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나와 동생은 인적 드문 도로 위에 버려졌다. 나는 임신 8개월의 만삭이었고, 차는 타이어가 펑크 난 상태였다. 그 순간, 트럭 헤드라이트가 눈부신 빛으로 우리를 꿰뚫었다.

트럭은 우리를 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충돌은 거대한 파괴의 교향곡이었다.

끔찍한 고통이 임신한 배를 찢고 들어오는 순간, 나는 피와 공포로 잠긴 목소리로 남편, 강태준을 불렀다.

“태준 씨… 사고… 아기가… 아기가 이상해요.”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다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의 의붓동생 유채린이 두통 때문에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태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난 떨지 마. 고작 연석이나 들이받았겠지. 지금은 채린이가 더 중요해.”

그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나 대신, 처제 대신,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아이 대신 그녀를 선택했다.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두 가지 진실과 마주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였던 내 동생은 두 번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8개월 동안 품었던 우리 아들, 그 아이는 사라졌다.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완벽한 삶을 위한 부수적인 피해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바로 그들에게 닥칠 지옥이라는 것을.

제1화

서연우 POV:

남편에게 건 첫 번째 전화는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전화를 걸었을 때, 헤드라이트가 눈을 멀게 할 듯한 태양처럼 부풀어 오르며 우리를 도로변으로 몰아붙이는 순간,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내 결혼은 거짓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지우는 서울 사교계 가십 칼럼의 가장 빛나는 중심이었다.

동화 같은 결말을 꿈꾸는 모든 여자의 선망의 대상, 서 자매.

우리는 작은 나라 하나쯤은 사고팔 수 있는 거대 기업, JK 그룹의 후계자인 강태준, 강지훈 형제와 결혼했다.

우리의 삶은 안락함과 찬사로 도금된 황금 새장 속에서 영원할 것만 같았다.

오늘 밤, 그 금빛 껍데기가 벗겨지자 값싸고 녹슨 쇠붙이가 드러났다.

“언니, 저 차 멈추질 않아.”

지우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목소리에는 내 것과 똑같은 공포가 서려 있었다.

수십억짜리 보험에 든, 피아노를 울게 만들던 그 재능 있는 손이 멈춰버린 차의 핸들을 꽉 쥐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움켜쥐고 태준의 이름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임신 8개월의 둔한 몸놀림과는 전혀 상관없는, 날카롭고 시큼한 메스꺼움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랐다.

내 안에 있는 아기, 작지만 끈질긴 생명의 파동이 내 불안을 감지라도 한 듯 갈비뼈를 걷어찼다.

전화받아, 태준 씨. 제발, 제발 좀 받아.

한때 생생한 전류처럼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던 우리 사이의 정신적 연결은 침묵했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시작은 달랐다. 그의 마음은 내게 활짝 열린 책과 같았고, 그 안에는 안심시키는 말들과 내가 헌신으로 착각했던 맹렬하고 소유욕 강한 사랑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그의 의붓동생 유채린이 돌아온 이후로 그 연결은 닳아 없어지더니, 희미해졌고, 이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방에 대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트럭이 속도를 높였다.

우리를 피하려는 게 아니었다.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지훈 씨한테 다시 해봐.”

나는 거의 들리지 않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우를 재촉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했어. 태준 씨랑 똑같은 소리야. 바쁘대.”

바쁘다고.

그 말은 따귀처럼 날아와 박혔다.

채린이가 전 남자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위로하느라 바쁘다니.

마지막으로 짧고 짜증스럽게 통화했던 태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제발, 연우야. 타이어 펑크 난 거 하나 처리 못 해? 채린이는 지금 공황발작 직전이야. 지금은 걔가 우선이야.”

그녀의 필요.

채린이에게는 손톱이 부러지는 게 비극이었고, 쇼핑 약속이 취소되는 게 위기였다.

그리고 내 남편과 내 동생의 남편은 그녀의 사소한 드라마를 국가 안보 문제처럼 다루면서, 정작 자신들의 임신한 아내들은 어둡고 잊힌 고속도로 위에 버려두었다.

이제 헤드라이트는 피할 수 없었다.

엔진 소리는 우리 차 바닥을 통해 진동하는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이 되었다.

차에서 내릴 시간도, 비명을 지를 시간도, 그 무엇도 할 시간이 없었다.

오직 피할 수 없는 충격에 대비하는 것뿐.

지우가 내 이름을 날카롭게 외쳤지만, 그 소리는 타이어의 비명과 금속이 찌그러지는 대재앙의 소음에 삼켜졌다.

머리가 옆 창문에 세게 부딪혔다.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며 터질 듯한 고통이 폭발했다.

세상이 기울고, 빙빙 돌더니, 모든 것이 유리 깨지는 소리, 강철이 뒤틀리는 신음, 그리고 거대한 힘이 나를 안전벨트 쪽으로 내던질 때 터져 나온 내 자신의 거친 숨소리로 이루어진 파괴의 교향곡이 되었다.

안전벨트가 부풀어 오른 내 배를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새롭고 끔찍한 고통이 몸 안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를 갈기갈기 찢었다.

숨을 앗아갈 만큼 불가능할 정도로 강렬한 경련이었다.

“아기…”

나는 배로 손을 가져가며 겨우 목소리를 쥐어짰다.

배가 돌처럼 단단했다.

“지우야… 아기가…”

하지만 지우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핸들 위로 부자연스럽게 쓰러져 있었다.

소매 위로 검붉은 얼룩이 번지고 있었고, 그녀의 아름답고 재능 있던 손은 내 위장을 뒤틀리게 할 만큼 끔찍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임무를 마친 트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홀로 남겨졌다.

피를 흘리며.

부서진 채로.

그리고 남편과의 정신적 연결 끝에서 느껴지는 침묵은 사고 현장의 소음보다 더 크게 울렸다.

나는 따뜻하고 미끈거리는 무언가로 뒤덮인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더듬었다.

액정은 깨졌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하며 다시 태준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한 번, 두 번 울렸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짜증이 가득했다.

“연우야, 나 채린이랑 같이 있다고 했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해서 계속 전화하는 거야?”

처절하고 절박한 흐느낌이 내 목에서 터져 나왔다.

“태준 씨… 사고… 차에 치였어요… 지우가 다쳤어요, 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기… 아기가 이상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주 잠깐, 내 안의 어리석고 순진한 부분이 그의 당황한 목소리를, 명령을 외치는 소리를, 우리 사이의 연결을 통해 밀려오는 그의 걱정을 기대했다.

대신, 배경에서 들려오는 채린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가련하고 교활한 낑낑거림.

“태준 오빠, 나 머리가 너무 아파. 토할 것 같아.”

태준의 목소리는 즉시 부드러워졌다.

오직 그녀만을 위한 상냥한 속삭임이었다.

“괜찮아, 채린아. 오빠 여기 있어. 숨 쉬어봐.”

그는 다시 내게, 칼날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유난 좀 그만 떨어. 고작 연석이나 들이받았겠지. 견인차 불러. 지금 채린이 곁을 떠날 수 없어. 걔는 내가 필요해.”

“유난이라고요?”

그 말은 너무나 터무니없고 잔인해서 또 다른 충격처럼 느껴졌다.

“태준 씨, 차가 박살 났어요! 저 피 흘리고 있어요! 제발, 우리 좀 도와줘요!”

“넌 항상 모든 걸 네 중심으로 만드는구나, 안 그래? 채린이는 연약해. 너랑은 달라. 알아서 처리해. 그리고 진짜 세상이 끝나는 거 아니면 다시는 전화하지 마.”

전화가 끊겼다.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그녀를 선택했다.

나를 버리고.

처제를 버리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아이까지 버리고.

진실이 수의처럼 차갑고 무겁게 나를 덮쳤다.

이건 단순한 방치가 아니었다.

이건 의도적인 유기였다.

우리는 그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의 목록에 있지도 않았다.

어떤 육체적 고통보다 더 날카로운 고통의 파도가 나를 휩쓸었다.

나는 너무나 고요하고 말이 없는 지우를 바라보고, 그다음엔 미친 듯한 태동이 멈춘 내 딱딱한 배를 내려다보았다.

끔찍하게 번지는 축축함이 내 드레스를 적시고 있었다.

빨간색.

너무나 많은 피.

내가 8개월 동안 품었고, 내 모든 존재를 다해 사랑했던 아이가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뜨겁고 쓸모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우에게 손을 뻗어 무언가, 무엇이든 해보려 했지만, 몸은 납으로 채워진 것 같았다.

의식은 가장자리부터 해어지고 있었고, 어둠이 손짓했다.

내 차와, 내 동생과, 내 인생의 잔해 속에 누워 있던 그 순간, 나는 맹세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강태준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들 모두.

내 마지막 의식은 남편이 아니라, 내가 잃어가고 있는 아이에 대한 생각이었다.

내 작은 아들.

그를 향한 소리 없는 비명이 내 심장의 폐허 속에서 울려 퍼졌다.

세상은 마침내 검게 변했다.

회차 2

서지우 POV:

병원 방의 침묵은 물리적인 무게가 되어 가슴을 짓눌렀고, 숨쉬기조차 힘들게 했다.

그 침묵을 깨는 것은 연우 언니의 심장 박동을 알리는 조용하고 규칙적인 기계음과 소독약 냄새가 나는 환기 시스템의 속삭임뿐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놓인 침대에, 소독된 하얀 상자 속의 부서진 인형 두 개처럼 누워 있었다.

한 시간 전 지훈 씨와 나눴던 대화의 유령이 여전히 독성 연기처럼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우 언니가 진통제에 취해 간헐적으로 자는 동안 그 대화를 들었을까 궁금했다.

그러지 않았기를 바랐다.

누구도 그런 수준의 독설을 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모든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갈비뼈에는 멍이 들었고, 머리는 깨진 조롱박 같았지만, 목구멍으로 담즙이 치밀어 오르게 한 것은 내 손의 모습이었다.

두꺼운 흰 붕대로 감싸인 손은 바삭한 병원 시트 위에 무력하게 놓여 있었다.

의사의 말은 내 마음속에서 저주의 반복 재생 루프였다.

신경 손상. 심각함. 회복 불가능.

내 경력.

내 정체성.

내 영혼 그 자체.

사라졌다.

더는 나올 것 같지 않던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나는 연우 언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잿빛이었고, 주근깨는 대리석 조각상 위의 작은 갈색 점처럼 도드라져 보였다.

잠든 와중에도 그녀의 미간은 고통으로 찌푸려져 있었고, 손은 보호하듯 배 위에 놓여 있었다.

납작해진 배 위에.

새로운 슬픔의 파도가 날카롭고 잔인하게 나를 덮쳤다.

언니를 위해.

내가 결코 만나지 못할 조카를 위해.

우리에게서 도둑맞은 기쁨을 위해.

“우리 정말 멍청했지, 그렇지?”

나는 목이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연우 언니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열렸다.

그녀의 눈은 피로와 슬픔으로 흐릿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 모든 게 진짜라고 생각했다니.”

나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화려한 결혼식, 그 약속들… ‘언제나 당신을 지켜줄게, 지우야.’ 지훈 씨가 제단에서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

나는 그녀의 눈에서도 똑같은 고통스러운 인식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태준 씨도 아마 그녀에게 똑같은 말을 속삭였을 것이다.

“그 사람 전화 왔었어.”

나는 뺨을 태우는 수치심을 느끼며 고백했다.

“언니 자는 동안.”

연우 언니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라고 했는데?”

“내가 드라마 퀸이라고 비난했어. 유채린이랑 보내는 자기 밤을 망치려 한다고. 그리고… 그리고 나랑 결혼한 게 자기 인생 최대의 실수였고, 이 ‘쇼’가 끝나자마자 이혼 소송을 할 거라고 했어.”

그 말들은 추하고 최종적으로 우리 사이에 걸려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마치 내 심장이 바닥에 산산조각 난 게 아닌 것처럼 어깨를 으쓱해 보이려 했다.

하지만 눈물이 나를 배신하고 흘러넘쳐 뺨을 타고 뜨거운 길을 그렸다.

연우 언니가 손을 뻗어 붕대로 감긴 내 손을 스쳤다.

“그럼 그러라고 해.”

그녀는 뼛속 깊이 스며든 고통이 묻어났지만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보내줘 버려. 우리가 여기서 걸어 나갈 수 있게 되면 바로, 지우야, 우리는 떠나는 거야. 우리가 먼저 소송할 거야.”

나는 그녀를, 그녀의 시선 속에서 굳어지는 날것의 결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옛날의 연우 언니.

강씨 형제들이 그녀의 모난 부분을 다듬고 불을 잠재우기 전에, 원하는 것을 위해 싸우던 그 모습.

목이 메인 흐느낌이 터져 나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해방이었다.

이 악몽 속에서 깨어난 이후로 억누르고 있던 슬픔과 분노, 상심의 급류였다.

나는 내 손을 위해, 잃어버린 내 음악을 위해 울었다.

나는 연우 언니를 위해, 그녀의 잃어버린 아기를 위해 울었다.

진정으로 사랑을 찾았다고 믿었던, 순진했던 두 소녀였던 우리를 위해 울었다.

우리는 너무나 눈이 멀었었다.

구애는 폭풍 같았다.

강태준과 강지훈은 동화 속 왕자님 같았다.

잘생기고, 강력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쉴 새 없이 선물과 관심을 퍼부으며, 세상에 단 두 여자만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깊고 빠르게 빠져들었다.

균열은 그들의 의붓동생인 유채린이 그들의 삶에 다시 나타난 후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 자신의 결혼 생활이 파탄 나자, 그녀는 자신을 숭배하는 의붓오빠들에게 달려왔다.

갑자기, 우리의 전화는 받지 않는 전화가 되었다.

데이트 약속은 취소되었다.

연우 언니를 태양처럼 바라보던 태준은 그녀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훈 씨는… 그는 밤늦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소주와 싼 향수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왔고, 그의 변명은 조잡하고 모욕적이었다.

우리는 그것이 단지 일시적인 단계라고, 그들이 채린이의 드라마에 정신이 팔려 있다고 생각했다.

진실이 그렇게나 추악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는 그들의 사랑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들의 장기말이었다.

그들이 경멸하는 사업 경쟁자인 채린이의 전 남편에게 복수하는 방법.

도시에서 유명하고 사랑받는 인물인 우리와 결혼하는 것은 홍보의 일격이었고, 그들의 적에게 날리는 가운뎃손가락이었다.

속삭이던 모든 달콤한 말들, 영원을 약속하던 말들… 모두 거짓이었다.

그들의 마음은 항상 채린이의 것이었다.

우리는 단지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었을 뿐, 항상 그녀를 위해 예약된 공간의 임시 거주자였다.

그 깨달음은 내 뱃속에 차갑고 단단한 돌멩이 같았다.

그들은 우리를 방치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손, 언니.”

나는 나를 갈기갈기 찢는 말을 속삭였다.

“이제… 이제 쓸모없어졌어. 다시는 연주할 수 없을 거야.”

연우 언니가 내 팔을 부드럽게 쥐었다.

“그리고 나는…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손상 때문에… 임신을 끝까지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완전하고 파괴적인 범위가 우리를 덮쳤다.

우리는 그 남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거짓을 위해.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파멸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회차 3

서연우 POV:

병원 창밖의 세상은 무심하게 계속 흘러갔다.

차들이 움직이고, 사람들이 걷고, 삶이 펼쳐졌다.

안에서는 시간이 멈췄다.

슬픔과 소독약 냄새 나는 흰색의 정지 화면 속에 얼어붙었다.

고통과 수액, 그리고 남편의 부재가 주는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사흘이 흘렀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영상 메시지.

유채린에게서 온 것이었다.

나는 떨리는 엄지손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을 채운 이미지는 계산된 잔인함의 걸작이었다.

채린이는 실크 가운을 입고 창백하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으로, 누가 봐도 태준의 침대인 곳에 산더미 같은 베개에 기대어 있었다.

태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인내심 있게 그녀에게 수프를 떠먹여주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극도의 집중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지훈은 그녀의 다른 편에서 작은 은색 칼로 과일을 깎고 있었다.

“오빠들은 정말 최고야.”

채린이가 달콤한 속삭임으로 교태를 부렸다.

그녀는 아직 납작한 배에 손을 얹었다.

“나랑… 아기까지 이렇게 잘 돌봐줘서 고마워. 오빠들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카메라는 살짝 움직여, 방에 모여 있는 그들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두 사랑스러운 미소로 그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파티였다.

축하였다.

카메라 밖에서 누군가 물었다.

“연우 씨는 어디 있어요? 여기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질문은 강씨 형제가 얼마나 헌신적인지에 대한 칭찬의 합창에 금세 묻혀버렸다.

영상이 끝났다.

그것은 메시지가 아니었다.

승리의 세리머니였다.

의도적이고 악랄한 조롱이었다.

나는 지우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있었고, 얼굴은 분노로 굳어 있었다.

그녀도 똑같은 영상을 받았다.

“됐어.”

그녀가 위험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퍼하는 건 이제 끝이야. 지금부터는, 그냥 분노할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차가운 불길이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것을 느끼며 속삭였다.

갈비뼈의 둔한 통증을 느끼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전화해, 지우야.”

지우가 우리 가족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동안, 나는 휴대폰으로 정부 공식 포털에 접속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날아다니며 양식을 채웠다.

이름: 서연우.

배우자: 강태준.

해소 사유: 화해할 수 없는 차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출’을 눌렀다.

즉시 확인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혼 소송이 접수되었다.

우리 전쟁의 첫 공식적인 총성이 울렸다.

나는 그 서류들을 태준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했다.

제목은 간단했다: 서명 필요.

이틀이 지났다.

그의 쪽에서는 완전한 침묵이었다.

이메일도, 전화도, 이제는 끊어진 우리 사이의 연결을 통한 어떤 인정의 기미도 없었다.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미 실낱같았던 내 인내심이 끊어졌다.

나는 그의 번호를 눌렀다.

두 번째 신호음에 그가 받았다.

“무슨 일이야, 서연우?”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조급했다.

“내 이메일 받았어요?”

“바빴어. 그리고 솔직히, 네가 벌인 그 쇼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너랑 통화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아. 네가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아? 지우까지 네 멜로드라마에 끌어들여서.”

“이메일. 받았냐고요.”

“그래, 그 빌어먹을 이메일 받았어!”

그가 폭발했다.

“그리고 그건 잊어버려. 난 아무것도 서명 안 해. 애처럼 굴고 싶으면 그렇게 해. 하지만 넌 여전히 내 아내야. 이제 그만 귀찮게 해. 계속 이러면, 나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

그 숨 막히는 오만함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이것이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짜증이라고.

내가 그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즘은 너무나 심해서 거의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그때 배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꿀처럼 달콤하게.

“태준 씨, 누구야? 별일 아니지?”

그가 그녀를 조용히 시켰지만, 나는 그가 “그냥 업무상 전화야.”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말았다.

씁쓸한 웃음이 내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채린이 돌보느라 바쁘시군요. 좀 괜찮아졌어요? 손톱 부러진 게 얼마나 충격적일지 알아요.”

“감히 그녀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그가 으르렁거렸다.

“몸이 안 좋아. 임신했단 말이야, 젠장. 돌봐줘야 해. 휴식이 필요하다고.”

임신.

아기.

그 단어들은 내 심장에 박히는 비수 같았다.

시야가 흐려졌다.

폐에서 모든 공기가 빠져나갔다.

“우리 아기는요, 태준 씨?”

그 질문은 내 영혼 가장 깊은 곳에서 찢겨 나온 생생한 상처였다.

“우리 아기에 대해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 있어요? 당신 아들이잖아요?”

그의 침묵은 고백이었다.

그때 채린이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더 가까이에서, 가짜 동정심을 뚝뚝 흘리며 들려왔다.

“어머, 연우 언니, 아직도 그것 때문에 속상해? 정말, 정말 유감이야. 진심으로. 하지만… 어쩌면 그게 최선이었을지도 몰라. 언니는 너무… 불안정해 보이잖아.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일지도.”

내 목에서 질식할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이 입으로 날아가 안에서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막으려는 듯했다.

방이 돌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날카롭고 타는 듯한 육체적 고통이 복부를 관통했다.

내 아들을 앗아간 그 충격의 메아리였다.

그리고 태준은…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그렇게 말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그녀가 자기 자식의 죽음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부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봤지?”

그가 마침내 차갑고 먼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히스테리 부리고 있잖아. 채린이 말이 맞아. 진정 좀 해.”

뜨겁고 소리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결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우리 아이는 불편함이었다.

내 고통은 드라마였다.

나는 단지 그의 그녀를 향한 헌신에 방해가 되는 골칫거리일 뿐이었다.

그는 이미 정신적 연결을 끊었지만, 이제는 내 영혼 자체를 절단하는 것 같았다.

연결은 오그라들고 죽어버렸고, 그 자리에 거대하고 검은 공허가 남았다.

고통은 압도적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몸을 구부렸다.

날것의, 동물적인 울음이 폐에서 터져 나왔다.

지우가 즉시 내 곁으로 와서 팔로 나를 감쌌다.

그녀 자신의 눈물이 내 머리카락을 적셨다.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언니.”

그녀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맹렬하게 속삭였다.

“그는 괴물이야. 둘 다.”

그녀는 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눈이 불타고 있었다.

“그들의 허락 따위 기다리지 않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강철 같았다.

“우리는 바로 위원회로 갈 거야. 강제 해소 명령을 받아낼 거야. 그걸 무시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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