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한 여자가 캐리어를 들고 A시의 한 기차역을 나섰다.

내리쬐는 햇볕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불그스름해졌다. 그녀는 캐리어를 끌며 한 쪽 손으로 흘러 내리는 긴 곱슬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아치형 눈썹 아래로 반짝이는 예쁜 눈, 높지는 않지만 반듯한 코, 붉은 입술이 아름다웠다.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수수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권여정 씨 맞으시죠? 원 사장님 지시를 받고 모시러 왔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를 따라 차에 탔다. 긴 여행으로 많이 피곤해 보였다.

운전하는 동안 기사는 백미러로 그녀가 뒷좌석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원제욱의 약혼녀였다.

원제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온 도시의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다. 겨우 21살에 원 씨 그룹 사장직에 오르면서 또래보다 훨씬 빠르게 앞서갔다. 그는 냉철한 성격에 수완이 좋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업계에서는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편 원 회장은 손자를 위해 오래 전부터 손자 며느리를 마련해 두었다. 놀라운 것은, 그 손자 며느리라는 사람은 명문대가의 따님이 아니라 시골에서 올라온 권여정이었다.

순수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운전기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부잣집 며느리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 고생을 할 게 뻔했다.

그때 소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차분한 표정으로 창 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도시풍경을 바라보았다.

차는 곧 목적지에 도착했고 운전기사는 그녀의 짐을 대신 들어주었다.

그녀가 집안에 발을 내딛자마자 세련된 차림의 여성이 나타나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아줌마!"

"네, 사모님."

아줌마는 다짜고짜 권여정에게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사모님이라고 불린 이 여성은 원제욱의 어머니인 백청아였다.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명령했다. "머리랑 신발에도 뿌려요."

권여정의 몸은 이내 소독제로 잔뜩 뒤덮였다. 화학 약품 냄새에 코가 아파왔다. 그녀는 코를 막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하시는 거죠?"

백청아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시골에서 올라왔다지만 그래도 예의는 있을 줄 알았지. 딱 보니까 정말 촌스럽고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얘.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이 집에 사절이란다. 혹시 네 몸에 묻어있을지도 모르잖니? 이해하렴."

할아버지와 했던 약속만 아니었다면 권여정은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어머님 입에도 소독제를 잔뜩 뿌려야겠네요! 입 냄새가 정말 심하시거든요!"

권여정은 아줌마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어머, 얘 좀 봐라??" 백청아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손까지 떨며 성을 냈다. 옆에 서 있던 아줌마는 급히 백청아의 화를 달래기 시작했다.

거실에는 권여정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브랜드란 브랜드는 다 몸에 걸치고 얼굴에는 본 모습을 알아볼 수 없도록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권여정이 하인이라도 되는 듯한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다. 원제욱의 사촌인 원민주였다.

"어머, 언니가 우리 사촌오빠 약혼자, 권여정 맞죠?" 원민주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참 취향도 별나다니까. 왜 언니 같은 사람을 골랐을까요? 그나저나 여기까지 버스에 기차에 여러 번 갈아타고 왔다면서요? 미리 말해줬으면 대신 비행기 티켓이라도 사줬을 텐데요. 아 맞다. 시골에는 공항이 없죠?"

그녀의 무례한 말에 권여정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대체 이 가족들은 왜 하나같이 다 이 모양일까?

그녀가 살던 곳에 공항이 없는 건 사실이었지만 친할아버지께서는 A시로 가는 버스와 열차를 모두 통째로 예약해 주셨다. 비행기 일등석에 탄 것보다 더 편안하게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을 그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원한다면 전용헬기를 타고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얘기를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말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는 게 익숙지 않은 원민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 방은 어디인가요?" 권여정이 뒤에 서 있는 하인에게 물었다.

"여기예요!" 하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원민주가 재빨리 외쳤다.

그녀는 문을 열어주며 거만하게 말했다. "이렇게 큰 방은 처음이죠? 여기 사는 동안에는 조심해서 써요. 그나저나 전 제욱 오빠 사촌 동생인 원민주예요. 저한테 아마 잘 보여야 할..."

그녀의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권여정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원민주는 벙찐 얼굴로 가만히 서 있다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아니, 쟤는 뭘 믿고 이러는 거야!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니까? 어디 가서 촌뜨기를 데려와서 말이야!"

그때 하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원민주에게 말했다. "저, 아가씨. 여기는 도련님 방 같은데요."

방문을 바라보는 그녀의 한쪽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새언니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아시다시피 제욱 오빠가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오거나 물건을 만지는 걸 엄청 싫어하잖아요? 오빠가 물어보면 그 여자 혼자 들어갔다고 말해줘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

반짝이는 눈빛으로 원민주가 하인에게 말했다.

회차 2

한편 권여정은 자신이 안내받은 방이 이미 주인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원 씨 집안에서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욕실에 남성용 제품을 가져다 두었다고 생각했다.

"별난 사람들이 다 있단 말이지."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샤워 준비를 시작했다.

'3개월만 참자!'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애초부터 이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권여정은 원 씨 집안에서 지내는 3개월 동안 원제욱에게 아무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결혼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할아버지와 약속을 했다.

샤워를 마친 후 그녀는 하인이 준비한 저녁을 먹었다. 피곤했는지 밥을 먹자마자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원제욱이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거의 자정이었다.

약혼녀가 오늘 도착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역까지 마중 나가라고 했지만, 일을 핑계로 거절했다. 그는 권여정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다. 결혼도 얼마 가지 않아 무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린 그는 지쳐 있었고 샤워를 마친 그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술을 잔뜩 마신 탓에 다른 사람이 방에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평소와 다르게 침대가 좁고 불편하게 느껴지자 낯선 여자가 침대에서 자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방이 어두워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때,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그녀가 손을 뻗었다. "테디야, 이제 장난 그만해. 잠들 시간이야." 권여정이 잠꼬대를 하며 그를 꼭 껴안았다.

순간 그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런데 왠지 그녀에게서 익숙한 향기가 났다. 마치 그 소녀를 만났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목에 코를 파묻었다. 왠지 마음 속 깊은 곳에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날 밤 원제욱은 그녀를 밤새 껴안고 잠이 들었다.

평소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오늘밤은 달리 중간에 깨지도 않았고, 악몽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오랜만의 단잠이었다.

그날 밤 그는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10년 전 어느 날의 일이었다. 어두운 방에서 한 소녀가 그를 꼭 껴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무서워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내가 널 지켜줄게."

그는 꿈 속에서 그 소녀를 다시 만났다. 마치 현실처럼 생생한 꿈이었다.

다음날, 원민주는 권여정이 쫓겨났다는 소식이 전해오기를 기다리며 새벽부터 일어나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제욱 오빠의 차는 차고에 주차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어젯밤 늦게라도 집에 도착했다는 뜻인데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오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제욱 오빠가 지금까지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었다.

원민주는 불안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마음에 그의 방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오빠, 아침 먹어! 오늘 오전에 회의 있잖아. 빨리 일어나!"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눈을 떴다. 권여정은 자신의 머리가 베개가 아니라 단단한 누군가의 가슴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누구세요?"

원제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권여정?"

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의 약혼자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런데 왜 같은 침대에 있는 거지?

원제욱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온 첫날 밤부터 내 침대에 오르다니, 마음이 그렇게 급합니까?"

"뭐라고요?" 그녀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침대? 지금 누구 침대라고?

역시 원 씨 집안 사람들이 하나같이 전부 다 미쳐있는 게 분명했다.

"아...!" 순간 어제 욕실에서 봤던 남성용 제품들이 떠올랐다. 원민주가 자신을 속인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어조로 설명해 나갔다. "첫째, 그쪽 방인지 몰랐고요, 어제 당신 동생분이 제 방이라고 하면서 데려왔고요. 둘째, 제가 먼저 들어왔고 그쪽은 나중에 들어왔는데 침대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보고도 계속 껴안고 아침까지 잤잖아요, 그쪽이 저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은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또박또박 당차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원제욱은 당황했다. 게다가 자신이 밤새 그녀를 껴안고 잤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어젯밤에 그랬듯,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자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10년 전 그 소녀의 눈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선에 권여정은 멋쩍은 듯이 웃었다.

"뭐예요? 왜 그런 눈으로 절 보는 거죠?"

순간 정신을 차린 그는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 방에서 나가요. 그리고 다시는 들어올 생각하지 말아요."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별말 없이 물건을 챙겨 방을 나섰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첫 만남 이었다.

한편 방문 앞에 서 있던 원민주는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권여정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 쪽이 원하는 대로 원제욱 씨는 절 밤새 끌어안고 잤어요.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네요."

"뭐라고요?" 원민주가 붉어진 얼굴로 외쳤다. 그녀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오빠가 이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함께 잤다고 하는 걸까?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이 밤을 보낸 건 분명해 보였다.

회차 3

권여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훓어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여유로움에 원민주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거기 멈춰! 내 말 다 끝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해두는데, 오빠가 당신이랑 결혼할 일은 없을 거예요!"

마침 원제욱이 방에서 나왔다.

"오, 오빠..." 원민주는 두려움에 흠칫 물러서며 말을 더듬었다.

누가 봐도 화가 엄청 난 상태였기 때문에 원민주도 감히 큰 소리를 더 내지 못했다.

한편 권여정은 하인에게 자신의 방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물건을 정리한 뒤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백청아, 원민주, 원제욱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식탁에 앉자마자 백청아가 잔소리를 시작했다. "집에서 옳바른 교육은 받고 온거니?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고 말이야. 여기가 네 집인 줄 아니?"

권여정은 무표정으로 백청아를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이 집 하인은 아니죠."

이 집 식구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건 그녀의 인생에 나타날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이 다투는 동안 원제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도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식사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때 백청아가 은행 카드를 권여정에게 건네며 말했다. "백만 원 정도 들어 있어. 출근 전에 제대로 된 옷 좀 사 입어. 회사에서 말썽 부리지 마."

한편 원정궐은 두 사람의 사이를 친하게 만들기 위해 권민철에게 손녀딸을 자기 손자의 비서로 일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권여정은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모든 일은 잠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만 원? 누구 코에 붙일려고?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그녀는 비아냥대는 말투로 말했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권여정이 지금 입고 있는 옷들은 모두 전문적으로 맞춰서 제작된 단품이라 브랜드 옷이 아니라고 오해할 법도 했다. 그녀는 백청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출근 준비를 위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백억 원이 계좌에 입금되었다는 은행 알림이었다.

그때 친할아버지로부터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우리 손녀, 잘 지내고 있지? 네 계좌로 돈 보냈다. 필요한 건 마음껏 사렴. 누가 괴롭히면 꼭 말해주고. 사랑한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썼다. "할아버지, 이 집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사람들이 다 날 괴롭혀요.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할아버지의 답장이 바로 도착했다. "그래? 우선 난 지금 낚시하러 가야 하니까 나중에 또 얘기하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곧 출근 차림으로 갈아 입고 집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는 원제욱이 타고 있었다.

"나한테 관심 없다면서요? 그런데 왜 같이 일하겠다고 한 거죠?" 그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지만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거슬렸다.

"오해하지 마세요. 할아버지랑 여기에서 3개월만 살기로 이미 약속했으니까요. 3개월 후에 우리 쿨하게 계약 취소합시다." 그녀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3개월 동안 나한테 빠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그때 가서 울고 불고 서로 난처하게 하지 말고."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쪽은 제 스타일이 아니라고 벌써 말했을 텐데요? 착각하지 말아요."

원제욱은 잘생겼지만 성격은 영 아니었다. 그녀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남성상에 가까웠다.

그녀의 말에 원제욱은 미간을 찡그렸다.

정말 이 여자가 날 좋아하게 될 일은 없을까?

"두고 보면 알겠죠. 후회하지는 마시고."

원제욱은 그녀가 밀당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에 대하여 아무 생각이 없다면 처음부터 이 곳에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여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걱정 마세요. 석 달만 있으면 우린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거니까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서로 아는 척하지 말죠. 괜히 시끄러운 일 만들기 싫으니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회사에서는 원제욱의 약혼자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 직원들은 권여정이 별 볼일 없는 시골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원 씨 그룹 직원들은 수다에 여념이 없었다.

"혹시 소식 들었어요? 사장님 약혼녀가 새 비서로 온다고 하던데요?"

"들었어요! 못생겼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시골에서 올라왔대요.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대학도 못 나왔다고 하던데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몰라요?"

"그러게요. 프린트도 못하는 거 아니에요?"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은 원제욱이 권여정과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둘의 모습을 보자마자 직원들은 놀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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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내가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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