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5년이 흘렀다.

강북 시 공항에 세련된 검은색 상의와 슬릿이 있는 진한 빨간색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오버사이즈 블랙 선글라스로 대부분을 가렸지만 예쁜 이목구비에 신비로움을 한 층 가했다. 가느다란 허리에 긴 다리, 매끈한 피부에 도톰한 입술.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에서 도도한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나 왔어." 김하온은 입꼬리를 올리며 느슨한 어조로 말했다. "날 믿어. 나 길 잘 알아."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5년 전, 비록 7개월 동안 노력을 해 보았지만 김하온은 결국 아이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픔을 품고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을 따라 해외로 떠났다.

지금은 인사 이동으로 강북시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오래 기다렸어. 진 빚은 갚아야 하지 않나?

택시를 잡으려던 김하온은 무언가 눈에 띄는 걸 발견했다.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길에 서 있는 것이었다. 길을 잃고 겁에 질린 소년.

그리고 그 아이를 향해 차 한대가 질주하고 있었다.

김하온은 바로 캐리어를 도로에 내팽개치고 소년을 향해 달려갔다.

"삐익-"

차의 브레이크 소리가 크게 났고 김하온은 거친 노면이 피부에 닿는 걸 느꼈다.

하지만 소년은 안전하게 그녀의 품에 있었다. 차는 불과 몇 센치 차이로 아이를 비껴 갔다. 긁힌 자국을 무시하고 그녀는 오로지 아이만 걱정했다.

통통한 뺨은 빨개졌고 핑크빛이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겁에 질린 눈으로 김하온을 쳐다보았다.

김하온의 가슴이 찡해지는 걸 느꼈다. 자신의 아이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이 아이와 거의 같은 나이였을 텐데.

어쩜 이리 무심한 부모가 있을까? 아이를 길가에 버리다니.

그녀가 아니었다면 큰 일이 날 뻔 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아가야?" 김하온이 부드럽게 물었다.

아이는 불안한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만 했다.

"여기 근처에 계시니?" 그녀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물었다. "아니면 전화번호를 아니?"

아이의 크고 동그란 눈동자가 혼란스러움으로 반짝였다.

김하온은 걱정이 되었다.

이제 어떡하지?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고, 그냥 두고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김하온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택시 기사의 경적 소리가 김하온의 생각을 깨뜨렸다. "손님, 타실 거예요? 여기는 오래 주차할 수 없어요."

그녀에게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아가야, 그럼 이모랑 같이 가는 게 어때?"

소년은 망설이는 눈빛으로 김하온의 얼굴을 스캔했다. 소년의 불안감을 감지한 그녀가 말했다. "그래. 그럼 경찰서에 가자. 경찰 아저씨가 가족을 찾아 줄 수 있을 거야. 괜찮니?"

하지만 꼬마는 재빨리 김하온의 손을 붙잡고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김하온을 바라봤다.

순간 김하온의 마음이 녹아버렸다. 이 아이를 그냥 훔쳐가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소년을 안고 차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던 중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소년을 찾지 못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무시무시한 인물을 발견한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시선을 낮췄다.

"어디 있어?" 유권영이 물었다. 그의 거친 이목구비는 인상적이었지만 차가운 목소리는 경호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보안 팀장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사... 사방을 다 찾아봤습니다. 도련님은 어디에도 안 보이네요."

유권영의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곧 폭풍이 닥칠 것 같았다.

경호원들은 두려움에 마비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못 찾으면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 그가 으르렁거렸다.

아이를 데려간 김하온은 먼저 경찰서에 가서 아이의 상황을 신고하고 함께 호텔에 향했다. 그리고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방문이 쿵하며 열렸다. 마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듯 수많은 경호원들이 달려들었다!

김하온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 소년을 더 가까이 껴안았다. 경계 가득한 시선으로 침입자들을 훑어보던 중 마침내 그들의 우두머리를 발견했다.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는 부인할 수 없는 미남이었다.

그는 완벽하게 재단된 검은색 수트를 입고 세련되고 권위 있는 분위기를 풍겼다.

깊고 날카로운 눈빛은 위협적이었고 강한 존재감을 뿜었다.

긴장감을 느낀 아이는 김하온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지만 남자는 주저하지 않고 아이를 낚아챘다.

"누구세요?" 김하온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유권영은 그녀의 질문을 무시한 채 근엄한 얼굴로 아이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유진우의 울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코끝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꼬마의 빨개진 눈시울을 보며 김하온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재빠른 움직임으로 피하면서 김하온의 손목을 잡고 벽에 고정시켰다.

회차 3

카베동!

가까이에서 보니 더 잘생겼다. 어둡고 가늠할 수 없는 그의 눈빛은 김하온의 영혼 깊이 파고 들어간 것 같았다.

"누나..." 유진우의 말랑한 목소리가 정적을 뚫었다.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권영도 크게 놀랐다. 평소 자기 앞에서도 말을 아끼던 아들이 이제 막 만난 여자한테 말을 걸어?

구속된 힘이 풀리자 꼬마는 재빨리 김하온을 향해 달려가 그녀의 다리를 잡았다.

김하온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옆에 두고 유권영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당신이 아버지인가요? 아이를 잃어버린 건 그렇다 쳐도 만나자마자 때리다니요? 그런 식으로 아이를 대하면 안 되죠."

옆에 있는 유권영의 비서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며 중재에 나섰다. "아가씨, 오해가 있었어요. 오늘 일은 사고였어요. 유 사장님은 도련님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방금은 너무 걱정한 탓에 엉덩이를 쳤을 뿐입니다."

김하온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유"씨라는 성이 그녀에게 익숙했다.

아이에 대한 걱정은 진심인 것 같았다. 방에 가득 찬 경호원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생각을 제쳐두고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가야, 이분이 네 아빠시니? 아빠가 여기 오셨으니까 이제 가야지."

하지만 유진우는 망설였다. 그는 유권영에게 다가가 김하온의 긁힌 팔꿈치를 향해 손짓했다.

김하온은 어색하게 웃었다. '설마 자기 아빠보고 내 상처를 처리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괜찮아, 아가. 내가 할 수 있어."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유진우는 계속 유권영의 바지를 집요하게 잡아당겼다.

유권영의 시선은 아들과 김하온 사이에서 오갔다. 아이에 대한 김하온의 다정함과 대조적으로 자신에 대한 반항적인 태도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참 흥미롭군.'

"구급 상자 가져와." 유권영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는 아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럼 책임질 필요가 있었다.

이 정도 규모의 호텔이라면 구급약품이 당연히 있어야 했다. 유권영이 상자에서 능숙하게 소독 도구를 꺼내는 걸 보고 김하온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숨 막히게 하는 미모가 더 충격적이었다. 날카로운 눈썹과 깊은 눈매가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세련된 콧대와 매혹적인 입술은 섹시해 보였다.

매혹적인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차갑고 무서운 기운 때문에 그 어떤 여자도 또는 남자도 가까이 할 수 없었다.

소독약이 피부에 닿자 찌릿한 느낌에 김하온은 정신을 차렸다.

"그냥 제가 할게요." 그녀가 제안했다.

유권영은 눈을 치켜 뜨며 말했다. "죄송해요. 군 복무 중 부상 치료만 해 봤거든요. 좀 더 부드럽게 해 줄게요."

그의 강렬한 시선과 마주치자 김하온은 유혹 속에 빠져들어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유권영의 손길은 한결 가벼워졌다.

유진우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김하온의 상처가 처리되고 나서야 그의 긴장된 표정이 풀렸다. 하지만 김하온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그의 머뭇거림은 여전했다.

유권영은 몸을 곧추세우고 여전히 차갑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이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빚을 졌네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그 말과 함께 유권영은 김하온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근처에 서 있던 비서가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그들의 상사는 보통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인맥을 쓰지 않는데? 특히 그가 도시에서 가진 영향력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 호의를 베푸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하온이 명함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손가락이 스쳤다.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선이 그의 이름에 머물자 순간 멈칫했다. 젠장...

유권영!

강북시의 최고의 재벌!

유 씨 집안은 사업적 능력 외에도 정치와 법조계에서 저명인사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지금 유씨 집안의 오너가 바로 유권영이었다.

김하온은 자신이 구한 아이가 유 씨 집안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알겠습니다." 김하온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팽팽한 침묵이 이어졌다.

간다면서?

방 안의 분위기는 점점 어색해졌다.

김하온은 심호흡을 하며 물었다. "문까지 배웅해 드릴까요?"

유권영의 깊은 눈동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찰나의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절제된 고갯짓을 하며 아들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아이의 애틋한 눈빛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눈을 피했다.

그들이 떠난 후 방 안의 분위기는 긴장감에서 압도적인 고독감으로 바뀌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핸드폰에서 새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 음이 울렸다.

[K선생님, 김 씨 그룹의 김희연입니다. 시간이 되면 잠깐 뵐 수 있을 까요?]

김희연! 제 발로 찾아오다니.

이번 김하온이 강북으로 회귀한 것은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개임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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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가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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