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서은영의 손에 들린 수정 트로피가 산산이 조각났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정말, 정말 미안해요..." 이지연은 깜짝 놀라서 즉시 몸을 굽혀 파편을 주웠다. 그러더니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려형원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피가 나는 손가락을 보았다. "유리를 왜 주워? 나중에 도우미 보고 청소하라고 하면 돼."
"죄송합니다." 이지연은 미안한 기색으로 서은영을 바라보았다. 서은영의 얼굴은 창백했다. "선배, 정말 죄송해요. 실수로 트로피를 깨버렸어요."
이 트로피는 무용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리고, 서은영의 영예는 지금 산산조각이 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려형원은 트로피라는 말에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그는 서은영이 이 트로피를 받았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밤새 눈물을 흘리며 웃었고 밤새 그의 옆에서 조잘대었었다.
그는 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격투기 선수로서 트로피가 일종의 인정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선배, 전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지연은 다시 몸을 굽혀 깨진 유리를 집어 올리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서은영이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이지연의 하얀 얼굴에 날아들었다.
새빨간 손자국이 흉하게 잡혔다.
넓은 거실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어디서 억울한 척이야?" 서은영은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바닥의 꼴을 보며, 그리고 이지연이 일부러 그녀를 덮쳤던 장면이 생각나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렸다. "일부러 그랬는지 아닌지는 CCTV를 확인하면 알겠네."
그 말에 이지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만해!" 려형원이 이지연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는 서은영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냥 유리일 뿐이잖아. 트로피가 깨졌다고 해서 네 명예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이렇게까지 몰아세울 필요가 있나?"
서은영은 말을 잃었다.
그녀는 눈 앞의 남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심장이 뻥 뚫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지연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너무 각박하게 굴지 마." 려형원은 이지연의 부어 오른 뺨을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서은영을 때릴 듯 손을 들어올렸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눈을 감으며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지연이 건드리면 가만 안 둬. 꺼져."
서은영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 끝이 찡해났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짐을 가지고 재빨리 떠났다.
밖에는 언제부터였는지 비가 오고 있었다.
서은영은 비 속을 비참하게 걸어갔다. 그녀는 열 네 살 때 려형원이 그녀의 편에 서서 다른 사람과 싸웠던 때를 떠올렸다.
그 날 그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주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트로피를 꼭 끌어안고 있던 그녀는 취객에게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트로피가 바닥에 산산이 조각나자, 술 취한 남자는 욕설을 내뱉으며 트로피를 걷어찼다.
려형원은 그 남자의 코를 때렸다.
그날 밤 그는 그녀를 업고 집에 갔다. 그녀는 온 밤 울었고, 그는 밤새도록 트로피를 다시 조심스럽게 붙였다.
"이것 좀 봐." 자랑스럽게 트로피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충혈된 눈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깨졌던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거야."
그녀의 명예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그가, 이제는 다른 여자 때문에 그녀를 때리려 하다니...
그녀는 캠퍼스 근처에 있는 임대 아파트로 돌아왔고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불행히도 그녀는 비를 맞고 고열에 걸려 이틀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서은영이 일어나 문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힘없이 시선을 들었을 땐 려형원이 그녀의 앞에 우뚝 서있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위험하게 이글거렸다.
그리고 려형원은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말해, 지연이 어디에 숨겼어?"
회차 3
"켁, 켁......" 서은영은 목이 졸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난 몰라..."
"말해!" 려형원은 목을 놓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내가 너를 얕잡아 봤어. 네가 감히 지연이를 납치해?"
"납치한 적 없어!" 서은영은 려형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
서은영은 몸이 허공에 뜨는 것이 느껴졌다. 려형원이 그녀를 어깨에 들쳐 메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큰 소리와 함께 쾅 닫혔다.
그녀는 려형원의 차 뒷좌석에 던져졌다.
그녀는 차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그저 차가 아주 빠르게 가고 있다는 것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점차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넓고 어두운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고, 거대한 크루즈선이 눈에 띄었다.
려형원은 운전석에서 내려 거칠게 서은영을 끌어내려 해변가로 갔다.
"엄마..." 서은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갑판을 보았다. 거기엔 엄마가 손과 발이 묶인 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즉시 창백해졌다.
"음음!" 엄마는 입이 봉인된 채, 무력하게 서은영을 바라보았다.
"이지연이 어디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 대가는 네 엄마가 치르게 될 거야." 그러고 나서 려형원은 갑판에 있는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음음!"
서은영은 엄마가 삼베 자루에 쑤셔 넣어지는 것을 공포에 질린 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루를 밧줄로 묶고 바다에 내던졌다.
풍덩! 물줄기가 튀어 올랐다.
자루는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렸고,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물에 잠겼다.
"려형원, 너 미쳤어!" 서은영은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이지연의 실종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우리 엄마 폐 수술을 받으셨어. 이건 우리 엄마를 죽이는 거나 다름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졌고, 흐느낌에 목이 메어왔다.
"정말?" 려형원이 가볍게 비웃었다. "그녀를 납치한 두 사람은 학교 축하 행사 때문에 너랑 리허설을 한 적이 있더군. 이지연이 편의점에 두고 간 핸드폰엔 네가 남긴 협박문자가 도착해 있었어.
그는 이지연의 핸드폰을 꺼내 "서은영"과의 문자 내역을 보여주었다.
"형원이 그냥 잠깐 너한테 한 눈 판 거야. 알아서 떠나는 게 좋을 거야."
"가난한 여자인 채로 살아. 려형원 유혹해서 팔자 고칠 생각하지 말고 ."
"려형원이랑 헤어지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게 해줄게."
"내가 보낸 게 아니야." 서은영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그녀를 납치했다고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려형원, 제발 부탁할게. 우리 엄마 놔줘!"
려형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네가 나한테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이지."
서은영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난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어. 이제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으니 넌 그 애가 눈엣가시겠지." 려형원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서은영, 네가 그렇게 악의적일 줄은 몰랐어. 이지연이 없어도, 나는 결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더 이상 나한테 집착하지 마. 지연이 어디 있는지 말해!"
"모른다고!" 서은영이 절규했다. 그녀는 쓰러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바다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지만, 려형원이 그녀를 붙잡았다.
"말 안 하지? 그럼 네 어머니 시체를 바다에 던져주지." 려형원이 고개를 들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자루에 묶인 밧줄을 잘라."
"안돼—" 서은영의 눈이 공포에 커졌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녀는 그들을 막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자루와 갑판을 연결하는 밧줄이 끊어졌고, 자루는 금세 바다에 잠겼다.
"엄마, 엄마—" 서은영은 려형원의 손목을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즉시 입안에서 피 맛을 느꼈다.
그 순간, 려형원의 부하 중 한 명이 달려왔다. "려 회장님, 이지연 아가씨를 찾았습니다!"
려형원의 눈이 빛났다. "어디 있어? 나를 그녀에게 데려다 줘."
순식간에 모두가 려형원을 따라갔다.
서은영은 바다를 향해 달려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밤의 바다는 물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녀는 숨이 막힐 듯했지만 온 힘을 다해 헤엄쳤다.
그녀는 자루를 보기 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헤엄쳤는지 몰랐다.
그녀는 지쳐 있었고, 다리는 감각이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자루를 해안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엄마, 제발요. 괜찮으실 거예요..." 서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밧줄을 풀고 엄마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어머니는 의식을 잃었다.
그녀는 시간을 지체할 새도 없이 구급차를 불렀다.
그들은 병원으로 달려갔다. 서은영은 엄마가 응급실로 옮겨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