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그는 그녀를 자신의 펜트하우스로 데려갔다.
불과 며칠 전 그녀가 도망쳐 나왔던 바로 그 펜트하우스.
도시의 불빛이 떨어진 별들의 융단처럼 아래에 펼쳐져 있었지만, 오늘 밤 그것들은 아무런 위안도 주지 못하고, 현기증과 상실감만을 안겨주었다.
그는 운전하는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 옆에 앉아, 차 안을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채우는 조용하고 음울한 존재로 있었다.
도착했을 때, 그는 그녀의 짐을 직접 옮겼다. 그의 움직임은 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이었다.
그는 문을 열고 그녀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안방 써.”
그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그들이 수많은 밤을 함께 보냈던, 그들의 비밀스러운 관계의 유령이 깃든 바로 그 방이었다.
그의 배신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마음으로 그 침대에서 혼자 자야 한다는 생각은 견딜 수 없었다.
“손님방 쓸게요.”
그녀가 의도했던 것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 머물지 않을 거예요. 부산으로 갈 준비가 될 때까지만요.”
무언가—실망? 좌절?—가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가 다시 가려졌다.
“마음대로 해.”
그녀는 손님방에 틀어박혔다. 호텔처럼 작고 무균 상태의 공간이었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텅 빈 벽을 응시하며 결혼식까지 남은 날을 세었다.
열하루. 열하루 후면 그녀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남자의 소유가 된다.
그것은 사형 선고인 동시에 해방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부엌에서 그를 발견했다.
전날 밤의 긴장감이 여전히 공기 중에 짙게, 말없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깨기로 결심했다.
“윤채아랑 다시 만나는 거예요?”
그녀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물으며 커피를 따랐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태블릿으로 경제 뉴스를 계속 읽었다.
“누군지는 알지.”
대답 아닌 대답은 그 자체로 대답이었다.
“물론 그러시겠죠.”
이현이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빚진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겠네요. 언제나 연약하고 구해줄 필요가 있는 사람 말이에요.”
그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차가웠다.
“채아랑 나는 과거가 있어. 복잡해.”
“지혁 씨랑 관련된 건 뭐든 복잡하죠.”
그는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채아한테서 떨어져, 이현아. 걘 충분히 겪었어. 네가 걜 괴롭히는 건 용납 못 해.”
경고는 명확했다. 그는 윤채아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날카롭고 부서지기 쉬운 웃음이 그녀의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걱정 마세요. 당신들의… 복잡한 과거에 끼어들 생각 없으니까. 전 결혼식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녀는 커피를 들고 손님방으로 물러났다.
대화는 입안에 시큼한 뒷맛을 남겼다.
그는 윤채아 주위에 요새를 쌓았고, 이현은 확고하게 그 밖에 있었다.
그녀는 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펜트하우스의 침묵이 그녀를 짓눌렀다.
그날 밤, 그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습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가 항상 침대 왼편에서 자는 방식, 그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한때는 위안이었던 것.
이제 복도 저편 그의 방에서 들려오는 침묵은 그가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그는 그녀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욕망이 아니라 의무감에서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었다.
다음 날, 그는 초대장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늘 밤 파티가 있어. 내 동료 집에서. 같이 갔으면 좋겠어.”
“왜요?”
그녀가 의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여기 혼자 앉아서 우울해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이 조용한 아파트에 갇혀 또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숨이 막혔다.
더 나은 판단에 반하여, 그녀는 동의했다.
“좋아요.”
파티는 언덕 위 호화로운 저택에서 열렸다. 도시의 엘리트들로 가득 찬 화려한 행사였다.
그들이 들어서자, 밝고 환한 미소를 지닌 여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윤채아였다.
“지혁 오빠! 왔구나!”
그녀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친숙하게 외쳤다.
그녀는 뒤로 물러서다 이현을 발견했고, 그녀의 미소는 아주 잠깐 흔들렸다.
“어. 이현 씨. 여기도 왔네요.”
“안녕, 채아야.”
이현이 얼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분 다 와주셔서 정말 기뻐요.”
채아가 재빨리 회복하며 말했다.
“환영 파티예요. 저를 위한.”
이현은 발밑의 바닥이 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라이벌의 귀환을 축하하는 파티에 데려온 것이었다.
굴욕감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폐에서 공기를 앗아갔다.
그녀는 돌아서서 떠나려 했지만, 채아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제발, 가지 마세요.”
채아가 거짓된 걱정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아버님한테 의절당해서 많이 힘드시겠죠. 정말 막막할 거예요.”
그녀의 말은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컸다.
고개들이 돌아갔다. 속삭임이 군중 속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난 괜찮아.”
이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채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 이현 씨, 그렇게 용감한 척 안 해도 돼요. 우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알지만, 전 정말 돕고 싶어요.”
그녀는 훌쩍였다. 모든 사람의 동정심을 자아내는 완벽하고 섬세한 소리였다.
“그만해.”
이현이 인내심을 잃고 쉭쉭거렸다.
“제발 저한테 화내지 마세요.”
채아가 흐느끼며 지혁에게 돌아섰다. 아랫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지혁 오빠, 이현 씨가 무섭게 해.”
지혁이 앞으로 나서 채아의 어깨를 위로하듯 감쌌다.
그는 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실망으로 굳어 있었다.
“강이현. 그만해.”
그는 울고 있는 채아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이현은 심판하는 눈들의 바다에 홀로 남겨졌다.
그녀는 그가 채아에게 위로의 말을 속삭이는 것을 보았다. 그의 머리가 그녀의 머리에 가깝게 숙여져 있었다.
그 광경은 그녀의 심장을 찌르는 단도와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그런 공개적인 지지, 그런 부드러운 보호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
세상에게, 그리고 그에게, 그녀는 악당이었고, 채아는 희생자였다.
그녀는 마침내 이해했다.
그는 단지 빚 때문에 채아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아꼈다. 어쩌면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 강이현은 단지 기분 전환용, 사적으로 길들이는 것을 즐기는 ‘아름다운 재앙’이었을 뿐, 공개적으로는 결코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존재였다.
그녀가 매달렸던 사랑, 어둠 속에서 키워왔던 희망은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바로 향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뻣뻣하고 기계적이었다.
술이 필요했다.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는 고통을 마비시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