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하세령의 갑작스런 따귀에, 세 명의 오빠들과 하예담 모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듯 눈을 껌뻑이며,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오늘 하세령이 정말로 유이준과 끝장을 보려는 건가? 오랫동안 그토록 깊이 사랑해왔던 사람인데... 그런데도, 주저 없이 손을 휘둘러 그의 뺨을 때렸다.
"하세령! 너 진짜 미쳤어?!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바로 유이준 본인이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세령을 노려보았다. 이 여자가...감히, 그에게 손을 대다니.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유씨 가문의 촉망받는 젊은 후계자였다. 자라오면서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한때 자신을 가장 열렬히 동경하던 하세령에게,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뺨을 얻어맞다니.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했다.
"하세령, 당장 무릎 꿇고 용서 빌어. 안 그럼 우리 둘 사이는 이제 완전히 끝이야!" 유이준은 분노에 휩싸였다.
'좋아! 아주 좋아! 너 오늘 제대로 걸렸어!' 유이준은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이를 갈았다. 끝까지 이런 연극 따위로 관심을 끌려 들다니. 그렇다면 이 결말이 얼마나 비참한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세령이 꾸민 짓거리들은 유이준의 관심을 끌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더욱더 혐오하게 만들 뿐이었다. 다시는 절대로 용서 따윈 없을 것이고, 결국 혼자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에게 손 내밀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유이준은 여전히 하세령이 연극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토록 연약했던 여자가 단 하루 만에 변할 리 없다고, 그는 끝까지 확신했다.
하지만 하세령에게는, 더 이상 유이준의 장단에 맞춰줄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과거에 그를 뼈저리게 사랑했던 만큼, 지금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이준의 추악한 본 모습에 그녀는 진저리 칠 정도로 혐오를 느꼈다.
"방금 그 한 대, 네가 받아 마땅한 벌이야, 유이준!" 하세령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여기서 분명히 해둘게. 방금 그 한 대는, 네가 나를 모욕한 것에 대한 아주 가벼운 경고였어. 기억해. 오늘 네가 살아남은 건, 단지 내가 베푸는 마지막 자비이라는 거."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 둘의 약혼은 정식으로 파기한다. 나 하세령이 일방적으로 파혼을 선언하는 거야. 예전에 내가 너희 유씨 가문에 미리 넘긴 10% 지분을 남김없이 다시 가져와. 앞으로 우리는 서로 아무 상관 없는 남남이야."
말을 끝낸 하세령은 가차없이 돌아섰다. 이제 기억을 되찾은 그녀에겐, 여기에 머물러 있을 시간 따윈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자신을 배신했던 자들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했다. 하세령이 죽지 않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뭐라고...?" 하지만 그 한마디를 들은 순간, 유이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세령이 정말로 그와의 인연을 끝낼 줄은. 그것도 모자라 과거 자신과 하씨 가문 사이를 잇는 다리였던 그 10%의 지분까지 되찾아가겠다고 선언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감히 그런 말을 뱉다니!
사실 하씨 그룹은 애초에 하세령이 외할아버지가 일군 터전이었다. 게다가 하세령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 그 하씨 그룹의 50% 지분을 그녀에게 남겨주기도 했다. 그렇게 성인이 되는 순간, 그녀는 정당하게 그 유산을 물려받을 예정이었다.
그 50% 지분 중 10%는 과거 유씨 가문이 재정난에 빠졌을 때, 하세령이 약혼 예물이라는 명목으로 미리 유이준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오로지 그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건넨 10%의 주식이었다. 덕분에 유씨 가문은 위기를 넘겼지만, 유이준은 오히려 하세령을 혐오하며,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하예담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럼에도 약혼을 유지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오직 그 지분 때문이었다.
남은 40%의 지분은 현재 하세령의 아버지가 전권을 쥐고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하세령은 말 한마디로, 모든 걸 뒤집었다. 이제 와서 주식을 되찾겠다니, 이건 유씨 가문을 파멸로 몰아넣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절대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유이준은 물론, 하씨 가문 사람들까지 결코 용납할 리 없었다.
"하세령, 너 적당히 해! 네 엄마이기도 하지만 우리 엄마이기도 해. 아버지와 우리가 하씨 가문을 위해서 얼마나 뼈 빠지게 일해왔는데! 그리고 유씨 가문에 넘긴 10% 지분이든 뭐든, 애초에 그 모든 건 네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형제 중 한 명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
"그래 언니,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아." 옆에 있던 하예담도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나오는 건 아니잖아? 결국 우리 모두 같은 가족이잖아..."
하세령이 그 10%의 지분을 회수한다면 유씨 가문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된다. 하예담이 꿈꿔왔던 유 씨 가문 안주인 자리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질책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하세령은 들은 체도 않고 그대로 폐공장을 나섰다. 그들이 아무리 소리치고 붙잡아도, 그녀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남겨진 모두의 가슴 속에는, 오름이 저리는 극심한 공포가 파도처럼 몰려왔다.
"거기 서! 하세령!" 유이준의 격앙된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파혼을 하겠다고? 지분을 회수한다고? 대체 무슨 소리야! 지금 여기서 분명히 해. 설명도 없이 그냥 가지 말고!" 그의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 대한 분노와 절박함이 뒤섞여 있었다.
유이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오늘 하세령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당황한 그는 성큼성큼 하세령에게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하세령의 어깨를 붙잡아, 어떻게든 그녀를 멈춰 세우려 했다.
하지만! 유이준의 손이 하세령의 어깨를 막 잡으려 할 때 믿을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났다!
유이준을 등지고 있던 하세령은 등 뒤로부터 번져오는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암흑 세계의 여왕으로 살아남은 본능이, 순식간에 발동한 것이었다. 하세령은 몸을 틀어 유이준의 손길을 정확히 피했다. 동시에, 반사적으로 자신의 어깨를 잡으려던 유이준의 손등을 정확히, 세게 쳐냈다.
"아악!" 순식간이었다! 유이준은 비명을 질렀고, 하세령이 쳐낸 손등을 타고 극심한 통증이 온 몸에 퍼졌다. 유이준은 팔 전체가 마치 감전된 듯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뒤로 비틀거리며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엉거주춤 허리를 굽혀 겨우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했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래졌고, 입이 떡 벌어진 채 넋 놓고 그녀만 바라볼 뿐이었다.
유이준은 결코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격투기 판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였으며 해천시의 왕립 육군 사관 학교 출신인 전설적인 격투 마스터, 강범준의 수제자로 입문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금...이토록 허망하게 밀려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여태껏 연약하고 무능하다고 여겨졌던 하세령에게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밀려났다. 이게...어떻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