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 옷으로 무장한 두 사내는 길세연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팔을 세게 움켜잡으며 반항할 여지조차 주지 않을 뿐이다.
길세연은 그대로 끌려 올라가기 시작했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상한 예감을 지우지 못했다.
익숙한 방문 앞에 멈춰 섰을 때, 길세연의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다.
어떻게? 여긴 이상한 남자가 지내는 방 같은데?
마음속에 의문을 잔뜩 품고 있을 때 문이 활짝 열렸다. 팔선탁 앞에 검은 옷을 입고 우아한 자태로 앉아 있는 남자의 잘생긴 외양에 길세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해월성(海月城)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눈이 길세연을 담담하게 쳐다봤다.
처방전을 손에 쥔 그가 입을 열자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네가 쓴 것이냐?"
길세연은 마음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방 포주에게 잡혀 남자들의 환심을 사는 일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답했다. "네, 제가 적은 것입니다. 어제 공자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만약 제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침으로 독이 온몸에 퍼지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공자는 아마 제명에 살지 못했을 겁니다."
눈을 가늘게 뜬 해월성의 눈언저리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독이라?"
오 년 전, 전장에서 치명상을 입고 깨어났을 때, 그는 가끔 병이 발작하면서 자기 통제를 할 수 없게 되어 사람을 다치게 했다. 의원은 그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이렇게 변했다고 답했다.
이후, 전국에 의술이 능하다는 의원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똑같았고 시간만 허비했다.
다친 머리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회복해야 하고, 언제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그가 독에 중독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길세연이 처음이었다.
길세연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설마 독에 중독된 줄 몰랐습니까?"
조금 고민에 잠긴 그녀가 문득 깨달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공자가 중독된 독은 세간에 보기 매우 드문 독입니다. 천 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섭혼화(攝魂花)는 사람의 정신을 이상하게 만드는 독이죠. 섭혼화를 먹은 사람은 처음에는 석 달에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키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해를 입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꽃의 독성이 오장육부에 침투해 발작을 일으키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죠. 어떤 때는 한 달에 두세 번 발작할 때도 있습니다. 독에 중독된 사람은 성격마저 완전히 변하게 되며 성질이 급해지고 나중에는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언제든 신경이 폭발하여 갑자기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말을 들은 해월성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길세연이 말한 증상은 지금 그의 증상과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 여인의 능력이 사실이라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해월성의 곁에 선 현명(玄冥)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해독할 방법은 있습니까?"
이 세계에 환생한 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고 집에는 악독한 계모와 서매가 있어 지금 당장 그들 눈 밑에서 탈출하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이 남자를 이용해 도망치는 건 어떨까...
길세연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물론 해독할 방법이 있지만,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눈살을 깊게 찌푸린 해월성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졌다. "감히 나한테 조건을 제기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구나."
그러자 길세연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길세연의 대답에 해월성은 더욱 놀랐다. 작은 계집이 자신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이리 대담하다니.
"네가 내 비밀을 알았으니, 내가 너를 죽일까 두렵지 않느냐?"
길세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를 죽이면 공자를 위해 해독약을 만들 사람도 없겠죠. 그러면 공자도 머지않아 죽을 텐데, 저는 공자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해월성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세상에 의술에 능통한 자는 많고도 많지. 너 한 사람만 의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