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결혼식 날, 가족들은 내 ‘예민한 신경’을 걱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약혼자 이선우는 내게 그저 아름답게 보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몇 년 동안, 그들은 나를 깨지기 쉬운 인형처럼, 관리해야 할 문제아처럼 취급했다.

결혼 행진을 한 시간 앞두고, 나는 잊고 있던 베이비 모니터 너머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은 내 샴페인에 몰래 탈 안정제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목표는 단순히 내 ‘히스테리’를 잠재우는 게 아니었다.

나를 간신히 식장까지 들여보낸 뒤, ‘감정이 격해져’ 침실로 직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내 결혼식 장식을 숨겨둔 ‘생일 축하’ 현수막으로 바꿔치기하고, 내 피로연을 조카의 호화로운 생일 파티로 둔갑시킬 계획이었다.

내 인생 전체가, 내가 초대받지 못한 축하 파티를 위한 불편한 오프닝 공연에 불과했던 것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할 때마다, 그들은 나를 편집증 환자라고 불렀다.

이제 나는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나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내 인생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지워버리려 공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가신 할머니가 내게 마지막 선물을 남겨주셨다.

바로 탈출구였다.

주태건이라는 남자의 명함.

그의 이름 아래에는 ‘비공식 솔루션’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나는 크리스털 화병을 깨부쉈다.

맨발에 실크 가운 차림으로 5성급 스위트룸을 뛰쳐나왔다.

그들이 어질러진 잔해를 치우도록 내버려 둔 채, 내 인생에서 걸어 나왔다.

나의 유일한 목적지는 그 카드에 적힌 주소였다.

제1화

신부 대기실의 침묵은 내가 들어본 소리 중 가장 시끄러웠다.

그것은 무게감 있고, 기대에 찬 침묵이었다.

수천 송이 백합의 숨 막히는 향기와 희미하고 날카로운 헤어스프레이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베르디아 그랜드 호텔 서울의 웅장한 통유리창 밖에서는 도시가 활기차게 움직였지만, 이곳의 시간은 시럽처럼 끈적하게 느려졌다.

나는 금박을 입힌 전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내 첫 차보다 비싼 드레스를 입은 낯선 모습으로.

실크는 내 피부에 무겁고 서늘한 액체처럼 감겼고, 정교한 비즈 장식은 빛을 받아 수백만 개의 작은 무지개로 부서졌다.

완벽한 신부를 위한 완벽한 드레스였다.

문제는, 내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숨 쉬어, 세아야. 제발 숨 좀 쉬어.*

그 생각은 내 혼란스러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온 필사적인 속삭임이었다.

거울 속의 나는 공들여 한 화장 아래 창백한 얼굴과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심장이 갈비뼈에 부딪히며 미친 듯이 울렸다.

뼈와 레이스로 만든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 했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엄마, 약혼자 선우, 그의 완벽한 여동생 서윤까지.

그들의 말은 매끄럽고 윤이 나는 돌멩이처럼, 내 불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하나씩 떨어졌다.

“정말 숨 막히게 아름답구나, 얘야. 그야말로 그림 같아.”

엄마, 윤혜진 여사가 비둘기색 시폰 드레스를 속삭이듯 입고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에게서는 샤넬 No. 5 향수와 조용한 실망의 냄새가 났다.

그녀의 미소는 눈가에 닿지 않았다.

나를 볼 때면 몇 년째 그랬다.

완벽하게 관리된 손톱 끝이 달린 차가운 손가락이 내 관자놀이 근처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위로하려는 손길이었지만, 마치 상품을 판매하기 전 마지막 품질 검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움찔하지 마. 엄마한테 휘둘리는 모습 보이지 마.*

“고마워요, 엄마.”

나는 가늘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냥 긴장해서 그래, 얘야.”

엄마는 어깨너머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힐끗 보며 말했다.

“모든 신부가 다 겪는 일이야. 그냥 긴장 풀려고 해봐. 약혼 파티 때처럼은 안 돼.”

나는 움찔했다.

약혼 파티.

나는 인파와 모든 사람의 기대라는 숨 막히는 무게에 짓눌려 공황 발작을 일으켰었다.

선우는 그것을 ‘매력적인 작은 비틀거림’이라고 불렀다.

엄마는 망신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내 ‘예민한 신경’을 내가 이기적으로 그들에게 퍼붓는 만성 불치병처럼 언급했다.

선우의 여동생이자 우리 가족이 공전하는 태양 같은 존재인 서윤이 엄마 뒤로 스르르 들어왔다.

그녀는 내가 갖지 못한 모든 것을 가졌다.

힘들이지 않는 자신감, 빛나는 아우라,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천사 같은 아들 민준이의 엄마.

그녀는 샴페인 잔을 들고 있었고, 그 미소는 밝았지만 동정심이 가득했다.

“세아 씨, 정말 예쁘네요.”

그녀는 비소가 섞인 꿀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우 오빠가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정말 기다리기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녀의 눈이 내 드레스, 머리, 얼굴을 훑었고, 나는 익숙한 열등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엄마가 항상 원했던 딸이었다.

절대 ‘비틀거리지’ 않는 그런 여자.

“샴페인 좀 가져왔어요.”

그녀가 플루트 잔을 내밀며 제안했다.

거품이 즐겁게 춤을 췄다.

“그 예민한 신경 좀 가라앉히라고요.”

또 그 말이었다.

그 표현.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는 듯한 말투.

엄마가 대신 잔을 받았다.

“아직은 안 돼, 서윤아. 얼굴 붉어지면 안 되니까.”

엄마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난 이제 코디네이터랑 마지막 준비 사항 좀 확인하고 올게. 서윤아, 세아 옆에 있어 줘. 애가… 무너지지 않게 잘 좀 봐주고.”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혔고, 나는 향기롭고 숨 막히는 침묵 속에 서윤과 단둘이 남겨졌다.

거울 속에서 그녀가 나를 지켜보는 것이 느껴졌다.

“다 정말 완벽할 거예요, 알죠?”

그녀가 공모자 같은 톤으로 말했다.

“오늘이 지나면 모든 게 드디어 안정될 거예요. 다음 주에는 민준이 생일 축하 파티도 제대로 할 수 있고요. 어머님이 메인 볼룸을 쓰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속이 뒤틀렸다.

내 결혼 피로연이 메인 볼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벌써부터 장식을 바꿀 계획을 하고 있다는 뜻인가?

“내 결혼식은 오늘이야, 서윤 씨.”

내 목소리는 의도했던 것보다 날카롭게 나갔다.

그녀는 작게 웃었다.

내 날 선 신경을 긁는 방울 소리 같은 웃음이었다.

“물론이죠, 바보같이. 제 말은… 음, 이 모든 소란이 끝나면요. 선우 오빠가 모든 걸 관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오빠가 세아 씨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잖아요.”

*나를 관리한다고. 나를 관리하는 걸 걱정한다고.*

그 말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는 그런 존재였다.

하나의 프로젝트.

관리해야 할 문제.

선우는 파트너와 결혼하는 게 아니었다.

선반 위에 고이 모셔둬야 할 아름답고 연약한 인형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선우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억지스러운 쾌활함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턱시도를 입은 그는 멋있었고, 검은 머리는 완벽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하지만 턱은 굳어 있었고, 눈은 방 안을 휙휙 훑다가 내게 멈췄다.

“여기 내 아름다운 신부가 있네.”

그는 연습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다가와 내 뺨에 입을 맞췄다.

입술은 건조하고 짧았다.

그에게서는 비싼 향수 냄새와 스트레스로 인한 땀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났다.

“이제 곧 이선우의 아내가 될 준비됐어?”

“선우 씨.”

나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서윤 씨가… 볼룸 말인데… 민준이 파티 때문에?”

그의 미소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짜증 섞인 기색이 얼굴에 스쳤다가 금세 사라졌다.

그는 서윤에게 험악한 눈초리를 보냈지만, 그녀는 그저 순진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내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세아야, 자기야. 이러지 마.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흥분하지 마.”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나는 필사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모두가 나를 그냥 통과해서 보는 것 같아. 이 모든 날이 그냥… 넘어야 할 장애물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그의 목소리는 내가 ‘까다롭게’ 굴 때 사용하는 낮고 달래는 톤으로 바뀌었다.

“과민 반응이라고. 스트레스 때문이야. 왜 항상 일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 자기야? 오늘은 우리에 관한 날이어야 하잖아.”

가스라이팅.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수법이었다.

내 진솔한 감정을 비난으로 뒤틀어, 내 이야기의 악당으로 나를 만들어 버리는 것.

내 걱정은 타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완벽한 날에 대한 불편함일 뿐이었다.

그는 내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

“그냥 웃어, 예쁘게 보이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줄 수 있지?”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싸울 힘이 빠져나가고, 익숙하고 공허한 아픔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떠났다.

그의 향수 냄새와 무시하는 태도가 공기 중에 남았다.

서윤은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승리감에 찬 미소를 내게 던졌다.

“제단에서 봐요.”

그녀가 명랑하게 말했다.

다시 혼자가 되자, 침묵이 이전보다 더 무겁게 돌아왔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정성스러운 작품을 망치지 않으려 맹렬히 눈을 깜빡였다.

어쨌든 그게 내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아름답게 보이는 것.

내 시선은 화장대 위에 놓인 작은 비즈 장식의 클러치 백에 닿았다.

그 안에는 오늘 진정으로 내 것이라고 느껴지는 유일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가 주신 작은 은색 로켓.

할머니는 나를 제대로 봐주신 유일한 분이었다.

연약한 인형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할머니는 2년 전에 돌아가셨고, 그 상실감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였다.

나는 서툰 손가락으로 잠금장치를 더듬었다.

없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공포가 나를 꿰뚫었다.

나는 가방을 실크 긴 의자 위로 쏟아냈다.

립스틱, 티슈, 컴팩트 거울… 하지만 로켓은 없었다.

어디에 뒀지?

분명히 챙겼던 기억이 났다.

안전하게 보관하려고 할머니가 남겨주신 작은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에 넣어뒀었다.

그 상자는 내 여행 가방에 넣어뒀는데.

나는 실크 가운 자락을 스치며 옷장으로 달려갔다.

가방을 찾아 작은 삼나무 상자를 꺼냈다.

익숙하고 편안한 나무 향이 내 감각을 채웠다.

할머니의 상자.

이 소용돌이치는 불안의 바다에서 나의 닻이었다.

뚜껑을 열었다.

로켓은 없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었다.

내가 한 번도 들여다본 적 없는 벨벳 안감 아래,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열었다.

안에는 빛바랜 실크 위에, 단 하나의 단호한 명함이 놓여 있었다.

무광의 검은색 두꺼운 종이에, 글자는 엄격한 은색 글씨체였다.

*주태건. J 인더스트리. 비공식 솔루션.*

그 아래에는 작게 접힌 메모지가 있었다.

잉크는 바랬지만 필체는 틀림없이 할머니의 것이었다.

할머니의 힘 있고 우아한 필체는 행복했던 시절의 유령 같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펼쳤다.

메시지는 짧았다.

세월을 가로질러 던져진 구명줄이었다.

*네가 너 자신을 선택할 준비가 되었을 때.*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카드 위로 번지며, 위압적인 이름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주태건.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할머니는 알고 계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나를 위해 이것을 남겨두셨다.

탈출구를.

그 생각은 무섭고도 짜릿했다.

나 자신을 선택하라.

오늘 하루 종일 처음으로, 나는 절망이 아닌 다른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작고 위험한 불꽃이었다.

희미한 희망의 빛이었다.

회차 2

불꽃이 타올랐다.

그것은 나를 덮고 있던 체념의 안개를 뚫고, 맹렬하고 정화하는 불길처럼 타올랐다.

*너 자신을 선택해.*

할머니의 말씀은 내가 필요로 하는지조차 몰랐던 명령이자 허락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결혼식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기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그저 재촉받을 때 돌아야 하는 톱니바퀴에 불과했다.

나는 스위트룸을 둘러보며 갇힌 기분을 느꼈다.

벽난로 위의 백합들은 장례식의 순결함으로 나를 조롱하는 듯했다.

거울 속의 하얀 드레스는 아름다운 수의였다.

나는 증거가 필요했다.

내가 지금 숙고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나 죄책감을 산산조각 낼 만큼 명백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때 기억났다.

베이비 모니터.

지난주, 서윤이 볼일을 보러 간 사이 어린 아들 민준이를 우리 아파트에 데려왔었다.

아이는 감기에서 회복 중이었고, 나는 아이가 별채 방에서 낮잠 자다 깨면 들을 수 있도록 낡은 모니터를 설치해 뒀었다.

결혼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나는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수신기는 내 여행 가방에 던져 넣었지만, 송신기는 여전히 엄마와 선우, 서윤이 모여 있는 옆 거실 벽난로 위 사진 액자 뒤에 꽂혀 있었다.

숨이 멎었다.

미치도록 절박한 마지막 희망이었다.

나는 은밀하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가방으로 다가가자 심장이 갈비뼈에 미친 듯이 부딪혔다.

손가락이 수신기의 차가운 플라스틱을 감쌌다.

전원을 켜자,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살아났다.

볼륨을 속삭임 수준으로 낮추고 스피커를 귀에 바싹 댔다.

잡음이 들리다 이내 맑아졌다.

왜곡되었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의 목소리였다.

“…정말 용량이 맞는 거 확실해, 선우야? 애가 완전히 정신을 잃으면 안 되고, 그냥…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우리가 얘기했던 것처럼.”

숨이 고통스럽게 터져 나왔다.

*용량?*

선우의 목소리가 짜증으로 팽팽했다.

“당연히 맞죠. 약한 안정제예요. 의사 선생님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했어요. 그냥 히스테리 증상만 좀 가라앉혀 줄 거예요. 식전 샴페인에 넣을 거예요. 그냥 탄산 때문에 붕 뜨는 기분이라고 생각할걸요. 피로연 시작할 때쯤이면 졸려 할 거고, 그럼 그냥 침대에 눕히면 돼요.”

*히스테리. 안정제. 침대에 눕힌다.*

그 말들은 임상적이고, 차갑고, 완전히 괴물 같았다.

그들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 결혼식 날 나에게 약을 먹일 계획을 하고 있었다.

흥분이 섞인 서윤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케이크는? 케이터링 업체에 확인했어? ‘민준이 생일 축하해’ 현수막은 메인 무대 꽃 장식 뒤에 숨겨져 있는 거 맞지?”

“전부 처리됐어, 서윤아.”

선우가 지친 듯 한숨을 쉬었다.

“세아가 ‘감정이 격해져서’ 저녁 내내 쉬겠다고 발표하는 순간, 직원들이 모든 걸 바꿀 거야. 그녀의 지루한 결혼 피로연은 네 아들의 화려한 다섯 번째 생일 파티가 되는 거지. 한 번 비용으로 두 가지 행사를 치르는 거야. 효율적이잖아.”

효율적.

그 단어는 물리적인 타격처럼 나를 강타했다.

내 인생, 내 사랑, 내 결혼—그 모든 것이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관리되어야 할 불편한 거래에 불과했다.

그들은 나를 지나쳐 보는 것을 넘어, 내 축하 행사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지우려 공모하고 있었다.

그 계산된 잔인함, 그 숨 막히는 오만함이, 그들이 안다고 생각했던 순종적이고 연약한 강세아의 마지막 흔적마저 산산조각 냈다.

순수하고 희석되지 않은 새하얀 분노가 혈관을 타고 솟구쳤다.

그것은 낯선 감정이었고, 강력하고 무섭도록 깨끗했다.

몇 년 동안 내 감정은 불안과 자기 의심의 뒤엉킨 실타래였다.

이것은 달랐다.

이것은 명료함이었다.

내 시선은 옆 테이블에 놓인 키 큰 크리스털 백합 화병에 고정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손이 뻗어 나가 그것을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폭발적인 굉음, 만족스러운 파괴의 교향곡이었다.

크리스털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물과 꽃이 비싼 양탄자 위로 흩뿌려졌다.

그것은 내가 오늘 한 일 중 가장 단호하고 정직한 행동이었다.

옆방에서 외치는 소리와 의자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주의를 돌린 것이다.

몇 초의 시간이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피 속에서 불타올랐다.

나는 머리에서 무거운 베일을 잡아뜯었고, 핀이 정교하게 올린 머리를 찢었다.

할머니의 상자를 움켜쥐었다.

매끄러운 나무가 떨리는 손에 단단한 현실감을 주었다.

명함이 나의 북극성이었다.

드레스는 감옥이었다.

그것을 입고는 뛸 수 없었다.

내 눈은 오늘 아침 호텔에 올 때 입었던, 의자 위에 버려진 간단한 레깅스와 캐미솔로 향했다.

그 위에 아까 입고 있던 실크 가운을 걸쳤다.

얇고 부적절했지만, 그것은 자유였다.

내 휴대폰이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다.

연결과 의무의 매끄러운 검은 사각형.

나는 그것을 남겨두었다.

모든 것을 끊어내고 있었다.

내 지갑, 내 신발, 예비 신부 강세아로서의 정체성.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스위트룸 문은 막힐 것이다.

그들이 오고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 커튼에 반쯤 가려져 있던,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좁은 문을 발견했다.

직원용 비상구였다.

나는 문을 비틀어 열었다.

먼지와 공업용 세제 냄새가 나는 어둡고 좁은 복도로 이어졌다.

콘크리트 바닥은 내 맨발 아래 차갑고 거칠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달렸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다행히 비어 있었다.

낮은 윙 소리를 내며 내려가며, 펜트하우스 층의 금박 입힌 새장에서 나를 멀리 데려갔다.

내려가는 동안 영원처럼 느껴졌다.

층을 지날 때마다 문이 열리고 선우의 분노에 찬 얼굴이 보일까 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호텔의 분주하고 거대한 로비로 열렸다.

잠시 나는 얼어붙었다.

나는 구경거리였다.

실크 가운과 레깅스 차림에 머리는 엉망이고, 맨발로 작은 나무 상자를 가슴에 꼭 껴안은 흐트러진 여자.

사람들이 쳐다봤다.

벨보이들이 멈춰 섰다.

샤넬 정장을 입은 한 여자가 완벽하게 다듬어진 눈썹을 치켜올렸다.

상관없었다.

나는 회전문을 밀고 서늘하고 축축한 서울의 공기 속으로 나갔다.

교통 소음, 사이렌 소리, 수백 개의 대화 소리 등 도시의 소음이 한꺼번에 나를 덮쳤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가는 안개가 내 머리카락과 가운에 달라붙었다.

나는 처음 본 택시를 잡았다.

노란 차는 탈출의 등대였다.

“어디로 가시죠, 손님?”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나를 보며 물었다.

그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여전히 손에 꽉 쥐고 있는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택시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은색 글자가 빛나는 것 같았다.

“J 인더스트리요.”

나는 쉬었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차창 밖은 비에 젖은 창문과 신호등의 흐릿한 풍경이었다.

나는 할머니가 항상 가지고 다니라고 하셨던, 삼나무 상자 안감에 넣어둔 비상금 10만 원짜리 수표로 택시비를 지불했다.

J 인더스트리는 건물이 아니었다.

하나의 선언문이었다.

회색빛 서울 하늘을 꿰뚫고 구름을 긁는, 매끄럽고 검은 유리로 된 거대한 기둥.

그것은 힘과 위압감을 뿜어냈다.

순간, 내 용기가 흔들렸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건 미친 짓이야.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 선우의 무심한 잔인함에 대한 기억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로비는 대리석과 강철로 된 성당이었고, 조용하고 차가웠다.

날카로운 검은 단발머리를 한 엄격해 보이는 접수원이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들었고, 내 모습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일이시죠?”

그녀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주태건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나는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약속은 하셨나요?”

“아니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긴급한 일입니다.”

“주태건 대표님은 예약 없는 방문은 받지 않으십니다.”

그녀의 말투는 단호했다.

그녀는 이미 전화기를 들고 있었고, 아마도 보안팀을 부르려는 것 같았다.

멈출 수 없었다.

지금은 안 돼.

나는 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여러 대를 보았고, 그중 하나의 문이 막 닫히기 시작했다.

나는 달렸다.

“손님, 거기로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거대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나는 닫히는 문 사이로 간신히 비집고 들어갔다.

버튼들을 훑어보다가, 단순하고 우아한 ‘P’ 자가 새겨진 가장 높은 층 버튼에 시선이 멈췄다.

펜트하우스.

나는 그것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섬뜩한 침묵 속에서 올라갔다.

광택 나는 강철 벽에 비친 내 모습은 유령 같고 광기 어린 환영이었다.

문이 열리자, 넓고 미니멀한 접견 공간이 나타났다.

개인 비서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큰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내가 위압적인 이중문으로 돌진하자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실례합니다! 거긴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나는 그를 무시했다.

무거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광대했고, 비에 젖은 도시의 파노라마 뷰가 펼쳐져 있었다.

짙은 색의 비싼 정장을 입은 여러 남자가 거대한 마호가니 회의 테이블 주위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상석에는 주태건일 수밖에 없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건물보다 더 위압적이었다.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몸에 꼭 맞는 완벽하게 재단된 차콜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검은 머리는 짧고 무자비할 정도로 단정했다.

얼굴은 날카로운 각과 엄격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표정은 차갑고 통제된 힘의 가면이었다.

그는 놀라거나 화난 것 같지 않았다.

그저… 흥미로워 보였다.

모든 대화가 멈췄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침묵은 절대적이었다.

나는 테이블 상석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내 맨발은 푹신하고 어두운 카펫 위에서 소리 없이 움직였다.

내 손은 흔들림 없이, 그의 앞 광택 나는 마호가니 표면 위에 할머니의 명함을 내리쳤다.

그 소리는 조용한 방 안에서 날카롭게 울렸다.

폭풍우 치는 구름 색깔의 그의 눈이 카드에서 들어 올려져 내 눈과 마주쳤다.

그 눈은 지적이고, 계산적이며, 전혀 읽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당신을 탈출구라고 부르셨어요.”

내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맑게 울렸다.

“저는 사라져야 하고, 제 옛 인생을 잿더미로 만들고 싶어요.”

주태건은 움직이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나를 지켜봤다.

그의 시선은 강렬했고, 마치 내 절망과 분노의 모든 겹을 벗겨내 그 아래에서 작동하는 기계를 보려는 듯했다.

길고 긴장된 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 그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아주 희미한 미소의 기미였다.

회차 3

주태건은 잠시 더 내 시선을 붙들었다.

그것은 어떤 말로 하는 심문보다 더 철저하게 느껴지는 조용한 평가였다.

방 안의 공기는 다른 남자들의 아연실색한 침묵으로 무거웠다.

내 등 뒤로 쏟아지는 그들의 집단적인 시선, 내 침입에 대한 충격과 불쾌감이 뒤섞인 시선이 느껴졌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미친 듯이 뛰는 내 심장 소리와 그의 뒤 거대한 창문을 두드리는 부드럽고 규칙적인 빗소리뿐이었다.

그러다 그는 미묘하고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손목의 움직임으로 그들을 내보냈다.

“여러분.”

그의 목소리는 낮고 울림이 있었으며 즉각적인 복종을 명령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제 사무실에서 다시 일정을 잡기 위해 연락드릴 겁니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서류를 챙기자 의자가 조용히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났다.

그들의 움직임은 효율적이고 차분했다.

그들은 마치 내가 건드리면 터질지 모르는 지뢰인 양 조심스럽게 시선을 피하며 방을 나갔다.

바깥 사무실의 젊은 비서가 불안한 표정으로 문가에서 서성였다.

주태건이 그에게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 역시 부드럽고 단호한 딸깍 소리와 함께 무거운 문을 닫고 사라졌다.

우리는 단둘이 남았다.

내려앉은 침묵은 이제 달랐다.

더 이상 공개적이고 비판적이지 않고, 사적이고 강렬하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우리 사이에 팽팽한 가능성의 줄처럼 뻗어 있었다.

그가 마침내 침묵을 깼다.

그의 폭풍우 같은 회색 눈은 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할머님은 비범한 분이셨지. 영리하셨고. 동맹을 고르는 안목도 탁월하셨고.”

그는 자기 책상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요, 강…?”

“세아예요.”

아드레날린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남긴 떨림 때문에 목소리가 약간 흔들렸다.

“강세아.”

나는 부드러운 가죽 의자에 몸을 맡겼다.

터무니없이 편안했고, 내 속에서 들끓는 혼란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사무실에서는 오래된 가죽 냄새, 비싼 스카치위스키 냄새, 그리고 그만의 독특한 깨끗하고 남성적인 향이 났다.

그는 자신의 의자에 등을 기댔다.

차분한 권위의 화신이었다.

“전부 말해봐요, 강세아 씨. 하나도 빼놓지 말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굴욕, 배신, 분노의 격류가 내게서 쏟아져 나왔다.

나는 ‘예민한 신경’, 끊임없는 가스라이팅, 가족과 약혼자가 나를 골칫거리처럼 취급했던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윤과 생일 파티에 대해, 그리고 마침내 목이 메어 베이비 모니터와 안정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장황하게 털어놓는 내내 그는 들었다.

그는 끼어들지 않았다.

진부한 위로나 동정의 표현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읽을 수 없는 돌가면 같았지만, 그의 주의는 절대적이었다.

그는 그 똑같은 계산적인 강렬함으로 나를 지켜보며, 내 고통의 모든 세부 사항과 뉘앙스를 흡수했다.

불안했지만, 동시에 오늘 하루 처음으로 진정으로 내 말을 들어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말을 마쳤을 때, 목은 쉬었고 감정적인 소모로 몸이 떨렸다.

내 거친 숨소리만이 가득한 침묵이 돌아왔다.

“대성 가문.”

그가 말했다.

그 이름은 그의 혀 위에서 독약처럼 느껴졌다.

“이선우의 아버지, 이 회장이 대성 홀딩스를 운영하지. 서울 워터프런트 개발 프로젝트에서 내 가장 큰 경쟁 상대야.”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어둡고 포식자 같은 빛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당신 가족, 세아 씨, J 인더스트리를 이 도시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으로 만들어 줄 계약을 막으려 하고 있어. 그리고 그들의 지렛대의 핵심은 프로젝트의 주 신탁에 있는 주식 블록이야. 당신의 상속 재산에 대한 지배권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주식이지.”

모든 것이 역겨운 명료함과 함께 제자리를 찾았다.

내 상속 재산.

할머니가 내게 남겨주신 돈, 내 서른 번째 생일이나 결혼 전까지 신탁에 묶여 있던 돈.

이것은 단지 나를 통제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 돈을 통제하는 문제였다.

선우와의 결혼은 그들에게 사업 거래였고, 주태건과 싸우는 데 필요한 자금을 풀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들은 내 이름이 필요한 거였군요.”

나는 깨달음을 얻으며 속삭였다.

“그들은 당신 이름이 필요해.”

그가 단호하고 딱딱한 목소리로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그들에게서 빼앗고 싶어.”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여, 팔뚝을 광택 나는 책상 위에 올렸다.

먹잇감에 다가서는 포식자였다.

“당신은 탈출구를 찾아 여기 왔어. 나는 당신에게 무기를 제안하지. 차갑고, 거래적인 계약. 감정도, 환상도 없는. 계약 결혼이야.”

나는 말문이 막힌 채 그를 쳐다봤다.

“내 이름을 주겠어.”

그가 낮고 최면적인 속삭임으로 계속했다.

“주 씨라는 이름은 이 도시에서 무게감이 있어. 힘을 가지고 있지. 그것으로 당신은 내 보호를 받게 될 거야. 아무도 감히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야. 당신이 요청한 대로, 당신의 옛 인생에서 사라질 뿐만 아니라 그것이 불타는 것을 지켜볼 자원을 주겠어. 내가 직접 대성 가문의 재정적, 사회적 파멸을 책임질 거야.”

복수의 약속은 유혹적인 독이었고, 나는 탐욕스럽게 그것을 마셨다.

“그 대가로,”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당신은 내가 필요한 것을 주게 될 거야. 당신은 주태건의 아내가 되는 거지. 내 아내로서, 당신의 주식, 당신의 상속 재산은 내 이익과 연결될 거야. 대성 가문은 지렛대를 잃고, 나는 이길 거야. 그렇게 간단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 남자와 결혼하라고?

이 차갑고 위압적인 낯선 남자와?

미친 짓이었다.

나는 하나의 새장에서 다른 새장으로 옮겨가며, 나를 기업 전쟁의 졸로밖에 보지 않는 남자에게 나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안은 무엇인가?

돌아가는 것?

선우와 엄마에게 기어가, 약에 취해 순종적인 모습으로?

그들이 이기게 두는 것?

절대 안 돼.

이전의 분노가 뜨겁고 꾸준한 불꽃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기회였다.

단순히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반격할 기회.

할머니의 메모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네가 너 자신을 선택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이것은 선택이었다.

무섭고, 무모하고, 강력한 선택.

“좋아요.”

나는 간신히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숨을 내쉬었다.

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게 바로?”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요.”

내 목소리는 힘을 얻었다.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가져갔어요. 네. 동의해요.”

느리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의 입술에 번졌다.

그것은 그의 얼굴을 변화시켜, 그를 위험하고 파괴적으로 잘생겨 보이게 만들었다.

“좋아.”

그는 인터콤 버튼을 눌렀다.

“서 비서, 내 개인 법무팀과 구청 직원을 내 사무실로 즉시 올려보내.”

다음 한 시간은 초현실적인 소용돌이였다.

똑같이 날카로운 정장을 입은 남녀 변호사 두 명이 서류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간결하고 전문적인 어조로 혼전 계약서를 설명했다.

그것은 철통같았다.

나는 그의 보호와 넉넉한 생활비를 받을 자격이 있지만, 그의 재산인 J 인더스트리는 오직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내 상속 재산은 J 인더스트리의 법적 보호 아래, 그를 포함한 모든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내 통제하에 있게 될 것이었다.

그것은 공정한 것 이상으로, 관대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곳에 서명했다.

내 서명은 그의 대담하고 자신감 있는 서명 옆에서 거미줄 같고 낯선 낙서 같았다.

주태건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고 당황한 구청 직원이 공식적으로 혼인 신고서를 증인했다.

그렇게, 내 결혼식에서 도망친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기혼 여성이 되었다.

주태건이 책상 위로 매끄러운 검은색 새 휴대폰을 밀어주었다.

“당신 거야. 추적 불가능한 번호지. 당신의 옛 인생은 끝났어.”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온기도 없었다.

“당신은 이제 강세아 씨가 아니라, 주태건의 아내야.”

그의 말의 최종성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나는 주태건의 아내, 강세아.

그 이름은 낯설고, 혀 위에서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신호라도 된 듯, 주태건의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그가 화면을 내려다보자, 아까 보았던 포식자의 미소가 더 날카롭게 돌아왔다.

그것은 내게 두려움과 흥분의 전율을 보냈다.

“계획이 변경됐어.”

그의 목소리는 낮은 명령이었다.

그는 일어섰다.

그 움직임은 유연하고 강력했다.

“네 전 약혼자가 방금 언론에 성명을 발표한 것 같군. 네가 비극적이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붕괴를 겪고 실종됐다고 보도하고 있어.”

그는 책상을 돌아 내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나를 일으켜 세울 때 그의 손길은 차갑고 단단했다.

“그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

그가 위험한 빛으로 번뜩이는 회색 눈으로 말했다.

그는 내게 팔을 내밀었다.

이 상황의 광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식의 격식 있는 제스처였다.

“어디 가는 거예요?”

나는 새로운, 광적인 리듬으로 심장이 뛰기 시작하며 물었다.

그의 미소가 넓어졌다.

“네 결혼 피로연을 서윤의 아들 생일 파티로 바꿨다지? 우리가 얼굴을 비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는 나를 사무실에서 이끌었다.

그의 팔은 내 옆에서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존재였다.

우리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개인 엘리베이터를 탔다.

침묵은 말없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반짝이는 검은색 벤틀리가 기다리고 있었고,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베르디아 그랜드 호텔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짧았다.

도시는 젖고 네온으로 얼룩진 거리의 흐릿한 풍경이었다.

내 마음은 공포와 환희의 대혼란이었다.

이 모든 게 너무 빨리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얇은 가운에 맨발, 헝클어진 머리로, 내가 정신 붕괴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방으로 걸어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주태건은 내 불안을 감지한 듯했다.

그의 손이 그의 팔에 놓인 내 손을 덮었다.

“내 곁에 바싹 붙어.”

그가 부드럽게 명령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에게 두려움을 보이지 마.”

우리는 정문에 멈춰 섰다.

도어맨은 차를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고, 이내 나를 보고는 더 크게 떴다.

주태건이 내리고, 몸을 돌려 내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

그의 움직임은 신중하고 소유욕이 넘쳤다.

그는 호텔 직원들의 경악을 무시하고, 앞의 그랜드 볼룸 문에만 집중했다.

그는 내 손을 그의 팔에 단단히 끼우고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내 공포는 물러나고 차갑고 단단한 결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는 그의 자신감을 따라 턱을 치켜들었다.

입구에 다다르자, 희미한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주태건이 멈춰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공모자처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이 활짝 열렸다.

음악이 뚝 끊겼다.

수백 개의 대화가 순간적으로 멈췄다.

충격에 빠진 얼굴의 바다가 우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거기, 방 중앙, ‘민준이의 5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조잡한 현수막 아래, 선우와 엄마, 그리고 서윤이 서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완전한 공포의 완벽한 그림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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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신부, 사랑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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