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나는 월 수입이 5억이 넘는 신경외과 의사다.
나는 육군 대위인 남편과 그의 기생충 같은 가족 전부를 부양하고 있다.
50억 원짜리 수표로 그들을 파산 직전에서 구해준 후, 나는 그들을 위해 모나코로 떠나는 최고의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전용기, 전세 요트까지 전부 내 돈으로.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날 밤, 남편은 전 여자친구인 이다솜도 같이 간다고 통보했다.
그는 이미 내가 돈을 낸 전용기의 내 자리를 그녀에게 줘버렸다.
내게 주어진 새 항공권은? 전쟁 지역을 경유하는 일반 항공편이었다.
"다솜이는 여리잖아." 남편이 설명했다. "당신은 강하고."
시댁 식구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서 있는데도 이다솜의 주위를 맴돌며 알랑거렸다.
심지어 시누이는 이다솜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언니가 진짜 우리 새언니였으면 좋겠어요."
그날 밤, 나는 내 침실에서 내 실크 잠옷을 입고 누워있는 이다솜을 발견했다.
내가 그녀에게 달려들자, 남편은 두 팔로 이다솜을 감싸 안으며 나로부터 그녀를 보호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내 '버릇없는 행동'에 대한 벌이라며 산더미 같은 짐들을 경호 차량에 모두 실으라고 명령했다.
나는 미소 지었다. "물론이죠."
그리고 내 서재로 걸어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네, 대량의 오염 폐기물이 있습니다." 나는 유해 폐기물 처리 업체에 말했다. "전부 소각 처리해주세요."
제1화
남편, 강태준 대위가 귀한 2주간의 휴가를 받았다.
빡빡한 군 생활 중 찾아온 짧은 기회였다.
나는 제대로 된 가족 여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말에 잠깐 다녀오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평생 잊지 못할 그런 여행 말이다.
모든 것은 내가 계획했다.
나는 월 수입이 5억을 가뿐히 넘는 신경외과 전문의 서지안이다.
남편의 월급은 800만 원. 계산은 간단했다.
우리의 삶은 내가 있기에 가능했다.
나는 몇 주에 걸쳐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모나코행 전용기, 지중해를 항해할 전세 요트, 예약 대기만 몇 년이 걸리는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강 대위의 가족들이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여행이었다.
모나코는 오래된 부자들의 요새이자 외부인에 대한 의심이 가득한 곳이었다.
우리 일행을 위한 허가를 받는 것은 내가 직접 처리해야 했던 끔찍한 관료주의의 악몽이었다.
남편의 가족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당연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뿐이었다.
그의 부모님, 예비역 장군인 강진철과 그의 아내 윤혜숙은 내 저택의 별채에 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완벽하게 부양했다.
그의 여동생 강예나는 명문대(SKY)에 다니는 열아홉 살 학생이었다.
나는 그녀가 십 대였을 때부터 터무니없이 비싼 학비와 사치스러운 생활비를 대주고 있었다.
내가 거의 키우다시피 한 셈이다.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것이 내가 항상 원했던 행복하고 북적이는 가족생활을 위한 대가라고.
내 병원은 전 세계에서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로 번창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감당할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강예나가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다.
"나 제대로 된 경호 차량 행렬은 한 번도 못 타봤는데. 다솜 언니가 그러는데 진짜 멋지대."
이다솜. 그 이름은 강태준의 과거에서 온 유령이었다.
그들의 절대적인 안전과 편안함을 보장하고, 강예나의 유치한 소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는 내 개인 예금을 털었다.
나는 유럽에서의 모든 지상 교통수단을 위해 완벽하게 보안이 갖춰진 여러 대의 경호 차량 행렬을 준비하며 전체 여행 패키지를 업그레이드했다.
강태준에게는 말도 꺼내지 않은 1억 원이 넘는 비용이었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모든 가방은 꾸려져 웅장한 현관에 줄지어 있었다.
내 가방. 강태준의 가방. 그의 부모님 가방. 강예나의 가방.
그때, 남편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
"지안아, 좋은 소식이야. 다솜이가 같이 가게 됐어."
나는 하던 일을 멈췄다.
그가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폭탄을 던졌는지 이해하려 애쓰며 그를 쳐다봤다.
"뭐라고요?"
"이다솜 말이야. 이번 여행에 같이 갈 거야. 내가 이미 오라고 했어."
뱃속에서부터 차가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전용기는 좌석 수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우리 다섯 명을 위해 예약했다.
"태준 씨, 전용기에 자리가 없어요."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알아. 내가 처리했어."
내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항공권 예약 내역이었다.
일반 항공편.
승객은 한 명. 나였다.
경로는 세 번의 경유를 포함했다.
마지막 경유지는 현재 내란과 폭력 범죄로 인해 외교부에서 여행금지 4단계 흑색경보를 내린 도시였다.
나는 예약 내역을 보고는 다시 남편을 쳐다봤다.
"내가 돈 낸 전용기에서 내 자리를 취소했다고요?"
그는 마침내 휴대폰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다솜이가 오고 싶어 하잖아.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어. 걔도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
원초적이고 추악한 감정이 내 속에서 뒤틀렸다.
뜨겁고 날카로웠다.
"그 여자는 가족이 아니에요, 태준 씨. 내가 당신 아내라고요. 당신 전 여자친구가 내가 빌린 전용기에 타게 하려고, 나더러 혼자서, 전쟁 지역을 거쳐서 일반 비행기를 타라는 거예요?"
나는 시어머니 윤혜숙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었다.
"어머님, 작년 크리스마스에 저희 엄마가 오고 싶어 하셨을 때, 어머님이랑 태준 씨는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라며 방 열 개짜리 이 집에 엄마를 위한 공간이 없다고 하셨죠. 그런데 우리 가족 여행에 이다솜을 위한 자리는 있나 보네요?"
회차 2
강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솜이는 달라. 걘 우리 세계를 이해해. 당신 어머니보다 더 가족 같아."
내 속의 감정은 더 이상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더 원초적이고, 더 동물적인 것이었다.
공격하고 싶은 충동.
나는 위험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그러니까, 정리 좀 해보죠. 당신은 지금 당신 아내, 이 집안 전체를 먹여 살리는 여자를, 위험한 일반 항공편에 혼자 태워 보내겠다는 거군요."
"경호 차량도 꽉 찼어." 그가 무시하듯 손을 내저었다. "다솜이 짐 실을 공간 만들려고 당신 자리도 취소해야 했고."
그는 내게 미소를 지으려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애처롭고, 달래려는 듯한 제스처였다.
"그리고 당신은 강하잖아, 지안아. 당신은 생존자야. 해낼 수 있어. 모험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를 응시했다.
모험이라는 단어가 조용한 방 안에서 메아리쳤다.
그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여정을 모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당신이 나를 위해 예약한 그 경로," 내 목소리가 속삭임처럼 낮아졌다. "대륙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을 통과해요."
"그래서? 다솜이는 경호 차량에서도 불안해하는데 당신은 아니잖아. 당신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하는 동안 왜 걔가 불편해야 하는데?"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논리적인 말을 하는 것처럼 물었다.
내 시선이 그의 아버지, 강진철 장군에게로 향했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긴다는 그 남자.
나는 그에게 제발 무슨 말이든 해달라고 눈으로 애원했다.
그는 재킷의 풀린 실밥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비겁자.
윤혜숙이 앞으로 나서며 내 팔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길이 거미처럼 느껴졌다.
"지안아, 얘야," 그녀가 거짓 동정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태준이가 이 집 가장이야. 뭐가 최선인지 알지. 다솜이는 손님이고. 우리가 편안하게 해주는 게 당연한 거야."
강예나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젊음의 무심한 잔인함이 가득했다.
"맞아요, 새언니. 언닌 항상 너무 억척스럽잖아요. 다솜 언니는 여리다고요. 언니처럼 막 구르게 할 순 없죠."
씁쓸한 웃음이 내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내 남편, 그의 부모, 그의 여동생.
"여기서 누가 가족이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격분으로 내 목소리가 흔들렸다. "외부인, 손님을 진짜 가족처럼 대하고, 당신 아내인 나는 이방인처럼 대하고 있잖아요."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강태준을 가리켰다.
"당신은 지금 그 여자를 당신 아내처럼 대하고 있어요."
강태준의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지안아."
"그냥 여행 일정일 뿐이야." 그가 쏘아붙였다. "별것도 아닌 일에 유난 떨지 마."
"다솜이는 우리 가족이야."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걔를 혼자 여행하게 하거나 불안하게 만들 순 없어. 그녀를 보호하는 게 남자로서, 강 씨 집안의 일원으로서 내 의무야."
"그래서 당신 전 여자친구한테 좋은 남자라는 걸 증명하려고 당신 아내를 희생시키겠다고요?"
바로 그때, 현관의 웅장한 이중문이 활짝 열렸다.
이다솜이 아침 햇살을 등지고 서 있었다.
강예나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다솜 언니! 왔구나!"
그녀는 달려가 다른 여자를 껴안았다.
"너무 보고 싶었어! 이리 와, 내가 짐 들어줄게."
회차 3
"언니가 진짜 우리 새언니였으면 좋겠다."
강예나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이다솜에게 속삭였다.
윤혜숙이 부산스럽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정한 온기로 빛나고 있었다.
"다솜아, 내 새끼. 너무 오랜만이다. 정말 예뻐졌네."
그들은 거기 서 있었다.
강 씨 집안사람들.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이다솜 주위를 맴돌며 알랑거렸다.
그들에게는 수치심이란 게 없었다.
6년 동안 아파하고, 부서지고, 치유하려 애썼던 내 심장은 마침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이 사람들을 향해 내가 가졌던 마지막 한 방울의 온기마저 증발해버렸다.
나는 6년 전 강 씨 집안 이름에 달라붙어 있던 절망의 악취를 기억했다.
강 장군이 연루된 대규모 금융 스캔들이 터졌다.
그들의 땅은 압류되었고, 계좌는 동결되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잃기 직전이었다.
가까운 동맹이었던 이다솜의 가족은 남은 재산을 챙겨 도망쳤고, 강 씨 가족을 독수리 떼 앞에 홀로 남겨두었다.
이다솜은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로 강태준과 헤어지며, 그가 가장 어두운 시간에 그를 버렸다.
그는 상심했다.
그리고 내가 있었다.
나는 의료계에서 떠오르는 별이었고, 이미 엄청난 부자였다.
나는 강태준과 사귀고 있었다.
나는 그의 가족의 고통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나는 50억 원짜리 수표를 썼다.
나는 혼자 힘으로 그들의 빚을 갚고 그들의 '명망 높은' 가문의 이름을 구했다.
감사의 표시로, 혹은 의무감 때문이었는지, 강태준은 내게 청혼했다.
나는 사랑이 자라나길 바라며 받아들였다.
사랑은 결코 자라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원망했다.
그는 자신의 의존성을 원망했다.
그의 부대 동료들은 아내의 재산으로 사는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가졌었다.
내가 가져보지 못했던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이 가족에게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나는 이제 그들을 보았다.
마치 귀환하는 여왕처럼 이다솜 주위를 맴도는 그들을.
그들은 내게 모든 것을 빚졌다.
그들의 집. 그들의 평판. 그들의 존재 자체를.
나는 6년 동안 강예나의 청구서를 지불해왔다.
연간 8천만 원이 넘는 학비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옷, 봄 방학 여행, 차 값을 지불했다.
강태준의 월급보다 비싼 샤넬 가방, 그녀의 첫 명품 핸드백도 내가 사주었다.
나는 윤혜숙보다 더 그녀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다.
나는 강진철과 윤혜숙에게 매달 2천만 원의 용돈을 주었다.
2년마다 새 차를 사주었다.
그들의 건강이 나빠졌을 때 최고의 의사와 치료를 받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