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3년 후, B시 차씨 가문.
화려하고 커다란 연회장에는 한껏 치장하고 참석한 사람들로 붐볐다.
B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대 가문 중 하나인 차씨 가문은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 화려하기 그지없는 연회는 차씨 가문 가주 수양딸이 해외에서 돌아오는 것을 축하해 주는 자리였다.
연회장에는 B시의 명문 가문 인사들이 거의 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세훈, 강은정이 오늘 귀국한다던데, 사실이야?" 연회장 구석진 자리에 앉은 이문철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박세훈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 질문에 와인잔을 손에 쥔 박세훈이 조금 멈칫 하는 것 같더니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이내 고개를 끄덕여 사실을 인정했다.
몸에 꼭 맞춘 듯한 파란색 정장을 입은 박세훈은 웅장한 연회장 속에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며 주눅들지 않았다.
"드디어 돌아왔네." 이문철은 박세훈의 곁에 선 한예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더 빨리 이혼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됐어. 한예은 축하해. 네가 박씨 가문 사모님이 되는 건 시간문제겠네."
그 말에 한예은은 쑥스러운 듯 싱긋 미소 지었다. "세훈 씨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그녀의 말과 달리 박세훈을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이 그녀가 그와의 결혼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박세훈은 손에 쥔 와인잔을 가볍게 두드리며 정면만 주시했다.
한예은의 기대 가득한 눈빛을 알아차린 이문철이 계속해서 설명을 보탰다. "세훈이 너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 데, 강은정과 이혼하면 바로 너와 결혼할 거야. 내 말 맞지?"
박세훈은 두 사람의 대화에 대꾸하지 않고,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한 한예은이 막 입을 떼려 할 때, 연회장 입구가 웅성거리는 것이다.
하이힐 굽이 바닥에 떨어져 청아하면서도 맑은 소리를 낼 때마다 사람들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곧바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깊은 V넥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앞으로 걸을 때마다 우아하면서도 매혹적인 몸짓이 그대로 드러났다.
화려한 드레스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몸매와 자태는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주먹만한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눈은 짙은 아이라이너로 더욱 강조되었다.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어느새 그녀에게 정신이 홀딱 팔려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세상에, 저 여자 누구야? B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존재했었어? 왜 난 한번도 보지 못한 것 같지?" 이문철이 놀란 얼굴로 감탄하자 곁에 선 한예은도 그의 말을 찬성했다.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네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본 박세훈의 두 눈이 크게 떠지는 것 같더니 이내 가늘어졌다.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설레게 한 여자가 얼마만이야. 지금 당장 연락처를 알아내야겠어. 좋은 소식 기대해." 한껏 들뜬 얼굴인 이문철은 옷 매무새를 다시 하고 여자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예쁜 아가씨 반가워요. 제 소개부터 하죠. 저는 이씨 그룹 회장의 아들 이문철이라고 해요. 아가씨와 친구가 될 기회가 있을까요?"
강은정은 온몸에 페로몬을 뿜어내며 다가온 이문철을 보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
박세훈의 친구들 중에서 그녀에게 모진 말을 뱉으며 조롱하고 무시했던 사람이 바로 이문철이다.
그가 그녀에게 지어준 모욕적인 별명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었는데.
그랬던 사람이 지금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먼저 작업을 걸어오고 있다니.
이 상황을 가만히 즐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흥미진진한 미소가 번졌다.
이문철은 강은정의 입 꼬리가 매혹적으로 곡선을 그린 것을 보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가씨 이름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강은정이 빨간 입술을 천천히 움직이며 입을 떼려 할 때,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낮고 두꺼운 남자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