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허윤아는 한민정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무려 사흘 동안이나 잠만 잤다.

매일 간단히 식사만 하고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심지어 팩도 한민정이 그녀의 얼굴에 직접 올려줄 정도였다.

그렇게 나흘째 되던 날, 박 노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박씨 저택에 한번 들르라는 말이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분명 박재훈과의 이혼 문제 때문에 부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한민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생각엔 그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어. 이번에 경주 이씨 가문의 장손녀, 이유진 씨가 갑작스럽게 머리를 다쳐서 실명했다잖아? 그런데 이씨 가문에서 전국의 명의를 다 불러 모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대.

지금 이씨 가문은 온 세상을 뒤져서 '사이트 위버 여신' 이라 불리는 임세준 교수님의 제자를 찾고 있는 중이고, 이 도련님까지 조카를 치료하기 위해 직접 웅성으로 내려왔어."

한민정은 조금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너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은 박 노부인 한 분뿐이잖아..."

허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걱정하지 마. 할머니께서 내 정체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어."

"그래도 조심해. 괜히 박씨 가문한테 또 이용당하지 말고." 한민정은 진심 어린 걱정을 담아 당부했다.

"알겠어."

곧이어 한민정은 그녀를 붙잡고 덧붙였다. "근데, 너 그냥 이렇게 가면 안 돼."

아침 식사 후, 한민정은 스타일링 팀을 집으로 불렀다. "목적은 딱 하나, 우리 여왕님을 완벽히 부활시키는 거야."

말이 씨가 됐는지, 휴식을 충분히 취한 허윤아는 마치 죽기 직전의 꽃이 생수를 만난 듯 생기와 윤기가 돌아왔다. 그녀의 피부는 매끄럽고 탄력 있었고 그 동안 고생으로 흐려졌던 눈빛도 맑은 샘물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스타일링 팀은 간단하게 허윤아에게 어울리는 미니 드레스를 골라주고, 얼굴엔 가볍게 파우더만 얹었을 뿐인데도 그야말로 신의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 한민정조차 눈을 떼지 못하다가 겨우 한마디를 꺼냈다. "박재훈 그 자식은 눈이 얼마나 썩었으면 너 같은 여신을 두고 그 잡초 같은 소예라한테 눈이 돌아갔을까?"

시간이 되자, 박씨 가문의 차량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직접 마중 나온 집사 장기철은 처음에 허윤아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는 몇 번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허윤아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목소리로 알아채고 급히 말했다. "윤아 양이 이렇게 예뻐지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못 알아볼 뻔했네요."

30분 후, 박씨 저택의 정문에 도착하자 장기철은 직접 차문을 열고 허윤아를 공손히 맞이했다.

"어머? 혹시 이씨 가문의 아가씨세요?" 그때, 박지민이 잽싸게 달려와 알랑방귀를 뀌며 환하게 웃었다.

오늘은 이도현이 직접 박씨 가문을 방문하는 날이었고 박지민은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새벽부터 머리를 손질하고 명품 옷까지 차려 입었다.

원래는 이도현만 방문하는 줄 알았는데, 집 앞에서 이렇게 눈부신 젊은 아가씨를 만나게 되다니.

저 고귀한 분위기, 이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박지민, 너 시력이 별로 안 좋나 봐?" 허윤아의 목소리를 듣자, 박지민은 충격을 먹은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허윤아, 너야?!" 박지민은 믿기지 않는 듯 허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질투에 찬 시선을 숨기지 못했다.

바로 그때, 박재훈이 소예라를 데리고 박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박재훈은 허윤아에게 시선이 고정되며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냥 이혼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확 달라질 수가 있지?

"재훈 오빠, 저 사람 오빠 전 부인 아니야?" 소예라는 박재훈의 눈에 담긴 놀라움을 보며 이를 갈았지만, 얼굴엔 여전히 품위 있는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이왕 마주친 김에 인사라도 해. 아무것도 없던 고아가 오빠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특하잖아."

누가 들으면 소예라가 정실이고 허윤아가 내연녀라고 여길만한 말투였다.

정신을 차린 박지민은 허윤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허윤아! 너 따위가 어떻게 이런 값비싼 옷을 입을 수 있어? 오빠가 준 돈으로 옷도 사고 성형까지 했나 봐?"

'오늘은 예라 언니조차 수수하게 꾸며 내 배경이 되어줬건만, 어떻게 허윤아 따위가 나보다 더 눈에 띌 수 있지?'

박지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퉤! 역겨워! 이렇게 싸구려같이 치장해서 누구 보여주려고? 설마 우리 오빠 마음이라도 다시 잡아보려는 건 아니겠지? 꿈 깨!"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구르던 박지민은 곧바로 허윤아의 옷과 머리채를 뜯으려 했다.

그러자 장기철이 급히 막아 섰다. "아가씨,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시는 날이니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하지만 박지민은 늘 제멋대로였기에 집사의 타이름 따위는 개의치도 않았다. "난 반드시 저 년 얼굴을 찢어버릴 거야! 저 더러운 여우 같은 얼굴!"

그러자 허윤아는 침착하게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카메라를 박지민에게 들이대며 말했다. "그래, 맘껏 해봐. 이 도련님께 너의 진짜 모습을 한번 보여드리게."

박지민은 순간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여전히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네가 감히!"

곧이어 박지민은 억울한 척하며 소예라 쪽으로 바싹 다가가 고자질했다. "예라 언니, 새언니. 우린 가족이잖아. 나 좀 도와줘!"

박지민은 일부러 '새언니' 란 단어에 힘을 담으며 허윤아의 속을 긁으려는 듯했다.

"그래, 네가 외부인한테 괴롭힘 당하지 않게 내가 도와줄게." 소예라는 박지민이 친여동생이라도 되는 듯 그녀를 감싸 안으며 달랬다.

허윤아는 그 광경이 우습기만 했다. "할머니와 박 사모님은 어디 가셨나 봐요? 벌써부터 소예라 씨 같은 외부인이 박씨 가문을 좌우지하려 하다니."

그 말에 소예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허윤아는 박씨 가문에서 보모 같은 존재라며? 그런데 왜 이렇게 기세가 강해?"

"누가 외부인이라는 거야? 여기에 외부인은 너밖에 없어!" 박지민이 발끈하며 박재훈을 향해 말했다. "오빠, 다 들었지? 얘가 예라 언니 괴롭히잖아!"

소예라는 무고한 척하며 달랬다. "됐어, 지민아. 윤아 씨는 고아잖아... 그러니 말을 좀 거칠게 하는 것도 이해해. 재훈 오빠, 너무 뭐라 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허윤아는 어이가 없어 눈을 굴렸다. 이건 뭐, 부모도 없이 자란 천덕꾸러기 취급이었다.

그런데 박재훈은 소예라가 억울함을 당하고도 남부터 걱정하는 모습에 더 감동받은 듯했다.

그는 재빨리 소예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허윤아를 향해 소리쳤다. "이딴 짓으로 내 관심 끌 생각하지 마. 역겨우니까! 당장 예라한테 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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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없다,빛나는 천재 상속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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