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10년간, 나는 아무 힘도 없는 오메가로 살았다.
내 유일한 기쁨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 세아뿐이었다.
가문의 적들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는 강력한 화이트 울프라는 본성을 스스로 봉인했다.
그런 딸이 모두가 선망하는 국제 연맹 인턴십에 합격했을 때, 나는 드디어 우리의 조용한 삶이 안정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 나는 교실 구석에 구겨지듯 쓰러져 있는 딸을 발견했다.
아이의 살을 태우는 은밧줄에 묶인 채였다.
우리 팩 알파의 딸, 유라가 내 딸의 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근본도 없는 잡것이 감히 내 자리를 넘봐?"
유라가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 알파 아빠가 나를 위해 마련해 준 인턴 자리라고."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그 알파는 내 남편, 강태준.
10년간 내 곁을 지킨 운명의 메이트였다.
신성한 각인을 통해 그에게 애타게 손을 뻗었지만, 그는 달콤한 거짓말로 나를 안심시켰다.
바로 내 눈앞에서 유라와 그 친구들이 우리 아이를 장난감처럼 고문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결정적인 배신은 그의 내연녀, 지현이 나타났을 때였다.
그녀는 '알파의 메이트' 카드, 즉 태준이 그녀에게 준 '내' 카드를 보란 듯이 흔들었다.
뒤이어 나타난 그는 모두 앞에서 나를 모른 척했다.
우리의 각인을 산산조각 내는 죄악이었다.
그는 나를 침입자라 부르며 부하들에게 벌을 내리라 명했다.
그들이 나를 무릎 꿇리고 은으로 채찍질하는 동안, 그는 그저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나를 얕봤다.
내가 딸에게 준 부적과 그 안에 깃든 고대의 힘을 몰랐다.
마지막 일격이 가해지는 순간, 나는 숨겨진 통신 채널로 이름을 속삭였다.
우리 가문이 수 세대 전에 맺은 맹세를 부르짖었다.
몇 초 후, 군용 헬리콥터들이 건물을 뒤덮었고, 최고 평의회 직속 기사단이 방 안으로 들이닥쳐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루나 서하윤 님."
기사단장이 외쳤다.
"최고 평의회 기사단, 명을 받들겠습니다."
제1화
서하윤 POV:
"엄마, 나 합격했어! 진짜 합격했다니까! 내가 뽑혔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순수하고 가공되지 않은 기쁨 그 자체였다.
그것은 내 딸의 영혼이 보내는 소리, 수 킬로미터 떨어진 우리를 이어주는 비밀 채널이었다.
이것이 우리의 마인드 링크, 말보다 더 깊은 유대감이자 달의 여신이 어머니와 자식에게 내린 선물이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의 차가운 유리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발아래 펼쳐진 도시의 야경이 보석처럼 반짝였지만, 내 눈에는 오직 환하게 웃고 있는 세아의 얼굴만 보였다.
"그럴 줄 알았어, 내 똑똑한 늑대. 정말 자랑스럽다."
"제가 낸 '종족 간 청소년 교류' 제안서가 인턴 지원자들 것 중에 가장 상세했대요. 저 이제 국제 초자연 연맹으로 출근해요! 믿어져요, 엄마?"
믿어졌다.
나는 세아가 그 제안서의 단어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쏟아붓는 모습을 지켜보며 수많은 밤을 함께 새웠다.
내 딸은 총명하고, 의지가 강했으며, 스스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아이였다.
그게 일주일 전이었다.
마치 한평생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지금, 차가운 불안감이 뱃속에서부터 똬리를 틀며 차올랐다.
나는 손에 든 태블릿을 응시했다. 화면 위에서 깜빡이는 작은 점 하나.
그것은 내가 세아에게 준 목걸이, 우리 은월 가문의 고대 인장이 새겨진 은제 로켓의 추적기였다.
행운의 부적이 되어주길 바랐던 물건이었다.
이제는 점점 커져가는 내 공포의 신호등이 되어버렸다.
점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한 시간 동안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위치는 세아가 다니는 귀족 아카데미의 알파 회의실.
세아가 갈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내 안의 늑대, 지난 10년간 족쇄에 묶인 채 침묵하던 내 일부가 안절부절못하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10년 전, 내 핏줄이 만든 적들로부터 세아를 지키기 위해 나는 악마와 거래를 했다.
태준이 제안한 의식에 동의했고, 내 안의 화이트 울프를 봉인했다.
그의 평화 약속을 대가로 내 힘을 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약속을 깨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 따윈 없었다.
누군가 봤다면 내 정체를 의심했을 속도로 팩 하우스를 가로질렀다.
몇 분 만에 차에 올라타자, 엔진이 으르렁거리며 깨어났다.
아카데미는 고요했다. 저녁 수업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나는 땅거미가 내린 어둠 속 그림자처럼 옆문을 통해 안으로 스며들었다.
회의실에 가까워질수록 오래된 나무와 분필 먼지, 그리고 무언가 다른 냄새… 금속성의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포.
공기 중에 공포의 냄새가 자욱했다.
묵직한 참나무 문은 잠겨 있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힘이 어깨에 실리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문을 들이받았다.
낡은 자물쇠가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박살 났다.
안의 광경에 피가 차갑게 식었다.
내 딸, 내 똑똑한 세아가 구석에 구겨지듯 쓰러져 있었다.
손목과 발목은 굵고 검은 밧줄에 묶여 있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축축하게 번들거리는 밧줄.
은.
은 용액에 흠뻑 적신 밧줄이었다.
문 앞에서조차 아이의 피부에 난 성난 붉은 화상 자국과, 쇠약함과 고통으로 온몸을 떠는 모습이 보였다.
은은 우리 종족에게 독이었다.
살을 태우고 부식시키며, 치유 능력을 막는 물질.
"어머, 이게 누구야. 시궁쥐라도 들어왔나?"
비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촌스러운 브릿지 염색에 과한 화장을 한 여자애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최유라.
그 뒤에는 내가 아는 교사, 김 선생이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 오메가 어미잖아."
유라가 경멸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한심한 딸년 데리러 왔나 보네?"
"무슨 짓이야?"
내 목소리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냥, 분수를 가르쳐 준 것뿐이야."
유라가 으스대며 앞으로 나섰다.
"근본도 없는 잡것이 감히 국제 연맹에 있는 내 자리를 훔치려고 했거든. 우리 알파 아빠가 나를 위해 마련해 준 인턴 자리라고."
세상이 빙글 도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알파 아빠.'
이 학교에 알파는 단 한 명뿐이었다.
국제 연맹에 자리를 마련해 줄 영향력을 가진 알파도 단 한 명.
내 남편. 강태준.
내가 10년간 사랑했던 남자.
내 아이의 아버지.
나의 운명의 메이트.
그 배신감은 물리적인 충격처럼 폐부에서 공기를 앗아갔다.
나는 우리 둘만의 메이트 각인, 영혼을 잇는 신성한 연결고리를 통해 그에게 손을 뻗었다.
'태준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의 목소리가 즉시 돌아왔다. 꿀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지난 10년간 내 두려움을 잠재워주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하윤아, 내 사랑. 무슨 일이야? 목소리가 안 좋네.'
'세아가… 다쳤어요. 유라라는 여자애가… 자기 알파 아빠가….'
'쉬, 내 달빛.'
그가 내 곤두선 신경을 어루만지듯 속삭였다.
'그냥 학교에서 애들끼리 다투는 거겠지. 걱정 마.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그 향기… 비에 젖은 숲과 달빛 향기. 날 미치게 했었지. 지금도 그래. 그 무엇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어.'
순간, 그의 말이 예전처럼 마법을 부렸다.
그는 내 메이트다.
달의 여신이 나를 위해 선택한 남자.
그가 설마… 그럴 리가…
그때 세아를 보았다.
은밧줄이 스친 피부의 시커멓게 타들어 간 살점을 보았다.
내 딸의 눈에 서린 고통이 태준이 만든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
나는 유라와 그 친구들의 낄낄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아이 곁에 무릎을 꿇었다.
"엄마가 꺼내줄게, 아가."
내 손가락이 매듭에 닿았다.
팔을 타고 찌르는 듯한 열기가 치솟았다. 은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나는 신음하며 손을 뺐다. 손톱은 이미 검게 변하고 있었다.
"왜, 잘 안되나 보네, 오메가?"
유라가 조롱했다.
"그냥 이빨로 물어뜯지 그래? 개처럼 말이야."
그 친구들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 불빛이 그들의 잔인한 얼굴을 비추며 녹화를 시작했다.
나는 눈물로 얼룩진 세아의 얼굴을 보았다.
고통 따위는 상관없었다.
굴욕 따위도 상관없었다.
나는 몸을 숙여 은이 섞인 밧줄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입안에 역겨운 금속 맛이 퍼졌다.
턱을 통해 불길이 번지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내 안의 원시적인 늑대는 잠시나마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조롱과 휴대폰 불빛을 무시하며 물고 찢었다.
밧줄이 끊어졌다.
내가 다음 밧줄을 풀려고 할 때, 유라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손에는 학교 마스코트 개인, 흙투성이의, 개가 반쯤 씹다 만 뼈다귀가 들려 있었다.
손목을 휙 놀리자, 뼈다귀가 날아와 세아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아이의 뺨에 더러운 흙 자국이 남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졌다.
지난 10년간 느끼지 못했던 차갑고 하얀 불꽃이 핏줄 속에서 타올랐다.
은월 가문의 힘, 진정한 화이트 울프의 힘이 온몸을 통해 솟구쳤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유라가 내 눈빛의 변화를 알아채기도 전에, 내 손이 날아갔다.
총성 같은 마찰음이 고요한 방 안을 울렸다.
유라는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피가 쏟아져 나오는 코를 붙잡았다. 코는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휘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 시선은 세아의 목에 아직 걸려 있는 은월 가문의 부적에 고정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추적기가 아니었다.
생명줄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가르쳐준 순서대로 고대 인장을 눌렀다.
부모님이 유산을 맡겼던 유일한 사람에게 보내는 절박한 기도였다.
모든 일반 채널을 우회하는 보안 연결이 내 머릿속에서 딸깍, 하고 열렸다.
"차시혁입니다."
차분하고 깊은 목소리가 답했다.
"시혁 씨."
내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저 하윤이에요. 맹세를 이행해 줘요. 최고의 힐러들을 데리고. 지금 당장."
회차 2
서하윤 POV:
고통과 불신이 뒤섞인 유라의 눈이, 마치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내게 고정되었다.
"차시혁?"
그녀는 피를 막으려 애쓰며 웅얼거렸다.
"새벽의 서약 팩의 수석 힐러? 네까짓 게 그분을 어떻게 알아!"
유라는 달려들어 세아의 목에 걸린 부적을 잡아채려 했다.
나는 더 빨리 움직여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내 손아귀 힘에 유라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멍든 손목을 감싸 쥐며 뒤로 물러섰다.
"너 같은 하찮은 오메가는 그분 이름조차 입에 담을 자격 없어."
그녀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독을 뿜었다.
"우리 엄마 곧 오실 거야. 넌 무릎 꿇고 우리 알파에게 용서를 빌게 될걸. 나한테 한 짓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그녀를 무시했다.
내 시선은 바닥, 세아의 발치에 흩어진 찢어진 종잇조각에 고정되었다.
연맹의 공식 합격 통지서.
그녀의 출입증.
기억의 파도가 밀려왔다.
새벽까지 공부하며 피로로 창백해졌던 세아의 얼굴.
거울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하게 발표를 연습하던 세아의 모습.
내 딸은 인턴십뿐만 아니라, 힘없는 오메가의 딸도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다.
유라는 내 시선을 따라갔다.
잔인한 미소가 그녀의 입술을 비틀었다.
그녀는 다가가 찢어진 출입증을 구둣발로 짓이겼다.
공식 인장이 찍힌 부분을 일부러 흙으로 더럽혔다.
종이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내 딸의 희망찬 향기가 완전히 뭉개졌다.
제시간에 출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사라졌다.
"봤지?"
유라가 비웃었다.
"쓰레기는 바닥에 있어야지."
유라의 패거리에 속한 아들의 아버지인 한 덩치 큰 남자가 끼어들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미래의 루나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그는 내 팔을 잡고 힘을 주며, 자신의 베타 등급 힘으로 나를 강제로 무릎 꿇리려 했다.
"무릎 꿇어, 오메가."
그가 으르렁거렸다.
"알파 님의 미래 루나를 기다리게 하기 전에."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마주 봤다.
내 눈은 지난 10년간 위장해왔던 온기가 사라진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박 이사님."
나는 소음을 뚫고 들릴 만큼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말했다.
"석천 팩 소속이시죠. 알파님 성함은 정우성이시고요. 맞죠? 당신네 영토는 범람원 위에 자리 잡고 있던데. 제방은 은월 그룹에서 매년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유지되고 있고요. 제 서명이 있어야 갱신되는 보조금이죠. 이제 그 지원은 없는 걸로 아세요."
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마치 불에 덴 것처럼 손을 확 뺐다.
자신의 팩 이름, 알파의 이름. 오메가 따위는 알 리가 없는 정보였다.
그는 두려움이 깃든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바로 그때, 회의실 문이 다시 활짝 열렸다.
번쩍이는 싸구려 보석과 몸에 꽉 끼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들이닥쳤다.
그녀의 저렴하고 역한 꽃향수 냄새가 내 감각을 공격했다.
"이게 다 무슨 소란이야?"
그녀는 소리치며 울고 있는 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유라야, 아가! 누가 이랬어? 어떤 년이 감히 미래의 알파가 될 내 딸을 건드려?"
임지현이었다.
"쟤야, 엄마!"
유라가 떨리는 피 묻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지현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녀의 눈은 내 소박하고 실용적인 옷차림을 경멸적으로 훑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 유라의 다른 쪽 뺨을 다시 한번 후려쳤다.
이번에는 선명하고 마지막을 고하는 소리가 났다.
"네가 감히!"
지현이 비명을 질렀다.
"감히."
나는 그녀가 들어본 적 없는 권위가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셔츠 깃 안으로 손을 넣어 항상 차고 있던, 옷감 아래 숨겨져 있던 목걸이를 꺼냈다.
그 끝에는 작고 정교하게 조각된 은 원반이 달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어 올렸다.
초승달 앞에서 울부짖는 늑대, 은월 가문의 고대 인장이 희미한 불빛 속에서 빛나는 듯했다.
"나는 은월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 서하윤이다."
나는 힘이 실린 목소리로 선언했다.
"내 메이트는 블랙우드 팩의 알파, 강태준. 그리고 너희는 내 딸을 건드렸다."
잠시 동안 충격적인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지현과 유라가 폭소를 터뜨렸다.
"은월? 그 가문은 수십 년 전에 망했잖아!"
지현이 비웃었다.
"싸구려 장신구 하나로 날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내 딸 병원비나 물어내. 10억!"
"좋아."
나는 차갑게 말했다.
"그럼 당신은 내 딸 옷값을 물어내야겠네. 파리의 디자이너가 보호 룬을 짜 넣어 맞춤 제작한 옷이야. 당신 차보다 비쌀걸. 그리고 내 딸이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도 해야 할 거고."
지현의 얼굴이 분노로 보랏빛이 되었다.
"이 거짓말쟁이 년! 누가 진짜 힘을 가졌는지 보여주지!"
그녀는 명품 핸드백을 뒤져 카드 한 장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묵직하고 값비싼, 세련된 블랙 골드 카드였다.
표면에는 블랙우드 팩의 상징인 으르렁거리는 늑대 머리 토템이 새겨져 있었다.
숨이 멎었다.
심장이 차가운 주먹에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카드를 알아봤다.
그것은 팩 내에서 최고 수준의 접근 권한과 특권을 부여하는 알파의 메이트 카드였다.
지난달 최고 평의회에서 내 공로를 인정해 수여한 카드.
내가 남편인 태준에게 보관해달라고 맡겼던 카드.
그리고 그 카드 위, 팩 토템 바로 아래에는 지현의 싸구려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태준의 익숙한 소나무와 흙 내음과 뒤섞인 채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내 결혼 생활의 관에 마지막 못이 박혔다.
그는 단순히 바람을 피운 게 아니었다.
그는 내 지위, 내 명예, 그의 루나로서의 내 존재 자체를 이 여자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회차 3
서하윤 POV:
지현의 미소는 승리에 찬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겼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완벽하게 관리된 손톱으로 관자놀이를 톡톡 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내 알파, 자기야. 웬 오메가 하나가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네. 와서 처리 좀 해줘야겠어."
나는 그녀의 마인드 링크 전송이 일으키는 파동을 느꼈다.
내가 태준과 나누는 은밀한 연결에 비하면 조잡하고 공개적인 방송과도 같았다.
마치 도서관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것을 듣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응답을 느꼈다.
익숙한 존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 메이트.
묵직한 참나무 문이 활짝 열렸다.
내 10년의 남편, 블랙우드 팩의 알파 강태준이 문가에 실루엣처럼 서 있었다.
그는 처음 만났던 날처럼 잘생겼고, 넓은 어깨는 문틀을 가득 채웠으며, 그의 존재감은 공기를 짜릿하게 만들 정도의 힘을 뿜어냈다.
그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고, 아주 잠깐 내 눈과 마주쳤다.
나는 그의 눈 깊은 곳에서 스쳐 지나가는 충격, 짧고 무방비한 당혹감을 보았다.
그는 나를 보았다.
멍들고 떨고 있는 세아를 보았다.
그러다 그 감정은 사라졌다.
소름 끼칠 정도로 완벽한, 차가운 무관심의 가면이 내려앉았다.
그는 나와, 자신의 딸을 마치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쳐다봤다.
"태준 씨, 자기야!"
지현이 소리치며 그의 곁으로 달려가 팔에 매달렸다.
"이 미친 여자가 우리 유라를 공격했어! 코를 부러뜨렸다고!"
유라는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며 그의 비싼 정장 재킷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아빠, 저 여자가 자기가 아빠 메이트래요! 미쳤나 봐!"
방에 있던 다른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알파를 보자마자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정신 나간 여자입니다, 알파 님!"
"강제로 여기에 쳐들어왔습니다!"
"망해버린 가문 출신이라고 주장합니다!"
태준은 돌처럼 굳은 얼굴로 듣고만 있었다.
그는 나를 보았고,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우리 둘만의 채널에서 사용하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어조가 아니었다.
나를 향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누군지 모르겠군."
그가 말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을 꿰뚫는 얼음 조각 같았다.
이것은 공개적인 부인이었다.
운명의 메이트 법을 모독하는 행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메이트를 부정하는 것은 가장 큰 죄악 중 하나이며, 어떤 물리적인 상처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기는 행위였다.
나는 우리의 신성한 각인이 흔들리고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영혼을 관통하는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저 여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해요, 아빠!"
유라가 나를 가리키며 요구했다.
태준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을 따라 들어온 두 명의 팩 워리어에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침입자를 벌하라."
알파의 명령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힘의 기운은 부인할 수 없었으며, 하위 계급의 늑대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늑대가 아니었다.
내 피 속에 흐르는 화이트 울프, 달의 여신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알파와 루나의 피가 그 명령에 저항하며 곤두섰다.
나는 저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다가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두 명의 건장한 워리어가 쇠처럼 단단한 손아귀로 내 팔을 잡았다.
그들은 나를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무릎 꿇렸다.
굴욕감은 무거운 망토처럼 나를 덮치는 물리적인 감각이었다.
유라는 교사의 책상에서 묵직한 나무 자를 집어 들었다.
장식용으로 얇은 은선이 박혀 있는 오래되고 화려한 자였다.
그녀의 눈이 악의로 번뜩였다.
"이건 날 건드린 값이야."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자를 높이 쳐들었다가 내 등 위로 내리쳤다.
순수한 불길이 피부를 가로질러 터져 나왔다.
박힌 은 때문에 단순한 타격이 아니었다. 고문이었다.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매번의 타격은 온몸에 격통을 일으켰고, 내 살이 타는 냄새가 콧속을 가득 채웠다.
방 건너편에서 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그가 꽉 쥔 주먹 위로 핏줄이 솟아나는 것을.
그의 턱 근육이 경련하는 것을.
손상된 우리의 각인을 통해, 내 고통의 잔상이 그에게도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메이트 각인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나의 고통은 그의 고통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꾸민 계획 때문에 자신의 메이트가 매를 맞는 것을 서서 지켜보았다.
나는 기침을 하며 피와 침을 바닥에 뱉었다.
땀으로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한 채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마주했다.
나는 그에게 피투성이의, 부서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루나를 버린 걸 후회하게 될 거야."
나는 약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그 말이 내 입술을 떠나는 순간, 새로운 소리가 공기를 채웠다.
점점 더 커지는 낮고 깊은 울림.
공기를 복종시키듯 무겁게 후려치는 거대한 회전 날개의 소리였다.
우웅. 우웅. 우웅.
모두가 얼어붙어 커다란 창문을 쳐다봤다.
군용 헬리콥터 세 대가 바깥에 떠 있었고, 탐조등이 방 안을 눈부신 백색광으로 가득 채웠다.
열린 문에서 밧줄이 내려왔고, 검은 전술 장비를 입은 인물들이 무섭도록 빠르고 정밀하게 하강했다.
창문이 안쪽으로 산산조각 났다.
늑대인간 최고 평의회의 휘장을 단 무장 군인들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순식간에 상황을 장악했다.
그들의 지휘관인, 머리에 은색 줄무늬가 있는 엄격한 얼굴의 장교가 내게로 곧장 걸어왔다.
그는 알파도, 불량배들도, 그 누구도 무시했다.
그는 무릎 꿇은 내 앞에 멈춰 서서, 고대 늑대의 충성 맹세인 깊고 정중한 절을 했다.
"루나 서하윤 님."
그의 목소리가 권위 있게 울려 퍼졌다.
"은월의 맹세에 응답했습니다. 최고 평의회 기사단, 명을 받들겠습니다."
방 전체가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권력의 판도가 막 뒤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