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송은교를 발견한 남자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더욱이 이러한 장소에서 만나게 될 줄은 더욱 몰랐다.
의사 신분으로 만났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가 먼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어젯밤, 검음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취기 오른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웃을 때마다 송은교는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책상 하나 사이 두고 가운을 입은 남자는 등 뒤에서 비추는 햇살 때문인지, 더욱 범접하기 힘든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불임 검사 받으러 왔어요."
"결혼하셨어요?" 미간을 짙게 일그러뜨린 남자가 컴퓨터로 여자의 진료 기록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이미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다.
전날 밤 유부녀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에 그의 이목구비가 더욱 거칠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진료를 이어갔다. "마지막 부부관계는 언제쯤 되세요?"
"어젯밤이에요." 송은교는 손으로 턱을 괴고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찌나 힘이 좋던지, 하룻밤에 8번은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래가 아직도 많이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키보드에 올린 남자의 손가락이 멈칫하더니 차갑게 되물었다.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묻는 겁니다."
그는 묻자마자 자신이 그녀의 순결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는 건 그녀는 남편과 부부관계를 한 적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송은교는 개의치 않다는 듯 손을 저으며 설명을 보탰다. "남편과 관계를 가져본 적 없어요. 아직 첫날밤도 보내지 않았거든요."
"부부관계가 없었으니, 난임 불임 검사까지 받을 필요 없어요." 그리고 컴퓨터에 기혼 두 글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제안했다.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환자분이 아니라 환자분 남편인 것 같네요. 환자분 남편더러 비뇨기과에 가서 진찰받도록 제안해 보세요."
남자의 확실한 대답에도 송은교는 의자에 앉아 싱긋 미소 지었다. "임 선생님, 저는 오늘 종합 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어요."
그가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나요?"
송은교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임신 계획이 있다고 해도 부적절하고, 없다고 해도 말이 안 된다. "고민은 하고 있는 중이에요. 종합 검진을 미리 받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주윤훤은 진료실 커튼을 닫으며 그녀더러 바지를 벗고 검사대에 오르게 했다. "미혼 처녀하면 복부초음파로 검사하겠지만 환자분은 결혼해서 성생활을 하고 있으니 질 검사로 진행할 거예요."
그리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녀를 지켜봤다.
송은교는 진료대 위에 놓인 무시무시한 기구를 발견하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선생님, 아프지 않게 검사 부탁 드릴게요. 제가 통증에 많이 취약하거든요."
주윤훤은 그제야 송은교가 자신을 임범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은 임범의 당직일이었으나, 갑자기 일이 생겨 그가 임범 대신 당직을 서기로 했다.
주윤훤은 이러한 사실을 송은교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반박하지 않았다.
"다리를 벌리고 누우세요."
그리고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시퍼런 대낮에 바지를 벗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지, 송은교는 아주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그녀의 모습에 주윤훤은 낮은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어제 침대에선 엄청 당돌한것 같은데, 오늘은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죠?"
그러자 송은교는 내키지 않는 듯 씩씩 화를 내며 재빨리 바지를 벗고 진료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두 볼이 잘 익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익은 그녀는 어젯밤 주윤훤의 품에 안겼던 장면을 회상하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면봉으로 검사 부위를 가볍게 쓸고 작은 상자 안에 넣고 그가 말했다. "많이 부은 것 같네요."
그리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가져다가 직접 약을 발라 주었다.
검사대에 누운 송은교는 민감한 부위에 스치는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을 온전히 느끼며 몸을 흠칫 떨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전날 밤에 뜨거운 밤을 보낸 남자가 지금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직접 검사해 주고 있다니.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때, 주윤훤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물이 많이 나오네요."
얼굴이 완전히 빨갛게 익은 송은교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개인적인 체질일수도 있고."
"장기간의 금욕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어요.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없었다고 했으니 남편더러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는 걸 추천 드려요.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문제가 있으면 빨리 치료받는 게 좋으니까요."
연고를 모두 펴 바른 주윤훤은 장갑을 휴지통에 던지며 말했다. "검사 결과는 내일쯤 나올 거예요. 연고는 샤워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얇게 펴 바르면 돼요. 3일이 지나면 부기가 완전히 가라앉을 거예요."
검사가 끝난 뒤, 송은교는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몸에 닿을 때마다, 전날 밤에 뜨거웠던 순간들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갑자기 생각을 바꾼 송은교가 용기를 내어 제안했다. "임 선생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