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고시영의 예상대로 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고설희가 빠르게 말을 이어 했다. "육씨 가문이 북성에서 서열 1위 가문인 건 맞지만, 육승준은 하반신마비 장애인이야. 남자가 하반신 마비라면 성기능에도 영향이 미친다고 하던데. 솔직히 난 언니가 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 그건 과부로 지내는 것과 다름없잖아."

고설희는 고시영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고시영이 육씨 가문의 일원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육승준이 아무리 하반신마비가 되었어도, 고설희는 육승준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시영이 그와 결혼한다면, 분명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설희의 위선을 바로 알아차린 고시영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네가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억지로 걱정하는 척하지 마."

고설희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한 고시영은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차피 나도 네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고시영의 직설적인 대답에 고설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고시영이 자신의 위선을 당장에 까발릴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고시영의 방을 나선 고설희는 분노를 참지 못해 자리에서 발까지 동동 굴렀다. "주제도 모르고 고상한 척하기는! 뻔뻔한 시골 촌뜨기 주제!"

바로 문 앞에서 고설희가 내뱉는 욕설을 들은 고시영은 자리에서 돌아서 고설희를 똑바로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부모님도 청성에서 상경했다는 사실을 잊었어? 내가 거실에 내려가 부모님한테 네가 청성에서 상경한 사람들을 시골 촌뜨기라고 비난했다는 사실을 알리면 어떻게 될까?"

그 말에 고설희는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고시영의 날카로운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고설희는 그런 고시영이 죽도록 미웠지만 반박하지 않고 씩씩 화를 내며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고설희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쾌한 기색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이지혜가 고시영의 방을 찾아왔다.

고시영은 묻지 않아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고설희는 분명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이지혜에게 달려가 눈물을 터뜨렸을 것이다.

"너, 설희한테 뭐라고 했어?" 이지혜는 고설희가 괴롭힘을 당한 것이 확실하다는 듯 추궁하듯이 날카롭게 캐물었다.

고시영은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비난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진 그녀가 태연하게 되물었다. "고설희가 어머니를 찾아가 뭐라고 하던가요?"

"내가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 이지혜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고시영이 그녀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되묻는 태도에 이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역시 시골 마을에서 자란 탓에 예의범절은 조금도 익히지 못했다고 확신했다.

"고설희가 먼저 저를 시골뜨기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청성 출신이 시골뜨기라면, 어머니와 아버지도 시골뜨기라고 알려줬을 뿐이에요. 어머니와 아버지도 청성에서 지내다 상경했으니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우리 설희는 절대 교양 없는 말을 입에 올리는 애가 아니야!" 이지혜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설희를 괴롭힌 것도 모자라 이제 거짓말까지 하는 거니? 고시영, 네가 그렇게 대단해?"

고시영은 이런 상황이 어처구니없다고 느껴질 뿐이다. 이지혜는 그녀에게 대답을 강요했지만,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만 들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고시영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고 기를 채우는 능력도 상당했다. 어차피 이지혜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으니 말이다. "어머니, 제 말이 거짓말인 것 같으면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차피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어머니는 설희의 말만 믿을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절대 사과할 수 없어요. 이런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는 다시 시골에 내려갈 테니, 설희가 육승준과 결혼하면 되겠네요."

이지혜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는 고시영은 그것을 이용해 이지혜의 입을 틀어막았다.

"너, 네가 어떻게!"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이지혜는 고시영을 북성에 데려온 진짜 이유를 상기하며 가까스로 화를 억눌렀다.

고시영과 고설희 두 사람 모두 그녀의 딸이지만, 성격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고설희는 애교 가득한 성격에 명문 대학에 입학한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하면, 고시영은 고집스러운 성격에 거짓말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다.

이지혜는 그런 고시영에게 아무런 애정도 느끼지 못했을 뿐더러,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가오니까 준비하고 내려와. 아주머니한테 미리 옷을 준비해 달라고 했으니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오면 돼."

고시영이 북성에서 지내기로 결정한 이유는, 고설희만 편애하는 부모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녀는 북성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뉴스에서 육승준을 첫눈에 알아봤기 때문이다.

육승준을 만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지혜가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고 싶지 않았던 고시영이 잠시 후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조금 전 방에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일찍이 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이지혜의 미간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왜 옷을 갈아입지 않은 거야?"

"갈아입기 싫어서요." 고시영은 개의치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인내심이 바닥난 이지혜는 그런 고시영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불현듯 고시영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순종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제일 시급한 것은 그녀와 육승준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그래, 갈아입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이제 출발해."

그 시각, 재벌 가문 2세 자제들만 모여있는 채팅 방에서 육경민은 고설희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댔다.

[고설희, 너희 언니의 직업은 뭐야?]

오래 전부터 동일한 그룹 채팅 방에 가입했지만, 졸부 가문이라는 낙인이 찍힌 고설희는 평소 육경민과 대화할 접점조차 찾지 못했다.

그랬던 육경민이 먼저 말을 걸자 고설희의 얼굴에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고설희는 육경민의 문자를 기다린 사람처럼 바로 답장을 보냈다. [시골 마을 의원에서 의사로 근무했다고 들었어요.]

곧바로 육경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의사? 그게 사실이라면, 어쩌면 육승준을 더 잘 돌봐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마지못해 고시영을 조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고설희는 어머니 이지혜가 고시영이 경성 의과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릴 계획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챘다.

그녀는 매일 밤을 새워가며 간신히 경성 의과대학에 입학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고시영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찬사를 받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고설희는 고의가 아닌 척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언니는 대학에 다닌 적이 없어요. 아마 시골 마을 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의학 지식을 배웠을 거예요.]

[뭐? 대학도 다니지 않았다고?] 짧은 문자에 육경민의 놀란 기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어쩌면 고시영이 의사로 근무했다는 사실마저 믿을 수 없었다.

육경민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형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명문대학을 졸업했는데, 못생긴 여자와 정략결혼을 하는 것도 모자라 대학도 다니지 못한 사람이라니...'

인내심이 완전히 한계에 달한 육경민은 당장에 육승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고시영이라는 여자와 결혼하지 마. 그 여자는 형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고시영의 동생은 고시영이 대학도 다니지 않았다고 했단 말이야. 못생긴 것도 모자라 대학도 다니지 못한 여자가 형의 아내가 될 자격이 없어.]

그 시각, 육승준은 약속 시간보다 일찍 향풍각 VIP룸에 도착했다.

우아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인 레스토랑의 창문을 통해 도심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육승준과 오미란은 야경을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

오미란에게 이번 맞선은 순전히 사업상의 거래였지만, 육승준에게는 단지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자리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진동 소리와 함께 육승준은 육경민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했지만, 얼굴에 어떤 내색도 보이지 않았다.

오미란도 육경민이 보낸 문자를 곁눈질로 확인했다.

바로 두 눈을 꼭 감은 그녀가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승준아, 엄마를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엄마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육승준이 하루라도 빨리 결혼식을 올리고, 입양한 아이를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키우는 것만이 그에 대한 나쁜 소문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육승준의 한쪽 입 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가더니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잃었기에, 그는 어머니를 원망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육승준은 육경민에게 짧은 답장을 보냈다. [말조심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화를 이기지 못한 육경민은 휴대폰을 벽에 내던졌다. 이런 순간에도 육승준은 그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다니.

'형은 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걸까?'

바로 그때, 고시영과 이지혜도 향풍각에 도착했다.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이지혜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나서야 스니커즈를 신은 고시영을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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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특별한 치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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