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큰 키에 탄탄한 근육과 굴곡이 그대로 보이는 듯한 몸매를 가진 박성욱의 몸에서는 특유의 오만함과 강력한 기세가 풍겨 왔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모두의 눈을 사로잡는 특유의 분위기를 가졌다.
탄력 있는 근육을 감싼 검은색 맞춤 정장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섬세한 이목구비와 잘생긴 외모는 멀리서 보아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의 완벽함에 가까운 얼굴에 자리에 얼어붙은 강시영은 너무 놀란 나머지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박성욱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자 강시영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도 시선이 빠르게 멀어졌고, 그는 일행과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박용태는 쓰레기장 근처에서 간신히 자리를 찾아 차를 밀어 넣듯이 주차해야만 했다.
"시영아, 우리도 이제 들어갈까?" 박용태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물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강시영은 입술을 비집고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혼자 들어갈 수 있어."
강시영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박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울 수 없었기에 박용태는 꾹 참았다. "그래."
연회가 끝날 때까지 박성욱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강시영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만약 그가 연회에 참석했다면, 그녀는 어쩔 바를 몰라 실수했을지도 모른다.
연회 도중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정원으로 나왔다.
연회장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로 가득 찼지만, 정원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온 것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박씨 저택의 화려함은 일반 재벌 가문 수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했다. 박용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박씨 가문에 돌아오려는 마음이 이해될 정도였다. 어느 누가 돈과 권력을 마다할 수 있을까?
정원 주위를 한참 동안이나 산책한 강시영은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연못 가까이에 도착한 그녀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우뚝 자리에 멈춰 섰다.
두 명의 경호원이 한 남자의 팔을 끌고 연못에 머리를 쑤셔 넣는 것이다.
잔뜩 겁에 질린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맹세하고 있었다.
남자의 주위에 모여든 12명 이상의 경호원들은 마치 그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저승사자 같았다.
덤불 뒤로 몸을 숨긴 강시영은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움켜잡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경호원은 남자의 숨이 넘어가기 바로 직전에 연못에서 끌어내고 쓰레기처럼 바닥에 내팽개쳤다.
"대표님, 그날 대표님 방에 나타난 사람이 누군지 저는 정말 모릅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경호원 중 한 명이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날카롭게 물었다. "아직도 모른다고 잡아떼는 거야?"
"저는 정말 모릅니다. 그날 너무 깊게 잠이 들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정말이에요!"
곧이어 남자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손마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조용한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발 밑에서부터 전해지는 오싹한 기운이 등골까지 전해진 강시영은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날 호텔 방에 있었던 남자가 박성욱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즉, 박성욱은 방을 잘못 찾은 여자가 강시영이라는 것을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강시영은 두려운 와중에도 안도감이 밀려왔다.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그녀가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 눈앞에 두 명의 경호원이 나타났다.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연못을 향해 높은 소리로 외쳤다.
자리에 얼어붙은 강시영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변명했다. "저는 우연히 지나가는 중이었어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맹세할게요!"
강시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살핀 고혁수는 박성욱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박용태 씨 와이프입니다."
이후 침묵이 한참 이어지는 것 같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려와."
강시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경호원은 우악스럽게 그녀의 팔을 잡아 끌고 앞으로 끌고 갔다. 충격에 자리에서 비틀거린 그녀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마른침을 삼킨 강시영은 두려움에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마저 없었다.
긴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박성욱은 검은색 V넥 티셔츠에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존재인 것만 같았다.
박성욱의 날카로운 눈빛이 강시영의 몸에 고정됐다. 가녀린 몸을 떨며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얼굴도 들지 못하고 있는 그녀의 모든 움직임에서 겁에 질린 내색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나약함에 박성욱은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 나는 것을 느꼈다.
"얼굴 들어."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피스를 세게 움켜쥔 강시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지만 박성욱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왜 여기까지 왔지?"
"길, 길을 잃었어요. 일부러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요."
"길을 잃은 게 확실해? 아니면 박용태가 우리 말을 엿들으라고 시켰어?" 박성욱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니에요. 절대 엿듣지 않았어요!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강시영은 맹세하듯 손을 들었지만, 그의 차갑게 식은 눈빛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박성욱은 그녀를 추궁할 생각 없는 듯, 손을 가볍게 움직여 경호원에게 그녀를 놓아주도록 손짓했다.
안도감을 느낀 강시영은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다.
박성욱이 누워 있는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울렁거림과 함께 어지러움을 느낀 그녀가 몸을 휘청거리더니 그의 품에 쓰러졌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경호원들은 당장 그녀를 끌어내려 했다.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진 박성욱은 손을 들어 경호원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강시영은 메스꺼운 느낌이 가라앉을 때까지 그의 품에 안겨 몇 번 더 입을 막고 구역질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구역질만 했다.
박성욱은 곧바로 그녀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박용태가 나를 유혹하라고 시킨 거야?" 싸늘하게 식은 그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힘겹게 몸을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강시영은 무고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작은 삼촌, 죄송해요. 최근에 몸이 좋지 않아 민폐를 끼쳤어요. 정말 죄송해요."
박성욱은 그녀가 자신을 작은 삼촌이라고 부르는 호칭에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겉모습은 어리숙해 보여도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지 잘 알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이 강시영의 정교한 얼굴을 비추자,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잔뜩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작은 삼촌 안녕히 계세요."
말을 마치고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가 돌아서 떠나려 할 때, 박성욱이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챘다.
그는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강시영은 심장이 당장이라도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설마 나를 알아본 건 아니겠지? 아니면 그날 밤, 얼굴을 들키기라도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