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뭐야, 남자 경험이 한 번도 없어?"

하늘에 어둠이 번져갈수록 술집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짙은 니코틴 연기가 공기 중에 흩어져 빈 공간을 채운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송은교는 집에 돌아가 잠을 청할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휴대폰에 익명으로 보내온 사진과 친구 강지연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신 남편이 밤에 얼마나 뜨거운 남자인지 모르죠? 하긴, 아직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당신은 영원히 모를 테지."

3년이 넘는 결혼 생활 동안, 송은교가 아무리 남편 주세원을 유혹해도, 그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2시간 전, 송은교의 휴대폰에 익명의 메시지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사진 속 주세원은 벌거벗은 채로 낯선 침대에 누워있었다.

머리에는 거칠게 찢긴 스타킹과 아슬아슬하게 가릴 수 있는 브래지어를 감고 있었고, 목에는 빨간 립스틱 자국이 가득 묻은 채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사진을 확인한 송은교는 온 세상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바로 주세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의 휴대폰은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부부의 존중과 감정 따위는 그들 부부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보다 잔인한 농담이 또 있을까?

잔뜩 취기 오른 모습으로 소파에 기대앉은 그녀의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진 채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결혼 3년 동안, 처음엔 주세운과의 관계를 거부했지만 결국 그녀도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였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더욱이 오늘 주세원이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와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아랫배 깊숙한 곳에서부터 욕망이 피어 오르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비틀대며 화장실로 향한 그녀가 찬물에 얼굴을 씻고 나올 때, 하마터면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그녀의 곁을 지나가던 사람이 그녀의 팔을 부축해서 엉덩방아는 모면했다.

기분 좋은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아가씨, 조심."

눈물에 시야가 흐릿해진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콧대에 짙은 눈매의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시야에 안겨왔다. 190은 훨씬 넘어 보였다. 그녀의 머리가 겨우 남자의 가슴까지 닿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는 무시할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 송은교는 큰 결심을 내렸다. 주세원이 먼저 불륜을 저지른 이상 그녀도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위해 순결을 지켜 갈 이유는 없었다.

남자의 눈을 몇 초 동안 바라본 송은교는 남자의 품에 안기더니 목을 확 끌어안았다.

애정에 목말랐던 탓일까, 송은교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먼저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 같더니 엉덩이 아래로 넣어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이다. 그녀의 길고 가느다란 다리는 남자의 잘록한 허리를 붙잡듯이 휘감았다.

그녀가 몸을 흠칫 떠는 것을 본 남자가 낮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무서워? 내가 꽉 잡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남자는 조금 마른 듯한 체구였지만, 불끈 튀어나온 근육에 어깨는 그녀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넓고 단단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을 탐하여 깊게 입을 맞췄다. 혼란스럽게 뒤엉킨 숨소리가 거칠게 끊어지는 것 같더니, 야릇한 신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집요하게 떨리는 긴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남자는 송은교를 등지고 벨트를 채우고 있었다.

그녀가 잠에서 깼을 때, 몸이 깨끗하게 씻겨져 있는 것을 보아 아마 꽤 매너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게다가 남자가 허리에 하고 있는 벨트는 한정판 에르메스로 최소 6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이다. 고작 하룻밤에 서로의 몸을 탐한 남자가 꽤 능력 있는 남자라고 확신했다.

"이제 어떻게 해요?" 원나잇을 처음 경험하는 송은교는 이제부터 어떻게 남자를 대하고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 먼저 입을 열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의 허벅지 아래 흰 시트에 붉은 얼룩이 묻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천만 원이면 충분하지?"

남자의 말에 송은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 무슨 말이에요?"

그저 하룻밤의 쾌락이라고 여긴 남자는 그녀가 남자 경험이 없는 처녀였을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밤새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순수함과 음탕함에 그도 만족스러운 밤을 보냈다. 아찔한 고양감이 얼마 만인지, 그는 어젯밤의 만족감에 대가를 지불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야.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말해."

남자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송은교가 바로 거절했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어차피 서로 원해서 벌어진 일인데, 돈을 주고받을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돈을 받는다면, 그녀의 첫날밤을 돈으로 파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힘겹게 옷을 입는 송은교는 어젯밤의 여파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는지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낚아챈 남자는 어젯밤 그의 품에 안겨 신음을 뱉던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매끈한 피부가 그의 손에 부드럽게 감겨왔다. 남자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울음 섞인 신음이 특히나 매혹적이었다.

그가 담담하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만족스러웠는데. 당신만 괜찮으면 외로울 때마다 서로를 달래주는 건 어때?"

그녀도 어젯밤이 첫날밤으로 만족스러웠지만, 그를 그저 한 순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도구로만 여겼다. 송은교는 갑자기 까치발을 들더니 남자의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우린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해요."

집에 돌아온 송은교는 뜨거운 물로 몸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었다. 그녀의 몸에 남은 빨간 흔적들을 봤을 때, 남자는 조금도 자비를 베풀지 않고 그녀를 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원나잇을 통한 육적인 만족감과 보복에 성공했다는 정서적 성취감을 느꼈다.

주세원은 간만에 야근하지 않고 일찍 집에 돌아왔다. 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걸치고 나온 송은교가 그를 발견하고 자리에 흠칫 멈춰 섰다.

그녀의 목에 남은 빨간 흔적들이 하얀 피부와 대비되어 유난히 눈에 잘 띄는 것 같았다.

주세원도 흔적을 발견했는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추궁하듯이 캐물었다. "송은교, 다른 남자와 자고 온 거야?"

회차 2

송은교는 심장이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최대한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원 씨,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자 주세원은 눈살을 더욱 찌푸리고 다그쳤다. "목에 남은 키스마크는 어떻게 설명할 거야? 송은교, 내가 아무리 널 3년 동안 가만히 내버려뒀어도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내가 아무리 널 사랑한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그녀의 기억 속 주세원은 늘 사려 깊고 다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흉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추궁하는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송은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역시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은 내로남불이라 하더라도 이는 눈 뜨고 보기 힘든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목에 남은 흉터는 모기한테 물린 거예요." 송은교는 그의 추궁에 차분하게 대처했다. "어제 지연이네 집에서 자고 왔어요. 못 믿겠으면 세원 씨가 지연이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요."

"지연이는 당신 친구니까 당연히 당신 편을 들겠지." 주세원은 그녀의 거짓말에 쉽게 속지 않았다.

"그럼 세원 씨가 직접 CCTV 확인하면 되겠네요. 내가 지연이네 집에서 진짜 잤는지 자지 않았는지." 송은교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주세원은 바로 부하 직원에게 전화 걸어 강지연이 지내는 아파트 CCTV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의심의 씨앗이 피어난 이상, 그는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주세원이 그녀의 목에 남은 흔적을 계속 따지려 할 때, 송은교가 먼저 한 발짝 다가가더니 그의 셔츠를 헤집고 목에 남은 흔적을 가리켰다. "당신의 목에 난 흔적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러자 주세원은 적지 않게 당황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쳐내더니 연신 뒷걸음질쳤다. "이, 이건 알레르기 때문에 이래."

그의 대답에 송은교는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정말이에요? 알레르기가 이렇게 심하게 올라왔어요?"

주세원은 난처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출장 다녀왔던 호텔 침대 시트가 많이 더러웠던 것 같아. 알레르기가 바로 올라오더니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네."

바로 그때, 주세원의 비서가 송은교가 강지연의 집에 들어가는 영상과 나오는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을 확인한 주세원은 바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했다. "은교야, 미안해. 내가 무턱대고 의심부터 했어. 오늘 오후 병원에 다녀왔는데,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서 널 의심했던 것 같아."

주세원은 아내를 만족시키지 못해 죄책감을 가득 짊어진 남편처럼 진심 어린 얼굴로 사과했다. 만약 그녀가 익명으로 보내온 사진을 보지 못했다면, 그의 거짓말에 깜박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주세원이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녀도 증거를 모으기 전까지 연기로 대응해야 한다. 그녀도 한껏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세원 씨 오해가 풀렸으면 그걸로 됐어요." 그리고 싱긋 미소 지어 보였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군더더기 없는 송은교는 호텔을 나설 때, 강지연에게 가짜 CCTV 영상을 준비하도록 부탁했다. 어쩌면 주세원이 정말 CCTV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원 씨, 약은 먹었어요?" 송은교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오늘 밤에 다시 시도해 보는 건 어때요? 전엔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거부했지만, 지금은 준비됐어요."

예상대로 주세원은 바로 그녀의 손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 "아니, 준비하지 않아도 돼. 의사는 약을 먹고 보름 동안 휴식을 취한 다음 시도해 보는 게 좋겠다고 했어."

송은교는 그저 싱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주세원은 기력을 아껴 정부에게 쏟아 부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는 현모양처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시도하는 게 좋겠어요."

다음 날, 주세원의 어머니 심서란이 가정부와 함께 한약 약재가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들이닥쳤다.

결혼 3년 동안, 심서란은 송은교가 하루라도 빨리 임신할 수 있게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그럴 때마다 송은교는 주세원과 첫날밤을 치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며 한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한약을 먹는 날이면 어김없이 속에 든 것을 모두 게워 내면서 말이다.

심서란이 오늘도 가정부에게 한약을 달이도록 지시하는 것을 본 송은교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어머님, 지난 3년 동안 저 세원씨와 단 한번도 관계를 가진적이 없어요."

예전의 그녀는 주세원을 사랑했기에 군말 없이 한약을 마셨다.

그러나 그의 외도를 알아차린 지금, 그녀는 쓰디쓴 한약을 당장이라도 시어머니 심서란의 입에 쏟아 붓고 싶었다.

심서란은 청천벽력이라도 들은 듯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뒤이어 그녀의 화난 목소리가 저택에 가득 울렸다. "송은교,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내 아들이 어디 장애가 있는것도 아니고 어떻게 3년 동안 한번도 관계를 가지지 않을수 있단 말이야!"

송은교는 자리에 꼿꼿하게 서서 반박했다. "의사는 주세원 문제라고 했어요. 믿을 수 없다면 어머님이 직접 주세원한테 물어보면 되겠네요."

송은교가 주세원을 이름 석자를 그대로 부르자 심서란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얼마 전까지 나긋하게 세원 씨라고 불렀었는데, 언제부터 호칭마저 달라진 걸까?

"하, 너희 둘 한때 얼마나 붙어 다녔는지 잊었니? 우리 원이는 너와 결혼하겠다고 단식투쟁까지 벌였어. 네가 원이를 구하기 위해 차에 부딪히지 않았다면, 네가 우리 주씨 가문 며느리가 되는 일도 없었을 거야!" 심서란은 차갑게 콧방귀를 끼며 덧붙였다. "네가 결혼 전에 원이를 홀렸던 수법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아마 지금쯤 배가 불렀을 텐데 말이야."

송은교는 당장이라도 심서란의 뺨을 힘껏 내리치고 싶었다.

그녀가 정식으로 주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 후에는 심서란을 어머니로 생각하며 온갖 노력을 기울여 그녀의 마음에 들려 했다. 그러나 심서란은 그녀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3년 내내 그녀를 찾아와 온갖 트집을 잡았다.

예전이었다면 주세원을 위해 내색하지 않고 최대한 인내했을 것이다.

"주세원을 홀릴 수 있는 여우가 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여우가 되고 싶은 심정이에요." 송은교는 어깨를 으쓱이며 계속 말했다. "하지만 주세원이 발기부전이니, 저도 뾰족한 수가 없네요."

송은교가 심서란의 말에 대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심서란은 송은교의 손을 잡아 끌며 억지로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도록 지시했다.

그녀는 눈앞에 닥친 상황이 어처구니없어 실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부부관계도 하지 않은 그녀에게 임신을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이 어디 있을까.

그날 오후, 산부인과는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볐고, 특정 진료실 앞에만 환자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송은교는 문에 붙인 표지판을 올려다보았다. 211호실, 임범 박사.

그녀의 주치의가 남자인 것 같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주치의가 남자든 여자든 무슨 상관 있겠는가.

진료실 밖 의자에서 한 시간쯤 기다렸을 때, 간호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반쯤 열린 진료실 커튼 사이로 오후 햇살이 스며 들어와 남자의 얼굴에 비췄고, 빛이 반사되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송은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가운을 입은 남자가 몸을 살짝 뒤로 젖히자 인상적인 날카로운 눈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전날 밤, 밤새 그녀를 품고 뜨거운 밤을 보냈던 남자가 지금은 주치의 신분으로 근엄하게 눈앞에 나타날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회차 3

송은교를 발견한 남자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더욱이 이러한 장소에서 만나게 될 줄은 더욱 몰랐다.

의사 신분으로 만났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가 먼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어젯밤, 검음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취기 오른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웃을 때마다 송은교는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책상 하나 사이 두고 가운을 입은 남자는 등 뒤에서 비추는 햇살 때문인지, 더욱 범접하기 힘든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불임 검사 받으러 왔어요."

"결혼하셨어요?" 미간을 짙게 일그러뜨린 남자가 컴퓨터로 여자의 진료 기록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이미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다.

전날 밤 유부녀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에 그의 이목구비가 더욱 거칠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진료를 이어갔다. "마지막 부부관계는 언제쯤 되세요?"

"어젯밤이에요." 송은교는 손으로 턱을 괴고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찌나 힘이 좋던지, 하룻밤에 8번은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래가 아직도 많이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키보드에 올린 남자의 손가락이 멈칫하더니 차갑게 되물었다.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묻는 겁니다."

그는 묻자마자 자신이 그녀의 순결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는 건 그녀는 남편과 부부관계를 한 적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송은교는 개의치 않다는 듯 손을 저으며 설명을 보탰다. "남편과 관계를 가져본 적 없어요. 아직 첫날밤도 보내지 않았거든요."

"부부관계가 없었으니, 난임 불임 검사까지 받을 필요 없어요." 그리고 컴퓨터에 기혼 두 글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제안했다.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환자분이 아니라 환자분 남편인 것 같네요. 환자분 남편더러 비뇨기과에 가서 진찰받도록 제안해 보세요."

남자의 확실한 대답에도 송은교는 의자에 앉아 싱긋 미소 지었다. "임 선생님, 저는 오늘 종합 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어요."

그가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나요?"

송은교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임신 계획이 있다고 해도 부적절하고, 없다고 해도 말이 안 된다. "고민은 하고 있는 중이에요. 종합 검진을 미리 받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주윤훤은 진료실 커튼을 닫으며 그녀더러 바지를 벗고 검사대에 오르게 했다. "미혼 처녀하면 복부초음파로 검사하겠지만 환자분은 결혼해서 성생활을 하고 있으니 질 검사로 진행할 거예요."

그리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녀를 지켜봤다.

송은교는 진료대 위에 놓인 무시무시한 기구를 발견하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선생님, 아프지 않게 검사 부탁 드릴게요. 제가 통증에 많이 취약하거든요."

주윤훤은 그제야 송은교가 자신을 임범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은 임범의 당직일이었으나, 갑자기 일이 생겨 그가 임범 대신 당직을 서기로 했다.

주윤훤은 이러한 사실을 송은교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반박하지 않았다.

"다리를 벌리고 누우세요."

그리고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시퍼런 대낮에 바지를 벗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지, 송은교는 아주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그녀의 모습에 주윤훤은 낮은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어제 침대에선 엄청 당돌한것 같은데, 오늘은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죠?"

그러자 송은교는 내키지 않는 듯 씩씩 화를 내며 재빨리 바지를 벗고 진료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두 볼이 잘 익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익은 그녀는 어젯밤 주윤훤의 품에 안겼던 장면을 회상하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면봉으로 검사 부위를 가볍게 쓸고 작은 상자 안에 넣고 그가 말했다. "많이 부은 것 같네요."

그리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가져다가 직접 약을 발라 주었다.

검사대에 누운 송은교는 민감한 부위에 스치는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을 온전히 느끼며 몸을 흠칫 떨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전날 밤에 뜨거운 밤을 보낸 남자가 지금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직접 검사해 주고 있다니.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때, 주윤훤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물이 많이 나오네요."

얼굴이 완전히 빨갛게 익은 송은교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개인적인 체질일수도 있고."

"장기간의 금욕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어요.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없었다고 했으니 남편더러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는 걸 추천 드려요.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의 문제가 있으면 빨리 치료받는 게 좋으니까요."

연고를 모두 펴 바른 주윤훤은 장갑을 휴지통에 던지며 말했다. "검사 결과는 내일쯤 나올 거예요. 연고는 샤워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얇게 펴 바르면 돼요. 3일이 지나면 부기가 완전히 가라앉을 거예요."

검사가 끝난 뒤, 송은교는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몸에 닿을 때마다, 전날 밤에 뜨거웠던 순간들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갑자기 생각을 바꾼 송은교가 용기를 내어 제안했다. "임 선생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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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그녀:이혼녀의 반전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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