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

강태오가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는 내 얼굴 앞에서 이혼 서류를 흔들었다.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

나는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마주 봤다.

“넌 지금 너무 감정적이야.”

그의 말투는 거만하고 참을성 있는 척하는 톤으로 바뀌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몇 년 만에 가장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데.”

내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특히 당신이 먹인 약 기운이 다 빠지고 나니까.”

그의 얼굴에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의 완벽하지 않은 행동을 상기시키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그 얘기 다시는 꺼내지 마.”

그가 쏘아붙였다.

“복잡한 상황이었다고 말했잖아.”

그는 한숨을 쉬며 완벽하게 세팅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오래 참고 견뎌온 남편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다.

“세희… 걔 심각한 문제가 있어, 아리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나는 그의 한심한 변명의 나머지를 기다리며 침묵을 지켰다.

“내가 결혼식을 강행하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어.”

그의 목소리는 비밀을 털어놓는 듯한 속삭임으로 낮아졌다.

“그게 자기를 안정시켜 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단 말이야. 난 사람 목숨을 구한 거야. 이해 못 하겠어?”

그 어처구니없음에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배신을 영웅적인 연민의 행위로 포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를 쳐다봤다. 내 침묵은 그 어떤 비난보다 더 통렬했다.

그는 내 침묵을 내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듯했다.

“알아, 당신 상처받은 거.”

그의 목소리는 달래는 듯한 가르랑거림으로 부드러워졌다.

“인정해, 당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지. 하지만 더 큰 선을 위한 일이었어.”

그는 예전의 친밀함을 되찾으려는 듯 더 가까이 다가왔다.

“세희가 안정을 찾으면, 우리 다시 하자. 당신만을 위한 진짜 결혼식. 약속할게.”

그는 내 뺨을 만지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피부를 따라 선을 그렸다. 예전에 그가 내게 무언가를 원할 때 하던 버릇이었다.

그는 이제 저주처럼 들리는 내 옛 애칭을 속삭였다.

“다 괜찮아질 거야, 아리야.”

나는 마치 불에 덴 것처럼 그의 손길을 피했다.

“만지지 마.”

그의 손이 내 몸에 닿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그 손이 그녀를 온통 더듬었을 것을 생각하니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았다.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걱정스러운 가면이 벗겨지고, 날것의 분노가 드러났다.

“너 대체 뭐가 문제야?”

그가 으르렁거리며 얼굴을 구겼다.

그는 내 턱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며 억지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네가 사라지는 바람에, 걔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 네가 이혼 소송 건 거 인터넷에서 봤다고. 손목을 그었단 말이야.”

나는 숨을 헐떡였다. 분노를 뚫고 충격이 스쳤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그의 눈은 기억 속 공포를 실감 나게 연기하며 커졌다.

“내가 제시간에 발견했어. 의사들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대.”

그는 더 가까이 다가와 독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가 걔를 죽일 뻔했어, 서아리. 네 양심에 사람 목숨 하나를 얹을 뻔했다고.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그는 내연녀의 불안정함을 내 탓으로 돌리고 싶어 했다. 자신의 불륜이 낳은 결과를 나에게 책임지게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냥 다 잊으라고?”

억눌린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물었다.

“그래.”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우린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당신이 다시는 걔를 안 만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어림없어.”

나는 나의 유일한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거칠고 추한 소리로 웃었다.

“그건 불가능해.”

그는 내 턱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잔인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번졌다.

“네가 알아야 할 게 또 있어.”

심장이 갈비뼈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걔 임신했어.”

그의 미소는 더 넓어졌다.

“그리고 내 아이야.”

세상이 축을 잃고 기울었다.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고, 심장이 있던 자리에 차갑고 텅 빈 공허함만 남았다.

그는 내 얼굴에 어린 처참한 표정을 보고 그것을 협상의 지렛대로 착각했다.

“우리 같이 키우면 되잖아.”

그는 그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도 되는 양 제안했다.

“당신도 항상 아이를 원했잖아.”

나는 그를, 내 인생을 산산조각 낸 이 괴물을 바라봤다. 광활하고 얼음 같은 공허함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싫어.”

나는 간신히 속삭이듯 말했다.

회차 3

“애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태오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 좋아. 이혼하고 나면, 너 받아주는 놈이랑 애든 뭐든 실컷 낳아.”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봐, 서아리. 네가 지금 부리는 이 성질… 너를 더 매력 없게 만들 뿐이야. 널 보면 구역질이 난다고.”

그의 말은 나를 베고, 나의 무력함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혼하고 싶다고? 좋아.”

그의 인내심이 마침내 끊어졌다.

“해줄게.”

그는 내 카운터에서 펜을 집어 들고 격렬한 몸짓으로 이혼 서류에 휘갈겨 서명했다. 그러고는 그 서류를 구겨 내 얼굴에 던졌다.

“자. 이제 행복해?”

그는 악의적인 기대로 눈을 빛내며 나를 지켜봤다. 내가 무너지고, 울고, 애원하기를 기대했다.

나는 침착하게 몸을 숙여 구겨진 서류를 주워 카운터 위에서 폈다. 내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 얼굴은 평온한 가면이었다.

나는 그를 올려다봤다. 내 눈은 차갑고 죽어 있었다.

“내 집에서 나가.”

그의 턱이 굳어졌다. 나의 무반응이 그를 격분시켰다. 그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잃었고,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후회하게 될 거야, 서아리.”

그가 낮은 신음 소리로 위협했다.

“넌 기어 돌아오게 될 거고, 그땐 내가 널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그의 손이 문고리에 닿았을 때, 내가 말했다.

“강태오.”

그는 멈춰 섰다. 의기양양한 표정이 얼굴에 번졌다. 내가 굴복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승리감과 연민이 뒤섞인 표정으로 돌아섰다.

“법원에 가서 공식적으로 마무리할 날짜를 정해야지.”

내 목소리는 완벽하게 평탄했다.

의기양양함은 사라지고, 순수한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른 말없이 문을 세게 닫고 나가버렸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내 휴대폰이 울렸다. 인스타그램 알림이었다. 윤세희가 피드를 업데이트했다.

그녀와 강태오가 그의 차 안에서 방금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그녀의 머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고, 그의 팔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캡션은 이랬다.

“어떤 사람들은 포기할 때를 정말 모르나 봐. 진정으로 날 사랑해주는 남자와 함께여서 너무 행복해. #신경안씀 #진정한사랑”

역겨움이 치밀었다. 이 여자, 강태오가 무기이자 변명으로 사용하는 이 한심한 생물. 나는 머릿속으로 그녀를 ‘망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단지 우울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드라마를 먹고사는 공허함 그 자체였다.

그때, 그녀에게서 개인 메시지가 팝업으로 떴다.

그녀의 목 사진이었다. 갓 생긴 듯한, 붉고 선명한 키스 마크로 뒤덮여 있었다.

두 번째 메시지가 뒤따랐다. “강태오 씨가 날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오늘 밤 엄청 거칠었어. 내일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것 같아. ;)”

그리고 또 하나. “괜찮아, 아리 씨? 그 슬픈 작은 아파트에 혼자 있을 당신이 너무 걱정돼.”

그 뻔뻔함이 거의 코미디 같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놀려 화면을 두드렸다.

“내 걱정은 말고. 네 걱정이나 해. 거식증은 심각한 병이야. 그렇게 깡마른 거 병원에 가봐야 할걸. 태오 씨가 ‘거친’ 밤을 보내다가 네 새 모이 같은 뼈를 부러뜨리지 않은 게 신기하네.”

전송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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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채인 신부, 복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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