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10년간의 보육원 생활 끝에, 가족이 드디어 나를 찾았다. 꿈이 이루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자리가 어디인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완벽한 쌍둥이 언니, 강세희의 화려한 인생을 위해 돈을 버는 기계였고, 언니는 가족의 자랑스러운 금지옥엽이었다. 내게 유일하게 소중했던 건 남자친구, 김민준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출장 뷔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파티에서 부모님과 민준의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말았다. 그들은 민준을 세희와 결혼시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과거가 복잡하고 흠이 많은 아이일 뿐이라고.
몇 분 후, 민준은 모든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내 언니에게 청혼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내 휴대폰이 울렸다. 그에게서 온 문자였다. "미안해. 우리 헤어지자."
집에 돌아와 그들을 추궁하자, 그들은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나를 찾은 건 실수였다고. 나는 그저 그들이 관리해야 할 골칫덩어리일 뿐이며, 민준을 세희에게 준 것은 내게 베푸는 은혜라고 했다.
내 입을 막기 위해, 언니는 내가 밀었다고 소리치며 스스로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아빠는 나를 개 패듯 팼고, 쓰레기처럼 길바닥으로 내쫓았다.
멍투성이로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게, 출동한 경찰을 향해 부모님은 내가 폭력적인 가해자라고 말했다. 그들은 나를 지워버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이제 막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제1화
어릴 적 기억은 흐릿했다. 놀이공원의 번쩍이는 불빛과 시끄러운 소음이 뒤섞인 혼돈. 내 나이 네 살이었다. 그 후 10년 동안 보육원은 내 세상의 전부였다. 낯선 집들과 차가운 시선들. 그러다 그들이 나를 찾았다. 내 가족.
강씨 가족.
처음 몇 달간, 나는 지난 10년간 꿈꿔왔던 사랑을 갈구하며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했다. 투잡을 뛰며 번 돈은 족족 그들에게 갖다 바쳤다. 그들의 마음을 돈으로라도 사고 싶었다. 그들은 그것을 ‘기여’라고 불렀다. 자신들을 찾느라 들인 수고에 대한 나의 보답이라고.
쌍둥이 언니 세희는 단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다. 언니는 한 번도 잃어버린 적 없는 금지옥엽이었으니까. 명문대인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언니의 미래는 나의 미래만큼이나 어둡고 캄캄했다.
그래도 내 인생에 한 줄기 빛은 있다고 믿었다. 민준이. 내 남자친구. 그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나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오늘 밤, 나는 호화로운 가든 파티에서 출장 뷔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민준이 안다는, 대대로 부유하고 교양 넘치는 사람들이 여는 파티였다. 내 부모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들은 민준의 부모님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웃고 있었다. 성공한 중산층의 완벽한 그림이었다.
나는 배경에 불과했다. 흑백 유니폼을 입은 유령처럼 샴페인 잔을 채우며 돌아다녔다. 민준과 눈을 마주치려 했지만, 그는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이 배를 휘감았다.
그때, 잔을 더 가지러 잘 가꿔진 울타리 뒤로 몸을 숙였을 때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박 여사의 가볍고 은밀한 목소리.
"민준 군은 정말 멋진 청년이에요. 야망도 있고. 우리 세희한테는 완벽한 짝이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무거운 쟁반이 갑자기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처음엔 좀 망설이더군." 아빠의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남들 시선이 걱정됐겠지."
"물론이죠." 민준의 어머니, 윤 여사가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저희가 설득했어요. 세희 양이야말로 저희가 항상 원하던 며느릿감인걸요. 반듯하고, 집안도 좋고요."
내 집안.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건 내가 아니었다.
"그럼 지우는요?" 민준의 아버지가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 여사가 얼음 조각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로 웃었다. "아, 지우는 걱정 마세요. 걔는… 인생이 좀 고달팠잖아요. 자기도 분수를 알 거예요. 윤씨 댁 같은 집안에는 어울리지 않죠. 보육원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있고."
"그게 최선이야." 아빠가 단호하게 말했다. "민준이도 세희가 옳은 선택이라는 걸 알아. 자기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뿐이야."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혔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들이 내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는 계획을 마무리 짓는 것을 그저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몇 분 후, 음악이 잦아들었다. 민준이 마이크를 손에 들고 테라스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웃었다. 내가 이제 보니 속이 텅 비었다는 것을 알게 된, 매력적이고 연습된 미소였다. 엄마와 아빠는 그의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세희 언니가 우아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파티 조명 아래 언니의 드레스가 반짝였다.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완벽하고 흠집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세희야." 민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군중 속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고, 이내 박수갈채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울타리 뒤에 마비된 채 서서, 수백 명의 웃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인생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쟁반이 미끄러졌다. 유리잔이 돌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그 소리는 축하의 함성에 묻혀버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모두가 세희 언니를, 민준을, 완벽한 커플을 위해 환호하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민준의 부모님과 포옹했다. 세희 언니는 손을 내밀었고,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민준에게서 온 문자였다.
'미안해, 지우야. 우리 헤어지자. 부모님 뜻이 완강하셔.'
그게 다였다. 우리의 역사를 지우는 열두 글자.
나는 돌아서서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그저 달렸다. 웃음소리로부터, 그들의 완벽하게 꾸며진 세상으로부터. 흑백 유니폼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몇 시간 후, 나는 마침내 그들의 집으로 돌아왔다. 열쇠로 문을 열었다. 거실은 어두웠지만, 부엌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명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복도로 나왔다. 샴페인과 승리감에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제 왔니." 엄마가 말했다. 미소가 눈가에는 닿지 않았다. "재미있는 거 다 놓쳤네."
세희 언니는 없었다. 아마 새로운 약혼자와 아직도 축하 파티를 즐기고 있겠지.
나는 그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았다. 배신은 너무나 완벽하고, 너무나 태연했다.
"내 돈 돌려줘요." 나는 간신히 속삭였다.
아빠의 미소가 사라졌다. "뭐라고?"
"내가 드렸던 돈 전부요. 세희 언니 학비, 언니 차 값, 이 집 대출금까지." 내 목소리는 점점 더 강해졌다. "전부 돌려주세요."
엄마가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 마, 지우야. 그건 네가 이 가족에 기여한 거였어."
"무슨 가족이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더 나은 모델을 위해 나를 팔아넘기는 가족이요?"
"말이 너무 심하구나." 아빠가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그는 덩치가 컸고, 그 덩치를 이용해 위협했다. "넌 처음부터 민준이와 어울리지 않았어. 우리가 널 위해 좋은 일 한 거야."
"좋은 일이요?" 나는 그 단어가 독약처럼 느껴져 되물었다. "나를 파괴한 게요?"
"넌 우리가 널 찾았을 때부터 이미 망가져 있었어." 엄마가 날카롭고 잔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집을 줬어. 가족의 이름을 줬지. 감사해야 할 줄 알아야지."
"감사요? 뭐에 대해서요? 당신들의 돈 버는 기계가 된 거요? 세희 언니는 매년 새 침대 세트를 받을 동안 나는 가장 작은 방에서 잔 거요?"
"세희는 그럴 자격 있어!" 엄마가 쏘아붙였다. "걘 우리에게 끊임없는 자랑거리야. 넌 끊임없이 실수를 상기시키는 존재고."
"나를 잃어버린 실수요?"
"널 찾은 게 실수였지." 아빠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 말은 물리적인 타격보다 더 아팠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들이 나를 사랑할 거라는 희망에 매달려왔다. 그저… 결점이 있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사랑이 없었다. 오직 원망과 계산만이 존재했다.
그들을 찾았을 때 사회복지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실종 수사는 2년 만에 종결되었다고 했다. 그들은 이미 나를 잊고 새 출발을 한 것이었다. 완벽한 딸 하나와 함께하는 완벽한 삶. 10년 만에 나를 다시 찾은 것은 그저 그들이 처리해야 할 불편한 일이었을 뿐이다.
내가 그들을 꿈꾸며 보낸 모든 세월 동안, 그들은 나를 잊고 살았다.
수년간 끓어오르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 그것은 뜨겁고 정화하는 불길처럼, 내 마지막 한 줌의 비참한 희망마저 태워버렸다.
"날 찾지도 않았잖아요." 나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년 만에 찾는 걸 그만뒀잖아요."
엄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누가 그런 말을 해?"
"상관없어요." 나는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광기 어리고 부서진 웃음을 터뜨렸다. "난 알아요. 당신들은 날 썩도록 내버려 뒀어."
"우린 최선을 다했어." 엄마가 연기를 집어치우고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차가운 분노의 가면이었다. "세희는 평범한 삶이 필요했어. 잃어버린 동생의 그림자가 자기 인생을 뒤덮는 걸 원치 않았다고."
"그래서 내 인생을 언니에게 줬군요." 나는 속삭였다. "내 남자친구까지도요."
"세희가 민준이에게 더 잘 어울렸어." 아빠가 마치 사업 거래인 양 간단히 말했다. "그게 우리 집안의 격을 높이는 일이야. 넌 네 언니를 위해 기뻐해야 해."
기뻐하라고. 그들은 내가 기뻐하기를 원했다.
나는 내 피를 나눈 이 두 사람을 보았다. 그들은 내 부모가 아니었다. 그들은 내 주인이었다. 그리고 방금 나를 다른 물건과 맞바꾼 것이었다.
회차 2
"나갈 거예요." 그 말은 내 입에서 단단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내 것을 되찾을 거예요."
"네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어!" 엄마가 소리쳤다. 그녀의 정성 들여 꾸민 얼굴이 으르렁거리듯 일그러졌다. "네가 가진 모든 건 우리 덕분이야! 이 집도, 네가 먹는 밥도!"
"내가 산 밥이죠." 나는 위험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정정했다. "세희 언니가 '경험'을 위해 멋진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내가 투잡 뛰어서 번 돈으로요."
"네 언니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 아빠가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내 얼굴에 손가락질을 했다. "세희는 품격이 있어. 미래가 창창하지. 넌 그저 삐딱한 열등감만 가득하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과거만 있을 뿐이야."
"당신들이 부끄러워하는 과거 말이군요." 내가 쏘아붙였다.
그가 내 팔을 잡았다.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었다. "이 은혜도 모르는 년. 우리가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이거 놔요."
"네 아빠한테 존댓말 써." 엄마가 악의에 찬 눈을 번뜩이며 쉭쉭거렸다. "그냥 널 찾은 곳에 내버려 뒀어야 했는데."
그 말은 거의 와 닿지 않았다. 나는 이제 그들에게 무감각해졌다. 마치 낯선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 같았다.
"당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돈과 지위뿐이에요." 나는 그녀의 얼굴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게 당신들이 평생 중요하게 여겨온 전부죠. 가족은 신경도 안 써요. 체면만 신경 쓰지."
나는 아빠의 손아귀에서 팔을 비틀어 빼내고 복도 테이블 위에 놓인 크고 화려한 도자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윤씨 집안에서 온 선물이었다. 그들의 새로운 동맹의 상징.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팔을 휘둘러 그것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도자기는 수천 조각으로 박살 났다.
그 소리는 해방감을 주었다.
엄마는 마치 내가 자기를 때리기라도 한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저거 유명 작가 도자기야! 엄청 비싼 거라고!"
"세희 언니 지참금으로 메울 수 있겠죠." 나는 비꼬는 투로 말했다.
아빠의 얼굴은 분노로 보랏빛이 되었다. 그는 나를 때리려는 듯 손을 들었다. 나는 움찔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빤히 쳐다보며 도전했다.
바로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세희 언니가 꿈꾸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그녀는 거의 떠다니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 무슨 소리야?" 그녀가 동그랗고 순진한 눈으로 물었다.
순식간에 부모님의 표정이 바뀌었다. 분노는 사라지고 아첨하는 듯한 걱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 얘야, 걱정 마." 엄마가 그녀 곁으로 달려가 드레스를 매만지며 속삭였다. "그냥 작은 사고였어."
"좋은 시간 보냈니?" 아빠가 이제는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민준 군이 집까지 잘 데려다줬고?"
"완벽했어요." 세희 언니가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 다이아몬드가 불빛 아래서 반짝이게 했다. "정말 완벽했어요. 그쪽 부모님은 벌써 식장 얘기를 하고 계세요. 이것도 주셨어요."
그녀는 엄마에게 벨벳 상자를 건넸다. 엄마가 그것을 열었다. 안에는 진주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어머, 세희야! 정말 아름답구나!" 엄마가 감격하며 말했다. "넌 이 모든 걸 받을 자격이 있어. 네가 우릴 정말 자랑스럽게 해줬어."
세희 언니는 마침내 도자기 파편 속에 서 있는 나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녀의 미소가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굳어졌다.
"지우? 너 여기서 뭐 해? 일하는 줄 알았는데."
"일했지." 엄마가 나에게 독기 어린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발작을 일으키고 있단다."
"아, 지우야." 세희 언니가 가짜 동정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걱정을 가장하며 내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속상해 보여?"
그녀가 내 팔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고, 나는 움찔하며 피했다.
"만지지 마."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세희 언니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이해할 수가 없네. 난 네가 날 위해 기뻐해 줄 줄 알았어. 민준 씨가… 자기가 말했다고 했는데."
"문자 한 통 보냈더라." 나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어머, 안 돼." 세희 언니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속삭였다. "그렇게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그 사람이 너랑 얘기하려고 했어. 엄청 미안해하더라고. 너희 둘은 그냥 안 맞는다고 했어. 그리고… 네 과거가 자기 집안에서 받아들이기엔 너무 벅차다고. 그쪽에서 걱정했대… 알잖아… 네 안정성 문제."
그 말들은 완벽하게 선택된 것이었다. 하나하나가 날카롭고 의도적인 상처였다. 그녀는 새로운 약혼자의 말을 인용하며, 부모님이 이미 내 등에 꽂은 칼을 비틀고 있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어?" 나는 텅 빈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이 부모님을 위한 연기라는 것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내 작은 일부는 그것을 들어야만 했다.
"그 사람은 널 아끼지만, 그렇게… 망가진 사람과는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했어." 세희 언니는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했다. "네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맞다고 했어."
고통은 물리적인 것이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감. 나는 내 쌍둥이 언니, 완벽한 복제품을 보았고, 그 안에서 괴물을 보았다.
뒤틀리고 씁쓸한 미소가 내 입가에 번졌다. "와. 대단하다. 너 진짜, 진짜 대단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녀가 흐느꼈다.
"그만해, 지우!" 아빠가 소리쳤다. "네 언니 인생 최고의 날에 기분을 망치고 있잖아!"
"얘 말이 맞아, 얘야." 엄마가 세희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우는 그냥 질투하는 거야. 네가 행복한 걸 못 보는 거지. 돌아온 이후로 우리가 최선을 다해 제대로 키우려 했지만, 10년의 상처를 지울 수는 없는 법이란다."
"아니면… 우리 둘 다 민준 씨 만나면 어떨까?" 세희 언니가 거짓된 진지함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난 괜찮은데. 우린 자매잖아. 다 같이 행복하면 좋지."
그 엄청난 대담함, 믿을 수 없고 모욕적인 위선에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나는 그녀를, 그리고 이것이 합리적인 제안인 양 고개를 끄덕이는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날것 그대로의, 미친 듯한 웃음이 내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회차 3
나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를 때까지 웃었다. 그 터무니없음이 너무나 컸다. 그를 공유하자고. 마치 그가 장난감이고, 언니는 내게 차례를 양보하는 자비로운 언니인 것처럼.
"너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마침내 숨을 헐떡이며 눈가를 닦았다. "진심으로."
세희 언니는 마치 내가 뺨이라도 때린 것처럼 움찔했다. "난 그냥 도우려고 한 거야."
"아니, 아니었어." 나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넌 평생 '도와주는' 척했지.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기억나. 넌 네 낡은 옷을 주면서 '도와주고', 그러고는 네 친구들한테 내가 촌스럽다고 말했지. 숙제를 '도와주고'는 내 좋은 성적을 네 공으로 가로챘어. 넌 너한테 더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은 단 한 번도 날 위해 한 적이 없어."
"어떻게 그런 끔찍한 말을!" 엄마가 세희 언니를 보호하듯 껴안으며 외쳤다.
"사실이잖아요." 나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며 말했다. "난 이제 끝이에요. 짐 싸서 나갈 거예요."
"나간다고?" 세희 언니의 목소리가 공포로 날카로워졌다. 눈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가면 안 돼! 다음 달 대출 이자는 누가 내는데?"
그 질문은 날것 그대로, 이기적으로 허공에 떠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진정으로 신경 쓰는 유일한 것이었다. 내 고통이 아니었다. 배신이 아니었다. 돈이었다.
"이제 부자 약혼자 생겼잖아." 나는 계단을 향해 걸어가며 어깨너머로 말했다. "그 사람한테 내달라고 해."
"거기 안 서!" 아빠가 으르렁거렸다. "네 언니한테 사과하기 전까지는 아무 데도 못 가!"
나는 그를 무시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내 방은 복도 끝에 있었다. 한때 창고였던 작고 비좁은 공간. 내 몇 안 되는 소지품은 싸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계단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부드럽고 애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
"지우야, 얘야, 잠깐만."
나는 멈췄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
"이러지 마."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그냥 화가 나서 그랬어. 그런 뜻이 아니었어. 네 아빠는 그냥… 세희를 너무 아껴서 그래."
나는 침묵을 지켰다. 익숙한 수법이었다. 폭발한 뒤에 이어지는 부드럽고 교묘한 사과. 이전에는 백 번도 더 먹혔던 방법이다.
"우린 널 사랑해, 지우야." 그 거짓말은 얇고 닳아빠진 소리로 들렸다. "네가 없어졌을 때 우린 정말 죽은 사람 같았어. 몇 년 동안 널 찾아다녔다고. 다시 우리를 떠나지 마. 그럼 난 죽을 거야."
그 연기는 거의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나는 커튼 뒤를 보았다.
"내가 없어졌을 때 내가 보고 싶어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고 했죠." 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실종된 동안 자신들만 즐겁게 지낼 수 없었다고요."
"그럼, 얘야." 그녀가 간절하게 말했다. "매일매일이 고통이었어."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이상하네요. 지난달에 다락방에서 낡은 상자들을 정리하다가 사진 앨범을 발견했거든요. 2005년 하와이 여행, 2008년 바하마 크루즈, 2011년 스위스 스키 여행 사진으로 가득 차 있던데요. 두 분 다 너무… 고통스러워 보이시던데요."
엄마의 얼굴이 굳었다. 핏기가 가셨다. 아빠는 턱 근육을 꿈틀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거짓말했군요." 나는 간단히 말했다.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했어요."
"네가 이해를 못 해서…" 엄마가 더듬거렸다.
"아, 이제 완벽하게 이해해요." 내가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슬퍼한 잃어버린 딸이 아니었어요. 당신들이 해결했다고 생각한 부끄러운 문제였죠. 그리고 내가 다시 나타났을 때, 나는 새로운 문제가 된 거고요. 수입원이자 편리한 희생양."
"어떻게 감히!" 아빠가 다시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질렀다. "우리가 너한테 두 번째 기회를 줬어!"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은 세희 언니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어요. 나를 희생해서."
"지우야, 제발." 세희 언니가 무언가를 원할 때 쓰는 그 칭얼거리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이러지 마. 엄마 아빠는 그냥 스트레스받아서 그래. 내 결혼식 생각해봐! 네가 없으면 윤씨 집안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모양 빠진다고."
언제나 어떻게 보이느냐가 문제였다.
"내 남자친구 훔쳐 가기 전에 그 생각 했어야지." 나는 다시 등을 돌리며 말했다. "내 돈 되찾고, 내 인생도 되찾을 거야."
그때 엄마가 울기 시작했다.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획된 크고 연극적인 흐느낌이었다. "내 딸이 나한테 그런 짓을 했다고 비난하다니! 내가 몇 년 동안 고통받았는데! 상심해서 거의 죽을 뻔했다고!"
나는 이 이야기를 천 번도 더 들었다. 슬퍼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예전에는 그녀와 함께 울고, 손을 잡아주며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오늘 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내 동정심의 샘은 말라버렸다.
"난 당신들한테 빚진 거 없어요." 나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빚은 다 갚았어요. 나는 10년 동안 당신들이 상상도 못 할 일들을 겪으며 살아남았어요. 여기 와서 당신들을 위해 일했고요. 내 고통으로 당신들의 편안함을 사줬어요. 우린 이제 쌤쌤이에요."
나는 그 세 사람, 거짓과 탐욕으로 이루어진 완벽하고 비참한 작은 그림을 보았다.
"나는 이 가족의 일부가 아니에요." 그 깨달음이 이상한 평화와 함께 나에게 내려앉았다. "나는 그냥 청구서를 내는 유령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