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나는 황금빛 새장, 권이안의 호화로운 펜트하우스에 살았다. 그의 성공의 증거이자 나의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었다. 내 진짜 삶, 어머니의 정의를 찾으려는 맹렬한 목표는 내 안 깊은 곳에서 불붙기를 기다리는 조용한 불씨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의 귀환과 함께 들려오는 진세라의 역겹도록 달콤한 목소리는 계산된 고문처럼 광활한 공간을 울렸다.
그는 그것을 결혼이라 불렀다. 나는 복수라고 불렀다. 그는 여자들을 집에 데려왔지만, 진세라는 그의 절친한 친구라는 이름으로 항상 곁을 지켰다. 그는 그녀를 과시하고, 내게 그들을 위해 샴페인을 따르라고 명령했으며, 내 ‘수고’에 대한 대가라며 조잡한 십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던져주었다. 마주칠 때마다 새로운 굴욕이었지만, 내가 연기하는 냉담함, 감정 없는 가면은 그의 불타는 분노와 진세라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부채질할 뿐이었다.
그는 나를 돈 때문에 그를 버린 무정하고 속물적인 여자로 보았다. 내가 그의 파산 직전의 회사를 구하기 위해 내 모든 유산을 비밀리에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그가 절망적으로 아팠을 때 익명으로 골수를 기증해 그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혹은 눈보라를 뚫고 홀로 걸어가 추락한 차에서 그를 구해냈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몰랐다. 모든 진실, 모든 이타적인 행동은 진세라에 의해 거짓으로 뒤틀려 그의 눈에는 나를 향한 완벽한 무기가 되었다.
어떻게 그는 이토록 완전히 눈이 멀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나의 깊은 희생, 나의 절박하고 지독한 사랑이 이토록 지독한 증오로 변질될 수 있었을까? 이 끔찍한 부당함은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끊임없는 고통이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이라 믿으며 그의 잔인함을 묵묵히 견뎠다.
하지만 고문은 견딜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지키기 위한 궁극적인 행동으로 내 심장을 도려냈다. 바로 내 죽음을 위장한 것이다. 나는 서마야라는 존재를 지워버렸다. 그가 마침내 안전하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자유에는 잔인한 대가가 따르며, 그의 슬픔과 그녀의 거짓말에 힘입어 그가 지금 걷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제1화
서마야는 이것이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호화로운 서울의 펜트하우스, 황금빛 새장은 권이안의 성공의 기념비이자 그녀의 감옥이었다.
그녀의 진짜 삶, 어머니 서은혜의 정의를 찾으려는 사명은 그녀가 탈출하여 다시 불붙일 기회를 기다리며 가슴 깊이 묻어둔 타오르는 불씨였다.
오늘 밤, 그 기회는 불가능할 정도로 멀게만 느껴졌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너무 크고 명랑한 권이안의 목소리가 넓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마야는 부엌에 머물렀다. 입구를 등진 채, 이미 깨끗한 조리대를 닦는 데 몰두한 척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요즘 그는 항상 진세라와 함께였다.
"이안 씨, 정말 구세주야."
진세라의 역겹도록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그 엉망진창 프레젠테이션 끝나고 정말 이게 필요했어."
"우리 최고의 홍보팀장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이안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마야는 그 저의를 알았다. 진세라 앞에서 하는 모든 말, 모든 행동은 마야를 위한 연기였다.
계산된 고문.
2년 전, 이안이 그녀를 찾아내어, 그녀가 처음 서툴게 사라지려 한 후 조용히 쌓아 올리려 했던 삶에서 다시 끌고 온 이후로, 이것이 그녀의 현실이었다.
그는 그것을 결혼이라 불렀다. 그녀는 복수라고 불렀다.
그는 이곳에 여자들을 데려왔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항상 아름답고, 항상 성공했으며, 항상 그가 마야를 만들려는 부서진 여자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진세라는 달랐다. 진세라는 항상 함께였다. 진세라는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버팀목이었고, 그를 '이해한다'고 알려진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때 이안이 부엌으로 들어왔고, 진세라가 그 뒤를 따랐다. 그는 멈춰 서서 마야를 보다가 손에 든 잔을 보았다.
"얼음 좀 가져와, 서마야."
그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고는 마치 뒤늦게 생각난 듯,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조리대 위에 던졌다.
"수고비."
그 무심한 잔인함, 그녀를 고용인 취급하는 방식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마야는 스펀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안 씨,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요?"
마침내 그녀가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진세라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승리감의 불꽃이 스쳤다.
"저 여자랑요?"
이안은 짧고 거친 소리로 웃었다.
"저 여자랑?"
그가 차가운 밤공기 같은 눈으로 되물었다.
"질투하는 건가, 서마야? 이 모든 시간이 지나고도, 아직도 질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
"5년 전 서울 기억나? 우리 꿈들 말이야."
어지러움이 마야를 덮쳤다. 과거. 그는 항상 과거를 들먹였다. 그녀를 둘러싼 호화로운 부엌이 사라지고, 숨 막힐 듯 생생한 이미지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들은 젊고, 열정적이었고, 대학교 근처의 작은 원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에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설계도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안의 눈은 그녀의 것과 같았던 이상주의로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거야, 마야."
그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베리디안 건설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거야."
그녀는 그를 믿었다. 그녀는 자신조차 두려울 정도의 강렬함으로 그를 사랑했다.
그때 그녀의 어머니, 맹렬한 환경 운동가였던 서은혜가 살해당했다. 경찰은 뺑소니라고 했다. 마야는 그것이 어머니가 싸우던 부패한 개발업자 민태준의 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민태준의 위협은 처음에는 미묘했지만, 점차 소름 끼치도록 직접적으로 변해갔다. 이제 그 위협은 마야를 향하고 있었다.
이안을 지키기 위해, 그를 민태준의 표적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그녀는 불가능한 선택을 했다.
그녀는 이안에게 뉴욕의 고액 연봉을 주는 회사로 떠난다고, 그의 '뜬구름 잡는 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기억했다. 불신, 그리고 곧 분노로 변하던 상처.
"돈 때문에 우리를 버리겠다고?"
그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리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더 좋은 제안이야, 이안 씨."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받아들여야 해."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그의 처참한 얼굴이 기억 속에 낙인처럼 찍혔다.
이안의 지속 가능한 건축 스타트업, 베리디안 건설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녀의 이탈과 갑작스러운 경제 불황이 겹치면서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는 그녀에게 수십 번 전화했고, 그의 메시지는 점점 더 절박해졌다. 그녀는 결코 받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민태준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결코 알지 못했던 것은, 그녀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작은 유산을 이용해 '피닉스 펀드'라는 익명 신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익명으로 모든 돈을 베리디안에 쏟아부었다. 그것은 그에게 보내는 그녀의 비밀스러운 생명줄이었고, 그들의 사랑은 구할 수 없었지만 그의 꿈만은 구하려는 필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녀의 전 룸메이트였던 진세라는 이안의 곁에서 그 부서진 조각들을 주워 담았다. 진세라는 항상 조용히 그를 짝사랑했었다. 진세라는 나중에 베리디안을 위한 '엔젤 투자자'를 '기적적으로' 찾아냈다고 말하며, 마야의 익명적인 희생에 대한 모든 공을 가로챘다.
베리디안 건설은 급성장했다. 씁쓸함과 그녀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욕망에 불타오른 이안은 지속 가능한 부동산 세계의 거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찾아냈다. 그는 자신의 부와 영향력을 이용해, 그녀가 민태준에 대한 다음 수를 계획하며 조용히 숨어 지내려 했던 작은 도시까지 그녀를 추적했다.
그는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넌 나한테 빚졌어. 나와 결혼하게 될 거야. 그리고 네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이 펜트하우스, 이 삶은 그녀의 속죄였다.
그 기억들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그녀를 할퀴었다. 어머니의 살인. 민태준. 위협들. 그것이 그녀가 떠난 진짜 이유였다. 그것이 그녀가 그토록 맹렬히 지키는 비밀이었다. 만약 이안이 안다면, 민태준은 그를 파괴할 것이다. 그리고 피닉스 펀드. 그녀의 비밀스러운 선물. 그는 진세라가 그를 구했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러니는 입안에 끊임없이 맴도는 쓴맛이었다. 때로는, 그 당시 이안이 아팠을 때 그녀가 치렀던 더 깊고 육체적인 희생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병원의 불빛과 고통의 흐릿한 기억, 그녀의 마음이 벽을 세워 막아버린 무언가. 의사들은 그녀에게 미래의 합병증에 대해 경고했었다.
눈물을 참느라 붉어졌을 마야의 눈이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가 고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왜 그래, 서마야?"
그가 약간 부드러워진, 거의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힘든 일이라도 있어? 나한테 말하고 싶어?"
그는 그녀가 무너지기를 원했다. 그의 증오를 정당화할 이기적인 동기를 고백하기를 바랐다.
현재가 이안의 차가운 시선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함께 되돌아왔다.
그럴 수 없었다.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신으로부터조차 그를 보호하는 것이 여전히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민태준에 대한 그녀의 사명은 모든 것이었다.
"힘든 일 없어요, 이안 씨."
그녀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난 이기적이었어요. 항상 그랬죠."
그녀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그가 오직 그녀가 연기하는 속물적인 모습만을 보게 했다. 그들의 미래는 황무지였고, 그녀가 직접 그곳을 불태웠다고 그가 믿는 편이 더 나았다.
회차 2
이안의 턱이 그녀의 자백에 굳어졌다.
그의 짧았던 호기심의 불꽃은 사라지고, 익숙한 냉담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거나 치워."
그는 조리대를 막연하게 가리키며 말하고는, 진세라와 함께 부엌을 나갔다.
마야는 오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집어 들었다. 그 빳빳함이 모욕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이안의 침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명백했다.
웃음소리, 그리고 이안의 이름을 신음처럼 부르는 진세라의 목소리.
그리고 마야의 기억에 칼날을 박는 한마디.
"나의 별."
그것은 그들의 햇살 가득했던 서울 시절, 그들의 사랑이 서울의 야경처럼 광활하고 야생적으로 느껴졌을 때, 그가 그녀를 부르던 애칭이었다.
그는 그들의 과거를, 그들의 친밀함을 무기 삼아 이제 진세라와 함께 그녀를 고문하고 있었다.
마야는 펜트하우스 반대편 끝에 있는 작고 살균된 듯한 자신의 방으로 물러났다. 그곳은 침실이라기보다는 하녀의 방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좁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그녀는 도시와 함께 숨 쉬는, 도시에 맞서지 않는 친환경 공동체를 짓자던 그들의 꿈을 기억했다. 그녀는 함께 디자인했던 지붕의 특정 곡선을 기억했다. 그가 그녀의 목선처럼 우아하다고 말했던 선이었다.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뜨겁고 소리 없는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아침이 되자 베개는 축축했지만, 그녀의 결심은 굳어졌다. 그녀는 견뎌낼 것이다. 그녀는 기회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그에게서 자유로워지고, 민태준을 쫓을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진세라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이것은 새로운 일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밤을 새우지 않았다.
평소 입이 무거운 가사도우미 박 여사님은, 베란다에서 진세라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주며 그녀를 여왕처럼 대접하는 동안 마야에게 동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안은 그녀 옆에 앉아 세심하게 챙겨주었고, 그의 손은 종종 그녀의 손을 찾았다.
이미 모호했던 집안에서의 마야의 지위는 더욱 추락했다.
일주일 후, 이안은 펜트하우스에서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베리디안 건설 계약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진짜 초점은 진세라였다.
이안은 그녀를 위해 축배를 들며 그녀의 명석함과 충성심을 칭찬했다. 그는 샹들리에 아래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테니스 팔찌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마야는 이안이 입으라고 지시한 단순한 검은 드레스—"직원들처럼"—를 입고 군중 속을 오가며 샴페인 잔을 채우고, 속삭임과 동정적인 시선을 견뎌냈다.
"저 여자가 그 아내래, 알지? 그가 숨겨두는 여자."
"불쌍해라. 저 홍보팀 여자를 바로 면전에다 대고 과시하잖아."
굴욕감이 불타올랐지만, 마야는 표정을 무표정하게 유지했다.
진세라는 발코니로 이어지는 프렌치 도어 옆에서 그녀를 찾아냈다.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마야 씨?"
진세라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거의 친절했다.
마야는 돌아섰다.
"할 얘기 없어, 세라 씨.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하지만 설명하고 싶어."
진세라는 마야의 눈을 살피며 고집했다.
"난 몇 년 동안 이안 씨를 사랑했어. 대학 때부터. 당신은 그를 가졌으면서도 버렸지. 당신이 떠난 후에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진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유령 같았어. 거의 먹지도, 자지도 못했지. 베리디안은 무너지고 있었고. 그도 무너지고 있었어."
마야는 침묵했다. 그녀는 알았다. 그녀는 멀리서 그것을 겪었고, 직접 그를 위로할 힘이 없었다.
"내가 그를 위해 곁에 있었어."
진세라의 목소리는 힘을 얻으며 계속되었다.
"내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걸 도왔어. 베리디안을 구한 그 투자자를 내가 찾았다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고는 진세라가 더 가까이 다가와, 목소리를 공모자의 속삭임처럼 낮췄다.
"그리고 당신이 떠난 후 그가 아팠을 때, 정말 심하게 아팠을 때… 그가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골수 이식이 필요했을 때… 내가 바로 그와 일치하는 사람이었어. 내가 기증했지. 그는 그게 나인 줄 몰라, 등록된 익명의 기증자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내가 그의 목숨을 구했어, 마야 씨."
마야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골수 이식? 이안이 그렇게나 아팠다고? 이것은 그녀가 몰랐던 그의 고통의 한 겹이었고, 진세라가 무기화한 비밀이었다. 병원과 고통에 대한 그녀 자신의 흐릿한 기억이 이것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진세라가 투자자처럼 이것도 거짓말을 하는 걸까?
진세라는 뒤로 물러서며 입가에 작고 슬픈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는 내 거야, 마야 씨. 그는 나에게 목숨과 회사, 모든 것을 빚졌어."
그녀는 잠시 멈췄다.
"이 파티, 이게 내 진짜 축하 파티야. 다음 주가 내 생일이거든. 그리고 난 이안 씨를 원해. 그게 내 선물이야. 당신이 그를 나에게 줬으면 좋겠어. 영원히."
마야는 진세라를, 그녀의 눈 속의 절박한 갈망을 응시했다.
오랜 침묵 끝에, 마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세라 씨. 그는 당신 거야."
진세라의 미소가 넓어졌지만, 눈에는 미소가 없었다.
"한 가지 더."
진세라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가 당신을 완전히 잊게 만들어야 해. 당신의 기억 자체를 증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마야가 반응하기도 전에, 진세라는 작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팔을 움켜쥐고 뒤로 비틀거리며, 이상하고 연극적인 고통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갑작스럽고 격렬한 움직임으로, 진세라는 근처 콘솔 테이블의 날카로운 대리석 모서리에 자신의 팔뚝을 세게 부딪쳤다.
역겨운 균열음이 갑작스러운 침묵 속에서 울려 퍼졌다.
회차 3
날카로운 균열음과 함께 이어진 진세라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파티의 소란을 갈랐다.
이안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바닥에 쓰러져 팔을 감싸 안은 진세라를 보자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의 눈이 마야를 향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는 진세라의 곁으로 달려가며 포효했다.
"이안 씨, 아파!"
진세라는 흐느끼며 마야를 향해 떨리는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 여자가… 저 여자가 날 밀었어요!"
마야는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비난이 공기 중에 매달렸다.
이안은 부드럽게 진세라를 일으켜 세웠다.
"병원에 가야겠어."
그는 마야를 노려보았다.
"너도 따라와."
응급실에서 진단은 척골 골절이었다. 창백하고 눈물 어린 진세라는 이안에게 무겁게 기댔다.
의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진세라 씨가 열상으로 피를 꽤 많이 흘렸는데, 혈액형이 좀 희귀한 편입니다. 재고가 부족하네요. 권이안 씨, 같은 혈액형이신가요? 아니면 혹시… 사모님께서?"
이안은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마야를 보았다.
"이 여자가 헌혈할 겁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마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몇 년 전… 무언가 이후에 들었던 막연한 경고를 기억했다. 시술. 그녀는 쉽게 헌혈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아직 밝힐 준비가 되지 않은 무언가, 그녀 자신의 의료 기록, 그녀 자신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희생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전… 못 해요."
마야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변명이 필요했다, 어떤 변명이든.
"보상이 없다면요."
그녀는 목소리를 탐욕스럽고 속물적으로 들리게 하려고 애썼다.
이안의 얼굴이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지갑을 꺼내 두툼한 현금 뭉치를 꺼내 그녀의 발치에 던졌다.
"자. 네 그 귀한 피 값으로 충분한가, 이 거머리 같은 년아?"
돈이 살균된 병원 바닥에 흩어졌다.
굴욕감이 마야를 덮쳤지만, 그녀는 몸을 숙여 떨리는 손으로 지폐들을 주웠다.
"좋아요."
그녀는 간호사를 따라 작은 방으로 갔다. 채혈사는 쾌활했다.
"몇 가지만 먼저 여쭤볼게요, 사모님."
마야가 대답하는 동안, 몇 년 전 익명으로, 이안 자신이 절망적으로 아팠을 때 했던 중요한 의료 시술—골수 기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채혈사의 미소가 사라졌다.
"사모님, 이런 이력이 있으시면… 헌혈이 영구적으로 제한됩니다."
문밖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것을 모르는 채혈사는 담당 의사를 불렀다.
이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의사가 설명했다.
"권이안 씨, 사모님께서 몇 년 전 중요한 골수 기증을 하셨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익명으로 되어 있지만, 날짜와 수혜자 일치 여부를 보면 이안 씨를 위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은 헌혈 자격이 안 되십니다."
이안은 충격과 불신이 교차하는 얼굴로 마야를 응시했다.
그러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짓말이야."
그가 뱉어냈다.
"이 여자가 꾸며낸 거야. 돈 때문에, 자기가 착해 보이려고 무슨 짓이든 할 여자야."
그는 마야가 여전히 움켜쥐고 있는 현금을 가리켰다.
"아마 기록을 위조하려고 누구한테 뇌물을 줬겠지!"
마야의 가슴이 아팠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최악의 모습만을 보았다. 그녀는 의사를 보다가 다시 이안을 보았다.
"그가 맞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제가 꾸며낸 거예요."
그가 그렇게 믿게 둬라. 그게 더 안전했다.
이안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
"인정하는 거야?"
그는 겁에 질린 채혈사에게 돌아섰다.
"이 여자는 헌혈할 수 있어. 그냥 하기 싫었던 거야. 피 뽑아. 많이 뽑아. 나한테 빚졌으니까."
채혈사는 의사를 보았고, 의사는 이안의 위압적인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야는 바늘이 팔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피가 짙은 진홍색 파도처럼 혈액 팩을 채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추위를 느꼈고, 이내 어지러웠다. 방이 돌기 시작했다. 몸이 떨렸다.
어둠이 그녀를 덮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이안의 분노에 찬, 완고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병원 침대에서 깨어났다. 침대 옆 탁자에는 작은 죽 그릇이 놓여 있었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흰죽, 그들이 행복했던 시절 그녀가 아플 때 이안이 끓여주던 방식 그대로였다.
고통스러운 기억. 지금의 그는 그녀를 위해 이런 것을 주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호사가 했겠지.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부드럽고 다정한 이안의 목소리. 약하지만 만족스러운 진세라의 목소리.
마야는 몸을 약간 일으켰다. 문틈으로 이안이 진세라에게 부드럽게 수프를 떠먹여주는 것이 보였다.
"내 용감한 아가씨."
그가 진세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한때 마야에게만 허락되었던 똑같은 말, 똑같은 손길이었다.
그녀의 심장이 꽉 조여왔다.
진세라는 고개를 들어 마야가 지켜보는 것을 보았다. 희미하고 의기양양한 미소가 그녀의 입술에 스쳤다.
"이안 씨."
진세라의 목소리는 마야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컸다.
"제발. 서마야 사랑하는 거 그만해요. 그 여자는 당신을 가질 자격이 없어요."
이안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마야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차가웠으며, 마야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사랑한다고? 세라, 난 서마야를 사랑하지 않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하지 않았어."
그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마야를 경멸적이고 단호하게 훑어보았다.
"그 여자한테 느끼는 건 경멸뿐이야."
그러고는 마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진세라에게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