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밤새 쏟아지는 폭우가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렸다.

침대에 누워 뒤척이는 심수빈의 머릿속으로 지난 1년간 강경태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강경태의 할아버지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대대로 가깝게 지내온 사이로, 두 집안은 자주 왕래하며 지냈다.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강경태를 알고 지냈다.

여덟 살의 강경태는 벌써부터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항상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고 다니는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웃는 법이 없는 아이였다. 무심한 태도로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다섯 살의 그녀는 그를 만날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놀아달라고 졸랐다.

강경태는 몸에 밴 신사적인 태도로 그녀의 곁에서 인내심 있게 돌봐주며 함께 놀아주었다.

한번은 장난을 치다 호수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차가운 호숫물에 뛰어든 강경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구한 뒤 인공호흡까지 해주었다.

그날, 혼미한 정신으로 눈을 뜬 심수빈은 천사를 본 줄 알았다.

이후, 부모님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심씨 가문에서 그야말로 짐짝 취급을 받았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따라 시골에서 지낸 후, 그녀는 다시는 용성에 돌아오지 않았고, 강경태도 만나지 못했다.

1년 전, 큰아버지가 밤늦게 시골에 있는 그녀의 오두막을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강경태와 결혼한 이유가 시골의 가난한 생활에 지쳐 부와 명예를 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전 그날 밤, 강경태와 결혼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는 그녀 자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신이 잠시 허락한 아름다운 꿈일 뿐이라는 걸, 심수빈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폭풍우가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번쩍였다.

이불 속에 몸을 숨긴 그녀의 마음이 점차 평온해졌다.

다음 날 아침, 심수빈은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시어머니 조은화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꽂혔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

"우리 강씨 가문이 어떻게 너 같은 게으름뱅이를 며느리로 들였는지 몰라."

심수빈은 지난 1년 동안 시어머니의 날카로운 비난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녀는 매번 묵묵히 듣기만 했다.

화를 낼 줄 몰라서 참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은화와 부딪혔을 때 난처해질 사람은 결국 강경태였기 때문이다.

다국적 그룹의 총수인 그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에, 사소한 가정 문제로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다.

조은화는 계속해서 그녀를 비난했다. "1년 전, 상황이 급박하지만 않았어도 너 말고 다른 애를 며느리로 들였을 거다. 넌 우리 경태랑 격이 안 맞아..."

"저도 제가 강경태 씨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혼은 저 혼자 결정한 게 아니잖아요."

심수빈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신다면, 아드님을 설득해서 저와 이혼하고 어울리는 사람 찾아 결혼하게 하시면 되잖아요."

"1년 전, 강경태 씨가 저와 결혼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위기가 해결되었으니 괜찮지 않나요?"

조은화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항상 고분고분해서 때리면 맞고 욕하면 듣고만 있던 심수빈이 감히 이런 태도로 자신에게 대꾸하다니!

혹시 미친 게 아닐까?

"아주머니, 아침 일찍 저한테 전화하신 이유가 설마 이 말씀 때문인가요?"

"시간이 남으시면 아드님이나 설득해서 저와 이혼하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더 자야겠으니 이만 끊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조은화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끊어진 통화음을 들은 조은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자신의 잔소리를 듣고도 잠을 더 자겠다는 것도 모자라, 어머니도 아니고 아주머니라니!

이런 되바라진 계집애가 감히!

조은화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얼굴로 강경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마누라, 그거 미친 거 아니니?"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조은화는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전화 좀 했다고 나한테 화를 내는 것도 모자라 너랑 이혼하게 설득하라고 하잖니. 제정신이야?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

병원 복도에 선 강경태는 창밖으로 비에 젖어 더욱 싱그러워진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풍경과 달리,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수빈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

조은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태야, 지난 1년 동안 내가 너한테 이혼하라고 몇 번이나 설득했는지 몰라. 하지만 넌 매번 핑계를 대며 거절했지."

"이번에 수빈이 걔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냈으니, 아주 좋은 기회야."

"네 생각은 어떻든, 이번엔 반드시 이혼해야 해!"

"네가 그 시골 계집애랑 결혼한 후로, 상류 사회에서 우리 강씨 가문이 얼마나 비웃음을 샀는지 알아?"

"너..."

"어머니."

강경태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폭우가 쏟아져서 수빈이가 천둥번개 소리에 잠을 설쳤을 거예요."

그는 말을 하며 손목시계를 흘깃 쳐다봤다. "아직 아침 7시밖에 안 됐어요. 오늘 중요한 일도 없는데, 굳이 수빈이를 깨우실 필요까지 있었나요?"

강경태는 말을 하며 몸을 돌리다 병실 문 앞에 환자복을 입고 서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진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지금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끊겠습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그가 심우정에게 다가갔다. "왜 침대에서 내려왔어?"

안색이 창백한 심우정은 문틀을 잡고 그를 향해 힘없이 미소 지었다. "어머님께서 수빈 씨가 너랑 이혼하고 싶어 한다는 말씀, 들었어.. ."

"수빈 씨가 너랑 이혼하고 싶어 하는 거, 나 때문이야?"

말을 하며 눈물을 글썽인 그녀가 강경태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경태야, 내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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