가 가득 낀 연못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끝없이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공기가 조금 특별한 것 같았다. 약초의 향기일까?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주위를 엄습해 오는 강한 기류의 힘에 그녀는 몸이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 나더니 몸이 무언가에 흡입되어 공중으로 치솟으며 다시 연못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곧바로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목을 있는 힘껏 옥죄이는 것이다.
"누가 널 보냈느냐?"
뼛속까지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을 움켜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월계는 숨도 못 쉴 정도로 세게 옥죄인 목과 엄습해오는 살기에 놀라 상대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눈앞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월계의 눈앞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보다 어두운 머리카락은 반쯤 젖은 상태로 어깨에 축축하게 늘어뜨려 있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반신과 반대로 목에는 검붉은 빛을 발하는 구슬이 걸려 있었다.
남자는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꽃이 달빛을 감싼 듯 아련하면서도 잘난 용모를 가졌다. 그러나 칼날보다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를 응시하며, 온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풍겨왔다.
정신을 차린 월계가 있는 힘껏 다리를 들어 남자의 배를 걷어찼다.
날카로운 눈이 살짝 가늘어지더니 연무혁은 몸을 살짝 비틀며 월계의 발길질을 피했다.
찰나의 순간, 월계는 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고 빠르게 뭍으로 올라갔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월계는 잊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손가락 끝으로 나뭇잎을 매끄럽게 매만진 다음 연무혁이 있는 방향으로 내던졌다.
팔랑이는 나뭇잎이 그녀의 손에서 날카로운 암기로 변하더니 연무혁의 가슴을 향해 무참히 찌르는 것이다.
상대의 목숨을 겨냥하려면, 어떤 기회도 놓쳐서는 안 된다.
감히 내 목을 건드려? 가만두지 않겠어!
회차 2
"보잘것없는 재주로군."
연무혁의 차가운 콧방귀와 함께 그를 향해 날아온 나뭇잎들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기운에 힘없이 부서졌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자,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눈을 가늘게 뜬 그가 목을 어루만지자, 상처 치료용으로 목에 걸어두었던 화염주(火焰珠)가 방금 어린 소녀에게 빼앗겨 간 것이다.
화염주는 그가 많은 힘을 들여 찾아낸 약인으로 창공 대륙에서 극히 보기 드문 구슬이었다.
설령 나중에 새 화염주를 찾더라도, 그가 입은 상처는 이미 마혼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쳤을 것이다.
손바닥에는 소녀의 섬세한 피부 감촉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했다.
영리하고 교활했던 눈빛 또한 연무혁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지 못했다.
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 계집이로구나.
"주인님. 수하가 늦었습니다. 벌하여 주십시오."
매서운 바람과 함께 나타난 두 그림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머리까지 숙였다.
연못에서 몸을 일으킨 연무혁이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맨몸에 검은색의 비단 두루마기가 걸쳐졌고, 머리카락에 매달린 물방울 또한 순식간에 증발했다.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쥔 그가 먼 곳을 내다보며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책임을 소홀히 했으니,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지. 폭풍의 눈과 극한 지대에서 하나 고르거라."
공손한 자세로 그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는 백열과 무흔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폭풍의 눈과 극한 지대는 황천 지경의 양대 지옥이었다. 혹여 발을 잘못 들이면 목숨이 아홉 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수하 주인님께 꼭 하고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수하가 하는 말을 들으신 후에, 수하의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 고개를 더욱 아래로 떨군 백열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말하거라."
백열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수하 반용곡에 곧 신수가 출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신수의 수단(兽丹)으로 주인님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연무혁의 까만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새로운 신수라?"
"맞습니다. 신수의 출현으로 기운이 폭발하고 천지가 흔들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인간 세력이 신수를 차지하기 위해 반용곡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수하 인간 세력이 신수를 차지하기 전에 먼저 반용곡으로 가서 신수의 수단을 캐내겠습니다."
연무혁의 머릿속에 방금 전까지 그의 앞에 있던 소녀가 떠올랐다.
과연 그 인간 소녀도 신수를 찾으러 갔을까?
만약 인간 소녀가 지금 반용곡에 향하고 있다면, 그는 먼저 신수의 수단을 캐낸 다음 인간 소녀를 잡아 가루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뺏긴 화염주의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남자의 입 꼬리가 아주 살짝 비틀려 올라가는 것 같더니 까만 눈동자에 보랏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 신수, 내가 직접 찾을 것이다."
"주인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백열과 무흔은 깜짝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나 주인님의 상처는..."
"상처가 조금 나았으니 무탈할 것이다." 연무혁이 말을 이어 했다. "두 사람은 한명의 행방을 계속 추적하거라."
"죽을죄는 면했으나 살아 있는 죄는 면할 수 없다. 이번 일을 끝낸 후, 두 사람은 따로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백열과 무흔은 남몰래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님이 더 이상 두 사람의 죄를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은혜였으니.
그 시각, 월계는 자신이 누군가의 눈 밖에 난 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울창한 숲 속을 한참이나 내달린 그녀는 주위에 다른 사람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아 혼란스러운 기억을 정리했다.
몸 주인의 기억에 따르면 이 세계는 창공 대륙이라 불리며, 비락 지경과 황천 지경으로 나뉜다.
그녀가 지금 있는 곳은 비락 지경 내에 있는 반용곡이었다.
비락 지경 내에도 많은 국가와 세력이 존재했다. 몸 주인은 그중 한 대국인 리안국 전신부의 작은 아가씨였다.
이 세계 사람들은 강한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고, 영기를 수련하는 것을 평생 수행의 길로 삼았다. 영기는 아랫배의 영근에서 피어 나오고, 영기와 영근은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련자들은 단영근을 갖고 있으며, 평생 한 가지 속성의 영기만 수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의 주인은 보기 드물게 쌍영근을 갖고 있었다.
몸 주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2세에 2급 영사, 13세에 3급 영사로 진급하여 1년 동안 한 단계씩 갱신하는 놀라운 속도를 자랑했다.
3급 영사로 진급한 후, 몸 주인은 더 이상 영기를 응집할 수 없게 되었고, 한때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사던 천재에서 일순간 질타와 수모를 당하는 쓸모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일찍이 정해졌던 혼사마저 이런 이유 때문에 정혼자 독고언에게 파혼을 당하고 말았다.
심옥주는 리안국 심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몸 주인의 둘도 없는 벗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심옥주의 초대를 받은 몸 주인은 반용곡에 가서 영기를 되살릴 수 있는 신기한 약초를 찾으러 떠났다.
그러나 영기를 되살리는 약초를 찾기는커녕 제일 신뢰했던 벗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 것이다.
영근을 도려낸 것도 모자라 절벽 아래로 밀어뜨리기까지 했으니.
그렇게 몸 주인은 큰 원한을 가슴에 품고 죽었고, 그녀의 영혼이 이 몸에 들어와 환생하게 되었다.
회차 3
월계는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꼭 감고 엉망진창이 된 머릿속의 기억을 정리했다.
잠시 후, 그녀가 가슴을 두드리며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하늘이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너의 원망과 원한을 기꺼이 품고 복수해 주마."
공기 중에 이상한 기체가 움직이는 것 같더니 월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서히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월계는 바닥에 구슬 목걸이가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끈에 꿰어져 있는 구슬은 밤하늘 아래에서도 매끄럽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잠긴 월계는 조금 전 자욱한 안개 틈 사이로 엿본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기억에 박힐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었다.
혹 손목을 비틀 때 실수로 낚아챈 건 아니겠지?
"아니야, 지금 돌아가면 내 목을 비탈아 죽일지도 몰라. 구슬은 내 목을 조른 대가라고 치자."
아직도 조여오는 목을 어루만진 월계는 냉소를 머금더니 구슬을 매단 끈을 끊어버렸다.
줄이 끊어지는 순간, 구슬에서 새어 나오는 눈부신 빛에 월계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았다.
허공에 덩그러니 떠 있는 구슬이 그녀가 반응할 새도 없이 빠르게 그녀의 몸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아랫배에서부터 올라오는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몸 안에서 꿈틀대는 것 같더니 온몸에 신비로운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몇 초 후, 다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월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으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구슬은 어떻게 그녀와 물아일체가 될 수 있었던 걸까?
"쿠웅——!"
멀리서 갑자기 강렬한 영기가 폭발하는 것 같더니 땅이 진동하는 것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월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봤다. 누군가 결투를 벌이고 있는 걸까?
혹 연못에서 만났던 그 신비로운 남자일까?
이제 구슬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 몸에 흡수되었으니, 남자는 그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숲 속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지금의 그녀는 영기를 모을 수 없다. 경솔한 움직임은 죽음을 부를 뿐,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 했다.
월계가 빠르게 떠나려 할 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앞으로 몇 발짝 더 내딛자 보이지 않는 힘은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더 강한 힘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잠시 고민에 잠긴 월계는 떠나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를 이끄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숲을 지나자 월계는 자신을 이끄는 힘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자 월계는 빠르게 큰 나무 위에 올라가 무성한 나뭇잎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한 무리의 수련자들이 경계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귀한 비단에 화려하게 수까지 놓은 두루마기를 입은 젊은 남자가 있었고, 그의 곁에는 연한 노란색 비단 치마를 입은 소녀가 있었다.
두 사람을 발견한 월계의 시선이 단번에 서늘해졌다.
독고언, 리안국 호국 대장군 독고중산의 독자이자 몸 주인의 정혼자였다.
그의 곁에 있는 여자는 바로 몸 주인의 친한 벗이자 영근을 후벼 판 심옥주였다!
"고언 오라버니, 이곳에 신수가 출몰한다는 소식이 정말입니까?" 심옥주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독고언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 덜된 수련자가 터뜨린 헛소문은 아닐까요?"
독고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기운의 폭동이 심한 것을 보니 헛소문은 아닌 것 같고, 신수가 출현할 것 같다. 겁이라도 먹은 것이냐?"
심옥주는 일부러 강한 척 연기하더니 독고언의 팔을 끌어안고 방긋 웃으며 답했다. "두렵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오라버니를 도울 것입니다."
독고언은 부드러운 손짓으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너는 네 몸만 잘 지키면 된다. 이번에 수하들을 많이 데려왔으니 신수는 우리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월계와 함께하지 못해 조금 아쉬울 따름입니다... 듣건대 반용곡에 영기를 되살릴 수 있는 신기한 약초가 있다고 합니다. 만약 월계가 약초를 먹으면 다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고개를 아래로 떨군 심옥주가 살짝 흐느끼며 말했다.
독고언의 미간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그년의 이름은 왜 입에 올리는 것이냐? 재수가 없으려니! 월계가 수련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온 리안국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러니 영기를 다시 모을 수도, 천재라는 명성을 되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심옥주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라도 들은 듯 아무도 모르게 입 꼬리를 올렸다.
'월계야, 지옥에서 듣고 있니? 독고언 오라버니는 네가 재수 없는 년이라고 하는구나. 재수가 없는 너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아.'
한 무리의 사람들은 나무 위에 사람이 숨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떠났다.
월계는 독고언과 심옥주의 대화를 듣고 냉소를 참지 못했다.
이제 보니 이 반용곡에 신수가 곧 출현할 예정이라고 한다지.
조금 전 들었던 결투 소리와, 독고언의 무리. 심지어 신비로운 남자도 신수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올지도 모른다.
그녀의 발목을 잡은 힘에 영성이 넘치는 것을 보니 어쩌면 신수의 부름일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그럴듯한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멀어져 가는 독고언과 심옥주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월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심옥주! 독고언!
빌어먹을 것들이 감히 신수를 얻으려는 망상에 취해 있어?
날 이렇게 만들었으니 절대 신수를 갖지 못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