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경찰관이 말했다. "상황은 다 파악하셨죠? 이 사건은..."

신지민이 경찰관의 말을 끊고 물었다. "경찰관님, 이 경우 서시우 씨는 고의상해죄에 해당하나요?"

경찰관은 잠시 멈칫하더니 답했다. "엄밀히 말하면 쌍방 폭행입니다. 상대방도 손을 썼으니까요."

신지민은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시비도발죄는요?"

"시비도발죄는 고의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오해에서 비롯되었고, 양측 모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기에 시비도발죄로 처리하진 않을 겁니다."

신지민은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혼인 중 외도, 대중 앞에서 다른 여자와 포옹하는 행위는 공서양속 위반 아닌가요? 공서양속 위반은 며칠이나 구류할 수 있죠? 5일? 아니면 10일?"

"..."

그제야 경찰관을 포함한 파출소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신지민이 서시우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죄목을 엮어 그를 구류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정말이지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서시우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몸을 쭉 펴자 더욱 길고 훤칠한 몸매가 드러났다.

그는 나직이, 잠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신. 지. 민."

위협적인 어조는 아니었지만, 그 어떤 위협보다 더 위협적으로 들렸다.

신지민은 서 씨 그룹의 주가와 그동안 서 씨 가문이 자신에게 베푼 것을 생각해, 마지못해 서시우를 대신해 상대방과 합의했다. 합의금 약 600만 원을 지불하고 서시우를 데리고 나왔다.

두 사람은 집에 도착하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신지민이 주차하는 사이, 서시우는 이미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게스트룸으로 가 세수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침대에 누운 신지민은 마음이 복잡했다.

모처럼 하늘이 도왔는지 오늘 밤엔 응급 수술이 없어 푹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 망할 사건 때문에 두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 막 눈을 붙이려 하면 다시 출근해야 할 시간이었다.

신지민이 막 잠이 들려 할 때, 누군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는가 싶더니, 남자의 손이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신지민은 다리를 꼭 오므리며 눈을 번쩍 떴다.

가운을 걸친 서시우가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었다. 가운을 제대로 여미지 않아 탄탄한 가슴 근육과 복근이 그대로 드러났고, 하얀 피부는 조명 아래 희미하게 빛났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도 그는 더욱 거침없이 굴었다. 표정은 무감각했지만, 손길은 거칠었다.

신지민은 그의 행동을 그저 장난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서시우! 미친 짓 하지 마!"

서시우의 깊은 눈동자에 경멸과 조롱이 어렸다. "욕실에서 봤어. 내가 몇 달 자리 비웠더니, 많이 급했나 보네? 혼자 하는 게 나보다 좋아?"

신지민은 그제야 자신이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치우지 못한 속옷을 그가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녀는 순간 수치심을 느꼈지만, 그의 가슴을 밀치는 손에 힘을 빼지는 않았다.

서시우는 억지로 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그의 신분과 지위를 생각하면, 여자의 저항 따위는 그저 가식적인 내숭으로 여길 뿐이었다. 그는 흥미를 잃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물티슈를 뽑아 손가락을 닦았고, 그 모습에 신지민은 이를 악물었다. 서시우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흥미를 잃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신지민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아 서둘러 몸을 돌렸는데, 그의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백금 반지는 심플하면서도 정교했다.

신지민은 그가 반지를 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혼반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물티슈를 버리고 가운을 여민 서시우가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 탓에 그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잠이 들었다.

신지민은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1년 만에 그녀의 합법적인 남편이 곁에 누웠지만, 그녀는 차라리 그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신지민은 침대에서 내려와 다시 손님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2년간 이어진 이 결혼 생활이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다.

......

다음 날 아침, 신지민이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서시우는 이미 말끔한 차림으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 어젯밤 파출소에서 보았던 흐트러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깔끔하게 다려진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 커프스, 금테 안경까지 완벽하게 갖춘 그는 북성 서 씨 가문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황태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신지민이 다가갔지만, 서시우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녀가 왜 손님방에서 잤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는 죽을 떠먹으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셔츠 소매 아래로 드러난 시계는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그 주인처럼 정교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송 씨 아주머니가 그녀의 아침 식사를 내왔다. "사모님."

신지민은 아주머니에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꺼내 서시우의 앞에 내밀었다. "어젯밤 당신이 사람 때린 합의금, 내가 냈어요. 약 600만 원, 보내줘요."

서시우는 고개를 들어 얇은 안경테 너머로 그녀를 쳐다봤다. "내가 너한테 돈이라도 굶겼냐?"

신지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은행 거래 내역 확인해 봐요. 지난 2년간 당신 돈, 한 푼도 안 썼으니까."

서 씨 가문은 북성 제일의 재벌가였고, 신 씨 가문도 어디 가서 꿀릴 집안은 아니었다. 그녀는 서시우에게 손을 벌릴 필요가 없었다.

서시우는 그녀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휴대폰을 들어 600만 원을 이체했다.

단 1원도 더 보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아침 식사를 마칠 때쯤, 서시우의 비서가 그를 데리러 왔다. 그가 일어나려 할 때였다.

신지민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바로 말했다. "서시우 씨, 돌아왔으니 우리 이혼 얘기 좀 하죠."

서시우는 나가려다 멈춰 서더니, 그녀를 돌아보며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방금 뭐라고?"

신지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가을거리에 사는 그분은 차치하고라도, 어젯밤 CCTV로 다 봤어요. 당신 곁에 새로운 여자가 생긴 거. 저도 더는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 이혼해요."

송 씨 아주머니와 비서는 두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조용히 식당을 나섰다.

서시우는 그녀를 가볍게 훑어본 후 다시 식탁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좋아. 그럼 이혼 조건에 대해 얘기해 보자고."신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딱히 얘기할 건 없어요. 결혼 생활 내내 한 침대를 쓴 것 말고는 교류가 거의 없었잖아요. 이혼 후에도 당신 재산은 당신 거고, 제 재산은 제 거예요. 우리 그냥 이혼 신고하고 제가 나가면 돼요."

그녀는 서시우의 재산을 탐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서시우는 북성 재벌가의 황태자로, 겉으로는 예의 바르지만 속은 방탕하고, 겉으로는 한량처럼 보이지만 실은 타고난 사업가였다. 잔인하고 냉혹하며,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서 씨 가문은 그룹 산하의 몇 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그에게 맡겼다.

그는 가차없이 해고하고 정리했다.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고, 회사의 '개국공신'이라 불리던 인물도 직접 내쳤다. 과감하게 칼을 빼 들고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 드라마, 예능 세 분야를 동시에 공략하여 내수 시장에 새로운 스타들을 대거 배출했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단숨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서 씨 가문의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났고, 그의 손을 거쳐 간 스타들은 현재 업계의 정점에 올라 있었다.

서시우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신지민은 더 이상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저 이 감옥 같은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서시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순 없지. 오랫동안 같이 잤는데, 보상은 해줘야지."

신지민은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말에 의아했다. 그가 갑자기 왜 이리 예의를 차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괜찮아요. 다른 의견 없으면 오늘 변호사한테 연락할게요..."

"내가 말한 건, 네가 나한테 보상을 해야 한다는 거야."

"..."

서시우는 무심하게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지만, 눈에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서 씨 사모님께선 벌써 잊었나? 나한테 아이 하나 빚졌다는 거."

회차 3

서시우의 말 한마디에 신지민은 서로의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싸웠던 1년 전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네가 언제 임신하고, 언제 애를 낳든, 그때 우린 이혼하는 거야. 이 빚 청산하기 전까지는."

안경을 밀어 올린 서시우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는 마치 희롱하는 듯했다.

"신지민, 도망갈 생각이라면, 그건 꿈도 꾸지 마."

"..."

서시우가 그 말을 남기고 떠나자,

의자에 등을 기댄 신지민은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어젯밤, 두 어린 여자가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 그녀는 서시우의 역린이 바로 ‘몰래 한 임신과 낙태'라는 것을 알았다.

그 자식, 1년 전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신지민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에게 아이 하나를 빚진 셈이었다...

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저런 개자식.

·

신지민은 오늘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그녀는 북화병원 흉부외과 주임 의사다.

그녀의 나이에 주임 의사라는 직책을 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타고난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해외 최고의 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 원장이 직접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해 왔다.

북화병원에서 몇 년간 근무하며 그녀는 오직 실력만으로 모든 사람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고, ‘흉부외과 최고의 칼잡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진료실은 의사 한 명당 한 칸씩 배정되었다. 신지민은 사무용 의자에 앉아 바로 호출기를 눌렀다.

방송에서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001번 환자분, B1 진료실로 와주세요."

신지민이 컴퓨터로 001번 환자의 진료 기록을 확인하고 있을 때, 진료실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쳐다봤다.

어딘가 낯이 익었다.

"진료 기록이 없는데, 처음 오셨나 봐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여자는 고작 스무 살 남짓해 보였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가슴이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거만한 태도로 들어와 신지민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신지민은 다시 물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여자는 한참 동안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말했다. "나 임신했어."

신지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우 오빠 아이야."

신지민"..."

그제야 신지민은 여자가 왜 낯익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술집 CCTV에 찍혔던, 서시우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바로 그 여자였다.

술집에서는 화장이 짙어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

신지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임신은 산부인과로 가셔야죠. 여긴 흉부외과입니다. 제 진료 번호 하나를 낭비하셨네요."

여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르는 척하지 마, 신 의사. 내가 시우 오빠 아이를 가졌는데, 아직도 자리 비켜줄 생각 없어?"

자리를 비켜달라고?

신지민은 손에 쥔 펜을 빙글 돌렸다. 가을거리에서 몇 년간 서시우의 세 번째 정부 노릇을 하던 여자도 감히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지는 못했는데, 이 네 번째는 기가 막힐 정도로 당돌했다.

아마도 서시우가 뒤를 봐주니 저런 용기가 생긴 모양이었다.

신지민은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섞지 않고 내선 전화를 들었다. "진 선생님, 예약 하나만 추가해 주세요. 지금 바로요. 무통 유산 수술이고, 환자 이름은...

심설이에요." 여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지민,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내 아이를 죽이겠다고? 감히 그랬다간 시우 오빠가 너 가만 안 둘 거야!"

"힘 좀 쓰는 남자 간호사 두 명만 더 보내주세요. 환자분이 협조를 안 하시네요."

전화를 끊자마자, 건장한 체격의 간호사 두 명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신 의사님."

심설은 그녀가 정말로 일을 벌일 거라는 걸 깨닫고는, 분하고 두려워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신지민! 너 진짜 적당히 좀 해! 이 바닥에서 네가 어떻게 시우 오빠랑 결혼했는지 모르는 사람 없어. 넌 그냥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한 나쁜 년이야!"

신지민은 보온병을 열며, 의사 가운을 가리켰다. "내가 뭘 어쨌는데?" 심설은 악에 받쳐 소리쳤다."

네 엄마가 사모님이랑 친구인 거 믿고 어릴 때부터 서가에 빌붙어서 사모님한테 아양 떨었잖아! 근데 그걸 진짜 성공하다니, 가증스러워! 사모님이 시우 오빠한테 너랑 결혼하라고 윽박지르지 않았으면, 오빠가 너같이 부모 잡아먹은 재수 없는 년을 거들떠보기나 했겠어? 몇 년 동안이나 오빠를 차지했으면 됐잖아! 이제 그만 우리한테 돌려줘!"

신지민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듯 태연하게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코앞에서 욕설을 퍼붓는데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아는 게 제법 많네. 서시우가 알려줬어?"

심설은 증오에 차 말했다. "두 번 다시 시우 오빠 망치게 두지 않을 거야!"

신지민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배에 시선을 고정했다. 문득 좋은 수가 떠올랐다. "그렇게 그 사람을 위한다니, 내가 네 소원 들어줄 수도 있어."

심설은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소원?"

신지민은 두 간호사에게 말했다. "이쪽 뒷문으로 해서 산부인과 진 선생님한테 데려가요. 어떻게 할지 아실 거예요."

그녀는 간호사들에게 끌려 나가며 악을 쓰는 심설을 무시하고 서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전화는 바로 끊겼다.

그녀는 끈기 있게 두 번째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서시우가 받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심드렁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 중이야. 3분 줄 테니 할 말만 해."

"네 여자가 병원 와서 소란 피우는 통에 내 일에 지장 생겼어. 당장 와서 처리해.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지 나도 장담 못 해."

신지민은 할 말만 하고 30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자기 여자가 걱정됐는지, 서시우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왔다. 신지민은 마침 오전 진료를 모두 마치고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서시우는 아침에 입었던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지만,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친 상태였다. 살짝 벌어진 셔츠 깃 사이로 날카로운 목젖이 드러났다.

그가 의자에 앉자, 정장의 단정함과 그의 본성인 방종함이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신지민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며 두 사람의 거리를 벌리고는 말했다. "그 여자가 임신했대. 네 아이래."

서시우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표정 변화가 없었다. 금테 안경은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을 완벽하게 가려주어, 신지민은 그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지금 그 여자, 내 손에 있어."

그제야 서시우는 약간의 흥미를 보였다. "가뒀다고? 신 의사, 생각보다 거친데?"

신지민은 이게 거친 거라니, 서 이사님은 참 세상 물정 모른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말했다. "너랑 거래하고 싶어."

서시우는 비웃었다. "15분 전에 내 맞은편에 앉아서 거래하자던 그 계약서가 얼마짜리인 줄 알아?" 신지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 거래도 꽤 값어치 있어. 심설의 아이, 내가 낳은 걸로 할 수 있어. 그럼 사생아는 아니게 되겠지. 부모님께 잘 말씀드리면 그분들도 받아주실 거고."

"그리고, 이걸로 너한테 빚진 아이는 갚은 걸로 치고, 우리, 이혼해."

서시우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금테 안경 너머로 그의 눈빛이 순간 깊어졌다가 이내 옅어졌다.

"몰랐는데, 신 의사 수학자였네. 등가 교환을 그렇게 잘할 줄이야."신지민은 그의 비아냥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생각해봐. 대신 오래는 안 돼. 심설은 이미 수술대 위에 있어. 그 애 배 속의 아이를 살릴지 말지는 전적으로 네 대답에 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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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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