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안유진 씨, 인공 수정 수술 동의서에 서명이 필요합니다." 변호사가 안유진에게 서류를 제시하며 말했다.
안유진은 동의서를 주의 깊게 살피며 펜을 꽉 쥐고 있었다.
수술은 내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의 결혼식 날이다.
정자 기부자는 부유한 차 씨 가문의 장남이자, 안유진과 오늘 결혼식을 올릴 차도재였다.
운명은 잔인했다. 차도재는 3개월 전 잔인한 교통 사고로 인해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호흡기에 매달린 채로 생을 이어 나가고 있었으며, 그가 스스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의 생명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상황에서 매달린 채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었다.
계승과 후손에 대한 집착으로 유명한 차 씨 가문은 차도재의 혈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래서 그 아버지인 차혁수는 아들에게 아내를 구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차도재가 수 년 전 얼려 둔 정자는 그가 죽기 전에 신부의 자궁에 수술로 이식될 것이다.
안유진은 바로 앞에 놓인 동의서를 내려다보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그녀의 눈에는 미묘한 불안의 기색이 엿보였다.
"제발, 잠시만 생각 정리할 시간을 좀 주시겠어요? 잘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그녀의 목소리가 북받치는 감정에 흔들리며 떨렸다.
잠시의 침묵 뒤,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다.
변호사가 떠나고, 방은 기이한 침묵에 휩싸였다. 안유진은 즉시 동의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그녀의 비밀 애인인 차도민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차도민과 차도재는 이복 형제였다. 이 결혼을 계획한 사람도 바로 차도민이었다.
1달 전, 안태산이 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계모의 악랄한 본성이 나타나며 안유진의 삶은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났고 친엄마의 유산까지 빼앗기게 되었다.
안유진의 인생에서 모든 것이 막막해졌을 때, 차도민이 그녀에게 제안을 하며 나타났다. 그 제안은 바로 차도재와 가짜 결혼을 해서 수술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차도재가 결국 사망하고 나면, 차도민이 차 씨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차도민은 안유진과 약속을 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자신은 그녀와 결혼을 할 것이며 친엄마의 유산을 되찾아 주겠다고 했다.
차도민에게 마음을 사로잡힌 안유진은 처음에 이 계획에 동의했다. 그러나 결혼식이 다가올 수록 그녀는 자신을 설득할 수 없게 되었다.
차도민의 위로와 조언을 절실히 바라며, 그녀는 전화를 걸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불안에 휩싸인 안유진은 그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하이힐을 벗어 손에 들고 복도를 돌아다녔고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빠르게 뛰는 가슴을 멈출 수 없었다.
안유진의 발걸음은 복도 끝의 마지막 라운지에 접근하면서 갑자기 멈추었다.
약간 열린 문에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틈새에서 그녀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도민아, 곁에 좀 더 있어주면 안 돼? 안유진은 지금 너를 찾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그녀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문에 가까이 다가가 틈새로 내부를 쳐다봤다. 그녀의 이복 여동생인 안혜리가 소파에 앉아 있는 차도민의 허리위에 겹쳐 있었다. 양 쪽 모두 옷을 반 정도는 벗은 상태였다.
차도민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며 안혜리를 밀어냈다.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잘 지켜봐야 해. 엄청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계획이 틀어지면 절대 안 돼."
하지만 안혜리는 그의 걱정을 대충 넘겨주며 차도민에게 키스를 하면서 말했다. "그만 걱정해. 걔는 니 말이라면 다 듣잖아. 게다가 우리는 그녀의 어머니의 물건들을 가지고 있어. 그녀는 달아나지 못할 거야."
차도민은 안혜리의 말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뒤집어 키스를 했다. "맞아, 고마워, 자기야. 나는 그 계획을 끝내면 그 바보 같은 여자를 버릴 거야. 내 마음 속에는 당신뿐이니까..."
안유진은 그들의 움직임을 숨 죽인 채 지켜보면서 분노 때문에 몸이 떨기 시작했다. 그들의 신음과 숨소리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이 현실의 상황이 그녀에게 강력하게 부딪쳤고, 그녀는 등을 돌리며 감정의 균형을 잡으려 애썼다.
배신은 안유진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그녀의 심장은 수백만 조각으로 부서졌다.
격노가 그녀의 핏줄을 타고 솟아올랐고, 손톱이 손바닥에 깊게 파고 들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혐오와 역겨움이 가슴에 가득 찼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방안에서 전해오는 사랑 소리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안유진은 패배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차도민과 안혜리가 자신에게 보여 준 배신을 되갚아 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결심으로 그녀는 눈물을 닦고, 다시 신발을 신고 방으로 걸어갔다. 망설임 없이 동의서에 서명하고, 차 씨 가문의 진정한 며느리가 되겠다며 다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차도민과 안혜리가 그들이 행한 배신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할 생각이었다.
밤이 되자, 차 씨 저택이 조명으로 밝혀지며 아름다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안유진은 웨딩이 끝난 직후 집사에게 안내받아 차도재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남편이라 불리는 사람을 이렇게 처음으로 만났다.
차도민에 따르면 차도재는 참혹하고, 나쁜 성격에 잔인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었다. 자신의 가족조차 차갑게 대한다며 차도민은 안유진 앞에서 차도재에 대해 비난을 계속했고 그를 흉악한 인물로 그려왔다.
안유진은 차도민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으며, 흉악한 남편을 마주할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첫 대면에 안유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차도재는 긴 시간의 혼수상태속에 처해 있음에도 그에게 내재해 있는 귀족적인 느낌과 믿을 수 없이 매력적인 외모에는 마치 마법이 있는 것 처럼 빠져들게 했다.
안유진은 침대 옆에서 멈춰 서서, 차도재의 아름다운 얼굴을 감상하며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었다. 차도민이 말했던 것들이 사실인가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술에 취한 채 병을 들고 문을 열며 들어온 차도민은 차도재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미안해. 오늘 너무 바빠서 전화를 못 받았네. 후회 중이야." 차도민은 뉘우치는 척했다.
일단 차도민의 계획에 동조해야 했기 때문에 안유진은 대답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차도민은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켰고, 자신감에 찬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당신이 날 용서해줄 줄 알았어, 너무 사랑해."
안유진은 분노를 억누르며 주먹을 쥐었다. "지금은 늦었어. 내일 마저 대화를 하지."
차도민은 문을 잠그며 방 안을 어둡게 만들었고, 천천히 안유진을 향해 다가갔다.
안유진은 긴장하여 물었다. "차도민, 뭐하려는 거지??"
악랄한 미소와 술냄새를 뿜으며, 차도민은 그녀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시간 낭비할 것 있어? 네가 내 아이를 가지면, 우리 아이가 차 씨 가문의 상속인이 될 거라고!"
차도민은 차도재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떻게 형 앞에서 형수를 건드릴 생각을 한 거지?
안유진은 소리 지르며 대응했다. "이거 놔!"
차도민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고, 안유진은 멍하게 그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그의 표정에서 그가 무언가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뒤에서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차도민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도재 형..."
회차 2
차도민은 발걸음을 재촉해 즉시 움직였다.
안유진은 혼란스러웠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설마 차도재가 깨어났나?
급하게 뒤돌아서 둘러봤지만,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차도재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규칙적이면서도 조용한 숨소리로 새근거리고 있었다.
단지 딱 하나 달라진 것은, 손 한 쪽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안유진은 고개를 기울이며 손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비쩍 마른 그 손은, 아마도 차도민을 피할 때 그녀가 침대 프레임에 부딪히자 미끄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도재 씨?" 안유진은 부드럽게 불러 보았다.
어떤 반응도 없었다.
안유진은 조금 더 큰 소리로 재차 불렀다. "저기, 차도재 씨!"
그녀는 여전히 어떤 반응도 얻지 못했다.
안유진은 긴장한 채 침대 옆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신중하게 그의 손을 잡아 이불 아래에 다시 넣었다. 차도재는 안유진이 손을 다시 이불 속으로 넣는 동안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을 크게 안심시켰다. 그는 여전히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아마도 차도민이 취한 상태에서 환각을 떠올린 것일지도 몰랐다.
안유진은 안심하며 가슴을 쳐들었다.
방은 다시 여느 때와 같은 조용한 상태가 되었다. 안유진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고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도재가 한 순간 눈을 뜨고 일어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차도재를 지켜봤다.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안유진은 자신이 침대 가장자리에 누워 잠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차도재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제 안유진은 두 어깨를 짓누르던 불확실한 두려움을 조금은 내려 놓을 수 있었다.
마침내 안유진은 어젯밤에 차도민이 완전히 취해서 잘못 본 것이 확실했다. 차도재가 깨어났다는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안유진은 이내 세수를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거울을 보고 그녀는 전에 없던 붉은 자국이 목에 생겼다는 걸 발견했다. 누군가 강하게 누른 듯한 것처럼 보였다.
어젯밤 차도민과의 몸싸움을 떠올리고, 안유진은 이게 그의 짓이라는 걸 알아챘다. 그가 이걸 만들었을 것이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안유진은 칫솔을 내려놓고 침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국을 가리기 위해 터틀넥 상의를 입었다.
안유진은 옷을 챙겨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계단 밑까지 내려온 순간, 차도민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구석으로 그녀를 휙 끌어당겼다.
"어제 밤, 차도재가 깨어났던가?" 그는 누군가 듣기라도 하면 안 된다는 듯, 귓속말로 속삭이며 물어봤다.
안유진은 차도민의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웠다. 그녀는 두 걸음 물러서며 표정 없이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좋은 소식이네. 어젯밤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잠깐 동안 그 자식이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보는 줄 알았다고. 착각이라니, 참 다행이네." 차도민은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안심했다. 다시 평소와 같은 밝은 미소로 돌아왔다.
이 미소는 과거에 안유진을 설레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저 역겨웠다. 안유진은 눈속의 혐오를 숨기기 위해 시선을 내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차도민은 안유진이 어젯밤 일 때문에 이런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사과를 건넸다. "어제 일은 미안.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그렇게 험하게 다루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 너도 알잖아, 내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데."
안유진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그리고 그녀는 핑계를 만들어 구석에서 나왔다.
식당에 가서, 안유진은 이미 테이블에 앉아있는 차혁수를 보았다. 그는 잘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안유진이 먼저 인사를 했을 때에도, 그는 약간 머뭇거리며 차가운 느낌과 무관심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한편, 차도재의 계모인 강미영은 열광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차도민의 생물학적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의 계획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과하게 표현한 따뜻함과 친절함은 그녀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강미영도 그 계획을 알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이런 태도를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안유진은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 후 차혁수는 안유진을 데리고 차 씨 가문에 소유한 사립 병원으로 갔다.
차도민도 그곳에 동행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그는 줄곧 그녀 옆을 따라다녔다.
안유진은 그가 보내는 눈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계획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려고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몸을 돌리자마자 그녀의 웃음은 사라졌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그때 그녀 마음속의 두려움은 점점 깊어져갔다. 차도민이 그녀의 여동생과 사랑을 나누며 그녀를 배신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강한 다짐을 했고, 자신의 것을 돌려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인공 수정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창백한 얼굴을 한 안유진은 휠체어에 앉아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차혁수에게 말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그 결과는 한 달 후의 검사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차도민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반대로 차혁수의 얼굴은 웃음으로 밝아졌다. 아마도 시각 장애인조차 그가 그 소식에 만족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안유진을 바라보았다. 그 후, 차혁수는 자신의 운전기사 중 한 명을 불러 안유진과 차도민을 집으로 데려다 주도록 일렀다.
집으로 향하는 가는 동안, 차도민은 분노로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그의 이마와 관자놀이 쪽에 혈관이 뚜렷해질 정도였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안유진 또한 말을 건다거나 그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도민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안유진의 팔을 붙잡고 그녀를 정원으로 끌고 들어가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뭐 하는 짓이야, 안유진! 그 계획은 수술을 망치기로 계획했잖아. 왜 하지 않았냐고!"
안유진은 딱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차도민의 손을 흔들어 떨쳐버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 동생아. 나는 이제 네 형수니까!"
차도민은 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분노로 가득 찬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까이 있는 나무를 세게 찼다. "뭐라고? 농담하는 거야?"
안유진은 혈관이 터져 빨개진 눈을 보고 심장이 아팠다. 그녀는 휙 돌아서려 했지만 차도민이 다시 그녀를 끌어당겼다.
"내가 떠나라고 했어? 어딜 맘대로 가려고 그래, 안유진!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어!" 차도민의 눈엔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안유진은 두려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짜증이 났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벗어나려고 애썼다. "손 놔!"
"미친!" 차도민은 양 손으로 그녀를 붙잡고 몸으로 밀어붙였다. "우리가 합의한 건 이런 게 아니잖아. 차도재와 결혼했다고 이젠 나한테 등을 보이려는 거야? 알겠지만, 넌 나를 떠날 수 없어. 지금 네가 임신했다는 게 확실한 것도 아니고. 만약 임신이라 하더라도 차도재는 그깟 아기와 너를 지켜줄 수도 없어."
"하!" 안유진은 비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차도재 아직 살아 있잖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네 형수야. 받아들이는 게 좋을걸!"
그 말은 차도민을 더욱 열받게 만들었다. 그는 그녀를 때리려고 손을 올렸다.
그러나 그가 안유진을 때리기 전에 가정부 한 명이 뛰쳐나와 외쳤다. "도재 도련님께서 깨어났어요! 유진 아가씨! 지금 도련님께서 당장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회차 3
차도재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안유진과 차도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차도민은 분노에 찬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안유진의 팔을 꽉 쥐며 속임수를 썼다며 그녀를 비난했다. "거짓말을 했구나? 어젯밤 내가 본 것은 환각이 아니었어. 차도재가 깨어났다는 걸 알고 있었지? 그러니까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하게 행동한 거잖아!"
하지만 안유진은 더 설명하지 않고 차도민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가정부의 안내를 따라갔다.
차도민은 분노에 휩싸인 채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근처에 있던 꽃병을 차며 분노를 토해내고, 깨진 꽃병 파편이 흩어지는 소리가 정원 전체에 울렸다.
차 씨 가문의 생동감 넘치는 정원은 여러 종류의 생생한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복잡한 복도를 통해 방으로 이어졌다. 안유진은 깊은 고민과 생각 속에 빠진 채로 끝없는 복도를 따라 내려갔다. 마침내 그녀는 차도재가 휴식 중인 작은 빌라에 도착했고, 그곳은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따뜻한 햇살 속에서 향기롭게 피어있었고, 혼란스러운 안유진의 마음 속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안유진은 차도재가 밤에 깨어 있었는지, 혹시라도 차도민과의 대화를 듣지는 않았는지 확신할 수 없어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안유진은 차도재가 자신과 차도민이 나눴던 대화를 들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온 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의 얼굴 색이 변하고 눈속에 두려움 가득 차올랐다.
그녀의 남편은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경찰과 조직에서도 광범위한 영향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건드리는 사람들은 대개 참혹한 운명을 맞이하곤 했다.
"다 왔습니다, 유진 아가씨." 가정부의 목소리로 안유진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의지를 단단히 하고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우연찮게도 차혁수와 마주쳐서 그들은 서로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묵묵히 그들은 빌라 입구를 지나갔다.
그들이 접근하기 전, 여러 명의 의사가 차도재의 침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검사 후, 담당 의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차도재 씨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사고로 인해 몸이 많이 상한 상태입니다. 특히 다리가 많이 다쳤는데, 아마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물리치료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고요."
차혁수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도재가 장애인이 됐다는 소리입니까?"
안유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깜짝 놀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차혁수의 표정에서 안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네, 그렇습니다." 의사는 많은 유감을 느끼며 인정했다.
"알겠습니다. 이제 다들 돌아가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차혁수는 손목을 살짝 움직여 의사들을 내보내고, 차도재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평소보다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말했다. "일단은 휴식을 취해라, 도재야. 다른 것들은 걱정하지 말고. 다리를 낫게 해 줄 명의를 찾아 오겠으니."
그러고 차혁수는 안유진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이젠 유진이가 잘 돌봐 줄 거다."
안유진은 그 말을 듣고 무언가 반박하고 싶었다. 자신은 그의 소중한 아들을 돌봐주는 도우미가 아니라고 말이다.
차도재는 침대 머리판에 기대어 앉아 있었으며, 그의 눈은 차가운 무감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며 거리를 두고 멀어져 있는 듯 보였다.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러던 중 차도재는 머리를 들어 차혁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 여자, 누구야?"
안유진은 차도재의 짧은 질문에 당황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그녀의 심장은 떨리고, 머릿속은 더욱 빠르게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차도재에게 자기 자신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했다.
차도재가 언제라도 이 결혼을 취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유진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끝까지 실행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은 헛수고가 될 것이다.
"너의 아내." 차혁수가 대답했다.
차도재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난 결혼한 적이 없어, 그런 기억도 없고. 어디서 이런 거짓말쟁이를 데려온 거야?" 그는 경멸하듯 말했다.
"내가 소개시켜 줬잖아." 차혁수가 언짢은 듯 대답했다. "모두가 알고 있어."
하지만 차도재는 이 상황을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이 결혼은 무효야, 인정할 수 없어. 이혼 할거야. 누가 날 돌봐줘야 한다면 차라리 간병인을 고용하라고."
그 말들이 이미 긴장되어 있던 분위기를 더욱 가혹하게 만들었다. 차혁수 얼굴에서 분노가 번쩍였지만, 그는 자제하고 참듯이 말했다. "이혼은 불가능해."
차도재는 차혁수의 말에 비웃음으로 대답했다. "누가 내 인생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허락했지?"
안유진이 일어선 순간 방 안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격렬한 관계 사이에서 그저 구경꾼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혁수는 분노에 소리쳤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유진이는 이미 인공 수정 수술을 받았고, 네 아이를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다."
차혁수도 안유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마치 사람이 아닌 단순한 물건인 것처럼 그녀의 몸을 주시하고 있었다.
영겁의 시간 같았다. 침묵이 끝나고, 차도재가 안유진에게 물었다. "수술 낙태, 약물 낙태. 선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