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려욱성과 려보라가 크림슨 바에 들어섰을 때, 송슬기와 그녀의 친구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부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슬기 언니, 너무 보고 싶었어!"

려보라는 연극을 하듯, 송슬기를 팔로 감싸 안고 그녀에게 매달린 채 귀여운 척 연기를 했다.

려보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송슬기는 말했다. "왜 아직도 5살 아이처럼 행동하는 거야?"

그러고는 맞은편에 앉은 근엄한 표정의 남자에게 시선을 옮기며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그래도 날 생각하는 건 너뿐이구나."

거의 정신을 차린 려보라가 말했다. "언니, 그럴 리가. 우리 오빠가 언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다고. 언니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오빠가 그 여자를 걷어차 버렸다고!"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부스 안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송슬기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밤낮으로 려욱성의 머릿속을 점령했던 여자가 이제 그의 앞에 앉아 그와 따뜻하게 눈을 맞추고 있었지만 무언가 묘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그가 말을 하려는 순간, 친구 중 한 명이 욕설을 퍼부었다.

"젠장! 욱성아, 저 사람 네 와이프 아니야?"

고개를 돌리자 려욱성의 눈앞에 펼쳐진 진유림의 눈부신 웨이브 머리와 매혹적인 화장, 잘록한 허리에 길고 완벽한 다리가 돋보이는 빨간색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그녀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금 그녀는 과체중에 느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성과 비실비실한 양아치들에 둘러싸여 험오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 이민용 아니야? 이 씨 집안의 그 유명한 양아치 도련님 이잖아. 진유림이 저 사람한테 걸려들다니, 완전 끝장이네!"

"그렇게 말할 수도 없지.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보통 여자들은 저런 옷을 입고 바에 오지 않지. 다 남자 꼬실려고 그러는 거잖아."

"이런, 욱성의 와이프가 저렇게 섹시할 줄 몰랐어. 항상 촌스러워 보였거든. 저렇게 몸매가 좋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려보라가 끼어들었다. "저 여자 좀 봐. 확실히 남자를 끌어들이려고 여기 온 거야. 우리 오빠가 저 여자를 버렸거든. 속임수를 안 쓰면 누가 저 여자를 원하겠어?"

그 조잡한 농담에도 친구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려욱성은 설명할 수 없는 짜증이 솟아올랐다. "시끄러워!"

그가 폭발하자 즉시 조용해졌다.

그는 려보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정신 못 차릴 거면 이런 부적응자들이랑 여기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학교로 돌아가서 예의란 걸 좀 배워."

깜짝 놀란 려보라는 눈물이 날 뻔했다. 송슬기는 손을 뻗어 려욱성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려욱성은 따뜻함을 느끼고 송슬기의 시선에 맞췄다. 려욱성을 바라보며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보라는 아직 어려. 너무 뭐라고 하지 마."

그리고는 잠시 멈칫하고 멀리 있는 진유림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분명 내 탓이야. 내가 다시 나타나서 유림 씨의 자리를 뺏지만 않았어도 저렇게 절망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았겠지."

려욱성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거고, 결국 이렇게 된 거야. 아무도 강요한 적 없어."

그리고 한편,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난 진유림은 이민용의 반갑지 않은 손을 뿌리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꺼져!"

친구들 앞에서 체면이 깎인 이민용은 진유림의 반격에 더욱 흥분되었다. 그는 진유림의 가느다란 허리를 팔로 감고 가까이 다가가 보라빛이 띄는 더러운 입술로 입맞춤을 할 준비를 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오빠는 네 같은 스타일이 딱 좋아!"

이민용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입술을 오므렸고, 진유림은 조롱하는 미소로 바뀌었다.

'퍽!'

그녀는 재빨리 근처 테이블에 있던 맥주병을 집어 이민용의 머리를 내리쳤다.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바의 흥겨운 음악 소리를 뚫고 나왔다. 이민용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유리가 흩뿌려진 머리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빌어먹을! 이 년이! 감히 나를 때려?"

진유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깨진 병의 뾰족한 목 부분을 이민용을 향해 겨누며 차갑게 웃었다. "한 번만 더 나한테 손대면 여기서 더 이상 남자구실 못하게 해주지."

이민용은 턱을 괴고 반박했다. "내가 누군지나 알아? 우리 형은 이 씨 그룹 사장이야. 내 말 한 마디면 널 이 도시에서 소리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어!"

진유림은 그를 무시하고 조용히 자신의 명품백을 뒤적였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의 위신에 놀란 줄 알고 있던 이민용을 득의양양했다. 그의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야. 이런 상처는 당신을 가난과 파멸 속으로 밀어 넣을 거라고. 건강검진을 받아볼 거야. 내 삼촌이 경찰과 연줄이 있어. 전화 한 번만 하면 넌 2주 동안 갇혀 있을 거라고."

"오빠, 뭐 하려고?" 려욱성이 일어나자마자 려보라는 그의 소매를 붙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 여자를 보호하려는 건 아니지?"

려욱성은 동요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이혼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 법적으로 내 아내야. 그녀가 모욕을 당하는 것은 우리 집안이 모욕 당하는 것과 같은 거야."

려보라는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아무도 저 여자가 우리 집안 사람이라는 걸 몰라. 그냥 신경 끄면 저 여자한테 무슨 일이 생기던 저 여자 탓인 거라고."

하지만 려욱성의 눈을 가로지른 그림자가 그녀를 순식간에 침묵시켰다.

송슬기가 끼어들었다. "내가 가서 얘기해 볼게. 전에도 이민용의 형과 만난 적이 있어. 날 봐서라도 유림 씨한테 그렇게 막 대하진 않을 거야."

그녀는 려욱성의 거절을 막으며 부드럽게 덧붙였다. "욱성아, 나도 역시 걱정이 돼."

그 순간 진유림은 가방에서 원화 지폐 다발을 꺼내 이민용의 얼굴에 던졌다.

'찰싹!'

2층에서 돈다발이 쏟아져 내리자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유림은 금방이라도 2층에서 떨어질 것 같은 자세로 낮은 난간에 팔을 기댔다. 떠다니는 원화 지폐들 사이에서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흐트러진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보상이 되나?"

분노가 끓어오르던 이민용은 일행을 향해 독기 어린 눈빛을 쏘며 포효했다. "저 여자 잡아! 저 여자 인생을 끝내 주겠어! 저 오만함을 부셔 버리겠다고!"

그의 일행이 돌진하려는 순간, 활기찬 목소리의 여성이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누구 인생을 끝내? 내 친구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

심지은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진유림에게 다가가자 이민용의 표정이 극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조롱하듯 미소를 지었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네 형도 내 앞에서 빌빌대는데 대체 무슨 용기로 내 친구한테 소리를 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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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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