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정린지 POV:

다음 날, 부검 결과가 나왔다. 나는 훈우 씨 옆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회의실에서, 보고서의 내용은 내 영혼을 다시 한번 산산조각 냈다.

"피해자는 20대 후반 여성으로 추정됩니다. 몸에는 심한 폭행 흔적이 있었으며, 사망 원인은 폭발물에 의한 장기 손상입니다." 감식반 요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훈우 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보고서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피해자는 임신 2개월이었습니다."

그 말이 회의실에 울려 퍼지자마자, 모든 사람의 움직임이 멎었다. 적막이 흘렀다. 임신? 나는 내 영혼의 몸을 내려다봤다. 배가 납작했다. 나는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내 뱃속에 아이가 있었다니. 너무나 작고, 너무나 짧았던 생명. 죄책감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내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나 때문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두 개의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감식반 요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훈우 씨는 한숨을 쉬었다. "안타깝군. 범인은 반드시 잡아야겠어. 두 생명을 앗아간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범죄에 대한 직업적인 분노일 뿐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나를 위한 정의를 외치고 있었다. 그는 영웅이 되고 싶어 했다. 영웅의 가면 뒤에 숨겨진 그의 무관심이 나를 죽음으로 이끌었을 뿐이라는 사실은 영원히 알지 못할 터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훈우 씨는 준석과 함께 건물 뒤뜰로 나갔다. 준석은 훈우 씨에게 담배를 권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장님, 정린지 씨한테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팀장님 많이 좋아했지 않습니까."

훈우 씨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준석아, 네가 뭘 몰라서 그래. 그 여자, 내가 좀만 신경 써주면 아주 기어 올라온다니까. 다음번엔 아예 죽었다고 거짓말할 걸? 그때는 내가 뭘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비수를 꽂는 그의 말에 몸서리쳤다. 그는 내 죽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후회? 죄책감?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을까?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 끔찍한 구속에서 벗어나 평온하게 쉬고 싶었다. 하지만 내 영혼은 여전히 그의 곁에 묶여 있었다.

준석은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런데 실종자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직 연락 온 곳은 없습니까?"

"아니. 실종자 명단을 추려봤는데, 조건에 맞는 사람이 거의 없어." 훈우 씨가 한숨을 쉬었다. "다른 폭발물 제조자들도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아. 이대로는 진전이 없어."

그때 훈우 씨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백희란의 이름이 떠 있었다. 훈우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에게는 보인 적 없는 따뜻한 미소였다.

"희란아, 무슨 일이야?" 훈우 씨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

"오빠, 언제 와? 나 혼자 무서워." 희란이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렸다.

"응? 무슨 일인데? 오빠 지금 일하는 중이라 좀 바빠." 훈우 씨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치이, 오빠는 맨날 일이야. 나 저번에 오빠가 잡아갔던 그 방화범 때문에 너무 무서워서 잠도 못 잤잖아. 오빠가 항상 내 옆에 있어줬는데..." 희란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오빠가 빨리 끝내고 갈게. 이번 주말에 오빠랑 같이 여행 갈까? 네가 가고 싶어 했던 제주도 어때?" 훈우 씨는 희란이를 달랬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정말? 오빠 최고! 근데 오빠, 그 사건은 어떻게 됐어? 뉴스에서 엄청 떠들던데..." 희란이 물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폭발 사건인데, 걱정할 거 없어. 희란이 너 놀랄까 봐 오빠가 자세히 말 안 해주는 거야." 훈우 씨는 희란이를 감싸 안듯 말했다. 그는 나에게는 온갖 짜증을 냈으면서도, 희란이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보호하려 들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나에게는 그렇게 차갑게 대하면서, 희란이에게는 왜 그렇게 극진한지. 나는 그의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희란이를 지켜주려 애썼지만, 나는 죽음 앞에서조차 외면당했다.

훈우 씨는 전화를 끊고 다시 수사에 몰두했다. 밤늦도록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모든 실마리가 끊긴 듯했다. 결국 준석이 제안했다. "팀장님, 아무래도 피해자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제보가 필요할 것 같아요."

훈우 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어."

준석은 곧바로 방송국에 연락했고, 다음 날 아침 뉴스에는 훼손된 시신의 일부와 함께 실종자 제보 요청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나와 비슷한 체격,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 실종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밤늦게, 훈우 씨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모르는 번호였다. 나는 그의 옆에 바싹 붙어 그 전화를 지켜봤다.

"여보세요." 훈우 씨가 피곤한 목소리로 받았다.

"거기 경찰서 맞습니까? 혹시 저희 딸 정린지를 찾고 계신 겁니까? 제가 뉴스에서 본 사진이랑 저희 딸이랑 너무 비슷해서요..." 휴대폰 너머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목소리였다.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엄마였다. 엄마가 드디어 나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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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아내가 지켜보는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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