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우미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몇 년 전, 진씨 가문은 육씨 가문의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직접 육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임은비와 친권포기각서에 서명을 했었다.
물론, 그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자들은 일제히 마이크를 내밀며 물었다. "진 사모님, 그게 사실입니까? 전에는 친딸을 찾았어도 어렸을 때부터 돌봐온 진은비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우미연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이게 사실일 리 있겠어요? 당연히 다 오해예요."
그러자 임은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진 사모님, 육씨 그룹 사람들을 직접 불러서 한번 확인해보시겠어요? 제가 쓴 그 친권포기각서가 진짜인지 아닌지 말이에요!"
"진은비, 적당히 해! 육씨 가문 사람들이 우리가 함부로 불러올 수 있는 사람들이야?!" 진도건이 옆에서 언성을 높였다.
임은비는 눈웃음을 지으며 진도건을 바라보았다. "그럼 부를 담이 없다는 거네요?"
진도건은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진씨 가문이 쌓아 올린 이미지가 산산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우미연은 갑자기 뭔가에 크게 자극이라도 받은 듯 격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진소월은 이내 상황을 눈치채고 곧바로 우미연을 부축했고 그녀의 등을 다정하게 두드리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왜 그래요? 괜찮으세요?"
그리고는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임은비를 바라보며 연약하게 말했다. "언니... 엄마가 언니 걱정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드시고 매일 밤마다 눈물로 지새우셨어.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셨고 의사 선생님도 더 이상 자극 받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 그러니까 십몇년 동안 언니를 키워주신 은혜를 봐서라도 더는 엄마를 속상하게 하지 말고 우리랑 같이 집에 가..."
임은비는 진소월의 그 징그러운 연기를 바라보며 치가 떨렸다.
집에 돌아가자고? 예전의 진은비에게는 집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임은비에겐 더 이상 집이라 불리는 곳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는 그들과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
임은비는 단호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진은비는 4년 전에 이미 죽었어. 그것도 진씨 가문이 손수 죽인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임은비는 군중을 뚫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
우미연은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두 눈을 뒤집으며 쓰러져버렸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진도건은 재빨리 우미연을 업고 현장에서 빠져나갔고, 진소월도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진씨 가문의 차에 올라타 기자들과 멀어지자, 우미연은 그제서야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났다.
'내가 기절한 척 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정말 수습하기 어려웠을 거야...'
'이게 다 진은비 그년 때문이야!'
'우리가 기꺼이 마중나온 걸 고맙다고 여기진 못할 망정,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씨 가문을 공개적으로 망신시켜!?'
'배은망덕해도 유분수지!'
"진은비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딴 배신자가 어딨어요!" 운전대를 부여잡은 진도건은 분노로 이를 악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온화하고 자애로웠던 우미연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고 냉혹하게 변했다.
그녀는 콧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년은 지금 돈도 일푼 없고, 감옥살이 했다는 전과까지 있어.. 우리 진씨 가문을 벗어나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분명 다시 돌아올 거야. 그땐... 내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날 오후,
임은비는 운성시 법원 앞에 도착했다.