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이혼해."

유진운의 날 선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3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남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고,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유진운의 뒤에 선 남송은 큰 키에 넓은 어깨와 다부진 체격을 말없이 바라봤다. 넓은 유리창에 날카롭고도 차가운 표정이 비친 것을 본 그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오갈 곳 없이 아래로 떨어뜨린 작은 주먹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았던, 듣기 무서웠던 그 말을 결국 듣고야 말았다.

유진운이 그녀를 마주 보며 돌아서자 얼굴 표정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지난 3년 동안 매일 봤던 얼굴이 아직도 질리지 않았을 뿐더러 신이 빚은 조각상 같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혼, 안 하면 안 돼요?" 애써 눈물을 참은 남송이 힘겹게 말을 뱉었다. 두 눈 가득 차오르는 애절함과 메마른 목소리에는 절망과 희미한 희망이 뒤엉켜 있었다.

남송을 내려다보는 유진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고 하얀 얼굴에 발그스름한 볼, 시무룩하게 처진 눈썹과 빨갛게 충혈된 눈시울.

민낯을 하고 있어도 잡티 하나 없이 깔끔한 피부에 부드러운 인상은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

눈시울이 빨개진 남송은 간절한 눈빛으로 유진운을 바라봤다. 오른쪽 눈 아래에 있는 작은 점과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유진운에게 남송은 다른 여자들보다 더욱 연약하고 어눌한 사람일 뿐이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으나, 그는 그런 그녀를 여자로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다.

3년 전,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유진운은 척추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상태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을 때 거의 절망적인 말을 들었었다. 의사는 그가 평생 하반신 마비로 지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때, 유진운은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져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그의 시중을 들 수 있는 의사 아내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용한 성격에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남송을 며느리로 들이게 된 것이었다.

"3년 동안 날 돌봐주느라 수고 많았어. 20억은 그 동안의 수고 비용 겸 위자료라고 생각해." 차분하고 담담한 유진운의 목소리에서 그녀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금액이 부족하면..."

"왜요?" 남송이 유진운의 말을 가로챈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빨갛게 부은 두 눈에는 고집스러운 빛이 어려 있었다. "왜 하필 지금 이혼하려는 건가요?" 애꿎은 아랫입술만 꽉 깨물고 있던 그녀가 물었다.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다. 남송은 그와 함께 기념일을 행복하게 보내는 상상을 했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지낼 꿈을 꾸었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 유진운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차가운 목소리가 남송의 아름다운 꿈과 얄팍한 희망을 동시에 짓밟았다. "가은이 돌아왔어. 가은이와 결혼할 거야."

청천벽력처럼 떨어진 소식에 남송은 몸을 휘청거렸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악착같이 지켜온 3년이라는 결혼 생활이 탁가은이라는 이름에 쉽게 무너지는 듯했다.

"대표님!" 집사가 부랴부랴 달려와 다급하게 말했다. "탁가은 씨가 저녁 식사를 할 때, 피를 토했다고 합니다."

유진운은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지더니 남송을 지나쳐 객실로 향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출발할 수 있게 차 준비시켜."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번개같이 남송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유진운은 객실에서 여자를 조심스레 품에 안고 나타났다. 탁가은의 몸에는 남송이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든 담요가 덮어져 있었다.

가녀린 몸에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유진운의 품에 쏙 안긴 여자의 입술에서 힘겹게 말이 새어나왔다. "진운 오빠, 남송 씨가..."

그제야 자리에 멈춰 선 유진운은 남송을 돌아보며 말했다. "구체적인 이혼 서류와 합의서는 변호사와 직접 얘기하면 돼. 3일 내에 저택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그는 여자를 더욱 소중하게 품에 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남송은 계단 위에 얼어붙은 사람처럼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때, 유진운의 품에 안긴 탁가은이 고개만 살짝 내밀더니 남송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피를 토했다는 여자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선전포고하듯이 말했다. "내가 돌아왔으니, 이제 진운 오빠 놓아주세요."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남송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미처 닦을 겨를도 없이 벌벌 떨리는 몸을 두 팔고 감싸 안았다.

10년이 지났다. 그가 지옥에서부터 그녀를 구해준 순간부터 지금까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를 사랑했다. 한 여자에게 이런 10년이 몇 번 더 있을까?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물건이다. 아무리 몸을 낮추고 허신해도 그 남자의 마음을 흘들지 못할 뿐더러 자기 자신만 점점 비참해지고 있었다. 유진운은 영원히 오남송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진운 씨, 당신을 위해 눈물 흘리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그 말과 함께 남송은 얼굴을 적신 눈물을 닦았다. 멍청할 정도로 착하고 순진했던 남송은 이제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녀의 눈빛이 결심이 선 듯 단호하게 빛났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위에 이혼협의서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

서류를 넘긴 남송의 눈빛이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이름에 고정되었다.

"유진운..."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이름을 쓰다듬자 또 다시 코끝이 시큰해 났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펜을 집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오남송, 이 이름으로 모든 것을 시작했으니, 이제 이 이름으로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남송은 이혼협의서 옆에 옥으로 된 인감을 내려놓았다. 재료 선별부터 조각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준비했고,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녀가 그를 위해 준비한 3주년 결혼 선물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한 3년 동안, 그녀는 모든 선물에 정성을 쏟아 부었다. 결국 장롱에 박혀 있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세를 면치 못했다. 마치 그녀의 마음처럼 말이다.

저택을 나선 남송은 대문 앞에 세워져 있는 고급 세단에 올라 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했어."

운전석에 선글라스를 끼고 앉은 남자의 입 꼬리가 올라가며 예쁜 곡선을 그렸다. "이혼 축하해."

그리고 노트북을 남송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너 자신을 되찾을 때가 되었어. 우리 모두 네가 돌아오기만 목 빠지게 기다렸어."

회차 2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 남송이 컴퓨터를 켰다. 이후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감시 시스템에 잠입하여 지난날의 흔적을 모조리 지웠다.

마치 이 세계에 나타난 적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떠나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집사가 하는 말을 들은 유진운은 바로 저택에 돌아왔다.

방문을 열자 익숙하고도 은은한 장미 향이 그를 반겼다. 3년 내내 남송의 몸에서 장미향이 풍겼으니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침실은 남송이 직접 꾸민 공간으로 그는 그녀의 개인 공간에 거의 발을 들이지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저택 다른 방과는 달랐다. 노란색 침대 시트와 이불은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을 풍겨 남송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그러나 유진운은 방을 구경할 틈도 없이 곧장 침대 옆에 놓인 탁자로 향했다. 그는 서둘러 이혼 서류를 확인했다.

탁자 위에는 남송이 이미 서명한 이혼 서류와 그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20억 수표가 놓여 있었다.

이혼 서류 옆에 장미 모양으로 된 인감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감에는 그의 이름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옆면에는 하얀 장미가 정밀하게 조각되어 마치 활짝 피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반 조각가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수준의 공예 기술이었다. 최상급의 백옥으로 만들어진 것을 본 그는 참지 못하고 인감을 손에 꼭 쥐자 시원한 느낌이 손바닥 가득 느껴졌다. 인감 바닥에는 보기 드문 빨간 무늬가 새겨져 햇빛 아래에서 보면 마치 붉은 장미가 활짝 핀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 신기하고도 예뻤다.

그는 남송이 장미를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당에 장미를 가득 심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장미 한 송이 선물한 적은 없었다.

인감 아래에는 작은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남송의 필체로 보이는 짧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3주년 축하해요. 유진운 씨, 안녕."

고작 두 줄뿐인 메시지에서 유진운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옆에 놓인 달력으로 눈길을 돌렸다. 4월 10일,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 눈 깜박할 사이에 벌써 3년이 지났다.

옥으로 만들어진 인감을 손에 움켜쥔 유진운은 남송이 무슨 수로 이렇게 비싼 옥을 구했는지 궁금했다.

비록 그가 매달 남송에게 생활비로 적지 않은 돈을 주긴 했지만, 남송은 거의 돈을 쓰지 않았다. 평소 외출도 자주 하지 않은 그녀였기에 카드에서 큰 돈이 빠져나간 적도 없었다.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던 유진운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차갑게 말을 뱉었다. "어디로 갔는지 찾아봐. 그리고 뭘 하고 있는지 알아내. 만약 상대 회사의 계략이라면 반드시 내 앞에 데려와."

시골에서 자라 부모도 없이 컸다는 고아 오남송, 정말 사실일까?

그는 문득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3일 후, 남성.

크리스 빌딩에 위치한 남씨 그룹 본사는 오늘 유난히 시끄러웠다. 직원들은 빠르게 어딘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고위층 인사들은 일찌감치 1층 로비에 모여 새 대표가 오길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불과 이틀 전, 주식 폭락으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남씨 그룹이 갑자기 회생했다. 신비한 인물이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인수하여 모든 직원들이 해고를 면했다. 동시에 직원들은 이유 모를 불안감으로 마음을 졸여야 했다.

"새로운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요? 남자? 여자?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어요?" 직원 중 한 사람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임원들도 새로 오시는 대표의 신분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았어요. 아니면 이렇게 비밀스럽게 진행할 리 없죠. 저희를 구원해 줄 잘생긴 대표님이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꿈도 야무지지. 만약 여자 대표면 어떻게 하려고요?"

"설마.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일이에요? 남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다시 돌아오는 것과 같은 확률이죠."

그때, 누군가 부랴부랴 달려오며 소리쳤다. "왔어요, 왔어요. 다들 조용히 해요."

모든 사람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동시에 입구를 바라봤다. 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건물 입구에 멈춰 서더니 부대표가 직접 뒷좌석 문을 열었고 누군가 차에서 내렸다.

정확히는 한 여자가 뒷좌석에서 내렸다.

높은 하이힐이 먼저 바닥에 닿으면서, 깔끔한 숏컷 머리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하얀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큰 키에 정교한 메이크업은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을 더욱 극대화했다.

남씨 그룹에 10년 동안 몸 바쳐 온 임원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얼굴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입을 틀어막았다. "큰 아가씨..."

남씨 그룹 입구에 멈춰 선 남송이 매혹적인 입술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회차 3

남씨 그룹 고위 임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남송은 부대표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직 내려오지 않은 사람 몇 명 남았죠?"

"네." 부대표 장범이 빠르게 대답했다. 공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였지만, 말투에는 거침이 없었다. "남영백을 포함한 임원 몇 분께서 새로 오신 대표님을 호락호락하게 생각해 본때를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남송의 표정은 여전히 태연했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왜 삼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같은 시각 회의실, 남영백을 포함한 다섯 명의 이사가 소파에 편한 자세로 앉아 다리를 꼬고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것 같아도 속은 바글바글 타고 있었다.

"왜 아직도 올라오지 않는 거야?" 회장님 의자에 앉은 남영백이 잔뜩 초조한 얼굴로 뒤에 선 여자 비서에게 지시했다. "무슨 일 때문에 늦어지는지 알아 와."

"둘째 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때가 되면 올라오겠죠. 회사 새 대표 자리에 올라 앉는데, 유세는 충분히 떨고 올라와야죠." 도복 차림에 손에 염불까지 쥔 남영호가 말했다.

그러자 남영백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요즘 젊은이들은 시간 약속도 지키지 않아. 회의 시작하면 다들 참지 말고 할 말들 해요. 남씨 그룹이 누가 뭐라 해도 우리 가문 산업인데, 내 말을 들어야지."

그들은 새로 임명한 대표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었다. 이때, 여비서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대표님께서 임원들을 데리고 다른 회의실로 갔습니다. 회의가 곧 끝난다고 합니다." 여비서는 숨도 고르지 못하고 말했다.

"뭐?" 태연하게 소파에 기대앉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화를 이기지 못하고 테이블을 내려쳤다. "우리가 남씨 그룹을 어떻게 일으켰는데, 감히 우리를 무시해. 어린 녀석이 참으로 겁도 없어!"

여비서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변하더니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그러자 남영백이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여자라고?"

남송이 회의를 끝내자마자 남영백과 남영호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회의실에 쳐들어왔다. 기세등등하게 회의실로 들어온 두 사람은 남송을 보자마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남송? 네가 어떻게 여기에..."

남영백과 남영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해졌다. 남씨 그룹 인수와 동시에 주식 51%를 손에 넣은 사람이 바로 두 사람의 조카일 줄이야!

남송은 분명 죽었는데?

남씨 그룹의 후계자였던 남송은 3년 전 등산하던 중 절벽에서 떨어져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했다. 남송의 삼촌인 남영백과 남영호는 일찍 세상을 떠난 조카의 죽음이 비통한 나머지 호화로운 장례식을 치렀고, 남씨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은 건 물론이고 남송의 재산과 주식까지 나눠 가졌다.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남송이 다시 돌아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남송은 그들의 놀란 표정을 흥미진진하게 감상하며 편하게 의자에 기대앉았다. "삼촌들, 제가 죽었다 다시 살아 돌아왔어요. 반갑지 않나요?"

그녀의 말 한마디에 남영백과 남영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 사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남송을 품에 안으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남송아, 네가 이렇게 잘 살아 있다니 너무 다행이다. 너희 아빠 엄마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거야."

미간을 잔뜩 찌푸린 남송이 의자를 뒤로하더니 태연하게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얼굴에서 쌀쌀맞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도 기뻐하실 거라 믿어요."

그녀의 쌀쌀맞은 태도에 남영백과 남영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남송은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마음이 없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임원들을 쳐다봤다.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분들 모두 남씨 그룹에 오랫동안 몸을 담은 임원입니다. 그러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겠죠. 저는 부모님께서 저에게 물려주신 유산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회사가 몰락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맡은 책임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성과가 있으면 당연히 보상이 따르는 법입니다. 절대 섭섭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 시각 북성에서. 유진운은 퇴원한 탁가은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는 차에 탔다. 차 안에는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아무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전화기 너머 비서는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꼭 쥐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주위에 있는 CCTV까지 모두 수색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사모님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비서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 시골 출신인 건 확실합니다. 부모님들도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진운의 손가락이 무릎 위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표정이 조금 누그러 들었다. 어쩌면 그가 생각을 너무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곁에 앉은 탁가은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남송 씨는 시골 출신인데 위자료도 받지 않고 떠나다니. 보통 사람과 다른 것 같아요. 진운 오빠, 내 말 맞죠?"

그 말을 들은 유진운의 미간이 눈의 띄게 찌푸려졌다. 그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오남송을 떠올렸다. 일부러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의도한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대표님, 이미 막성에 사람을 보냈습니다. 사모님께서 혹시라도 본가에 내려갔을 수도 있으니까요."

"찾을 필요 없어." 유진운이 바닥을 긁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이혼했으니 남이야. 더 이상 엮일 일도 없어. 떠나겠다고 했으니 이제 신경 꺼."

"알겠습니다. 그리고 업무에 관해 한 가지 더 보고할 사항이 있습니다." 대표의 가라앉은 목소리를 알아차린 비서가 업무에 관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말했다.

"말해." 유진운의 목소리가 더욱 낮게 가라앉았다.

"남성 남씨 가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파산 직전까지 이른 남씨 그룹을 인수한 미스터리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남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돌아왔다고 합니다."

의외의 말에 유진운의 눈썹이 날카롭게 치켜 올라갔다. 남송? 3년 전에 죽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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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처가 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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