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사마음이 밖으로 안겨 나가자마자 사윤설이 그녀에게 덮쳐왔다.
"마음아... 전부 다 이 언니의 탓이란다. 언니가 널 홀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널 이렇게 다치게 만들다니..."
"네가 여전히 날 원망한다면... 나도 그 산골짜기에서 뛰어내리면 그만이지 않느냐?"
사윤설은 입술을 깨물고 흐느끼면서 애원하였다.
"이 일은 둘째 공자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계속 이리 소란을 피우면 그가 명문 집안의 공자들 앞에서 체면을 다 잃게 될 것이야!"
목운산장은 송승안이 사유한 곳이었고 명문 집안의 공자들은 그의 사유지에 놀러 온 것인데, 이런 식으로 협박을 당하다니.
그들은 감히 이혁과 맞서려 하지 않을 것이고 추후 송승안을 원망할 것이다.
사마음은 하인들이 가져온 나무 의자에 앉아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러지요."
그녀는 아주 통쾌하게 허락하였다.
"가서 한번 뛰시기만 하면 오늘의 일은 없던 일로 치지요."
조금 전까지 끊임없이 애원하던 사윤설은 갑자기 제자리에 멈췄다. 그녀는 사마음이 이러한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듯하였다.
"왜 그러십니까? 못하시겠습니까?" 사마음은 눈썹을 치켜 올린 채, 그녀를 내리 보았다.
사윤설의 눈빛 속에는 원망이 스쳐 지나갔지만 바로 연약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면서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
"그래... 지금 바로 가마!"
"윤설아!"
사윤설이 땅바닥에서 일어서자마자 갓 도착한 송승안이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그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사윤설의 어깨를 끌어안더니 사마음을 째려보며 말했다.
"윤설이가 이렇게까지 너한테 애원하는데, 어찌 이리도 사람을 궁지로 모는 것이냐?"
사윤설조차 이대로 목운산장을 봉쇄하면 앞으로 그의 명성에 불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약혼녀인 사마음은 이리도 물불 안 가리고 이혁의 등을 떠밀어 그를 이 꼴로 만들다니.
"전부 언니 스스로 제기한 것 아닙니까? 제가 궁지로 몰았다니요?"
사마음은 혐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턱을 들고 되물었다.
"너!"
송승안은 말문이 막혔고 한참 후에야 숨을 참고 말했다. "윤설이는 널 위하여 자신의 뜻을 굽혀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 심지어 절벽에서 뛰어내리겠다고까지 하는데... 넌 어찌 이 일을 붙잡고 네 언니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것이냐. 이게 사람을 궁지에 내미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제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고 하셨습니까?"
사마음은 마치 우스운 일이라도 들은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저 진실을 밝혀 제 억울함을 풀어주려 하는 것 뿐입니다. 이게 그리 큰 잘못입니까?"
"그리고 언니가 정말 켕기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이리 급히 달려와 저에게 사죄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결국은..."
제 발 저려 진실이 들어날까 봐 이 연극을 벌린 것이잖습니까. 이렇게 얼렁뚱땅 일을 넘기시려는 거지요?"
"마음아, 어찌 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사윤설은 그녀의 말에 온몸이 얼어붙은 채, 한참 동안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송승안에게서 벗어나 밖으로 향해 달려갔다.
"둘째 공자님, 저를 말리지 말아 주십시오! 전부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마음이에게 진 빚을 갚지 않으면 절대 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공자님을 놓아주지도 않을 겁니다..."
"돌아오거라!"
송승안은 바로 사람을 끌어왔고 죽일 듯이 사마음을 째려보았다.
"본래도 몸이 성치 않은 네가 정말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살아서 돌아올 수가 있겠느냐? 저 여인은 널 사지로 몰려는 것이다!"
"정말 웃기네요! 언니가 몸이 성치 않다고 저를 비난하시는데 오자마자 절벽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난리를 부린 사람은 언니에요. 어찌 또 제 잘못이 된 거지요?" 사마음은 되물었다.
"허나 너도..."
송승안은 말문이 막혔지만 반박하려고 할 때, 말이 끊겼다.
"그리고 송 공자 말입니다. 언니가 연약하다고 이리 감싸고 도시면서 모든 잘못을 다 저한테 넘기시는데... 다친 사람은 저라는 것을 잊으신 겁니까? 골짜기에서 제가 돌아온지 이리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단 한번만이라도 제 상처에 대하여 물으신 적이 있습니까?"
사마음은 고개를 들어 송승안을 바라보면서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전생의 그녀는 전심전력으로 이 사람을 사랑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심은 너무도 보잘것없었다.
"난..."
"송 공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도 못하고 단 한 순간도 저를 약혼녀로 대하지 않으셨지요. 그렇다면 저희의 혼인을 계속 유지할 필요도 없겠지요. 파혼합시다!"
사마음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힘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지만 오직 뒤에 서있던 이혁만이 얼굴에 기쁜 표정을 띠었다.
송승안은 왠지 모르게 공황을 느꼈다.
예전의 사마음은 사윤설의 일로 화를 낸 적이 있었지만 파혼을 꺼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무언가가 달라진 듯하였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송승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꾹 참으며 말했다.
사윤설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 차리고 바로 앞에 나서서 말했다. "마음아, 이런 말은 함부로 입에 담으면 안 된단다! 네가 언니에게 화가 나서 그런다는 것 안다... 내가 앞으로 다시는 너와 둘째 공자님의 눈에 띄지 않으면 그만이지 않느냐!"
"화가 나다니요? 저는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겁니다. 기뻐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마음은 모든 것을 다 꿰뚫어 볼 듯한 눈빛으로 사윤설을 내려보았다.
"사마음!"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밖에서는 분노가 가득 찬 외침소리가 들려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흰색 옷차림을 한 남자가 잔뜩 성이 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 "넌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는 것이냐?"
"내가 저택을 떠난 지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리도 큰 소란을 피우다니. 그리고 윤설이를 이렇게 대하다니, 네가 정녕 두려운 것이 없구나!"
남자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안색이 창백한 사윤설에게 시선을 향하며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
사마음은 질책으로 가득 찬 그 얼굴을 바라보며 누가 바늘로 가슴을 찌르는 듯 심장이 아팠다.
"오라버니께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묻지 않으시고 제 죄부터 물으시는 겁니까?"
사여준은 사마음과 가장 친한 큰 오라버니였다. 전생에서 사윤설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그는 사마음을 보물처럼 아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 달라졌다.
사여준은 잠시 멈칫하면서 그녀의 상처에 시선을 향했다. 그의 눈빛에는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지만 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일이 어떻게 되었든 지간에 넌 윤설이의 몸이 약한 것을 뻔히 알지 않느냐. 그런데도 윤설이를 이리 약 올린 건 네 잘못이다!"
사마음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면서 반박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어깨를 눌렀다.
"사공자님은 올해 대리사에 들어가시지요? 그래도 형사 사건을 책임지는 사람이 어찌 사리분별도 하지 못하고 막돼먹은 여자처럼 행동하시는지요?" 이혁이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
"주인님!"
그때 누군가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장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다 끝마쳤습니다. 사소저를 산골짜기에 내던진 자도 찾았습니다."
이혁이 데려온 부하들은 다 그의 측근이었고 능력이 출중하였기에 조사에는 확실히 재간이 있었다.
이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끌고 오거라."
곧 하인 차림을 한 두 남자가 꽁꽁 묶인 채, 사마음의 앞에 버려졌다. 그들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오기 전에 고문을 당한 것이 뻔했다.
"대인! 대인, 저희는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
두 사람은 바로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하였다.
"누가 지시한 거냐?"
이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눈빛 속에는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범인을 가리킬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다. 말을 하지 못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