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야~ 살살 좀. 그러다 깨면 어떻게."

문수아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며 한화 호텔의 한 객실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온몸이 불에 타는 듯 뜨거웠다. 겨우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눈 앞의 펼쳐진 기막힌 광경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설동훈은 한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들썩하여 품에 안고 창문에 밀착하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에는 홍조가 진하게 나타났고 흩어진 머리카락은 입김에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괜찮아. 지금 완전히 뻗었으니까. 이 약은 코끼리도 쓰러뜨릴 수 있을 만큼 약효가 강하거든."

아, 조가람. 문수아의 새엄마 되는 여자다.

곧이어 그는 조가람의 가는 허리를 잡고 강하고 빠르게 박으며 낮은 으르릉 소리를 내뱉었다.

문수아는 이를 악문 채 주먹을 쥐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새엄마가 그녀의 남자친구와 이런 끈적인 사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 밤, 설동훈은 그녀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건네 받은 와인 한 잔을 마신 그녀는 곧 의식을 잃었다.

파렴치한 이 두 사람이 일부러 벌인 일이었던 것이다.

"쟨 오늘 자기가 노숙자와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 이려나?" 조가람은 신음을 내뱉으며 물었다.

"무슨 수로 알겠어? 분명 나라고 생각할 게 뻔해. 날 이미 예비 남편처럼 대하고 있는 걸. 조만간 문 씨 가문은 우리 차지야. 저 여자의 친 엄마 재산은 물론이고!"

설동훈의 잔인한 말에 문수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쟤 오빠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조가람이 물었다.

"쉬워." 설동훈은 악독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문 씨 집안을 완전히 통제한 후, 기회를 찾아 그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곳에서 썩게 만들 거야."

조가람은 킥킥거리며 설동훈이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등을 구부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곧 다가올 승리를 자축하듯 밝게 빛났다.

그때 어떤 생각이 문득 떠올랐는지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저 년이 편하게 살게 둘 순 없어! 너희 둘 결혼하면 한 방을 쓸지언정 같이 자는 건 절대 안돼!"

그 말에 설동훈은 조가람의 허리를 더욱 세게 붙잡고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설동훈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글쎄... 우선 쟤 차를 들이박아. 우연한 사고처럼 보이게 말이야. 죽든 평생 불구가 되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 둘이 몸을 섞는 동안 조가람은 의붓딸을 처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에 번뜩이는 사악한 빛과 느끼한 땀기름이 그녀를 순간 지옥에서 나온 악마처럼 추악해 보이게 만들었다.

설동훈은 땀을 흘리며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당신 말대로 할게."

한편 문수아는 두 사람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지켜보던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얼마 뒤 설동훈과 조가람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문수아를 쳐다보았다. 만족스러운 뜨거운 밤을 보낸 두 사람은 낄낄 웃으며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문수아는 다시 눈을 떴다. 그녀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고 침대 시트가 이내 축축해졌다.

'설동훈 이 자식! 내가 정말 미쳤지!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사람이 칼을 든 회자수였다니!'

문수아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발이 무거웠다.

약 기운 때문에 팔을 들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 과일칼을 잡으려고 애쓰다 팔에 상처가 나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흐르는 피 덕분에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서자마자 문 밖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문수아는 비틀거리며 별 생각 없이 창가로 다가갔다.

얼마 뒤 그녀가 떠난 객실에서 설동훈과 조가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대체 어디 간 거지? 도망간 거야?"

"멀리 못 갔을 거야! 오늘 밤 관계를 갖지 않으면 죽을 목숨이니까!"

창문 밖으로 뛰어넘은 문수아는 최대한 아래를 보지 않으려 애쓰며 이를 악물고 조심스럽게 옆 창문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딛고 서 있을 만한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그때 옆 객실 창문에서 갑자기 누군가 팔을 뻗어 그녀의 입을 막은 채 재빨리 안으로 끌어당겼다.

균형을 잃은 문수아는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옷깃을 잡았고 두 사람은 함께 객실 바닥으로 쓰러졌다.

남자는 그녀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 사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남성 호르몬이 그녀의 대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문수아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과 달리 그녀의 입술에서는 에로틱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서동윤이 보냈어?"

어두운 객실 안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였다.

문수아는 안절부절못한 마음으로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얇은 천 밑으로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몸이 달아오르는 듯한 감각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서동윤이 누구인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의 생존이었다.

"혹시... 잘생겼어요?" 문수아는 다소 거칠지만 힘없게 물었다.

한도진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유머 있게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볼만 하죠."

"그럼 잘 생긴 것으로 칠게요."

노숙자보다 훨씬 좋은 선택지였다. 근육 진 몸매를 가진 남자의 얼굴은 어딜 가나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문수아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감싸며 속삭였다. "고마워요."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남자의 따뜻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회차 2

강력한 최음제 탓에 두 사람은 밤새 침대와 소파, 발코니까지 스위트룸 곳곳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두 사람이 결국 지쳐 잠들 때까지 객실은 온통 신음 소리와 헐떡임으로 가득 찼다.

문수아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잤는지도 모를 만큼 깊게 잠들었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 일어나 앉으려 했다. 어젯밤 일로 몸은 욱신거렸고 곳곳에 키스마크가 남아 있었다.

바로 그때,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함께 밤을 보낸 남자는 샤워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젯밤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 두려웠던 그녀는 서둘러 옷을 입고 감사의 메모를 급하게 휘갈겨 썼다. 그리고 지갑에 남은 돈과 액세서리 하나를 감사의 표시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두었다.

그녀는 객실을 빠져 나오자마자 급하게 호텔을 떠났다.

한도진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그녀가 사라진 지 한참 뒤였다.

방을 둘러보던 그는 침대 시트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다음 그녀가 침대 협탁에 두고 간 물건을 보고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한 씨 집안 출신으로 해닝시의 경제를 주도하는 한승그룹의 사장이었다. 그런 인물과 밤을 보냈는데 달랑 5만원 두 장과 휴지에 적은 감사의 말만 남기고 도망갔다?

그를 상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분 뒤 한도진은 한 손은 주머니에, 다른 한 손은 불붙은 담배를 들고 똑바로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자기 앞에 조아린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묶여있는 젊은 남자는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형님, 정말 미안해. 맹세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그만... 28살이신데도 연애는커녕 여자와 놀아보질 못했잖아!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직접 도와 줄려고 했어!"

한도진은 곁눈질로 침대 시트에 묻은 핏자국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여자 이름이 뭐야?"

"어?" 서동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여자?"

한도진은 지난 20년 동안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서동윤은 그가 남자에 관심이 있을 거라 짐작했었다.

그래서 형 사랑 넘치는 동생으로서 사람을 보냈긴 했지만 여자가 아니라 뽀얀 남자였던 것이다.

그럼, 그 여자는? 서동윤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커졌다. "도진 형, 난..."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도진이 그의 어깨를 재빨리 걷어차며 말을 끊었다.

"어젯밤 CCTV 다 확인해 봐." 한도진이 언성을 높였다. "어떻게든 찾아내. 좀 전에 해외 프로젝트 담당자가 말라리아로 죽었어. 못 찾으면 네가 대신 그 자리로 갈 줄 알아."

서동윤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한도진을 올려다 보고 정신을 차리는 데까진 한참이 걸렸다.

그는 그 여자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도진은 마치 치타와도 같았고 잡은 먹이의 생존은 그의 기분에 달려있었다.

하룻밤을 보낸 그 여자는 겁도 없이 일어나자마자 도망쳤다. 그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리스팩.

*

사건의 주인공 문수아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설동훈과 조가람이 나누었던 대화가 머리 속을 계속 맴돌았다. 화가 난 그녀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 그 둘을 가만히 둘 순 없다. 뭔가를 해야 하고 두 사람의 정체를 어떻게든 밝혀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한 문수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아버지 문청산이 소파에서 일어섰다.

"어디 갔다 이제 와? 학교에 전화했더니 기숙사로 안 돌아갔다고 하던데." 문청산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당장이라도 터질 듯했다.

"여보, 그러지 말아요. 건강에 안 좋아요. 수아는 아직 어리고 배울 게 많잖아요." 옆에서 조가람이 문청산을 거드는 척 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문수아를 바라보았다.

"수아야, 아버지가 네게 화난 건 당연한 거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여자애가 연락도 없이 밤새 어디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걱정되지 않겠니? 네가 기숙사에 없다는 걸 알고 나도 네 아버지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혹시 나쁜 일이라도 생겼을까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겠니? 집안 평판보다는 네가 더 소중해." 조가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어젯밤 설동훈과 조가람의 음모를 듣지 못했더라면 문수아는 그녀에게 속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조가람의 진짜 속셈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그녀의 말은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문청산의 화를 더 돋구었다.

"그래서 지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내가 널 망친 것 같다. 오늘 제대로 한 번 혼나보자!"

문청산은 옆에 있던 단단한 막대기 하나를 들어 휘두르려 했다.

문수아는 맞기 직전 무릎을 꿇었다.

회차 3

"아빠, 죄송해요. 어젯밤에 친구들이랑 놀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휴대폰 전원 나갔는지도 몰랐고요. 저 때문에 걱정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순간 문청산의 손이 공중에서 얼어붙었다. 문수아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다툼에서 이기려고 하여 부녀 관계는 늘 긴장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웬일로 잘못을 순순히 인정한 걸까?

문수아는 스스로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조가람은 문청산이 자신을 신뢰하도록 만든데다 그녀는 음모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지금 손에 없었다. 어젯밤에 일어난 모든 일을 아버지에게 말하더라도 믿어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듣는 척 하며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절호의 공격 기회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아빠, 저 분은 제 친 엄마가 아니니까 저를 잘 모르시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아빠는 그렇지 않잖아요. 아빠는 절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전 우리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거예요!"

문수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딱하게 말했다.

부모님이 이혼한 지 오래됐지만 문청산은 딸에게는 충실한 아버지였다. 그녀의 진심 어린 사과에 그의 마음도 누그러졌다.

그는 동작을 멈추고 부드럽게 말했다. "글쎄. 네가 잘못한 걸 안다니 다행이구나.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렴. 알겠니? 이제 그만 일어나."

의외로 문수아를 쉽게 용서하는 모습에 조가람은 조금 불쾌했다. 하지만 계획상 지금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억울한 마음을 누른 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거 봐요.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았어요. 수아는 정말 좋은 애예요. 아무렇게나 몸을 함부로 쓰는 애들하고는 달라요. 그렇지, 수아야?"

말에 뼈가 있다는 걸 알아챈 문수아는 차가운 눈빛을 한 채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너한테 할 말이 있다, 수아야." 조가람은 문청산을 팔꿈치로 살짝 밀며 눈치를 줬다.

문청산은 심호흡을 하고 소파에 앉았다.

그런 다음 목청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 "수아야,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람 이모의 말이 맞다. 네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거나, 반대로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게 강요할 수는 없겠다고 판단했다. 동훈이는 평범한 가정 출신이지만 서로 좋아하는 사이잖니. 그게 중요한 거야."

문수아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깜짝 놀랐다.

문청산은 설동훈이 신분 상승을 위해 상류층 여성에게 의지하는 남자라고 항상 여겨왔기 때문에 둘의 만남을 반대했던 것이다. 더욱이 두 사람이 만나기도 전에 그는 딸의 남편감으로 민 씨 집안의 막내 아들 민우혁을 점지해 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바람둥이로 소문이 좋지 않았다. 문수아는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고, 아버지와 늘 결혼 문제로 끊임없이 다투었다.

"오늘 아침 민우혁이 클럽에서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고 하더구나. 그것도 한 클럽 여자 때문에. 뉴스가 난리도 아니었어. 그런 남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문청산은 한숨을 쉰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설동훈이 네게 잘해준다면 둘의 만남을 반대하지는 않겠다. 시간 나면 집에 한 번 데리고 와. 같이 약혼에 대해 의논하자꾸나."

"네? 약혼이요?" 문수아는 예상치 못한 말에 큰 충격을 받아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문청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달 말에 네 생일이잖니. 그날 약혼하는 게 어떻겠니? 겹 경사인데다 가족들 모두 축하해주는 좋은 자리가 될 것 같은데. 너도 그렇게 적은 나이도 아니고. 네 걱정 이제 그만하게 서둘러 결혼했으면 좋겠구나."

그때 문수아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가람은 자신이 집에 없는 사이에 문청산을 구워삶은 게 틀림없었다.

결혼을 서두르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문수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조가람과 설동훈의 음모에 대한 증거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때까지 이들과 게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은 다음 그의 손을 잡았다.

"정말 고마워요, 아빠. 제가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속상하셨죠?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말 잘 듣는 딸이 될게요."

한편 조가람은 그녀의 약혼 동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수아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모두 음모의 일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문이 하나 있었다. 어젯밤 문수아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였을까? 그렇게 약에 취했는데도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정말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게 맞는지 의심스러워 조가람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그녀 눈에 문수아의 목 쪽에 나 있는 선명한 키스 마크가 보였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조가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어젯밤 문수아는 분명 누군가와 잠자리를 한 게 틀림없었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문수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키스마크를 어떻게든 지우려 했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순결을 잃게 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젠장! 이건 모두 조가람과 설동훈 때문이었다!

긴 샤워를 마친 후 그녀는 자리에 앉아 월말에 있을 약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친구가 소개해준 사립 탐정에게 전화해 두 사람의 동선을 몰래 추적하고 음모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약혼식에서 두 사람이 뭘 꾸밀 꿍꿍이인지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자신의 SNS에 상태 메시지를 올렸다.

같은 시각 한성그룹 본사에서는 서동윤이 흥분한 모습으로 한도진의 사무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형, 그 여자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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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겨서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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