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한비연 POV:

저녁 식사가 끝나고, 양아버지는 나를 서재로 불렀다.

서재 안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양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차분하고 온화했다.

"비연아, 하준이를 아직도… 좋아하니?"

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요.

내 입에서 나온 대답은 진심이었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권하준 전무를 짝사랑했다.

그의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었다.

하지만 그 모든 세월은 결국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어쩌면 이번 납치 사건은 내가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그를 사랑할 용기가 없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죽음으로 이끄는 길이었다.

양아버지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준이의 아내가 될 수는 없겠지만, 너는 영원히 우리의 딸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하준이가 복이 없는 건지도 모르지."

양아버지는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는 내게 카드 한 장을 건넸다.

"이건 네 친부모님께서 남기신 거다. 네 결혼 자금으로 쓰라고 하셨지."

나는 카드를 받아 들었다.

카드의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었다.

나는 카드를 보며 생각했다.

이 카드의 금액은 납치범들이 요구했던 몸값과 같았다.

납치범들은 권하준 전무가 몸값을 지불하지 않자 나를 고문했다.

나는 과거, 납치범들에게 잡혀 있던 순간을 떠올렸다.

나는 그때 친부모님을 원망했다.

나를 버린 부모님을.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친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사랑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눈물을 참았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서재를 나섰을 때는 이미 밤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복도에서 권하준 전무를 마주쳤다.

그는 나의 방을 보고 있었다.

"어디 가느냐?"

그의 목소리는 예상과 달리 부드러웠다.

"유승연 씨가 오늘 밤 네 방을 쓸 거다. 너는 내 옆방으로 가라."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승연을 위한 배려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내가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권하준 전무는 내가 싫다는 이유로 가장 먼 방으로 이사를 갔다.

나는 나의 방을 떠올렸다.

내 방은 옆방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한비연."

그가 나를 불렀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왜 이렇게 순종적이지?"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과 걱정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군. 이상해."

그는 내게 다가왔다.

손을 뻗어 내 이마에 손을 얹으려 했다.

나는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을 뒤로 뺐다.

손잡이를 붙잡았다.

내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는 나를 역겹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미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내일… 이사 갈 거예요. 아버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사? 왜?"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유승연 씨 때문에 그러는 거냐?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요.

그는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나를 끌고 가장 동쪽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나는 양아버지에게 받은 카드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때리지 마세요! 돈 있습니다! 돈 있어요!"

나는 그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그는 놀란 듯 멈췄다.

나를 보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의 얼굴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납치범들이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에게서 나는 악취를 참을 수 없었다.

"전무님… 제발…"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어색했다.

'오빠.'

내가 그를 부르던 다정한 호칭은 이미 내 입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제발 더 이상 찾아오지 마세요.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나는 그에게 애원했다.

그는 그제야 내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를 일으켰다.

내 몸은 중심을 잃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

그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진 듯했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 했다.

"부회장님! 긴급 화상 회의가 잡혔습니다!"

복도 문이 갑자기 열렸다.

유승연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놀란 듯 입을 가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비웃음을 담고 있었다.

권하준 전무는 나를 보았다.

망설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나를 내려놓았다.

"내 방에서 기다려."

그는 내게 명령했다.

그리고는 유승연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복도는 다시 어둠에 잠겼다.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도망쳐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승연은 늘 그랬다.

그녀는 늘 권하준 전무를 내게서 빼앗아 갔다.

나는 그가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즐거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기서 도망쳐야 했다.

나는 그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를 다시 마주한다면 나는 아마 완전히 미쳐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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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짝사랑, 지옥에서 버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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