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리안나 시점.

다음 날 아침, 햇살이 통유리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갈비뼈가 부러진 나는 애써 통증을 참아가며 두꺼운 컨실러로 창백한 얼굴을 가리고 깔끔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에단은 가시 울프의 알파일 뿐만 아니라 Voss그룹의 CEO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수석 비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에단의 가장 유능한 오른팔이자, 항상 침착하고 효율적인 직장 엘리트로만 알고 있다.

그들은 몰랐다. 내가 바로 그늘에 가려진 채,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그의 반려 라는 사실을.

에단은 나에게 늑대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우리의 관계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기다리며 그가 마음을 돌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회사 건물에 도착한 나는 곧장 비서실장 사무실로 향해 사직서를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직할 거라고요?"

비서실장은 안경을 고쳐 쓰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리안나 씨, 리안나 씨는 에단 대표님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잖아요. Voss그룹은 리안나 씨 없이는 안 돼요. 이 사실을 에단 대표님도 알고 있나요?"

"대표님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입가에 직업적인 미소를 지었다. "업무 인수인계는 며칠 안에 마무리할게요. 회사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거에요."

비서실장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사직서에 사인했다.

사무실을 나선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은 차 사고로 입은 부상이 결코 눈에 보이는 것 만큼 가볍지 않다는 걸 상기시켜줬다.

자리로 돌아가는 길, 탕비실에서 직원 몇 명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들었어요? 그분이 돌아왔대요."

"아이비 씨 말이에요? 어쩐지, 어제 알파가 경매장에서 100억을 들여 <월광석의 눈물> 을 낙찰 받더라고요."

"세상에, 그건 반려를 향한 영원한 충성을 상징하는 목걸이잖아요! 에단 대표님이 아이비 씨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것 같아요."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월광석의 눈물>

3년 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한 날, 나는 잡지에서 우연히 그 목걸이를 보았다.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달빛 아래에서 푸른빛을 발산하는 그 목걸이는 달의 여신이 늑대인간 커플에게 선사하는 가장 진실 된 축복이라고 전해졌다.

나는 얼굴을 붉힌 채, 사진 속 목걸이를 가리키며 에단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목걸이가 정말 예쁜 것 같아."

당시, 그는 사진을 흘깃 쳐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건 정식으로 루나 의식을 치른 반려가 착용하는 거야. 리안나, 너는 늑대로 변신도 못 하잖아. 네가 그 목걸이를 착용하면 울프의 구성원들이 반발할 거야. 철 좀 들면 안돼? 귀찮은 일을 만들지 말고."

결국, 목걸이를 나에게 주는게 규정에 어긋나는게 아니라 그저 내가 그 목걸이를 소유할 자격이 없었을 뿐이다.

"리안나 씨, 알파의 사인이 필요한 서류에요. 급한 일인데 대표님께 가져다 드릴 수 있나요?" 어린 비서가 달려와 내 생각을 끊어 냈다.

서류를 건네 받은 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에단은 널찍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아이비는 그의 책상에 걸터앉아있었고 하얀 실크 드레스가 그녀를 더욱 가련해 보이게끔 만들었다.

평소 차갑기만 했던 에단의 눈빛은 지금 이순간, 너무 부드러웠고, 아이비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음에도 그는 거절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툭!"

내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바닥에 떨어졌고 여기저기 흩어진 서류들은 현재의 내 어지러운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에단의 눈빛은 순식간에 평소의 차가움을 되찾았고 방해 받은 것에 대한 불쾌감까지 묻어났다.

"노크도 안 하고 들어와?" 그가 차갑게 꾸짖었다.

아이비는 놀란 사슴처럼 책상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태연한 얼굴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리안나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전 그냥 너무 기뻐서 그랬어요. 에단 씨가 너무 귀한 선물을 주셨거든요."

그녀는 내 손을 잡더니 일부러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햇살을 머금은 커다란 월광석은 눈 부신 광채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 목걸이를 보는 나는 마치 뺨을 얻어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쁘죠?" 아이비는 달콤하게 미소 지었지만, 눈빛에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도발이 숨어 있었다. "에단 씨가 그러는데, 이 '영원한 충성'을 의미하는 목걸이는 오직 저한테만 어울린다고 하지 뭐에요?"

나는 가슴이 욱신거렸고 마치 누군가 무딘 칼로 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와중에 완벽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쁘네요. 아이비 씨한테 잘 어울려요."

나는 갈비뼈가 어긋난 고통을 참으며 허리를 굽혀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하나씩 주워 에단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알파님, 서류 확인해 주세요."

내가 이토록 침착한 태도를 보이자 에단의 눈빛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쳤다.

내가 사무실을 나서려는 것을 본 그가 드물게 설명을 덧붙였다. "아이비가 막 돌아왔잖아. 환영 선물로 준 거니까 오해하지 마."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 없이 그의 사무실을 나섰고 에단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다.

퇴근 후, 나는 빌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긴 우리 두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마치 모든 가구들이 전부 내 일방적인 사랑을 비웃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옷을 하나씩 개어 캐리어에 넣기 시작했고 그가 별 생각 없이 선물한 값비싼 장신구는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나는 오직 내 물건 들만 챙겨 떠날 것이다.

내가 캐리어를 닫으려는 순간,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에단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안나, 지금 뭐 하는 거야?!"

회차 3

리안나의 시점.

나는 에단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에단은 내가 입을 열어 해명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다가와 캐리어를 닫으려는 내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는 정리를 마친 내 캐리어를 내려다보며 추궁하듯이 물었다. "아이비에게 주는 환영 선물이라고 설명했잖아. 지금 짐을 챙기는 건 뭐야? 가출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리안나, 내가 누누이 말했지. 넌 울프의 루나야. 루나로서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잘생겼지만 차갑게 식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 무력감과 함께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겪는 모든 고통을 전부 억지 부리는 것으로 치부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와 무의미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고, 그가 계약 해지 협의서에 대해 눈치 채는 것도 싫었다.

"억지 부리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옷장에 오래된 물건이 너무 많아서 계절이 바뀌는 김에 정리할 건 정리하고 버릴 건 버리려 했어. 어차피 낡은 물건을 버려야 새 물건을 들일 수 있잖아."

에단은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한참 동안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는 차분하기만 한 내 표정에서 예전 같은 원망의 기색을 찾지 못했다. 그제야 그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고."

"에단?"

그때, 문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이비가 얇은 실크 원피스에 에단의 체취가 묻어나는 재킷을 걸친 채 나타났다.

문틀을 잡고 선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고, 마치 언제라도 시들어버릴 것 같은 하얀 연꽃 같았다.

"아이비가 왜 여기에 있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고, 심장이 무언가에 세게 찔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비는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 거야." 에단은 아이비의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 익숙한 동작이 내 눈을 찔렀다. "아이비의 열성팬들이 요즘 들어 난리도 아니야. 아이비의 임시 거처까지 알아냈어. 그곳은 이제 안전하지 않아. 적당한 아파트를 찾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최선이야."

그는 경고 어린 눈빛으로 나를 돌아봤다. "아이비를 잘 대접해 줘. 루나인 네가 울프의 일원을 일부러 따돌렸다는 소문이 들리지 않게 말이야. 알겠어?"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하게 느껴졌다.

내 반려라는 사람이 자신의 첫사랑을 데리고 우리의 신혼집에 들어왔다. 심지어 루나인 나에게 그녀를 잘 대접하라고 명령까지 내렸다.

"알겠어."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이비를 잘 돌봐줄게."

하인들은 곧바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 침실 바로 옆에 있는 방은 원래 미래의 아이를 위해 준비한 방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비의 침실이 되었다.

에단은 직접 나서서 아이비의 방을 꾸며주었고, 하인들에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라벤더 디퓨져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날카로운 칼처럼 이미 만신창이가 된 내 마음을 반복해서 찔렀다.

날이 어두워 졌고 나는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렸지만, 피부에 남은 한기는 씻어내지 못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창백한 얼굴과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에 생긴 멍자국을 바라 보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6일만 더 버티면 된다.

6일만 더 참으면, 완전히 자유로워 질 것이다.

심플한 슬립을 입고 욕실에서 나온 나는 자욱한 수증기 때문에 방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악!"

발이 미끄러진 나는 짧은 비명과 함께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고, 뜨겁고 단단한 품이 나를 받아주었다.

에단의 큰 손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쌌고 다른 손으로 내 뒤통수를 받쳐주며 나를 꽉 끌어 안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강렬하고 위험한 삼나무 향이 순식간에 나를 잠식했다.

"왜, 이제 걷는 법도 잊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놔줘…" 나는 몸부림치며 똑바로 서려고 했다. "아이비와 함께 있지 않고 왜 여기에 있어?"

에단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손가락이 젖은 머리카락을 따라 목 뒤로 미끄러졌다. 그곳은 늑대인간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리안나, 내가 네 반려라는 사실을 잊지 마." 그가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숨결을 내 쇄골에 내뿜었고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젯밤은 우리 기념일이었어. 내가 말했지? 잘 보상해 주겠다고."

그의 손이 노골적으로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거친 손가락이 내 부드러운 피부를 어루만지며 낯선 불꽃을 일으켰다.

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만큼, 그는 어떻게 하면 내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안 돼… 읍…"

내 거절의 말은 그의 강압적인 입맞춤에 목구멍에 갇혔다.

그의 키스엔 그 어떤 애정도 담겨 있지 않았고, 오직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나에게 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강제로 내 이빨을 벌렸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나를 통째로 삼키려는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급기야 나는 그에게 떠밀려 침대에 쓰러졌고 그의 커다란 몸이 나를 눌렀다.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실크 슬립이 미끄러져 내려 내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에단의 눈동자에 원초적인 욕망의 불꽃이 타올랐고, 그의 입술이 내 목을 따라 점차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쇄골에 야릇한 붉은 자국을 남겼다.

"에단…" 분위기에 취한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고, 내 손톱이 그의 근육에 파고들었다.

이 순간, 너무 치욕스러웠으나 나는 그의 따뜻한 함정에 빠져 자아를 잃고 말았고 머릿속엔 온통 마지막 남은 온기를 탐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 온기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의 손이 내 슬립 아래로 파고들었고 그의 손바닥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가 완전히 나를 소유하려던 바로 그때.

"악! 에단! 살려줘!"

옆방에서 아이비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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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알파의 상속자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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